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단미는 당연히 반승제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찾아가서 그의 방문에 노크했다. 반대로 조금 전 나갔던 성혜인이 다시 돌아온 줄 안 반승제는 화색이 도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문밖에서 윤단미는 또다시 노크하면서 핸드폰으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문을 연 반승제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승제야, 큰일 났어! 성혜인 씨가 바다에 빠졌대! 너 가봐야 하는 아니야? 다들 난리 났어!”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시끄러운 말소리에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혜인이 크루즈에 있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성혜인 씨, 위험할 수도 있대!”윤단미의 말에 대답하는 것은 문이 닫히면서 난 “쾅” 소리밖에 없었다.반승제는 윤단미가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 기회에 자신을 밖으로 끌어내 ‘반씨 가문 며느리’ 행세를 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단호하게 문을 닫아버렸다.“승제야, 성혜인 씨가 위험하다니까?”“그냥 물에 빠져 죽으라고 해.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문 뒤에서 전해진 반승제의 희미한 목소리를 듣고 윤단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녹음을 중지했다. 이 녹음을 듣게 된다면 성혜인도 분명히 반승제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방 안에서 반승제는 언짢은 기분으로 인상을 썼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샤워하고 나와서 침대에 눕자 어쩐지 성혜인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만약 반승제가 옷장을 열어본다면 성혜인의 드레스를 발견하고 의심을 품었을 것이다. 그의 방에 성혜인의 드레스가 있다는 것은 이곳이 성혜인의 방이기도 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최 측은 부부에게만 같은 방을 배정했다.하지만 성혜인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던 반승제는 옷장을 열어볼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내리깔더니 더 이상 이곳에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헬리콥터를 불렀다. 남은 이틀 동안의 행사도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같은 시
“콜록콜록.”성혜인은 인상을 쓰면서 기침했다. 얼굴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제가 생각하기에는 윤단미 씨 혹은 차유하 씨일 거예요. 크루즈에서 제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이 둘 뿐이니까요.”신이한은 성혜인에게 마실 물도 주지 않았다. 괜히 그녀의 트라우마를 건드릴까 봐서 말이다.말을 마친 성혜인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윤단미가 보낸 짧은 녹음을 발견하고 클릭했다. 소리를 낮추지 않은 탓에 곁에 앉아 있던 신이한도 반승제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는 성혜인보다 더 흥분하면서 노발대발 화를 냈다.“제기랄! 반승제 그 자식은 인간도 아니에요! 페니 씨, 제발 빨리 이혼하고 이 상황을 끝내요! 페니 씨는 사랑을 받아야 마땅한 좋은 사람이라고요!”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이 꽉 메는 것 같아서 애초에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신이한은 성혜인의 핸드폰을 빼앗아 들더니 음성을 꺼버렸다.“이것도 그만 들어요. 인간성을 상실한 이 둘은 나란히 지옥이나 가라고 해요.”선혜인은 머리를 숙여 주삿바늘을 꽂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오랫동안 궁금했던 문제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꺼냈다.“반 대표님은 도대체 왜 저를 싫어하는 걸까요?”성혜인은 반승제가 원하지 않는 아내였다. 하지만 그녀는 줄곧 눈치껏 반승제를 피해 다녔고 3개월 뒤에 이혼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시간이 두 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반승제가 대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내가 만약 어젯밤 그대로 죽어버렸다면 대표님은 오히려 좋아했겠지? 이참에 이혼 절차도 빠르게 끝내고?’“페니 씨, 남자는 원래 그래요. 잃기 전에는 죽어도 소중한 줄을 모르죠. 잘난 척 짓밟다가 지나간 다음에야 예전이 좋았다고 감탄해요. 반승제 대표도 그런 모자란 사람인가 보죠.”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이한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한참 더 투덜거렸다. 그리고 성혜인의 실망한 표정을 본 다음에야 만족스러운 듯 밖으로 나갔다.성혜인은
