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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곁에서 함께 있어 줄 사람

반승제는 묵묵히 맞고 있다가 반태승이 기침을 그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의 등을 토닥였다.

“일단 건강부터 신경 쓰세요.”

반태승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지팡이를 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오늘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을 겪은 반태승은 지금까지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반승제가 정말 떠나려는 것을 보고 반태승은 지팡이로 그의 등을 툭툭 찌르면서 말했다.

“승우 일은 조사할 만하면 하고, 아니다 싶으면 하지 말거라. 나한테는 살아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니까. 네 어머니랑 할머니는 태초부터 마음가짐이 바르지 못한 사람들이니 신경 쓸 것 없다.”

반승제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할아버지는 건강만 신경 쓰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내가 너와 혜인이를 맺어준 이유는 혜인이가 단순한 아이이기 때문이야. 이것저것 욕심내지 않고 네 곁에 함께 있어 줄 만한 아이란 말이지. 너도 언제까지 혼자 살 수는 없지 않겠냐.”

반태승은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다. 반대로 그의 말이 유언처럼 느껴진 반승제를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이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그 아이도 네가 좋다 하던?”

사실 반태승은 무심하게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반승제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 지난 후에야 겨우 대답했다.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좋아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잖아요.”

백연서에게서는 미치광이의 성질을, 반기훈에게서는 집착스러운 성질을, 부대에서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성질을 배웠다. 하지만 유독 사랑에 관해서는 가르쳐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말문이 막혔던 반태승은 손을 흔들며 반승제를 보냈다. 그가 차에 올라탄 다음 성혜인은 말없이 페달을 밟았다.

차 안의 분위기는 약간 기묘했다. 반승제는 평소대로 담배를 꺼냈다가 성혜인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넣었다.

“페니야.”

마침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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