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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반승제는 거칠고 무지막지했다

그는 그저 담담하게 밥을 먹을 뿐이었다. 화장실에 갈 때, 반승제는 성혜인이 내민 손을 망설임 없이 뿌리치기도 했다.

성혜인은 그의 앞에서 일부러 윤단미를 언급해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보름이 지난 후 오늘, 반승제는 드디어 퇴원할 수 있게 되었고 성혜인은 그를 도와 퇴원 절차를 밟았다. 그러고 나서 그녀가 병실에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정갈하게 옷을 차려입은 뒤였다.

보름 사이, 반승제의 안색은 매우 좋아졌다.

옷 소매를 정리하고 있던 반승제는 자신의 손목에 있는 침향 묵주 팔찌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누가 선물한 것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성혜인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이윽고 반승제는 그 팔찌를 빼며 물었다.

“나 이거 언제부터 끼고 있던 거예요?”

“보름 전부터요. 대표님께서 받은 생일선물입니다.”

그러자 반승제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손끝으로 침향 묵주를 어루만졌다.

곁에 서 있던 성혜인은 갑자기 처음 반승제와 마주쳤을 때도 그가 이렇게 차가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다만 나중이 되어서 그는 그녀의 몸매에 반했는지, 그녀와의 키스에 빠져들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었다.

좋아하는 몸 앞에서 반승제는 거칠고 무지막지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더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전 기억도 잃어버려,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세우고 다시 냉정한 사람으로 돌아갔다.

짧았던 그 시간은, 반승제의 단순한 일탈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성혜인은 반승제가 살펴본 자료들을 정리해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렇게 병원 아래 큰 쓰레기통을 지나갈 때,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침향 묵주 팔찌를 망설임 없이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앞으로 묵묵히 걸어갔다.

침향 묵주 팔찌가 그의 손을 떠나 쓰레기통에 떨어질 때, 성혜인의 심장도 팔찌와 함께 그 속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반승제는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다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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