BH그룹.반승제는 아직 성혜인이 자신과의 문자기록을 캡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는 최근 그녀가 답장하지 않는 것이 단지 늦게나마 화풀이를 하는 거라 여겼다.반 시간 후, 서류를 들고 들어오던 심인우는 우물쭈물하며 말하려던 것을 멈췄다.그러자 반승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조금 이따 할 회의에 문제라도 생겼어요?”“아닙니다.”“프로젝트에 변동이라도 생겼어요?”심인우는 또 고개를 저었고, 반승제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지고 말았다.“그럼 무슨 일인데요?”심인우는 입술을 벌벌 떨더니 끝끝내 말을 꺼냈다.“대표님, 평소에 SNS 안 보세요?”반승제는 종래로 이런 것을 보지 않았다.“페니 씨가 대표님더러 앞으로 자기를 괴롭히지 말랍니다. 자기는 이미 결혼했다면서요.”만년필을 들고 있던 반승제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심인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아마 페니 씨는 이혼할 생각이 없는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보낸 십몇 통의 문자기록도 전부 캡처해서 올리는 바람에 지금 사람들이 다 알게 됐어요.”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꺼냈다.하필이면 그때, 임경헌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형,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예요?”사실 그는 반승제에게 왜 페니를 좋아하는지 무척이나 묻고 싶었다.하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저 반승제를 떠볼 수밖에 없었다.반승제는 곧바로 임경헌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또 온시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통화 수락 버튼을 누르자, 핸드폰 너머로 온시환의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내가 열 몇 통이나 문자 보낼 때는 한마디 답장도 안 하더니, 사실은 그 디자이너 쫓으러 간 거였어?”반승제는 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누가 전화를 건 것이든 상관없이 전부 받지 않았다.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있는 심인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한참 후, 반승제는 핸드폰을 꺼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성혜인은 일찍이 그를 차단해놓은 상태였다.현재
성혜인은 이곳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머물며, S.M에 오겠다는 온수빈의 부탁을 구두로 승낙했다.그녀는 계속해서 주변의 엑스트라들을 관찰했다. 그러나 아직 눈을 번쩍이게 하는 사람은 찾지 못했다. 그러던 그녀는 온시환을 발견했다.그 시각 온시환은 진지한 태도로 감독과 어떤 일을 상의하고 있었다. 그는 상의를 끝마치고, 성혜인의 곁으로 갔다.“페니 씨, 가려고요?”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함께 촬영장 밖으로 향했다. 온시환의 차 앞에 다다랐을 때 그가 물었다.“최근 승제가 페니 씨를 찾아오지 않고 있잖아요? 두 사람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 페니 씨는 정말 마음이 하나도 흔들리지 않아요?”‘마음이 흔들려?’성혜인도 애초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신을 차린 뒤였다.설령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다 해도, 그건 단지 반승제가 준 자극 때문이었을 것이다.“흔들린 적 없어요. 저는 반 대표님과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온시환은 차 안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었다.“한 번도 좋아해 본 적 없어요?”“온시환 씨, 저는 자학하는 버릇이 없어요.”그녀는 이렇게 담담하게 대답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조금 이따 일이 있어서요, 먼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온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리를 뜬 뒤, 앞에 있던 차 창문이 천천히 내려졌다. 안에는 반승제가 타고 있었다.조금 전 창문이 아주 미세하게 열려 있어, 성혜인의 말을 반승제는 한 자도 빠짐없이 전부 들었다.매 한 글자 한 글자가 마치 칼과도 같았다.그 순간만큼, 반승제는 어떤 날카로운 물건이 자신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에 찔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오만한 그의 성격 같았으면 바로 차 문을 열어 그녀에게 몇 마디 물었을 것이다.흔들린 적도 없으면서 왜 매번 자신과 할 때 그렇게 소리 지르고, 다리도 나른 해져서,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자신을 봤냐고 말이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에 관한
