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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혼전임신을 장려하다

이 말을 듣자마자 성혜인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뭐라고요?”

도라희는 피식 웃는 한편 성혜인의 반응에 시름을 놓은 듯 한숨을 쉬었다.

“난 충분히 참아줬어요. 당신이 이렇게까지 내 시간을 낭비할 줄은 몰랐죠. 당신만 아니었어도 당신 아버지가 이 개고생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성혜인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빛에 서린 악의는 더욱 선명해졌다. 성휘의 장례식 날 그녀가 조심스럽게 들고 있던 유골함이 떠올라서 말이다.

“아무튼 당신 아버지의 유골은 나한테 있어요. 장례식 직원이 빼돌려 줬거든요. 당신이 가져간 유골은 들개 몇 마리의 유골일 거예요. 다행히 때려잡은 만큼 무게가 딱 나왔죠. 누가 알았겠어요? 당신이 이렇게까지 고집스러울 줄은요. 이제는 나랑 얘기해 볼 마음이 좀 생겼나요?”

도라희는 아주 가벼운 말투로 물었다. 그래도 성혜인은 빠르게 진정했다. 그녀의 함정에 빠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얘기할까요?”

도라희는 문자로 성혜인에게 주소를 보내줬다.

“여기서 만나요. 유하는 식물인간이 돼서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요. 그러니 이쯤하고 넘어가 주죠. 당신은 성휘 씨의 친딸도 아니라면서요? 100억 원이나 받고 나면 돈도 벌고 좋죠, 뭐. 너무 답답하게 굴지 말자고요.”

성혜인은 말없이 핸드폰을 꺼버렸다.

도라희는 콧방귀를 뀌더니 자리로 돌아가 일을 계속했다. 마치 조금 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성혜인은 가만히 앉아서 숨을 돌렸다. 도라희가 돌아이일 줄은 알았지만 유골을 바꿀 생각을 할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반승제는 드디어 저택에 도착했다. 저택 안에서는 식사 시간대 특유의 향긋한 밤 냄새가 났다. 문을 열고 거실을 통해 들어가자, 식탁 한가득 차려진 저녁 식사가 보였다.

김경자와 백연서는 이미 자리에 앉아 반승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제야, 아직 밥 안 먹었지? 얼른 와서 앉으렴.”

반승제는 외투를 벗어 도우미에게 건네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 백연서는 그가 끼고 있는 침향 팔찌를 보고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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