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온몸이 굳어버렸다.‘선물?’“페니야, 오늘은 내 생일이야. 설마 선물도 준비 안 하고 나한테 부탁하러 온 건 아니지?”성혜인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며 말했다.“죄송해요, 대표님. 지금 가서 바로 준비해올게요.”반승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안색은 어둡게 변했다.성혜인은 그가 화를 낼까 두려워 서둘러 그의 입술에 뽀뽀했다.끓어오르던 괴로운 기운이 조금 가라앉자,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가서 준비해올게요. 반드시 대표님이 만족할 수 있는 거로요.”반승제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성혜인이 말을 덧붙였다.“몇 시간이면 돼요. 다들 저녁쯤에 식사하실 거잖아요?”화가 눈 녹듯이 사라진 반승제는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네가 뭘 선물하는지 내가 똑똑히 볼 거야.”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올 때, 온시환은 반승제의 얼굴이 이렇게 빨리 바뀔 줄 생각지 못했다.‘방금 그렇게 포악한 상태로 올라가 놓고는,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이리도 평화롭게 내려온다고?’그는 자기도 모르게 반승제의 사타구니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이렇게 빨리?’반승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설명하기가 귀찮았다.성혜인은 서둘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반승제에게 말했다.“대표님, 빨리 돌아올게요.”그녀가 자리를 뜨자, 온시환이 손에 들고 있던 풍선을 내려놓았다.“무슨 일야, 페니 씨가 너를 이렇게 빨리 달랜 거야?”‘너무 쉽게 해결한 거 아니야?’반승제는 무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아까 나 화나지 않았어.”앉아있던 사람들은 전부 말없이 쓰레기통을 쳐다보았다. 조금 전 깨진 술잔들이 그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온시환은 어이가 없었다.‘그렇게 화나는 상황에서도 어쨌든 페니 씨를 도와준 거잖아. 승제가 여자 달래는 데는 재주가 없긴 하지만, 중요한 타이밍에는 그래도 믿음직스럽네.’테이블에는 다시 새로운 술들이 올려졌다. 반승제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그는 심지어 서주혁
그러나 성혜인은 한 발 더 빨리 윤단미를 밀어내며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가방으로 그녀의 머리를 내리쳤다.가방에 맞은 윤단미는 한동안 얼떨떨해 있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어 성혜인의 목을 졸랐다.성혜인은 도대체 그녀가 무슨 자극을 받고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다행히도 그때 백화점 경호원들이 달려왔다.성혜인은 그런대로 체면을 차렸으나, 윤단미는 산발이 된 머리를 하고 독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한편, 백화점 2층에서는 한 남자가 커다란 발코니에 서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팔을 난간에 걸치고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제원 여자들은 모두 이렇게 사나운가?”이 말을 내뱉는 그의 눈빛은 아주 매혹적인 게, 눈빛에 밤하늘을 담은 듯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가 느끼는 일말의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옆에 있던 차갑고도 차분한 다른 한 남자가 그를 훈계하며 말했다.“난 이따가 비행기 타고 떠날 거야. 그러니까 넌 여기서 문제 일으키지 마.”“형님, 제가 언제 집안에 문제 일으킨 적 있습니까?”“그건 네가 잘 알겠지. 그 엉망진창인 여자들하고 일찍 관계 좀 끊어. 다시는 뉴스에서 네 이상한 소식 전해 듣고 싶지 않으니까.”설우현은 한숨을 내뱉으며 계속해서 아래의 소동을 지켜보았다.“알겠습니다, 형님.”차분한 남성은 더 그를 상관하지 않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러고 나서 설우현이 눈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데 마침 아래에 있는 윤단미와 시선이 마주쳤다.그러자 윤단미는 손을 멈칫했다.‘저거 설우현 아니야? 왜 갑자기 제원에 온 거지?’성혜인에게 화풀이를 하던 윤단미는 설우현과 마주친 순간, 마치 정지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그녀는 다시 부드럽고 대범한 이미지로 변해 시큰둥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았다.‘이 천한 여자는 설우현이 누군지도 모르겠지!’윤단미는 냉소하며 대범하게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겼다.“성혜인 씨, 오늘은 당신과 더