방을 떠나 복도에 들어섰을 때, 도우미가 그녀를 잡고 지금의 상황을 알려주었다.“어젯밤 의사가 와서 점검을 해봤어요. 가장 좋은 상황이라 쳐도 한 달 정도 버티실 것 같답니다. 아가씨, 사장님께서 최근 계속 아가씨를 불러요. 잃을만한 건 거의 다 잃고 지금 저렇게 낭패를 보고 계시니... 아마도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아가씨한테 보이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요. 그러니 다음번엔 오지 마세요.”도우미는 현재 성휘를 위해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혜인도 이해했다. 도우미는 성혜인을 문 입구까지 배웅하며 신신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저희가 원래 사장님께 묘지를 알아봐 드리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는 아가씨가 찾아주기를 원하시네요. 최근부터 사셔도 되는데, 늦을까 봐 걱정이에요.”성혜인은 입을 벌렸지만, 한 글자도 내뱉을 수 없었다.하는 수 없이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떠날 때, 그녀는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하필이면 이때 성혜인의 차 바퀴에 펑크가 났다. 올 때 못을 밟았는지, 못이 완전히 타이어에 박혀있었다.“아가씨, 이곳 성씨 저택에 있는 차를 운전하세요.”성씨 저택에 있는 차는 예전 성혜원의 소유였던 6억짜리 람보르기니였다.그러나 현재는 모두 몰수해온 상태였다.그녀는 자신의 값싼 차는 이곳에 둔 채 람보르기니를 타고 떠났다.조금 늦어서, 성혜인은 묘지 관련 쪽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은 자리를 선택했다.한편, 크루즈 파티가 끝난 후, 차유하의 사업은 거의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첫째는 이승주에게 차였고, 둘째는 계약해지를 당했다. 심지어 그녀는 더 이상 이승주의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덮어쓰고 말았다.팬도 만 명이나 떨어졌지, 그건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었다.윤단미는 그녀의 앞에 앉아 입꼬리를 씩 올렸다.“유하야, 너 그 여자 조심해야 해. 아마 앞으로도 계속 너를 괴롭힐걸?”이미 반쯤 넋이 나간 차유하는 곧바로 성혜인과 대치하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정말 그런다면! 내가 반드시 죽이고
주위의 운전자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 신호등이 또 바뀌었지만 어느 한대도 나가지 않았다.성휘의 차에서는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불길이 일었다. 한 사람이 서둘러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차유하의 눈은 빨갛게 물들었다. 부딪히는 순간 에어백이 터져 나왔고 가슴에 깨진 유리가 박혔으나 다행히 아직 죽지 않은 채 숨이 붙어있었다.저쪽 차량에서 빠르게 불길이 이는 것을 본 그녀는 “하하하하”하며 웃기 시작했다.“빌어먹을 년, 죽어!”사무실에 앉아있던 성혜인은 어쩐지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최근 서류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아니면 계속 회의에 참석해서인지 머리마저 조금 어지러워 났다.밤 9시, 그제야 그녀는 병원에서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시체를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성혜인은 상대방이 전화를 잘못 건 줄 알았다. 그러나 그쪽에서 주민등록증 번호와 이름을 읊기 시작했다.“성혜인 씨 부친은 오늘 밤 7시경에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차 안에 있던 세분 모두 안타깝게도 사망하셨어요.”‘성휘? 아빠가 차에 있을 리 없는데?’성혜인은 여전히 병원에서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성휘의 몸으로는 절대 집을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서둘러 성씨 저택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결과, 그들은 성휘가 그녀에게 밥을 주러 나갔다고 했다.성혜인의 머릿속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안에는 불에 탄 검은 시신 세 구가 있었고 의사가 곁에서 그녀에게 말을 전했다.“저희가 이미 시신을 확인해 봤습니다. 한 분은 성혜인 씨 부친 성휘 씨고요. 한 분은 운전기사, 다른 한 분은 도우미분이십니다. 이번 교통사고는 전적으로 상대방의 책임입니다. 그쪽 운전자 이름이 차유하라고 하더군요. 그분도 지금 응급치료를 받고 있어요. 연예인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성혜인은 흰 천아래 삐져나온 검게 그을린 한 손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언어능력을 빼앗긴 것 같았
