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보석 해주면 된다.라미연은 속이 뜨끔거렸고 경찰까지 온 걸 보면 성혜인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확실하다.“그냥 몇 마디 대꾸하면서 회사로 물건 좀 던졌어요. 근데 진담으로 여기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온시환은 문득 김경자에게 고자질을 하던 성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래, 뭐나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여자야.’“알았어. 경찰서에 미리 말해 놓을게.”라미연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감사합니다.”“고마워할 거 없어 네가 운이 좋은 거야.”초조해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라미연의 두 눈에는 금세 득의양양한 빛이 그려졌다.‘난 운이 좋아. 반드시 반승제하고 결혼하고 말겠어.’성혜인은 신고하고 나서 경찰 측에서 즉시 연락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튿날 점심까지 벨은 울리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직접 경찰서로 찾아갔다.경찰은 성혜인이 직접 온 것을 보고 다소 난감해했다.“성혜인 씨, 저희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명령 떨어졌는데, 그 여자 다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이에 성혜인은 반승제가 지시한 일인 줄 알았다.화가 난 성혜인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래서 지금까지 라미연을 잡지 않았다는 말입니까?”“그... 죄송합니다. 저희도 난처한 처지입니다. 잡으러 갔다가 다들 직장까지 잃게 됩니다.”성혜인은 더 이상 경찰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즉시 차를 몰고 네이처 빌리지로 향했다.반승제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전에 묵혀 두었던 원한도 한 번에 갚아 줄 생각이었다.네이처 빌리지 경호원은 성혜인을 보고 즉시 막아섰다.반 대표님의 명령이라며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죄송합니다만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성혜인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차에 다시 올라 탔고 순간 이성을 잃었다.그러더니 액셀을 끝까지 밟고 네이처 빌리지의 대문을 향해 거침없이 들이 박았다.결코 싼 차는 아니라 액셀을 끝까지 밟으면 그 충격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쾅!”큰 소리와 함께 대문은 그대로 무너졌다.수십 명의 경
날카로운 이빨은 피부를 뚫고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흘러나왔다.주위 사람들은 이에 모두 놀라 사색이 되었다.“대표님!”“다 물러서!”반승제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다른 한 손으로 성혜인의 허리를 꼭 안고 있다.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어 자리를 떠났다.성혜인은 오는 내내 거의 들이박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들이박았다. 대문만 해도 수십억에 달한다.게다가 귀한 식물들도 모두 깔아뭉개졌다.그렇게 차를 몰고 들어오는 건 반승제를 안중에 두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며 반승제가 당연히 화를 낼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리를 떠날 때 누군가는 웃고 있는 반승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성혜인은 어깨를 물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아 다른 곳을 물었다.그러자 성혜인의 어깨와 쇄골에는 아주 깊은 이빨 자국이 남게 되었다.마친 실크 잠옷을 입고 있던 반승제라 입을 대기 더욱 쉬웠다.그렇게 10분 동안 물고 나서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렸다.“이제 분이 풀려?”성혜인은 온몸이 굳어진 채 고개를 들어 반승제를 바라보았다.반승제도 마침 고개를 숙였다.“이제 말할 수 있어? 무슨 이유로 내 집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는지?”아직 반승제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느끼고 성혜인은 또다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하지만 반승제는 풀어 주지 않고 꼭 끌어안았다.“반승제, 이거 놔!”화가 잔뜩 난 성혜인은 지금 눈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반승제는 그런 성혜인을 풀어주었는데, 풀자마자 뺨을 맞았다.얼굴을 만지며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서야 반승제는 정신을 차렸다.“성혜인, 너 좀 지나치다.”온몸의 힘을 더해 때린 것이라 성혜인도 손바닥이 아팠다.“지나친 사람이 누군데! 반승제, 나 진짜 너 죽이고 싶어!”