현재 오직 설우현 한사람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그가 제원에 온 것을 분명 자신의 여동생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임무는 이미 진세운에게 맡겼으니 말이다.온시환은 최고 극작가의 신분으로 설우현과도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기도 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두 사람 모두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설우현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 같이 술을 마시지 않겠냐고 물었다.온시환은 반승제를 힐끗 보더니 설우현을 이쪽 별장으로 초대했다.그 시각, 성혜인은 그곳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그러나 코너를 돌다 한 차량이 그녀의 차를 받고 말았다. 그 차량은 매우 예쁜 스포츠카였는데 한눈에 봐도 개인 맞춤 제작한 색깔을 하고 있었다.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 문을 열었다.설우현도 이때 같이 차 문을 열었고, 그녀가 방금 백화점에서 싸운 여자라는 것을 발견했다.성혜인이 차 뒷부분으로 가 보니, 부딪힌 곳은 이미 찌그러져 있었다.그녀는 늦게 도착해 또 반승제를 화나게 할까 무서워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그래서 성혜인은 설우현을 보며 물었다.“얼마 배상하실 거예요?”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그녀는 설우현이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외모의 소유자라는 걸 알아차렸다.반승제의 외모와는 또 다른 유형이었는데, 반승제는 독하고 매서웠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는 마치 꽃 나비 같았다.그는 매우 화려하게 차려입었을 뿐만 아니라 생김새와 눈빛도 너무나 멋이 있었다.설우현은 자신의 자동차 문에 기대어 성혜인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일 분 후, 그는 곧바로 한 장의 수표를 꺼내어 6억 원을 써주었다.6억 원은 성혜인의 차를 사고도 남을 충분한 돈이었기에 그녀는 다소 놀란 듯 보였다.설우현은 그녀에게 손 키스를 날리며 말했다.“남은 돈은 당신의 미모를 위한 겁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분을 보니 오늘 하루의 나쁜 감정들이 싹 치유되는 것 같네요.”그렇게 그는 자신의 차로 돌아가더니 성혜인에게 손을 흔들며 바로
설우현은 여동생 이야기만 꺼내면 머리가 아파졌다.“저희 부모님도 오냐오냐하시지, 큰 형도 말을 들어주지. 정말 걔가 하늘의 달을 원한다고 하면, 설씨 가문에서는 방법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달을 따다 줄 거예요. 예전에는 주얼리 디자인에 관심을 두더니 최근에는 갑자기 한국화에 빠져들어서 저더러 무조건 한국화의 대가를 데려와 달라는 거 있죠?”“한국화의 대가라면, 주영훈 선생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분은 한국화로 이름난 분이시잖아요.”설우현은 피식 가볍게 웃었다.“맞아요, 주영훈 선생님이요. 하지만 그분 성격이 괴상하셔서 누구든 체면 안 봐주시잖아요.”그러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성혜인을 쳐다보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다 성혜인이 주영훈의 제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성혜인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테이블 위의 술병들을 바라볼 뿐이었다.“페니 씨가 바로 주영훈 선생님의 제자예요. 혹시 주영훈 선생님 만나고 싶으시거든, 페니 씨한테 물어보세요.”그러나 누구도 알지 못했다. 주영훈은 돈을 구렁텅이로 빠지게 하는 물건으로 여겨, 아무리 제자라 해도 그런 일에 관련된 것이면 체면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윤단미는 일부러 이런 난제를 성혜인에게 던지며 냉소했다.설우현은 성혜인을 바라보자 그녀도 설우현을 향해 미소 지었다.“일단 스승님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하지만 스승님이 원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그분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아요.”그러나 이어진 설우현의 한마디는 바로 분위기를 미묘하게 바꾸어놓았다.“페니 씨가 주영훈 선생님의 제자라니, 그럼 페니 씨가 제 동생을 가르쳐주면 되겠네요. 언제 시간 있으세요? 저랑 언제 한번 같이 해외로 가요. 안 그러면 그 녀석 머리 아프게 난리 칠 거거든요.”현재 성혜인은 매우 바삐 보내고 있었다. S.M에는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었고 그녀는 아직도 온수빈을 위한 어떤 기회도 쟁취하지 못했다. S.M은 소규모 웹드라마에 투자해 돈을 벌고 있었지만 오래가면 그들은 여전히 이 무리
