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는 가볍게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이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그는 한 번도 이렇게 빨리 얼굴을 돌리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네가 세한그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며?”“네.”“단미가 너를 건드려서?”“네.”그녀의 매우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또 새로운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비록 반승제는 이런 커피숍의 커피 따위는 마시지도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위해 주문하지도 않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는 메뉴판을 들고 가격을 살펴보았다.‘한잔에 6500원? 6500원도 아까운 거야?’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손에 들려있던 메뉴판을 내려놓고는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페니야, 얼마면 단미랑 화해할래?”그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성혜인은 고개를 들어 반승제를 쳐다보았다.순간, 반승제는 그녀의 눈빛에서 형용할 수 없는 증오심을 보아냈다.그는 자신이 잘못 본 것으로 여기고 구체적으로 물으려 했다. 그러던 그때, 커피 한잔이 그의 얼굴을 향해 쏟아졌다.커피 안에는 얼음도 있었는데 닿자마자 차가운 느낌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결국에는 제때 피하지 못했다.“당신은 돈으로 무엇이든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반승제를 노려보며 말했다.“반 대표님의 돈은 윤씨 집안 사람들 관 짜는 데나 보태게 간직하고 있으세요.”그 말을 들은 반승제는 순간 열이 확 뻗쳤다.“너를 막으려 한다면 얼마든지 쉽게 막을 수 있어. 하지만 나는 너한테 돈을 배상해주고 싶어. 네가 얼마를 원하든지 다 돼.”“BH그룹을 원합니다! 그래도 윤단미를 위해 나서실 건가요?”“정말 좋은 거 나쁜 거 구분하지 못하네.”그러자 성혜인이 피식 가볍게 웃었다.“이것 보세요, 대표님은 저를 잘 알고 있어요. 제가 큰 요구는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저한테 돈을 써서 보내려는 거잖아요. 그러고는 대표님 첫사랑한테 가서 잘했으니 칭찬해달라 하겠죠. 저와 윤단미 씨의 원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을 거예요,
그녀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하는데, 제멋대로 흔들린 반승제는 뭐가 되겠는가.그래서 그도 가차 없이 말했다.“너무 자신을 높게 평가하지 마.”성혜인의 눈에는 약간의 쓸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반승제를 그냥 밀어냈다.“열 번은 끝났습니다. 어차피 서로 재미도 못 본 것 같은데 그런 악랄한 공격은 하지 마시죠.”그녀는 반승제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신의 입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냈다.“첫사랑을 위해 저를 찾아오셔놓고는, 저에게 키스하시다니. 반 대표님 정말 정도 많고 역겨운 분이시네요.”그 말에 반승제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녀의 입은 마치 독을 품은 것 같았다.성혜인의 말에 그의 심장은 바람이 새는 듯이 아파 났다.‘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그저 배상금을 얼마나 원하느냐고 물었고 2000억이든, 4000억이든 다 내어줄 수 있는데... 이 돈이면 평생 의식주 걱정은 할 필요도 없고, 더이상 남편이랑 로즈가든에서 서로 비집고 살지 않고 제원에 별장도 몇 채나 살 수 있는데...’성혜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반승제는 그녀가 앞에 있는 람보르기니에 가서 몸을 싣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전에 차는 비싼 브랜드 차가 아니고 그저 보행대용 차였는데? 왜 갑자기 람보르기니를 몰지?’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에게 뺨을 내려치고, 커피도 뿌린 범인은 이미 거들먹거리며 떠난 지 오래였다.그가 손을 들어 미간을 꾹꾹 누르고 있던 그때, 반태승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승제야, 너랑 혜인이 열흘 뒤면 이혼한다. 그러니 열흘 뒤 그날은 스케줄 모두 비워둬. 이왕 이혼도 다 정해진 거 같이 밥도 먹고 깨끗하게 헤어져야지, 너무 흉하게 굴지 말고 말이다.”반태승은 모두가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마음에 엉켜진 매듭을 풀어 누구도 더이상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랬다.그러나 지금 반승제는 짜증만 날 뿐이었다. 그는 옆에 있는 티슈를 뽑아내며 정장을 닦았다.“이제 다시 얘기해요.”“너 이