반승제는 입가에 흘러나온 피를 닦으면서 그날 첫사랑 손톱만도 못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화가 좀 나기 시작했다.“이 말 하려고 온 거야?”성혜인은 지나치게 화가 난 바람에 이성을 잃어 이런 일을 한 것이다.지금 이성을 되찾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거실 문이 아직 열리지 않아 반승제는 온시환의 목소리만 들렸다.온시환이 라미연까지 데리고 올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하인들은 성혜인과 반승제가 끌어안고 있을 때,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었다.히여 지금 직접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문을 살짝 열었는데, 그 틈 사이로 밖에 서 있는 라미연이 보였다.라미연은 일부러 더욱 바짝 꾸미고 나타났는데, 성혜인과 거의 같은 인물로 보인다.이는 모두 메이크업 효과이고 언플루언서들이 연예인 메이크업 따라하는 걸로 보면 된다.스카이웨어 출신인 라미연은 다른 건 몰라도 메이크업 기술은 그나마 괜찮다.반승제는 라미연을 보게 되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문을 확 닫으려고 했다.이때 온시환이 손을 내밀어 문을 닫으려는 반승제의 행동을 막았다.“오늘 여기 무슨 상황이야? 주위에 사람도 없고 경호원들은 지금 공인들 불러서 대문 달고 있던데, 누가 보기라도 하면 도둑맞았다고 소문 퍼지겠어.”온시환은 뻔뻔하게 몸으로 문을 열었고 뒤에 있던 라미연은 볼 발그레 반승제를 바라보았다.“반 대표님, 저...”그러나 고개를 들어보니 소파에 앉아 있는 성혜인의 모습이 포착되어 순간 안색이 확 달라졌다.‘저 X이 왜 저기에 있어?’‘왜 아무 문제도 없는 거지?’‘죽지 않았어도 병원에 누워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미연은 주먹을 꽉 잡아당겼지만, 지난번 일이 있고 난 뒤로 많이 똑똑해졌다.더 이상 무례하게 들이대면 안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반승제는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반 대표님,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비록 반승제의 돈으로 사기는 했지만, 정성껏 골라서 산 것이다.옆에 있던 온시환은 성혜인을 보았을 때, 눈썹을 들썩였고 네이처 빌리지가 왜 이런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반승제와 알고 지낸 지도 여러 해가 되며 반승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은혜든 원수든 꼭 갚는 사람이며 일로도 독한 사람이다.다만 성혜인 앞에만 서면 당하고서도 묵묵히 있는 사람이다.온시환은 바로 이러한 점을 포착했기에 요즘 자
반승제는 순간 굳어버리고 온시환도 놀라며 고개를 들었는데, 가장 침착한 사람은 성혜인이다.그러나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폈지만,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모든 산소가 사라진 것처럼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이 순간 성혜인은 난처하기 그지없었다.연속으로 남에게 뺨을 여러 대나 맞은 기분이 들었다.이곳에 온 목적은 반승제가 라미연 같은 범죄자를 옹호해서 따지러 온 것인데, 두 사람이 이미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라미연은 임신까지 했다고 한다.‘앞으로 저 일가족은 행복하게 지낼 것인데, 난 뭐야?’성혜인은 마냥 우스워 옆에 있는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온시환의 말이 들려왔다.“이제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임신한 거 어떻게 알아?”보통 임신 초기에는 자기가 임신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하지만 라미연은 이미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 놓은 상황이었다.“생리가 늦어졌어요. 그리고... 이미 임테기로 해 봤어요.”말하면서 반승제를 힐끗 보고는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반 대표님께서 싫으시다면, 저 아이 지울게요.”마지막 한 마디는 악마의 저주처럼 성혜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한순간 성혜인은 어깨가 축 처지면서 무력함을 느꼈다.전에 성혜인도 강제로 아이를 지워야 했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미처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몰라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입을 열었다.“가서 지워. 난 그 아이 싫어.”그러자 라미연은 땅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반 대표님, 아이 지우면 여자한테 상해가 얼마나 큰 지 아세요? 그냥 아이 낳게 하면 안 돼요? 절대 아이로 결혼하자고 협박하지 않을게요.”반승제는 지금 이마의 심줄이 펄떡펄떡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성혜인이 앞으로 지나가자 또 황급히 손을 내밀어 성혜인을 잡았다.하지만 성혜인은 그 손을 뿌리치고 더 빨리 걸어갔다.“혜인아!”반승제는 뒤따라 나가면서