그 후, 그녀는 세한 부동산이 연해 지역 일대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전에 그곳에서는 큰 품질 문제가 일어나 구조물이 다 끊어졌다고 한다. 100여 가구의 소유주들이 퇴거를 요구했지만, 당시 인터넷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아 이 소식은 많이 억눌렸고, 현재 10년이 지나도록 그 100여 가구 소유주의 현황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사람들은 감히 구조물이 끊어진 위험한 건물에 살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개발업자는 주택 대금을 돌려주려 하지 않았다. 이건 강도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성혜인은 급히 비행기를 타고 연해 지역으로 가 그 동네를 찾았고, 동네에 있는 다른 건물주로부터 100여 가구 소유주들의 연락처를 알아냈다.10년 동안, 그들은 권익을 보호할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당시 한 소유주는 그 집을 신혼집으로, 남자와 여자 측에서 같이 돈을 내서 샀는데, 결국 그 집에서는 살지도 못하고 돈도 없어지자, 남자가 참지 못하고 아내를 탓했다고 한다. 나중에 아내는 그 위태로운 건물 꼭대기에서 바로 남자의 눈앞에 떨어져 즉사했다고 한다.그중 이 일로 우울하게 죽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소유주들은 여전히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그들이 일으킨 물보라는 여전히 너무나 작았다. 게다가 개발업자들의 세력이 너무 커 그들 모두 완전히 입을 틀어막힌 상황이라고 한다.성혜인은 앞에 있는 80여 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온 이유를 똑똑히 설명하고, 매 사람들에게 비행기 값과 제원에서 지내며 쓸 모든 금액을 건네주었다.하지만 그중 한 중년이 일어서며 말했다.“페니 씨, 소용 없을 겁니다. 세한그룹이 일부 사람들을 매수해서 저희의 정보를 억지로 처리했거든요. 저희는 기차도, 비행기도 탈 수 없어요. 심지어 저희가 직접 차를 몰고 제원에 가면 사람들한테 막혀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돼요.”성혜인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반태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이 모든 일에 대해서 똑똑히 설명을 끝마치자, 핸드폰 너머로
온종일 그 사람들은 세한그룹 건물 밖에 서 있었다. 누군가는 특별히 그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캠핑카가 주변에 세워져 있어 그들의 먹고 마시고 볼일을 보는 문제를 해결하게 하기도 했다.기자들은 그들을 따라 이곳에 있으며 생중계를 진행했다. 현재 세한그룹은 한참 열세에 처해있었다. 세한의 사람들이 감히 그들을 쫓아내려 하는 것은 곧 죽음을 맞이하려는 행위와 같다.그래서 세한은 그들과 협상하기 위해 사람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그들의 말이 진짜라고 인정하는 셈과 같게 된다. 하물며 그들은 증거까지 모두 갖고 왔기 때문이다.10년이나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그들이 어찌 증거 하나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겠는가.당시의 주택 구매 계약서, 제3자가 발행한 주택 검사 복고서는 모두 법적 효력이 있었다. 이런 증거들 앞에서 세한그룹은 변명할 여지도 없이 그저 배상금을 물어주는 수밖에 없었다.이와 동시에, 인터넷에는 세한그룹과 관련된 부정적인 보도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었다.세한그룹은 이번에 사람들의 한계선을 건드리고 말았다.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으면 침묵 속에서 멸망하게 된다.윤단미는 곧바로 BH그룹에 도착했다. 그녀는 손에 노트북을 쥔 채로 눈이 시뻘게져서는 반승제를 쳐다보았다.“승제야, 인터넷에 올라온 소식 봤어? 세한그룹에 지금 작은 문제가 생겼어.”반승제는 확실히 그 소식들을 봤었다. 이 일은 현재 큰 논란을 일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반태승도 이 일에 손을 쓰기는 했지만, 그는 반승제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성혜인과 다시는 두 사람을 엮는 일을 하지 않겠다 약속했었기 때문이다.세한그룹은 오늘 인터넷에서 많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아주 광범위하게 말이다.윤단미가 말을 이어나가려던 그때, 반승제의 핸드폰이 울렸다. 서주혁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승제야, 원고지 스캔 지금 한 1/5 정도 남았어. 비교적 복잡한 절차라 조금 늦을 거야. 요즘 새로운 소식을 하나 발견했는데, 승우 형이 일
염정아는 그들의 집에서 제원까지 오려면 거리가 엄청나게 멀었고 동생은 멀리 외출한 적이 없어서 표는 어디서 어떻게 사고 차는 또 어떻게 타야 되는지도 모를 텐테 그냥 애교부리며 농담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말했지. 내가 갈거닉가 그때까지 집에서 애들 잘 돌보라고. 안 그럼 나 화낼거야. 알지? 화내면 널 버릴 수도 있다는걸.”동생이 살면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염아정에게 버림받는 일이었고 그 말에 당황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아니야, 나 집에서 애들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절대 버리면 안 돼.”염정아는 전화기 너머로 동생의 당황함을 눈치채고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말만 잘 들으면 안버릴테닉가 걱정하지 마.”“알았어. 나 누나 말 잘 들어. 진짜 잘 들을 거야.”전화를 끊은 후, 화가 치밀어 오른 원아정은 바로 동생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원아정은 동생을 통해 염정아를 불러내여 공지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내려 했지만 동생은 그렇게 통화를 끊어버렸다.