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30화 기억 상실

반태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는 반승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승혜야, 넌 먼저 돌아가거라. 그리고 승제는 휴식이 필요하니 아무도 병문안을 오지 말도록 일러두거라.”

반승혜는 머리를 끄덕였다. 단순했던 그녀는 자신이 쫓겨났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백연서는 진작 경호원에게 끌려갔기에 병원에는 반태승, 반기훈, 그리고 성혜인만 남게 되었다.

반태승은 이제야 미간을 꾹꾹 누르면서 진세운에게 물었다.

“승제한테 어떤 후유증이 남을 것 같나?”

진세운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대답했다.

“아직은 모릅니다. 그것도 승제가 깨어나야 알 수 있습니다.”

반승제는 병실로 올라갔다. 과다 출혈로 인해 안색은 송장처럼 창백했다.

반승제의 침대 곁으로 가서 멈춰 선 성혜인은 어쩔 줄을 몰랐다.

“혜인아...”

반태승은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병실 안에 들어섰다. 입을 열어 성혜인을 부르기는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 사람은 오후가 될 때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반승제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반태승은 따듯한 수건으로 반승제의 이마에 맺힌 땀을 정성껏 닦아주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아내를 못 알아본 그도 참 복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오후 네 시, 반승제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의사는 반승제를 검사하다 말고 반태승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무엇이든 먹지 않는다면 반승제가 깨어나기 전에 그가 먼저 쓰러질 것이라면서 말이다.

반태승은 의사의 말을 듣기나 했는지 동상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기만 했다. 다행히 반승제는 늦지 않게 깨어났다. 머리에 하얀 붕대를 칭칭 감은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예리한 눈빛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고는 극심한 두통 때문에 인상을 쓰며 이마를 짚었다.

반태승은 빠르게 다가가 반승제에게 물었다.

“승제야, 괜찮니?”

두통이 심했던 반승제는 인상을 쓴 채로 반태승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목소리를 겨우 짜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반태승은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급기야 눈물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