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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페니의 정체

“닥쳐!”

반기훈이 뿜어낸 위압감에 백연서는 어깨를 움츠리더니 눈물만 줄줄 흘렸다.

병원 복도의 분위기는 아주 무거웠다. 반기훈이 백연서에 대한 증오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이르렀고 그녀가 얼마나 서럽게 울든 악어의 눈물로 느껴졌다. 지금도 그는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여보, 미안해요. 근데 난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백연서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번만큼은 진짜 잘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녀는 반기훈을 사랑했다. 한평생 사랑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반기훈은 백연서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꼴도 보기 싫은 듯 눈을 감으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울 거면 다른 곳에 가서 울어. 시끄러워 죽겠으니까.”

백연서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렸다. 수술실의 전등은 여전히 밝혀져 있었고 정적이 휩싸인 복도에는 부지런히 오가는 간호사의 발걸음 소리만 들려왔다.

얼마 후 반태승이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지팡이를 탁 내리치면서 말했다.

“아주 황당하기 짝이 없군! 짝이 없어!”

반씨 가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반태승은 너무나도 황당했다. 웃어른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벌였으니, 내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랫사람을 엄히 다루던 그만 우스워진 셈이다.

...

같은 시각, 성혜인은 도라희와의 약속 장소에 거의 도착했다. 하지만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성혜인은 핸드폰을 힐끗 봤다. 반승제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반승제는 오늘 백연서와 식사하기 위해 반씨 저택으로 돌아간 모양이었기에 그녀는 애써 신경을 거두며 약속 장소인 카페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이때 심인우가 전화를 걸어온 것을 보고 그녀는 우뚝 멈춰 섰다.

“페니 씨, 대표님께서 지금 응급 수술을 받고 있다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대표님 가족들과 식사하러 가신거 아니였나요?”

성혜인은 자기 귀를 의심할지언정 심인우의 말을 단번에 믿지 못했다. 그러자 심인우는 잠깐 침묵하다가 자초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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