동생은 뺨을 맞고도 이유를 몰랐고 감히 되받아치지도 못했다.원아정은 힘들게 이 남자를 불러 제원까지 데리고 온 것만 해도 억울함에 미칠것 같았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니 더 화가 치밀었다.원아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계속하여 염정아의 동생을 위협했다.“누나한테 다시 전화 걸어 꼭 나오라고 해요. 안 그러면 나도 당신 상관 안 할 거예요. 이렇게 큰 제원에서 누나한테 연락 안 하면 당신은 먹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그대로 죽어 버릴 수 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누나도 영원히 못 볼 거 아니에요.”동생은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대로 죽는 것보다는 누나한테서 버림받는 것이 더 두려워서 더는 연락 하지 않기로 했다.원아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저절로 염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염정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아까 물어보지 못한 말부터 했다.“너 누구 휴대전화로 연락한 거야? 왜 번호가 틀려?”원아정은 음험하고 악독한 소리로 말했다.“염정아, 잘 들어. 네
아래층 마트 이모는 몇 년 동안 줄곧 그들 남매를 돌봐 주었고 염정아가 사람을 시켜 동생을 데리고 제원에 오라고 한다니 살짝 의심은 생겨 걱정 되었지만 원아정의 깔끔한 옷차림을 보더니 돈이 모자랄 같지는 않았고 게다가 지적장애인 사람을 데려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테고 하물며 염정아의 친구이기도 하여 안심되었다.“이모, 이건 우리 집 열쇠에요. 제가 없는 동안 우리 집에 들러 애들 밥해줄 수 있어요?”마트 이모는 염정아가 좀 전에 집에 돌와왔을 때 물건도 많이 사들였고 돈 씀씀이가 큰 것으로 보아 제원에서 많은 돈을 벌어 동생을 데려다 이틀 정도 놀아 주려고 하는 거로 생각하여 이 상황이 잘못되진 않은 것 같았다.“그래, 알았어. 근데 갔다 일찍 돌아와야 해.”“네, 고마워요 이모.”동생은 조금 모자라지만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그는 인사를 마치고 옷 두 벌을 챙겨 원아정을 따라 떠났다.그들은 자가용으로 움직였고 동생은 처음 길을 떠나 보는 거라 물음이 끊기질 않았다.원아정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고 그런 동생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누나가 왜 갑자기 그렇게 큰돈을 벌어 올 수 있는지 생각 안 해요? 당신을 집에 두고 밖에서 다른 남자랑 있는 거잖아요. 당신은 바보라서 침대에서 만족하게 해줄 수 없으니 나가서 다른 정상적인 남자를 찾은 거 아니에요? 그 남자랑 있으면서 당신을 바보라고 비아냥거렸을지도 모르잖아요.”동생은 원아정의 말뜻은 전혀 몰랐지만, 염정아는 절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찾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원아정의 말을 듣고 동생은 더 이상 물음을 던지지 않고 창가에 기대어 빠르게 움직이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입가엔 미소를 짓고 있었다.원아정은 누나가 바람 피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그렇게 자극했는데도 웃고 있는 동생을 보니 바보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이튿날 밤이 되자 그들이 앉은 차는 드디어 제원에 도착했다.원아정은 다시 거지로 위장해야 하기에 동생더러 같이 거지 옷차림을 하게 하고 여
온시환이 완벽하게 변장한 탓에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렇게 쉽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공지민은 계속 별장에 머물러 있었고 매일 연승혁의 안부를 물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통화 너머로 공지민은 연승혁이 지금 많이 초조해진 것을 느꼈으나 그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공지민은 항상 자신의 계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그렇게 빨리 찾아왔고 무정하게 무너뜨리게 할 줄은 몰랐다.연승혁의 부하들은 줄곧 원아정을 찾고 있었고 그와 원진이 원아정을 해외로 보내겠다고 한 후 원진의 부하들도 그녀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원진은 원아정이 죽든 살든 별다른 관계가 없었기에 큰 신경을 써서 찾은 것은 아니였다.원아정은 항상 거지들 속에 숨어 지냈고 그동안 훔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원아정은 기억 속에 있는 몇 개의 번호에 연락하여 일일이 도움을 청했고 다행히 정보도 얻어 냈다.그것은 당시 공지민에 의해 숨겨져 있던 사람이 발견되었고 그 별장으로 배달하던 배달원이 또 다른 곳에서 염정아를 보았다는 것이다.소식을 들은 원아정은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염정아의 집으로 향했다.