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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믿었기 때문에

반승제는 바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가 핑 돌아서 금세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먹었던 음식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김경자와 백연서가 태어나서 처음 차린 지각한 생일상에 약을 탔을 줄은 물론 전혀 예상치 못했다.

심장이 찔린 듯이 아팠던 반승제는 옷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겨우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윤단미를 좋아하지 않아요. 결혼도 절대 안 할 거예요. 그리고 형이 살아 있을지도 모르니...”

반승제가 말을 끝까지 하기도 전에 김경자가 말머리를 잘랐다.

“거짓말하지 말거라. 내가 아직도 모를 것 같더냐? 승우는 절대 살아있을 리가 없어. 이 세상에서 가장 승우가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인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그러니 이만 포기하고 단미한테 도움받아.”

반승제는 눈앞이 빙빙 돌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윤단미와 함께하는 미래가 마치 환각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그는 있는 힘껏 가까이 다가온 윤단미를 쳐내면서 외쳤다.

“꺼져!”

윤단미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김경자는 눈을 부릅뜨면서 반승제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이게 무슨 뜻이니? 내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거니? 네 놈 자식은 나를 할머니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모양이구나!”

반승제는 김경자도 쳐내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았다. 그녀의 몸이 충격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는 할머니를 할머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저를 단 한 번도 손자라고 생각한 적 없죠? 그러니까 승우 형의 그림자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겠죠. 저도 살아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저한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반승제는 김경자와 더 이상 얘기를 나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표정도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단호하게 몸을 돌리며 이만 떠나려고 했다.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반승제의 말에 흥분한 김경자는 조용히 의자를 쳐들고 그의 뒤통수를 향해 내리쳤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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