성혜인은 몸을 돌려 포레스트 안으로 들어갔다.백연서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곁에 있던 도우미가 그녀를 부축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오늘 이곳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그녀는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올라탄 뒤, 참지 못하고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그 시각 반승제는 호텔에서 샤워하는 중이라 받지 못했다.백연서는 차 안에서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한편으로는 임지연을, 한편으로는 성혜인을 욕하며 말이다.포레스트 안, 성혜인은 평온한 얼굴로 식탁 앞에 앉았다.그러자 유경아가 잘 식힌 차 한잔을 들고 오며 말했다.“사모님, 너무 상심해 마세요. 앞으로 사모님과 대표님이 이혼하신다 해도, 저는 계속 이곳에서 사모님을 모실 거예요.”성혜인은 눈초리를 파르르 떨더니 고개를 숙이고 찻잔들 받아들여 한 모금 마셨다.유경아는 또 한숨을 푹 내쉬었다.“백 여사님과 할머님이 이렇게 사모님을 미워하시는데, 대표님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 해도 이 집에 시집오면 불행하기만 할거예요. 만약 사모님이 제 손녀였다면, 저도 사모님이 이런 불구덩이 들어가는 걸 바라지 않았을 겁니다. 이혼해도 좋아요, 어차피 이 별장은 회장님께서 결혼하기 전에 사모님께 주신 거니까요. 일찍이 이건 사모님 재산이라 누구도 가질 수 없다고 신신당부하셨잖아요.”성혜인은 반태승이 참으로 고마웠다. 반씨 가문 다른 사람들이 다 그녀를 싫어해도, 유독 반태승만은 진심으로 그녀를 대해줬다.“고마워요, 아주머니.”유경아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곁에 앉았다.“그리고 사모님과 대표님이 이혼하신다 해도 이 집에서 나가야 하는 건 대표님이에요. 그러면 겨울이도 더는 저 뒷방에 홀로 쓸쓸히 가둬두지 않아도 되고요. 매번 겨울이를 산책시킬 때 대표님이 오실까 봐 제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아세요? 저희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어요.”유경아는 잠시 동안 성휘가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일을 성혜인은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장례식조차도 매우 조용하게 치렀다.비록 뉴스에 교통사고에 관한
차는 곧 묘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매장하는 시간은 해가 내리기 전, 가장 좋기로는 점심에 모든 걸 끝마쳐야 했다.일꾼들은 이미 성혜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온통 검은 착장을 하고는 품에 유골함을 안고 미리 정해둔 묘지 앞에 왔다.매장을 도와주는 사람이 그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그는 성혜인에게 노란 종이를 태우라 알렸다. 그러고는 이내 불꽃이 붙어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다 태운 후, 그녀는 유골함을 가장 중간자리에 놓았다.매장을 도와주는 사람은 또 유골함 위에 은색 천을 덮을 것을 알렸다. 그건 죽은 자를 공경한다는 뜻이며 또한 사후세계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성혜인은 시종일관 조용하게 그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눈물은 일찍이 더이상 흐르지 않았다.그러나 부장품을 하나둘씩 올려놓을 때, 그녀의 눈가에서 참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10분 후, 매장을 돕는 사람이 그녀에게 이제 닫아도 되냐고 물었다.성혜인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우는 것보다 더욱 보기 안타까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닫으세요.”그렇게 매장을 끝냈다.성혜인은 묘비 앞에 자신이 준비한 꽃을 놓아두고 30분 동안이나 무릎을 꿇고 앉은 후에야 매장을 하기 위해 모셔온 업체 사람들을 떠나게 했다.마지막에 이곳에는 그녀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녀는 혼자일 것이다.그녀는 사실 성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그의 마지막 소원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만약 그와 임지연의 진짜 아이를 찾게 되면 묘비 앞에 와 알려달라는 성휘의 소원을 말이다.성혜인은 너무 오래 꿇어앉은 나머지 무릎이 아파 났다. 몸을 일으키자 두 다리가 모두 저릿저릿해 났다. 물도 마시지 않아 그녀의 입술은 말라 갈라져 있었다.그녀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젖힌 다음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길가에 들어서자 그녀는 차 앞에 서 있는 강민지를 발견했다.평소에 화려하게 꾸미며 예쁜 모습을 하던 강민지도 오늘만큼은 온통 검은색