성혜인은 조금 의아해하며 어리둥절해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설마 진담이에요?” “페니, 나는 너랑 키스할 때, 네가 그 자식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성혜인이 말을 하지 않자 반승제는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손끝까지 키스했다.그러자 그녀는 손끝을 말았다. 어쩐지 차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희박해지는 것만 같았다.“알겠어요.”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반승제는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허리에 걸터앉혔습니다.그는 침향 묵주 팔찌를 끼고 그녀를 누르며 끊임없이 키스했다.성혜인은 깜짝 놀라 하며 다른 사람이 볼까 봐 한 손을 유리에 대고 반승제를 밀어냈다.“이혼하겠다고만 했지, 대표님과 하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반승제는 멈칫하더니 그녀의 옷을 내려놓았다.침향의 냄새가 두 사람 사이에 퍼지자 그는 가볍게 웃었다. “세한그룹에 6000억을 투자하지 않으면, 무리 내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사람들은 첫사랑 그녀의 생사를 돌보지 않는다고 할 뿐만 아니라 반승제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이라 얘기할 것이다. 성혜인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그가 다시 그녀의 옷을 걷어 올렸을 때, 성혜인은 거절하지 않고 머리만 홱 돌렸다.반승제는 그녀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키스를 한 후, 그녀를 도와 옷을 정리해준 후에야 차에서 내렸다.성혜인은 얼굴 전체가 빨개져 버렸다. 그때 반승제가 밖에서 차 창문을 두드렸다.창문이 열리자 그의 손목을 창틀에 걸치고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그러자 성혜인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반승제는 제자리에 서서 가볍게 웃으며 별장으로 돌아갔다.별장에 들어섰을 때 그의 기분이 매우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윤단미는 그의 표정을 보고, 화가 나서 손톱까지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성혜인을 단칼에 해치우고 싶었다.다시 소파에 앉은 반승제는 현장 사람들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심지어
시간은 어느새 세한그룹과 계약을 맺는 날이 되었다.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반승제의 응답을 손꼽아 기다렸다.윤단미는 더욱 마음이 급했다. 왜냐하면 반승제에게 준 생일 선물이 다시 그녀에게로 되돌아 왔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 반승제의 태도는 비교적 단호한 것 같았다. 정말로 그녀와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말이다.이 생각만 하면 윤단미는 목구멍이 불타는 것 같았다.하지만 상관없었다. BH그룹이 세한에 투자만 해준다면 세한그룹은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테니까.한편, 반승제도 성혜인의 문자를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한 시간 뒤, 성혜인은 두 장의 이혼합의서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이혼합의서라는 다섯 글자를 본 반승제의 얼굴에는 순간 웃음기가 피어났다.아주 옅게 말이다.그는 곧바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짜 이혼했어?”그 시각 성혜인은 로즈가든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전에 그녀는 이 집에 남자 주인이 있는 거처럼 위장하기 위해 약간의 남성용품들을 놓아뒀었다. 하지만 이제 쓸 일이 없으니 그 물건들을 치우는 것이었다.“네, 대표님은 아직 세한그룹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셨겠죠?”반승제는 핸드폰 너머로 조용히 웃었고, 성혜인은 몇 벌의 남성 셔츠와 슬리퍼를 쓰레기통에 넣었다.그리고 어젯밤 그녀는 서민규에게 두 사람은 더이상 고용 관계가 아니라고 통보했다.서민규는 최근 서천에 있으며 성혜인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했음에도 몇 번이나 600만 원을 받았었다. 원래도 이 사실이 마음에 쓰였던지라 그도 흔쾌히 승낙했다.반승제가 그녀에게 물었다.“어디야?”“로즈가든이요.”성혜인은 전화를 끊고 그 물건들은 1층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집 입구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밖에 놓인 상자에 웬 값비싼 신발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누가 산 거지? 민지?’이런 섹시한 스타일은 확실히 강민지의 취향이기는 했다. 전에 비슷한 디자인을 신은 걸 본 적 있는 것도 같고 말이다.그녀가 집안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반승제가 왔다.성혜인은 조금도