성혜인은 누군가에게 관자놀이를 얻어맞은 듯 그대로 발걸음을 멈칫했다.반승제는 순간 시선을 반짝이며 몇 걸음 더 빨리 그녀를 쫓아가려 했다. 그때, 성혜인이 말했다.“축하드려요.”그 말에 반승제 역시 앞으로 나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칫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아.”그렇게 반승제는 멀어지는 성혜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금 뻣뻣해진 자신의 다리를 움직였다.너무 오래 서 있었더니 벌써 감각이 마비되었고, 심지어는 약간 아파 나기도 했다.원래는 라미연의 배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했지만, 지금은 상관이 없었다.‘아무튼 누구랑 결혼해도 상관없어.’네이처 빌리지 거실에 돌아왔을 때, 온시환과 라미연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라미연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안정되었다.“반 대표님.”’반승제가 아무 말 하지 않자 그녀는 다가가 보려고 했다. 그러자 온시환이 라미연을 끌어당겼다.늘 여자들 사이에 있는 온시환이 어찌 라미연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는가.‘분명 승제가 혜인 씨를 포기하고 자기한테 돌아온 거라 생각하고 있을 거야.’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반승제의 안색을 보면 그가 지금 막막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미연이 지금 이 시점에 그에게 다가간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이윽고 반승제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라미연은 자신이 임신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그 아기가 반승제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조금 두려웠다.그날 밤 반승제를 떠난 후 그녀는 줄곧 일이 들통날까 봐 걱정했고, 그 후 라미연은 스카이웨어로 돌아가 피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남자 종업원을 찾아 잠자리를 가졌다.심지어 그것은 라미연의 처음이었다. 만약 그녀의 처녀막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반승제에게 한 거짓말도 곧 들통날 테니 말이다.그녀는 원래 피임을 원했지만, 한마음으로는 마침 그래도 아이가 생겨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그녀는 무릎의 천을 두 손으로 잡고 긴장한 상태로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온시환은 반
동생은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온시환네 가족은 그가 살아있는지도 알지 못했다.나중에야 온시환은 남동생이 그 여자를 여러 해 동안 짝사랑해 왔는데, 친형이 그녀와 침대에서 구르는 것을 우연히 보고 괴로운 기분을 견디기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았다.이 세상의 남녀 중 그 어느 누구도 사랑에 영원히 충실할 수 없다.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자연히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이것이 온시환이 줄곧 지켜온 규칙이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 “규칙”이 이런 대가를 초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동생의 멘탈이 너무 약하고 또 애초에 그런 싸구려 같은 여자를 좋아한 탓이라고 여겼을 뿐.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받을 일도 없고,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가출할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만약 그 장면을 마주쳤을 때 동생이 가만히 있었다면, 아마 그다음에는 형제가 한 여자를 공유했을 수도 있다.이런 일에 있어서 온시환은 늘 오픈 마인드였다. 어차피 모두가 함께 노는 것인데 거부감이 들게 뭐가 있냐는 생각이었다.하지만 그의 남동생의 생각은 달랐다.그렇게 온씨 집안의 도련님은 한 여자 때문에 집을 나가 현재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또 한 재벌가의 도련님은 여자를 위해 위험한 임무를 떠맡으러 갔다.이로써 감정적으로 너무 진지한 사람은 좋은 결말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지금 온시환은 그 길로 걸어가려는 반승제를 보고 있다.반승제는 반승우와 매우 다르다. 반승우는 사랑받는 환경에서 자랐고, 감정을 대하는 데 여유가 있다.하지만 반승제는 무시된 채 자랐고, 감정을 대하는 것은 외골수였다.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장 통제할 수 없는 때에 이르렀을 때, 그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때문에 그 시점이 오기 전에 온시환이 자신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이전에 자신이 두 사람을 이어준 것에 대해 조금 후회를 느꼈다. 성혜인을 향한 반승제의 마음이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순간 안 좋은 예감
