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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그래 앞으로 서로 방해하지 않기로 해

이건 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어록이다.

반승제는 한순간 눈앞의 이 여자가 자신이 아는 그녀가 맞는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녀 눈빛 속의 작은 흔들림마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이 말을 뱉을 때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평온했다. 마치 그녀의 모든 말이 전부 사실인 것처럼. 그가 무작정 여기에 찾아온 모양새가 우스워지도록 말이다.

그는 계속하여 그렇게 성혜인을 쳐다보는데, 두 눈동자는 오래된 우물처럼 깊고 캄캄하고 요동 없이 잠잠하였지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은 사람을 등뼈가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런 기운이 스멀스멀 다가오자, 성혜인은 더는 그를 보지 않고, 묵묵히 앞에 있는 물컵만 주시하였다.

백연서의 욕설, 반희월의 불쾌함, 반승혜의 미움까지…

반승제의 옆은 온통 가시덤불과 같아, 조금만 제정신을 가진 여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반승제는 그녀를 정말로 좋아하는 걸까?

그녀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반승제와 함께 생사를 드나들 때는 그의 강렬한 심장 박동을 느꼈지만, 그것이 구름다리 효과일 수도 있지 않는가.

온시환은 반승제가 매우 화낼 줄 알고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수시로 그를 말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반승제는 그저 깊은 눈동자로 성혜인을 바라보더니 한마디 남기고 바로 돌아섰다.

“그래, 앞으로 서로 방해하지 않기로 해.”

온시환과 서주혁은 그가 자신들의 옆을 지날 때 풍기는 차가운 기운에 몸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

온시환은 얼른 반승제를 따라갔고, 서주혁은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팔짱을 끼고 성혜인을 흘겨봤다.

‘이로써 둘은 끝내 헤어진 건가? 그렇다면 이 여자를 수연이한테 넘겨도 되지 않을까?’

서수연은 성혜인한테서 협박받은 후로, 겁이 유난히 많아졌다.

반승제가 이후부터 이 여자를 감싸지 않는다면, 서씨 집안에서 맘대로 처리해도 되지 않을까?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내 반승제를 따라갔다.

반승제는 온시환의 별실에 와 앉으며, 온시환이 건네주는 술을 들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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