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성혜인은 인상을 쓰면서 기침했다. 얼굴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제가 생각하기에는 윤단미 씨 혹은 차유하 씨일 거예요. 크루즈에서 제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이 둘 뿐이니까요.”신이한은 성혜인에게 마실 물도 주지 않았다. 괜히 그녀의 트라우마를 건드릴까 봐서 말이다.말을 마친 성혜인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윤단미가 보낸 짧은 녹음을 발견하고 클릭했다. 소리를 낮추지 않은 탓에 곁에 앉아 있던 신이한도 반승제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는 성혜인보다 더 흥분하면서 노발대발 화를 냈다.“제기랄! 반승제 그 자식은 인간도 아니에요! 페니 씨, 제발 빨리 이혼하고 이 상황을 끝내요! 페니 씨는 사랑을 받아야 마땅한 좋은 사람이라고요!”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이 꽉 메는 것 같아서 애초에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신이한은 성혜인의 핸드폰을 빼앗아 들더니 음성을 꺼버렸다.“이것도 그만 들어요. 인간성을 상실한 이 둘은 나란히 지옥이나 가라고 해요.”선혜인은 머리를 숙여 주삿바늘을 꽂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오랫동안 궁금했던 문제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꺼냈다.“반 대표님은 도대체 왜 저를 싫어하는 걸까요?”성혜인은 반승제가 원하지 않는 아내였다. 하지만 그녀는 줄곧 눈치껏 반승제를 피해 다녔고 3개월 뒤에 이혼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시간이 두 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반승제가 대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내가 만약 어젯밤 그대로 죽어버렸다면 대표님은 오히려 좋아했겠지? 이참에 이혼 절차도 빠르게 끝내고?’“페니 씨, 남자는 원래 그래요. 잃기 전에는 죽어도 소중한 줄을 모르죠. 잘난 척 짓밟다가 지나간 다음에야 예전이 좋았다고 감탄해요. 반승제 대표도 그런 모자란 사람인가 보죠.”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이한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한참 더 투덜거렸다. 그리고 성혜인의 실망한 표정을 본 다음에야 만족스러운 듯 밖으로 나갔다.성혜인은
BH그룹.반승제는 아직 성혜인이 자신과의 문자기록을 캡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는 최근 그녀가 답장하지 않는 것이 단지 늦게나마 화풀이를 하는 거라 여겼다.반 시간 후, 서류를 들고 들어오던 심인우는 우물쭈물하며 말하려던 것을 멈췄다.그러자 반승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조금 이따 할 회의에 문제라도 생겼어요?”“아닙니다.”“프로젝트에 변동이라도 생겼어요?”심인우는 또 고개를 저었고, 반승제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지고 말았다.“그럼 무슨 일인데요?”심인우는 입술을 벌벌 떨더니 끝끝내 말을 꺼냈다.“대표님, 평소에 SNS 안 보세요?”반승제는 종래로 이런 것을 보지 않았다.“페니 씨가 대표님더러 앞으로 자기를 괴롭히지 말랍니다. 자기는 이미 결혼했다면서요.”만년필을 들고 있던 반승제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심인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아마 페니 씨는 이혼할 생각이 없는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보낸 십몇 통의 문자기록도 전부 캡처해서 올리는 바람에 지금 사람들이 다 알게 됐어요.”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꺼냈다.하필이면 그때, 임경헌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형,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예요?”사실 그는 반승제에게 왜 페니를 좋아하는지 무척이나 묻고 싶었다.하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저 반승제를 떠볼 수밖에 없었다.반승제는 곧바로 임경헌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또 온시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통화 수락 버튼을 누르자, 핸드폰 너머로 온시환의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내가 열 몇 통이나 문자 보낼 때는 한마디 답장도 안 하더니, 사실은 그 디자이너 쫓으러 간 거였어?”반승제는 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누가 전화를 건 것이든 상관없이 전부 받지 않았다.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있는 심인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한참 후, 반승제는 핸드폰을 꺼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성혜인은 일찍이 그를 차단해놓은 상태였다.현재
