생각하면 할수록 라미연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수표를 잘 넣어 두었다.걷잡을 수 없는 질투는 바로 이 한순간에 부풀어갔다.‘미친 X! 제길!‘‘그런 X은 당장 죽어야 할 X이야!’성혜인이 어떤 수단을 썼기에 반승제가 이토록 마음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화가 치밀었다.그러다가 반승제와 안 지 얼마 안 된 짧은 시간 내에 벌써 30억이나 얻었는데, 성혜인은 얼마나 많이 얻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자 질투심은 미친 듯이 부풀어 올라 순간 극에 달했다.만약 반승제가 다시 성혜인을 찾으러 간다면, 라미연은 버려지는 신세가 된다.‘안 돼!’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게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다.하여 라미연은 즉시 스카이웨어로 향했다. 이곳에서 지낸 세월이 있기에 아는 사람이 좀 있다.다만 남과 비교하는 심리가 너무 분명하여 어리석어 보였기에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던 재벌 2세가 없었다.라미연은 친구에게 물었다.“한 방에 죽일 수 있는 그런 약 없어?”친구들은 재벌들의 악기를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라미연이 그런 약을 구하는 것을 보고 다들 이상했다.“그런 약은 왜? 너 어차피 반승제하고 만나잖아. 싫은 사람 있으면 반승제 보고 가서 해결하라고 하면 되지 않아?””참, 쟤가 정말로 반승제하고 만난다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그렇다면 난 반승제 첫사랑이다.”순간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이곳의 여자들은 거의 서로 다 아는 사이이고 라미연은 가장 환대받지 못하는 여자이므로 늘 왕따당하는 편이다.가장 주요한 이유는 라미연이 뒤통수를 많이 쳤기 때문이다.사람이 앞 다르고 뒤가 달라서 감히 깊이 마음을 나누려는 사람이 없다.지금 이들 중 누군가는 일부러 라미연을 골탕 먹이려고 한다.라미연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에 이런 약을 구하는 것도 또 뭔가를 꾸미려는 것으로 잘 알고 있다.“나한테 있어. 지난번에 몇몇 도련님이 배신자한테 쓴 약인데, 나도 따라가서 봤어. 나 그날 놀라서 막 비명 지르고 그랬어. 필요하면 이따
장하리는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아직도 열이 펄펄 끓고 있는데 말이다.“이제 알람 소리에 깨어났는데, 사장님 식사 시간이잖아요. 저 아직 주문 하지 않았어요.”순간 성혜인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전화를 끊고 한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한서진은 충전 중이었고 이미 도시락을 열었다.속이 좋지 않아 일단 곰탕부터 마셨다.한편, 화들짝 놀란 성혜인은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서진 사무실로 미친 듯이 달려왔다.“한서진 씨!”한서진은 고개를 들어 성혜인을 바라보았다.“성 사장님?”어두운 얼굴로 성혜인은 다급히 다가가 물었다.“어디 아픈 데 없어요?”그 말에 한서진은 고개를 저으려고 했으나 갑자기 배가 미친 듯이 아파져 오더니 사색이 되어 그대로 쓰러졌다.“한서진 씨!”성혜인은 즉시 한서진을 병원으로 옮겼다.그 도시락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은 했으나 이렇게까지 엄중할 줄은 몰랐다.한서진이 응급실로 실려 들어갈 때까지 성혜인은 홀로 복도에 서서 멍하기만 했다.의사들도 아직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고 있다.하지만 한서진은 이미 극도로 심각한 산소 결핍 현상이 나타났다.마음이 초조한 성혜인은 손에 땀이 흥건한 채로 복도를 왔다 갔다 했다.그 누구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않고 회사에 전화해서 도시락을 보낸 이가 누군지 알아보라고 했다.한서진은 새벽까지 응급실에 있었고 행여나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내내 걱정한 성혜인은 한껏 수척해졌다.다행히도 새벽 1시 30분에 의사는 한서진을 밀고 나왔다.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얀 한서진은 침대에 누워 아직 마취약이 풀리지 않았지만, 밖의 소리가 들렸다.성혜인이 의사에게 묻는 소리도 들렸다.“식중독인가요?””보호자분, 환자 분께서 금제품인 약을 먹었습니다. 치사율도 엄청 높은 약인데, 한 모금만 더 마셨더라면 아마... 경찰 측에서도 이 약품에 대해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약품이니 신고해도 좋습니다.” 성혜인은 따라서 병실로 들어갔는
