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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개자식

성혜인은 몸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밖으로 나가 다른 잠옷을 꺼냈다. 이번에 반승제는 장난치지 않고 얌전히 잠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축축하게 젖어 있는 그녀를 향해 머리를 까딱하며 말했다.

“들어가서 씻어.”

에어컨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성혜인은 춥지 않았다. 그래도 반승제가 건네는 셔츠를 받아서 들며 욕실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반승제가 갑자기 쳐들어오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던 성혜인은 꼼꼼하게 문까지 잠그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가 자신의 욕실을 남에게 내어준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반승제의 결벽은 병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성혜인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지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성혜인은 반 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욕실을 나섰다. 거실에서는 반승제가 회의하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갈아입을 옷이 없었던 성혜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반승제의 셔츠를 걸쳤다. 그녀의 옷은 속옷을 포함해 샤워하면서 씻은 탓에 셔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성혜인이 나온 것을 발견한 반승제는 그녀에게 가까이 오라는 눈치를 줬다. 노트북 곁에는 반승제가 직접 정리한 회의 내용이 있었다. 이는 원래 비서의 업무였지만 그녀는 샤워하느라 놓쳐버리고 말았다.

약간 미안한 감이 들었던 성혜인은 빠르게 자리를 잡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의 회의가 끝난 다음에는 따로 정리해 심인우에게 메일로 보내주고 나서 반승제에게 말했다.

“네이처 빌리지의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서요. 저는 내일 오전에 BK사의 대표님과 만나야 해요. 그리고 공사가 끝나는 날짜도 확인해야 해요.”

성혜인은 손으로 한쪽 팔을 잡은 채로 말했다. 속옷을 입지 않은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말이다. 반승제는 물론 그녀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대표님은 같이 가실 필요는 없어요. 공사가 끝나는 날짜는 제가 따로 전달해 드릴게요. 그리고 결과물도 제가 먼저 확인한 다음에 보여드릴게요.”

“아니, 나도 같이 갈래.”

반승제는 덤덤하게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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