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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됐어, 놔 줄게

반승제는 순간 굳어버리고 온시환도 놀라며 고개를 들었는데, 가장 침착한 사람은 성혜인이다.

그러나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폈지만,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모든 산소가 사라진 것처럼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

이 순간 성혜인은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연속으로 남에게 뺨을 여러 대나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 온 목적은 반승제가 라미연 같은 범죄자를 옹호해서 따지러 온 것인데, 두 사람이 이미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라미연은 임신까지 했다고 한다.

‘앞으로 저 일가족은 행복하게 지낼 것인데, 난 뭐야?’

성혜인은 마냥 우스워 옆에 있는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온시환의 말이 들려왔다.

“이제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임신한 거 어떻게 알아?”

보통 임신 초기에는 자기가 임신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라미연은 이미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 놓은 상황이었다.

“생리가 늦어졌어요. 그리고... 이미 임테기로 해 봤어요.”

말하면서 반승제를 힐끗 보고는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반 대표님께서 싫으시다면, 저 아이 지울게요.”

마지막 한 마디는 악마의 저주처럼 성혜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한순간 성혜인은 어깨가 축 처지면서 무력함을 느꼈다.

전에 성혜인도 강제로 아이를 지워야 했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미처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몰라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반승제는 성혜인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입을 열었다.

“가서 지워. 난 그 아이 싫어.”

그러자 라미연은 땅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반 대표님, 아이 지우면 여자한테 상해가 얼마나 큰 지 아세요? 그냥 아이 낳게 하면 안 돼요? 절대 아이로 결혼하자고 협박하지 않을게요.”

반승제는 지금 이마의 심줄이 펄떡펄떡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성혜인이 앞으로 지나가자 또 황급히 손을 내밀어 성혜인을 잡았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 손을 뿌리치고 더 빨리 걸어갔다.

“혜인아!”

반승제는 뒤따라 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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