만약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보석 해주면 된다.라미연은 속이 뜨끔거렸고 경찰까지 온 걸 보면 성혜인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확실하다.“그냥 몇 마디 대꾸하면서 회사로 물건 좀 던졌어요. 근데 진담으로 여기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온시환은 문득 김경자에게 고자질을 하던 성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래, 뭐나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여자야.’“알았어. 경찰서에 미리 말해 놓을게.”라미연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감사합니다.”“고마워할 거 없어 네가 운이 좋은 거야.”초조해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라미연의 두 눈에는 금세 득의양양한 빛이 그려졌다.‘난 운이 좋아. 반드시 반승제하고 결혼하고 말겠어.’성혜인은 신고하고 나서 경찰 측에서 즉시 연락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튿날 점심까지 벨은 울리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직접 경찰서로 찾아갔다.경찰은 성혜인이 직접 온 것을 보고 다소 난감해했다.“성혜인 씨, 저희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명령 떨어졌는데, 그 여자 다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이에 성혜인은 반승제가 지시한 일인 줄 알았다.화가 난 성혜인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래서 지금까지 라미연을 잡지 않았다는 말입니까?”“그... 죄송합니다. 저희도 난처한 처지입니다. 잡으러 갔다가 다들 직장까지 잃게 됩니다.”성혜인은 더 이상 경찰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즉시 차를 몰고 네이처 빌리지로 향했다.반승제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전에 묵혀 두었던 원한도 한 번에 갚아 줄 생각이었다.네이처 빌리지 경호원은 성혜인을 보고 즉시 막아섰다.반 대표님의 명령이라며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죄송합니다만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성혜인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차에 다시 올라 탔고 순간 이성을 잃었다.그러더니 액셀을 끝까지 밟고 네이처 빌리지의 대문을 향해 거침없이 들이 박았다.결코 싼 차는 아니라 액셀을 끝까지 밟으면 그 충격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쾅!”큰 소리와 함께 대문은 그대로 무너졌다.수십 명의 경
날카로운 이빨은 피부를 뚫고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흘러나왔다.주위 사람들은 이에 모두 놀라 사색이 되었다.“대표님!”“다 물러서!”반승제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다른 한 손으로 성혜인의 허리를 꼭 안고 있다.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어 자리를 떠났다.성혜인은 오는 내내 거의 들이박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들이박았다. 대문만 해도 수십억에 달한다.게다가 귀한 식물들도 모두 깔아뭉개졌다.그렇게 차를 몰고 들어오는 건 반승제를 안중에 두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며 반승제가 당연히 화를 낼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리를 떠날 때 누군가는 웃고 있는 반승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성혜인은 어깨를 물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아 다른 곳을 물었다.그러자 성혜인의 어깨와 쇄골에는 아주 깊은 이빨 자국이 남게 되었다.마친 실크 잠옷을 입고 있던 반승제라 입을 대기 더욱 쉬웠다.그렇게 10분 동안 물고 나서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렸다.“이제 분이 풀려?”성혜인은 온몸이 굳어진 채 고개를 들어 반승제를 바라보았다.반승제도 마침 고개를 숙였다.“이제 말할 수 있어? 무슨 이유로 내 집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는지?”아직 반승제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느끼고 성혜인은 또다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하지만 반승제는 풀어 주지 않고 꼭 끌어안았다.“반승제, 이거 놔!”화가 잔뜩 난 성혜인은 지금 눈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반승제는 그런 성혜인을 풀어주었는데, 풀자마자 뺨을 맞았다.얼굴을 만지며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서야 반승제는 정신을 차렸다.“성혜인, 너 좀 지나치다.”온몸의 힘을 더해 때린 것이라 성혜인도 손바닥이 아팠다.“지나친 사람이 누군데! 반승제, 나 진짜 너 죽이고 싶어!”반승제는 입가에 흘러나온 피를 닦으면서 그날 첫사랑 손톱만도 못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화가 좀 나기 시작했다.“이 말 하려고 온 거야?”성혜인은 지나치게 화가 난 바람에 이성을 잃어 이런 일을 한 것이다.지금 이성을 되찾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거실 문이 아직 열리지 않아 반승제는 온시환의 목소리만 들렸다.