그 배달원은 제원에서 배달하다가 며칠 전에 돌아왔는데 마침 식당에서 또다시 염정아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원아정의 거지 차림에 배달원은 약간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손 크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있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그 별장에 몇 번이나 배달해서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그녀가 일부러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매일 집에만 있는 것 같아 보여 부잣집 도련님의 내연녀일 거로 생각했어요.”배달원의 말을 듣고 원아정은 바로 돈 주고 사람 찾아 염정아의 정보를 알아봤다.알아본 데 의하면 염정아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아주 가난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왜 공지민은 제원에서 염정아를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자, 원아정은 자신이 찾아낸 정보 자료들을 정리해 보다가 다
온시환은 바로 인사를 건네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요리사의 일을 거들었지만, 눈길은 항상 거실에 있는 공지민 한테로 향했고 채소를 다 씻었을 때 공지민은 혼자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온시환은 주방 사람들에게 핑곗거리를 대고 공지민 뒤를 따라 올라갔다.온시환은 변장에 가발까지 쓰고 렌즈 색마저 바꿔버린 자신을 공지민이 알아보지 못하자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불렀다.“지민아.”공지민은 멈춰 선 대로 낯선 얼굴을 보며 몇 초 동안 뜸 들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온시환?”“응, 나야.”온시환은 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말하기 시작했다.“너 연승혁의 별장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데 나한테 말해주지 않은 거니?”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었고 온시환을 잊은 것도 아니였다.그녀가 여기 별장에 들어오게 된 것도 이상우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공지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던 연승혁을 죽이고 구은우의 복수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애초에 온시환의 얼굴의 점이 구은우를 닮은 것도,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도 구은우의 심장이 었기에 온시환과 밤을 보낼수 있었고 그에게 잘해 준것도 구은우를 느끼고 싶은 작은 위로의 감정이었을 뿐이었다.이제 공지민은 연승혁에게 복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온시환과의 관계를 잠시 잊고 있었지만 온시환이 먼저 갖은 방법을 다해 찾아 올 줄은 몰랐다.“지민아,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면 공유하자고 하지 않았어? 연승혁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자나. 니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랑 함께 돌아가야 해. 내가 보호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온시환이 같이 나가려고 공지민의 손을 끌어당겼지만, 공지민은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그런 공지민의 행동에 온시환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냉정한 눈빛을 보니 더욱 당황스러웠다.“온시환 씨, 이제 돌
공지민은 며칠 동안 별장에서 먹는 것 빼고는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별장 주변 화원을 구경하며 조용하게 있었다.고용인 아줌마는 거의 그림자처럼 공지민을 따라다녔고 매일 있었던 일들을 연승혁에게 보고했다.연승혁은 이틀이면 돌아갈 수 있을거로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은 좀 까다로워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연승혁은 운 좋게 살아남았던 시한폭탄 같은 그 사람을 빨리 찾아 죽여야만 했지만, 부하들의 추적에 의하면 이 사람은 동쪽에서 신호가 잡혔다가 얼마 안돼서 다시 서쪽에서 신호가 잡히고 있었다.부하들이 전문적인 기술자가 아니었더라면 연승혁은 자신이 지금 그 사람에게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한 사람이 그토록 짧은 시간에 동쪽에서 서쪽까지 그 먼거 리를 움직일 수 있었을가.이것은 분명 그를 제원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시간 끌려는 작전인 듯했다.연승혁은 원수가 너무 많아 누가 저지른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초조해 지기 시작했지만, 공지민의 일거일동을 보고 받을 때마다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저녁 무렵, 공지민은 직접 연승혁에게 전화를 걸어 원망의 말투로 말했다.“오빠, 왜 아직도 안 와요? 나 정말 심심해 미칠 것 같은데 사람 시켜 나 좀 데리고 놀라고 하면 안 돼요?”공지민은 며칠 동안 줄곧 별장에서 연승혁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다.연승혁은 하루면 일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며칠을 지체하게 되어 공지민 홀로 집에서 기다리게 되었다.공지민은 이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예전에 난 직업도 없이 오빠가 날 먹여 살린 거예요?공지민은 며칠 동안 아무런 의욕이 없이 먹기만 했었고 누구도 먼저 연락해 찾은 일도 없어서 자신이 직업도 없었을 거로 생각했다.만약 출근하던 사람이 었으면 며칠 동안이나 사라졌는데 사장님이 직원들더러 연락해보라고 하지 않았을까.연승혁은 사람을 시켜 공지민을 데리고 밖에 나가 바람도 씌우게 하고 싶었지만 온시환이랑 부딪치는 일이 생길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온시환은 거의 매일 열 몇