성혜인은 이곳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머물며, S.M에 오겠다는 온수빈의 부탁을 구두로 승낙했다.그녀는 계속해서 주변의 엑스트라들을 관찰했다. 그러나 아직 눈을 번쩍이게 하는 사람은 찾지 못했다. 그러던 그녀는 온시환을 발견했다.그 시각 온시환은 진지한 태도로 감독과 어떤 일을 상의하고 있었다. 그는 상의를 끝마치고, 성혜인의 곁으로 갔다.“페니 씨, 가려고요?”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함께 촬영장 밖으로 향했다. 온시환의 차 앞에 다다랐을 때 그가 물었다.“최근 승제가 페니 씨를 찾아오지 않고 있잖아요? 두 사람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 페니 씨는 정말 마음이 하나도 흔들리지 않아요?”‘마음이 흔들려?’성혜인도 애초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신을 차린 뒤였다.설령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다 해도, 그건 단지 반승제가 준 자극 때문이었을 것이다.“흔들린 적 없어요. 저는 반 대표님과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온시환은 차 안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었다.“한 번도 좋아해 본 적 없어요?”“온시환 씨, 저는 자학하는 버릇이 없어요.”그녀는 이렇게 담담하게 대답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조금 이따 일이 있어서요, 먼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온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리를 뜬 뒤, 앞에 있던 차 창문이 천천히 내려졌다. 안에는 반승제가 타고 있었다.조금 전 창문이 아주 미세하게 열려 있어, 성혜인의 말을 반승제는 한 자도 빠짐없이 전부 들었다.매 한 글자 한 글자가 마치 칼과도 같았다.그 순간만큼, 반승제는 어떤 날카로운 물건이 자신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에 찔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오만한 그의 성격 같았으면 바로 차 문을 열어 그녀에게 몇 마디 물었을 것이다.흔들린 적도 없으면서 왜 매번 자신과 할 때 그렇게 소리 지르고, 다리도 나른 해져서,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자신을 봤냐고 말이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에 관한
방을 떠나 복도에 들어섰을 때, 도우미가 그녀를 잡고 지금의 상황을 알려주었다.“어젯밤 의사가 와서 점검을 해봤어요. 가장 좋은 상황이라 쳐도 한 달 정도 버티실 것 같답니다. 아가씨, 사장님께서 최근 계속 아가씨를 불러요. 잃을만한 건 거의 다 잃고 지금 저렇게 낭패를 보고 계시니... 아마도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아가씨한테 보이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요. 그러니 다음번엔 오지 마세요.”도우미는 현재 성휘를 위해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혜인도 이해했다. 도우미는 성혜인을 문 입구까지 배웅하며 신신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저희가 원래 사장님께 묘지를 알아봐 드리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는 아가씨가 찾아주기를 원하시네요. 최근부터 사셔도 되는데, 늦을까 봐 걱정이에요.”성혜인은 입을 벌렸지만, 한 글자도 내뱉을 수 없었다.하는 수 없이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떠날 때, 그녀는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하필이면 이때 성혜인의 차 바퀴에 펑크가 났다. 올 때 못을 밟았는지, 못이 완전히 타이어에 박혀있었다.“아가씨, 이곳 성씨 저택에 있는 차를 운전하세요.”성씨 저택에 있는 차는 예전 성혜원의 소유였던 6억짜리 람보르기니였다.그러나 현재는 모두 몰수해온 상태였다.그녀는 자신의 값싼 차는 이곳에 둔 채 람보르기니를 타고 떠났다.조금 늦어서, 성혜인은 묘지 관련 쪽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은 자리를 선택했다.한편, 크루즈 파티가 끝난 후, 차유하의 사업은 거의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첫째는 이승주에게 차였고, 둘째는 계약해지를 당했다. 심지어 그녀는 더 이상 이승주의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덮어쓰고 말았다.팬도 만 명이나 떨어졌지, 그건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었다.윤단미는 그녀의 앞에 앉아 입꼬리를 씩 올렸다.“유하야, 너 그 여자 조심해야 해. 아마 앞으로도 계속 너를 괴롭힐걸?”이미 반쯤 넋이 나간 차유하는 곧바로 성혜인과 대치하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정말 그런다면! 내가 반드시 죽이고