온시환이 라미연까지 데리고 올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하인들은 성혜인과 반승제가 끌어안고 있을 때,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었다.히여 지금 직접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문을 살짝 열었는데, 그 틈 사이로 밖에 서 있는 라미연이 보였다.라미연은 일부러 더욱 바짝 꾸미고 나타났는데, 성혜인과 거의 같은 인물로 보인다.이는 모두 메이크업 효과이고 언플루언서들이 연예인 메이크업 따라하는 걸로 보면 된다.스카이웨어 출신인 라미연은 다른 건 몰라도 메이크업 기술은 그나마 괜찮다.반승제는 라미연을 보게 되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문을 확 닫으려고 했다.이때 온시환이 손을 내밀어 문을 닫으려는 반승제의 행동을 막았다.“오늘 여기 무슨 상황이야? 주위에 사람도 없고 경호원들은 지금 공인들 불러서 대문 달고 있던데, 누가 보기라도 하면 도둑맞았다고 소문 퍼지겠어.”온시환은 뻔뻔하게 몸으로 문을 열었고 뒤에 있던 라미연은 볼 발그레 반승제를 바라보았다.“반 대표님, 저...”그러나 고개를 들어보니 소파에 앉아 있는 성혜인의 모습이 포착되어 순간 안색이 확 달라졌다.‘저 X이 왜 저기에 있어?’‘왜 아무 문제도 없는 거지?’‘죽지 않았어도 병원에 누워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미연은 주먹을 꽉 잡아당겼지만, 지난번 일이 있고 난 뒤로 많이 똑똑해졌다.더 이상 무례하게 들이대면 안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반승제는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반 대표님,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비록 반승제의 돈으로 사기는 했지만, 정성껏 골라서 산 것이다.옆에 있던 온시환은 성혜인을 보았을 때, 눈썹을 들썩였고 네이처 빌리지가 왜 이런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반승제와 알고 지낸 지도 여러 해가 되며 반승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은혜든 원수든 꼭 갚는 사람이며 일로도 독한 사람이다.다만 성혜인 앞에만 서면 당하고서도 묵묵히 있는 사람이다.온시환은 바로 이러한 점을 포착했기에 요즘 자
반승제는 순간 굳어버리고 온시환도 놀라며 고개를 들었는데, 가장 침착한 사람은 성혜인이다.그러나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폈지만,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모든 산소가 사라진 것처럼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이 순간 성혜인은 난처하기 그지없었다.연속으로 남에게 뺨을 여러 대나 맞은 기분이 들었다.이곳에 온 목적은 반승제가 라미연 같은 범죄자를 옹호해서 따지러 온 것인데, 두 사람이 이미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라미연은 임신까지 했다고 한다.‘앞으로 저 일가족은 행복하게 지낼 것인데, 난 뭐야?’성혜인은 마냥 우스워 옆에 있는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온시환의 말이 들려왔다.“이제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임신한 거 어떻게 알아?”보통 임신 초기에는 자기가 임신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하지만 라미연은 이미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 놓은 상황이었다.“생리가 늦어졌어요. 그리고... 이미 임테기로 해 봤어요.”말하면서 반승제를 힐끗 보고는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반 대표님께서 싫으시다면, 저 아이 지울게요.”마지막 한 마디는 악마의 저주처럼 성혜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한순간 성혜인은 어깨가 축 처지면서 무력함을 느꼈다.전에 성혜인도 강제로 아이를 지워야 했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미처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몰라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입을 열었다.“가서 지워. 난 그 아이 싫어.”그러자 라미연은 땅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반 대표님, 아이 지우면 여자한테 상해가 얼마나 큰 지 아세요? 그냥 아이 낳게 하면 안 돼요? 절대 아이로 결혼하자고 협박하지 않을게요.”반승제는 지금 이마의 심줄이 펄떡펄떡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성혜인이 앞으로 지나가자 또 황급히 손을 내밀어 성혜인을 잡았다.하지만 성혜인은 그 손을 뿌리치고 더 빨리 걸어갔다.“혜인아!”반승제는 뒤따라 나가면서