집안에는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한참 후, 반승제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아름답고 희미한 눈매와 눈처럼 차가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이번에 그는 성혜인을 강압적으로 끌어당기지 않고 좋은 태도로 이야기를 나눴다.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앞에 물잔을 밀어 넘기며 말했다.“대표님께서 다른 조건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내 비서가 되어줘. BH그룹이 최근 영화 사업을 하고 있거든, 시환이한테서 들었는데 너도 이쪽 업계에 관심이 있다며?”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온시환의 영화에 투자한 일은 비밀도 아니었다.반승제는 그녀가 준 물잔을 들더니 손끝으로 빙빙 돌렸다. 손목에 있는 첨향 묵주 팔찌는 유난히 보기 좋았다.“입사 서류는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돼. 그냥 나를 따라 BH그룹으로 가면 되니까. 월급은 내가 따로 줄 거야. BH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계에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너한테도 득이 될 거야.”그는 담담하게 말하더니 갑자기 물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귓가에 가까이 대며 말했다.“물론 안 한다고 해도 나한테 키스는 해줘야 할 거야.”성혜인의 머릿속은 순간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반승제의 입술은 어느새 그녀의 귓불에 닿아있었다.“싫어?”말투가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성혜인은 지금 반승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가장 훌륭한 비서 심인우가 있으므로 그녀가 들어간다 해도 반승제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그저 사소한 것밖에는 없었다.그리고 그가 말했듯이, 그녀가 설우현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던 건 영화계의 자원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BH그룹의 신분을 이용한다면 확실히 성혜인에게도 이득이기는 했다.‘키스만 하면 된다고?’반승제는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는 수표 한 장을 꺼내 20억을 써주었다.“이건 두 달 치 비서 월급이야. BH그룹에서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가져갈 것인지 그건 네 일이고,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내가 부르면
반승제는 잘 알고 있었다. 성혜인과 같은 여자에게는 부드러운 타이름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다른 것 말고 키스만 하겠다고 한 발짝 물러나자 그녀는 바로 허락해 줬다.‘결혼한 지 삼 년이나 됐다는 여자가 어떨 땐 키스가 더욱 가슴 떨리게 한다는 것도 모르나?’반승제가 떠나려는 것을 보고 성혜인은 따라 나가며 배웅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려다 말고 머리를 돌리면서 말했다.“오후에 내 사무실로 와.”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였다.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 반승제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문을 다시 열면서 물었다.“결혼반지는 버렸어?”반승제는 성혜인이 결혼반지 때문에 자신에게 화냈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버렸겠거니 하면서 가볍게 입을 뗐다.애초에 결혼반지라는 것이 없었던 성혜인은 주저 없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네.”“오후에 보자.”반승제는 미소를 머금고 엘리베이터를 닫았다. 그리고 성혜인은 그제야 집으로 돌아갔다.반승제는 바로 세한그룹에 연락해 더 좋은 파트너를 찾았다고 알렸다. 세한그룹은 그 즉시 난리가 났고 윤단미는 그에게 전화를 몇 통이나 걸었는지 모른다.그는 한참 후에야 수락 버튼을 눌렀고 전화 건너편에서는 윤단미의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승제야,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번 투자가 세한그룹에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정말 왜 이러는 건데, 너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핸들을 잡고 있는 반승제의 눈빛은 아주 차가웠다. 그리고 더욱 차가운 말투로 윤단미에게 말했다.“네가 형 일로 거짓말한 순간부터 우리는 끝이었어.”윤단미는 몸을 흠칫 떨었고 안색은 삽시에 창백해졌다. 반승제가 다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반승제도 노트가 불에 탔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가 반승우의 일로 거짓말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윤단미는 한참 울다가 끝내 성혜인까지 언급하고 말았다.“예전에는 내가 무슨 실수를 하든 용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