한서진은 그녀에게 몇 마디 위로를 건네려고 했으나,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이불 위의 서류를 계속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성혜인은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병원에서 잘 회복하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반드시 그 여자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겠습니다.”“사장님.”한서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연예계는 비열한 곳입니다.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어쩔 수 없이 갖은 수모를 당해야 하죠. 권력과 힘이 없으면 업신여김을 당합니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높은 위치가 아니라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건 어찌 보면 필수로 겪어야 하는 과정 중 하나에요. 중요한 건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앞으로 저희가 더 주의하면 되죠.”한서진은 올해 32살이고 나이가 듦에 따라 사람의 포용성도 점점 넓어져 가는 법이다.고개를 끄덕이고 차로 돌아왔을 때, 성혜인은 덧없이 피곤하다고 느껴졌다.몸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말이다.사실 이번 달의 일은 거의 다 끝났기 때문에 그녀는 잠시 며칠 쉬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또 코앞에 닥치니 성혜인은 계속 일에 몰두해 S.M을 좀 더 일찍 큰 회사로 만들고 싶어졌다. 누구도 자신의 머리를 딛고 올라설 수 없도록 말이다.그녀는 포레스트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저녁 무렵, 성혜인은 겨울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러 갔다.성혜인은 이런 때에 겨울이와 있는 것만이 마음이 편했다.그녀는 겨울이를 데리고 포레스트를 떠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그러다 예전에 반승혜와 만났던 곳에 도착했다. 당시 반승혜는 이곳에서 사생화를 그리고 있었다. 아주 순수한 모습으로 말이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말았다.“멍멍멍!”겨울이는 갑자기 큰소리로 어딘가를 향해 짖기 시작했고, 그곳을 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하지만 너무 멀어서 성혜인은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이지 않고, 그저 키가 크고 좋은 기질을 내뿜는 사람이라는 것만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한편, 겨울이는 거의 미친 듯이 달렸으나, 목적지는 포레스트가 아닌 네이처 빌리지였다.비 내리는 거리 사이로 하얀 그림자가 마치 번개처럼 달려 나갔다.강아지는 사람에 대해 잘 파악한다. 누구의 기세가 더욱 강한지 강아지들은 한 번에 보면 알 수 있고 그 능력은 웬만한 사람들보다 뛰어나다.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지만, 겨울이는 네이처 빌리지 입구에 도착해서 계속 울었다.조금 전 소동으로 인해 네이처 빌리지의 대문은 새로 바꿨다. 경호원은 CCTV로 겨울이를 보고 조금 당황해했다.“저거 겨울이 아니야? 언제 나간 거지?”“성혜인 씨가 오전에 데려갔습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돌아왔지?”“글쎄요. 일단 들여놓으세요.”성혜인은 차를 몰아 네이처 빌리지를 한 바퀴 깔아뭉갠 후로, 이곳 사람들은 이미 그녀가 어떤 지위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네이처 빌리지를 이 모양으로 망치고 온전히 제 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성혜인이 유일했으니 말이다.그래서 그들은 성혜인의 강아지한테 막 대하지 못했다.철문이 열리자 겨울이가 서둘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그렇게 네이처 빌리지의 대정원까지 쭉 달려가다가, 바닥 가까이에 열린 작은 창문으로 바로 뛰어 들어갔다.반승제는 지금 서재에서 야근하고 있었는데 물을 마시러 내려왔을 때 겨울이가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비를 쫄딱 맞고 달려온 탓에 바닥은 온통 진흙 자국이 잔뜩 묻게 되었다.그 장면을 본 반승제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져 얼른 겨울이를 목욕시키라 분부했다.‘이게 또 몰래 달려온 거야? 혜인이가 오늘 다시 가져갔을 텐데.’그러나 도우미가 아무리 잡아당겨도 겨울이는 반승제에 대고 계속 짖어댔다.그저 커피 한 잔 마시러 내려왔던 반승제는 그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도우미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겨울이가 다칠까 봐 두려워 힘도 제대로 쓰지 못했으니 말이다.“대표님, 겨울이가 뭔가에 놀란 것 같아요.”반승제는 얼굴을 찡그리며 도우미에게 장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