“맛있어, 먹고 싶으면 이따 저녁에 나가서 먹자.”동생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런 염정아가 걱정되어 소매를 잡으며 위로하려 했지만, 옷을 더럽힐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누나, 일하는 거 힘들지?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 우리한테 햄버거도 사주고 저녁에도 좋은 거 먹으러 가자고 하겠어.”염정아는 손을 들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번에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사장도 엄청 좋은 사람이고 월급도 많이 줘.”동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햄버거를 계속해서 허겁지겁 먹어댔다.염정아는 공지민의 계획에 피해라도 줄까 봐 내일 돌아가야 해서 오늘 저녁밖에 시간이 없었다.아이들은 모두 배가 불룩하게 나와서야 밥상에서 일어섰고 동생은 배가 부름에도 토할 정도로 그냥 먹고 있었다.염정아는 동생의 손에 남은 햄버거를 뺏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배부르면 먹지 말라고, 왜 아직도 그 습관 못 버려?”“오늘 안 먹으면 다음엔 없을가봐...”“이젠 그런 걱정 하지 마. 내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쭉 있을 거야.”“그래, 누나 말 잘 들을게.”염정아는 웃으면서 남은 햄버거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집에 있던 냉장고는 전에 중고로 샀던 거라 너무 작았고 티비도 화면이 매우 작아 아이들이 한데 모여야만 볼 수 있어서 염정아는 집에 온 틈을 타 냉장고랑 티비를 모두 새것으로 바꾸었다.새 티비는 백 인치라서 화면이 큰 소파에 앉아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아이들은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췄고 젤 작은 막내 둘까지 신이 나서 소파 위로 기어 올라갔다.염정아는 집 안에 있는 모든것 들을 교환하고 정리 한 다음 몇 시간이 지나 아이들을 데리고 랍스타 먹으러 나섰다.식당에 도착하자 동생은 낯선 환경이라 염정아 곁에 꼭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아이들도 처음 보는 주변의 분위기에 큰 소리로 말도 못 하고 있자 염정아는 바로 조용한 방으로 예약해 메뉴판에 있는 음식을 하나씩 전부 주문했
동생의 연락을 받은 염정아는 아이들 생각에 먼저 공지민한테 연락하고 싶었지만, 둘 사이의 약속 때문에 연락도 못하고 결국 온시환에게 연락하게 된 것이였다.염정아가 할 말이 있는 듯한데 뜸들이며 못하고 있자 온시환은 그녀가 집을 그리워하는 눈치를 채고 말했다.“이틀 정도 지연되여도 괜찮을 거예요. 제가 사람 시켜 집에 데려다줄게요.”염정아는 그 순간 얼굴색이 밝아지며 눈시울을 붉혔다.“네, 고마워요 시환씨.”온시환은 말한 대로 그날 바로 사람 시켜 헬기로 염정아를 집에 데려다주었다.집에 도착한 염정아는 방문을 열고 동생이 아이들을 달래고 있는 것을 보았다.동생의 행동은 아주 서툴렀고 정상적인 사람들하고는 비교가 되지만 아이들이 그의 보살핌에 잘 커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염정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문 여는 소리를 듣고 동생은 바로 뒤돌아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누나!”염정아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능숙하게 아이들한테 분유를 타 주고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동생은 염정아의 주변만 맴돌면서 금방 통화한 지 얼아도 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눈앞에 있다는 것을 보며 꿈만 같게 생각했다.주방을 보던 염정아는 초라하게 놓인 반찬 몇 가지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너희 요즘 이렇게만 먹은 거야?”동생은 눈빛이 조금 흔들리더니 1분 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시켜줬다고 자백했다.“미안해 누나,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먹고 싶어서 시켰어.”두 남매는 부모님들이 살아 계실 때만 햄버거를 먹어봤었고 지금의 그들에겐 이런 음식들은 사치품이였다.그때 염정아는 집을 나서면서 아래층 마트 아줌마한테 돈을 맡겨뒀는데 동생의 요구에 아줌마가 배달을 시켜준 듯 하였다.염정아는 이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먹고 싶으면 우리 오늘도 시켜 먹자.”4억, 그들은 지금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공지민이 후에 또 몇천만을 주었다.동생은 또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너무 기쁜 나머지 바닥까지 밀고 닦기 시작했다.염정아는 빨