주위의 운전자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 신호등이 또 바뀌었지만 어느 한대도 나가지 않았다.성휘의 차에서는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불길이 일었다. 한 사람이 서둘러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차유하의 눈은 빨갛게 물들었다. 부딪히는 순간 에어백이 터져 나왔고 가슴에 깨진 유리가 박혔으나 다행히 아직 죽지 않은 채 숨이 붙어있었다.저쪽 차량에서 빠르게 불길이 이는 것을 본 그녀는 “하하하하”하며 웃기 시작했다.“빌어먹을 년, 죽어!”사무실에 앉아있던 성혜인은 어쩐지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최근 서류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아니면 계속 회의에 참석해서인지 머리마저 조금 어지러워 났다.밤 9시, 그제야 그녀는 병원에서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시체를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성혜인은 상대방이 전화를 잘못 건 줄 알았다. 그러나 그쪽에서 주민등록증 번호와 이름을 읊기 시작했다.“성혜인 씨 부친은 오늘 밤 7시경에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차 안에 있던 세분 모두 안타깝게도 사망하셨어요.”‘성휘? 아빠가 차에 있을 리 없는데?’성혜인은 여전히 병원에서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성휘의 몸으로는 절대 집을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서둘러 성씨 저택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결과, 그들은 성휘가 그녀에게 밥을 주러 나갔다고 했다.성혜인의 머릿속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안에는 불에 탄 검은 시신 세 구가 있었고 의사가 곁에서 그녀에게 말을 전했다.“저희가 이미 시신을 확인해 봤습니다. 한 분은 성혜인 씨 부친 성휘 씨고요. 한 분은 운전기사, 다른 한 분은 도우미분이십니다. 이번 교통사고는 전적으로 상대방의 책임입니다. 그쪽 운전자 이름이 차유하라고 하더군요. 그분도 지금 응급치료를 받고 있어요. 연예인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성혜인은 흰 천아래 삐져나온 검게 그을린 한 손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언어능력을 빼앗긴 것 같았
그 후, 그녀는 세한 부동산이 연해 지역 일대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전에 그곳에서는 큰 품질 문제가 일어나 구조물이 다 끊어졌다고 한다. 100여 가구의 소유주들이 퇴거를 요구했지만, 당시 인터넷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아 이 소식은 많이 억눌렸고, 현재 10년이 지나도록 그 100여 가구 소유주의 현황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사람들은 감히 구조물이 끊어진 위험한 건물에 살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개발업자는 주택 대금을 돌려주려 하지 않았다. 이건 강도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성혜인은 급히 비행기를 타고 연해 지역으로 가 그 동네를 찾았고, 동네에 있는 다른 건물주로부터 100여 가구 소유주들의 연락처를 알아냈다.10년 동안, 그들은 권익을 보호할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당시 한 소유주는 그 집을 신혼집으로, 남자와 여자 측에서 같이 돈을 내서 샀는데, 결국 그 집에서는 살지도 못하고 돈도 없어지자, 남자가 참지 못하고 아내를 탓했다고 한다. 나중에 아내는 그 위태로운 건물 꼭대기에서 바로 남자의 눈앞에 떨어져 즉사했다고 한다.그중 이 일로 우울하게 죽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소유주들은 여전히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그들이 일으킨 물보라는 여전히 너무나 작았다. 게다가 개발업자들의 세력이 너무 커 그들 모두 완전히 입을 틀어막힌 상황이라고 한다.성혜인은 앞에 있는 80여 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온 이유를 똑똑히 설명하고, 매 사람들에게 비행기 값과 제원에서 지내며 쓸 모든 금액을 건네주었다.하지만 그중 한 중년이 일어서며 말했다.“페니 씨, 소용 없을 겁니다. 세한그룹이 일부 사람들을 매수해서 저희의 정보를 억지로 처리했거든요. 저희는 기차도, 비행기도 탈 수 없어요. 심지어 저희가 직접 차를 몰고 제원에 가면 사람들한테 막혀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돼요.”성혜인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반태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이 모든 일에 대해서 똑똑히 설명을 끝마치자, 핸드폰 너머로
