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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반씨 가문에서 배운 것

반승제는 아직도 성혜인이 먼저 떠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가슴이 터질 듯한 불만이었다. 하지만 감정 숨기기에 능했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에 집중했다. 복수는 일단 저녁으로 미뤄두고 말이다.

그렇게 고대하던 퇴근 시간이 된 다음 반승제는 성혜인에게 복수할 새도 없이 반씨 저택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김경자는 잔뜩 힘 빠진 걸걸한 목소리로 전화 건너편에서 말했다.

“승제야, 지난번에는 내가 잘못했다. 내가 이렇게 사과하마.”

반승제는 당연히 김경자의 사과를 믿지 않았다. 그녀는 반승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반승우가 사고를 당한 다음에는 단호하게 집을 나가 6년이나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그런 사람이 잘못한 줄을 알 턱이 있나.’

“나한테 네 형이 남긴 물건이 있다. 물건도 볼 겸 오늘 식사를 함께하자꾸나.”

김경자의 말에 반승제는 약간 솔깃했다. 그래도 감정 하나 없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었기에 직접 만나러 가는 것이 찝찝했다. 이때 전화 건너편에서 백연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승제야, 어머님이 너한테 사과하고 싶으시대.”

이 말을 들은 반승제의 머릿속에는 오래전의 한 사건이 떠올랐다. 반승우가 납치당하고 반씨 가문이 난리가 났을 적 김경자와 백연서는 울부짖으면서 이런 말을 한 적 있었다.

“왜 둘째 놈이 아닌 승우를 데려간 거야! 승우 없이 난 어떻게 살라고...!”

특히 김경자가 목 놓아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납치범한테 얘기해서 승제랑 승우를 바꾸자고 해봐! 어차피 둘 다 우리 집안사람이니 값은 같을 거 아니야!”

어린 나이의 반승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한쪽에 있었다. 그를 발견한 김경자는 귀가 찢어질 정도의 울음소리를 냈다.

“아이고, 승우야! 우리 승우를 어떡하니!”

이후 반씨 가문에서는 진짜 납치범과 거래해서 반승제와 반승우를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납치범이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허락할 리가 난무했다.

반씨 가문은 난리가 났지만 상황을 파악하기에 반승제는 너무 어렸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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