연승혁은 의자를 찾아 앉아 묵묵히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았고 그의 부하들은 그들을 공격해 온 해커의 추적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시간이 오래 걸리자 연승혁은 귀찮은 어조로 물었다.“얼마나 더 걸려야 되는 거니?”“형님, 이틀은 걸려야 될 듯 해요. 그쪽에서 언제 다시 움직일지 몰라 아직은 추적하기 어려워요. 일단 움직임이 있을 때 추적해 봐야 할것 같네요. 현재 상황에서 보아 신호는 100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잡히고 있으니 아마 해역 부근에 있는 것 같아요.”연승혁은 귀찮다는 듯 눈을 감으며 짧게 대답했다.“그래.”연승혁은 제원의 별장에서 나오면서 고용인 아줌마한테 공지민을 잘 돌보라고 지시했다.공지민은 휴대전화를 연승혁에게 빼앗겨 당분간 외부와 연락할 수 없었고 별장에 있는 아줌마는 매일 그녀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며 잘 돌봐주었다.이것 또한 연승혁이 지시한 일이었고 그는 이렇게 감시하며 공지민의 기억이 언제 돌아올지 지켜보고 있었다.별장에서 하루 종일 자고 일어난 공지민은 아줌마가 연승혁에게 회보하며 온시환이 정문 밖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회장님, 저 사람 들여보낼까요?”연승혁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모르지만 아줌마는 알았다는 대답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시간은 벌써 저녁 무렵이 되었고 공지민은 온 하루 별장 안에만 있었다.온시환은 며칠 동안 공지민의 소식이 끊기자 걱정되어 그녀의 집에 찾아갔지만 할머님의 말에 의하면 공지민은 요 며칠 사람도 보이지 않고 통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많이 불안해진 온시환은 공지민에게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역시 받는 사람이 없었다.당연히 온시환은 공지민의 휴대전화가 연승혁의 손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연승혁은 공지민의 휴대전화에 뜬 온시환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이 또다시 생기게 되었다.그러고는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았다.연씨 가문은 외래인 출입 금지라서 들어가지도 못한 온시환은 차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염정
날은 이미 저물었고 조용한 공간엔 선남선녀 둘뿐이라 음침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승혁은 이건 자신이 시작한 게임일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공지민이 단순하게 행동 할수록 그녀를 덮치고 싶은 사악한 마음은 점점 더 강해졌고 누나라 해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있는 한 아무나 그의 여자로 만들 수 있었다.연승혁의 시선은 공지민으로 향했고 쇄골로 부터 아래로 내리 훑어보며 얇은 슬리퍼 한 켤레만 신어 은은한 분홍빛을 드러낸 발등을 바라보더니 당황한 듯 시선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겼다.“일이 생긴 거 맞아. 나가서 해결해 봐야 할것 같아.”연승혁은 마음속으로 며칠 후에 돌아와서도 공지민이 이대로 사람을 유혹하면 아무 생각 없이 일단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나중에 할머니께 천천히 설명하기로 생각했다.“오빠,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연승혁은 공지민이 이렇게 자신에게 달라붙을 줄은 몰라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말했다.“어딜 따라오겠다는 거야?”“오빠랑 떨어져서 있고 싶지 않아요. 잊고 지낸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오빠가 곁에 있어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요. 오빠한테 혹시 다른 여자라도 있나요?”“아니, 같이 가도 돼. 근데 내가 어떤 일을 하던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줘.”필경 해결해야 할 일은 피를 보는 일이라서 걱정되는 듯하였다.“괜찮아요. 저 안 무서워요.”연승혁은 밑도 끝도 없는 사람이라 공지민이 이 정도로 말하니 바로 데리고 집에서 나섰다.헬기에 탑승한 후 공지민은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연승혁은 계속 통화만 하고 있었고 전화기 너머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회답이 없자 연승혁은 바로 헬기를 먼저 착륙하게 하고 단번에 공지민을 안아 헬기에서 내렸다.“어떤 상황인지 내가 먼저 가서 상황을 좀 볼 테니 일단 집에 가만히 있어.”“오빠,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공지민의 말에 연승혁은 심장이 무언가에 꽉 잡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제야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