온종일 그 사람들은 세한그룹 건물 밖에 서 있었다. 누군가는 특별히 그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캠핑카가 주변에 세워져 있어 그들의 먹고 마시고 볼일을 보는 문제를 해결하게 하기도 했다.기자들은 그들을 따라 이곳에 있으며 생중계를 진행했다. 현재 세한그룹은 한참 열세에 처해있었다. 세한의 사람들이 감히 그들을 쫓아내려 하는 것은 곧 죽음을 맞이하려는 행위와 같다.그래서 세한은 그들과 협상하기 위해 사람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그들의 말이 진짜라고 인정하는 셈과 같게 된다. 하물며 그들은 증거까지 모두 갖고 왔기 때문이다.10년이나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그들이 어찌 증거 하나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겠는가.당시의 주택 구매 계약서, 제3자가 발행한 주택 검사 복고서는 모두 법적 효력이 있었다. 이런 증거들 앞에서 세한그룹은 변명할 여지도 없이 그저 배상금을 물어주는 수밖에 없었다.이와 동시에, 인터넷에는 세한그룹과 관련된 부정적인 보도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었다.세한그룹은 이번에 사람들의 한계선을 건드리고 말았다.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으면 침묵 속에서 멸망하게 된다.윤단미는 곧바로 BH그룹에 도착했다. 그녀는 손에 노트북을 쥔 채로 눈이 시뻘게져서는 반승제를 쳐다보았다.“승제야, 인터넷에 올라온 소식 봤어? 세한그룹에 지금 작은 문제가 생겼어.”반승제는 확실히 그 소식들을 봤었다. 이 일은 현재 큰 논란을 일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반태승도 이 일에 손을 쓰기는 했지만, 그는 반승제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성혜인과 다시는 두 사람을 엮는 일을 하지 않겠다 약속했었기 때문이다.세한그룹은 오늘 인터넷에서 많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아주 광범위하게 말이다.윤단미가 말을 이어나가려던 그때, 반승제의 핸드폰이 울렸다. 서주혁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승제야, 원고지 스캔 지금 한 1/5 정도 남았어. 비교적 복잡한 절차라 조금 늦을 거야. 요즘 새로운 소식을 하나 발견했는데, 승우 형이 일
윤씨 저택에 돌아온 윤단미는 곧장 보디가드를 불러 상황을 보고하라 지시했다.“똑똑히 알아냈습니다. 이번에 그들을 도와준 게 페니 씨라고 합니다. 그 사람들 처음에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으려 했는데, 주변에 캠핑카며 매일 밥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며 모두 페니 씨가 돈을 지급한 거랍니다.”이 일은 확실히 조사할만한 흔적이 있었다.윤단미의 놀라 눈동자가 움츠러들었고, 안색은 순식간에 파랗게 질려버렸다. ‘성혜인이 우리 집안을 이 정도로 궁지에 몰았다고?’그녀는 더할 바 없이 수치스러웠다.왜냐하면, 이미 성혜인의 손에 몇 번이고 패배했으니 말이다. 이 사건에 그녀가 손을 썼다는 사실에 윤단미는 더이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승제야, 이 일 페니가 이렇게 파장을 일으킨 거래. 아마 지난번 크루즈에서 나랑 부딪힌 일 때문인가 봐. 하지만 나는 아무런 실질적인 상해도 가하지 않았잖아? 우리 좀 그냥 조용히 지나갈 수 있게 해주면 안 되나? 이번은 윤씨 집안에 영향이 너무 커. 주식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고. 내가 아무리 페니 씨한테 밉보였다고 하지만, 이렇게 나를 막다른 길로 몰아서 죽일 필요는 없잖아. 네가 가서 얘기 좀 나눠보면 안 돼?”윤단미는 적의를 품고 일부러 두 사람 간의 모순을 끌어내기 위해 반승제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이다.3개월의 기한을 놓고 봤을 때, 현재 두 사람의 이혼 날짜는 어느새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그러나 성혜인은 여전히 신분을 숨기는 것을 선택했기에, 절대 이런 중요한 타이밍에 말하지 않을 것이다.윤단미는 이렇게 도박을 걸었다.반승제가 그녀를 도와 이 사건을 해결하는 동시에 성혜인과의 굴레도 완전히 끊어버린다면 그야말로 대 환희의 순간이 찾아오는 거나 다름없었다.윤단미는 피식 차갑게 웃더니 통화를 끊고 자신의 화장대를 세게 내리쳤다.페니의 이름을 들은 순간, 반승제의 만년필을 든 손가락이 떨렸다.그러고는 윤단미와의 통화가 종료되자마자, 그는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계속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만 들렸고,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