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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안 할 거면 나한테 키스해줘야 할 거야

집안에는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한참 후, 반승제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아름답고 희미한 눈매와 눈처럼 차가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이번에 그는 성혜인을 강압적으로 끌어당기지 않고 좋은 태도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앞에 물잔을 밀어 넘기며 말했다.

“대표님께서 다른 조건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비서가 되어줘. BH그룹이 최근 영화 사업을 하고 있거든, 시환이한테서 들었는데 너도 이쪽 업계에 관심이 있다며?”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온시환의 영화에 투자한 일은 비밀도 아니었다.

반승제는 그녀가 준 물잔을 들더니 손끝으로 빙빙 돌렸다. 손목에 있는 첨향 묵주 팔찌는 유난히 보기 좋았다.

“입사 서류는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돼. 그냥 나를 따라 BH그룹으로 가면 되니까. 월급은 내가 따로 줄 거야. BH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계에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너한테도 득이 될 거야.”

그는 담담하게 말하더니 갑자기 물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귓가에 가까이 대며 말했다.

“물론 안 한다고 해도 나한테 키스는 해줘야 할 거야.”

성혜인의 머릿속은 순간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반승제의 입술은 어느새 그녀의 귓불에 닿아있었다.

“싫어?”

말투가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성혜인은 지금 반승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가장 훌륭한 비서 심인우가 있으므로 그녀가 들어간다 해도 반승제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그저 사소한 것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가 말했듯이, 그녀가 설우현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던 건 영화계의 자원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BH그룹의 신분을 이용한다면 확실히 성혜인에게도 이득이기는 했다.

‘키스만 하면 된다고?’

반승제는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는 수표 한 장을 꺼내 20억을 써주었다.

“이건 두 달 치 비서 월급이야. BH그룹에서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가져갈 것인지 그건 네 일이고,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내가 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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