성혜인은 누군가에게 관자놀이를 얻어맞은 듯 그대로 발걸음을 멈칫했다.반승제는 순간 시선을 반짝이며 몇 걸음 더 빨리 그녀를 쫓아가려 했다. 그때, 성혜인이 말했다.“축하드려요.”그 말에 반승제 역시 앞으로 나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칫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아.”그렇게 반승제는 멀어지는 성혜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금 뻣뻣해진 자신의 다리를 움직였다.너무 오래 서 있었더니 벌써 감각이 마비되었고, 심지어는 약간 아파 나기도 했다.원래는 라미연의 배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했지만, 지금은 상관이 없었다.‘아무튼 누구랑 결혼해도 상관없어.’네이처 빌리지 거실에 돌아왔을 때, 온시환과 라미연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라미연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안정되었다.“반 대표님.”’반승제가 아무 말 하지 않자 그녀는 다가가 보려고 했다. 그러자 온시환이 라미연을 끌어당겼다.늘 여자들 사이에 있는 온시환이 어찌 라미연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는가.‘분명 승제가 혜인 씨를 포기하고 자기한테 돌아온 거라 생각하고 있을 거야.’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반승제의 안색을 보면 그가 지금 막막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미연이 지금 이 시점에 그에게 다가간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이윽고 반승제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라미연은 자신이 임신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그 아기가 반승제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조금 두려웠다.그날 밤 반승제를 떠난 후 그녀는 줄곧 일이 들통날까 봐 걱정했고, 그 후 라미연은 스카이웨어로 돌아가 피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남자 종업원을 찾아 잠자리를 가졌다.심지어 그것은 라미연의 처음이었다. 만약 그녀의 처녀막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반승제에게 한 거짓말도 곧 들통날 테니 말이다.그녀는 원래 피임을 원했지만, 한마음으로는 마침 그래도 아이가 생겨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그녀는 무릎의 천을 두 손으로 잡고 긴장한 상태로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온시환은 반
동생은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온시환네 가족은 그가 살아있는지도 알지 못했다.나중에야 온시환은 남동생이 그 여자를 여러 해 동안 짝사랑해 왔는데, 친형이 그녀와 침대에서 구르는 것을 우연히 보고 괴로운 기분을 견디기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았다.이 세상의 남녀 중 그 어느 누구도 사랑에 영원히 충실할 수 없다.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자연히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이것이 온시환이 줄곧 지켜온 규칙이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 “규칙”이 이런 대가를 초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동생의 멘탈이 너무 약하고 또 애초에 그런 싸구려 같은 여자를 좋아한 탓이라고 여겼을 뿐.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받을 일도 없고,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가출할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만약 그 장면을 마주쳤을 때 동생이 가만히 있었다면, 아마 그다음에는 형제가 한 여자를 공유했을 수도 있다.이런 일에 있어서 온시환은 늘 오픈 마인드였다. 어차피 모두가 함께 노는 것인데 거부감이 들게 뭐가 있냐는 생각이었다.하지만 그의 남동생의 생각은 달랐다.그렇게 온씨 집안의 도련님은 한 여자 때문에 집을 나가 현재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또 한 재벌가의 도련님은 여자를 위해 위험한 임무를 떠맡으러 갔다.이로써 감정적으로 너무 진지한 사람은 좋은 결말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지금 온시환은 그 길로 걸어가려는 반승제를 보고 있다.반승제는 반승우와 매우 다르다. 반승우는 사랑받는 환경에서 자랐고, 감정을 대하는 데 여유가 있다.하지만 반승제는 무시된 채 자랐고, 감정을 대하는 것은 외골수였다.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장 통제할 수 없는 때에 이르렀을 때, 그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때문에 그 시점이 오기 전에 온시환이 자신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이전에 자신이 두 사람을 이어준 것에 대해 조금 후회를 느꼈다. 성혜인을 향한 반승제의 마음이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순간 안 좋은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