반승제가 전화를 끊은 후, 윤단미는 심호흡을 하고 현장에 있는 윤씨 집안 사람들에게 말했다.“승제가 받아들였어요. 세한그룹에 6000억을 주겠다고 말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계속 사람을 보내 세한그룹 건물 밖에 있는 사람들과 협상을 맺어야 합니다. 되도록 빨리 사람들을 내쫓아야 해요. 보름 후 BH그룹과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세한그룹은 회생할 수 있습니다.”현장에서는 갑자기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고, 모든 사람들은 몸을 일으켜 서둘러 협상을 진행하러 갔다.윤단미는 차갑게 웃으며 성혜인에게 한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승제가 세한에 6000억을 투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따라서 세한그룹은 파산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불쌍한 성혜인 씨는 헛수고만 한 꼴이 됐네요. 차라리 남편한테 손가락 몇 개 좀 움직여 달라 하지 그랬어요.」성혜인이 이 소식을 받았을 때는 이미 포레스트에 도착한 뒤였다.그와 동시에 그녀는 소유주들의 대변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 교수라는 사람한테서 말이다.“페니 씨, 세한에서 우리에게 한 사람당 30억씩 배상하고 싶다고 하는데, 우리가 계속 소란을 피워야 하나요?”사실 세한의 평판은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져서 이 배상은 소유주들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여론이 식은 뒤에는 배상도 없어질 것이었다.성혜인은 교수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 마음이 움직여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10년 전, 그들은 거의 모든 재산을 털어 집을 샀다. 그것도 좋은 지역의 집을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소송을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정말로 세한그룹과 타협하는 날이 오리라 생각지도 못했었다.성혜인의 사심이라면 그들이 계속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뇌리에 적어도 선량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임지연의 말이 떠올랐다.그 사람들은 이미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을 다 받았고 돌아갈 때가 되었다.세한의 일도 일정한 기간 동안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었으니, 그들의 목적은 적어도 달성한 셈이었다.“계속 소란을 피울 필요
윤단미 쪽에서는 그녀가 예상한 대로 주저 없이 윤희선의 아들을 내세웠다.윤희선은 제원대에서 그 일을 저지른 후, 진작부터 윤씨 가문의 오점으로 전락하였다. 심지어 백연서는 전에 반승제를 꾸짖을 때 윤희선의 일을 꺼내 말하기도 했다.윤희선이 해임된 것은 윤씨 가문 사람들에게 그녀의 존재는 더 이상 쓸모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래서 이번에도 책임질 사람을 망설임 없이 그녀의 아들로 선택한 것이었다.윤희선에게는 아들이 한 명밖에 없었다.그녀는 원래 성혜인에게 복수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성혜인 때문에 자신이 제원대에서 어렵게 일궈낸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가 재기하기도 전에 집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아들을 불구덩이에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단미야, 단미야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내 아들을 보내지 마. 이건 감옥에 가야 하는 일이잖아.”윤단미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전혀 온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고모, 이 일은 저를 탓할 게 아닙니다. 승제가 우리더러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어요. 앞으로 윤씨 집안의 회사는 절대 파산당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모두가 투표로 결정했는데 아드님의 득표수가 가장 많았어요. 고모, 잘 생각해보세요. 윤씨 집안의 회사가 계속 굳건할 겁니다. 아드님이 몇 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나오면 저희가 의식주 걱정은 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고모도 밖에서 잘 사실 수 있고요.”다른 사람들도 윤선희가 뭘 잘 모른다며 설득했다.윤선희는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녀는 이 사람들의 자신의 집안 가족들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예전에 그녀가 제원대의 학과장이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듣기 좋은 말들만 그녀에게 했다.이제 아무것도 아니게 되니, 윤선희는 가족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오점으로 변했다.그녀의 눈에는 온통 한이 맺혀 윤단미를 노려보았다.“단미야, 그 아이는 겨우 스물 몇 살이야! 어떻게 연해 지역에 있는 집 건축과 관
“승제야, 지문은 위조할 수 없어. 이 세상에 완전히 같은 지문은 존재하지도 않고, 기계가 내린 답이 바로 이런 답이야. 승우 형은 이곳에 살아있다는 거. 단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너를 만나지 못하는 거지.”반승제의 호흡은 더욱더 빨라졌다. 그는 서주혁이 흥분을 억누르며 하는 말소리를 들었다.“지금 너 찾으러 갈게, 구체적인 건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반승제는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서주혁을 기다렸다.서주혁은 감식 보고서를 들고 일찍 도착했다.“이제 우리는 이 노트의 3일 동안의 경로를 잘 조사하기만 하면 돼.”반승제는 손을 들어 미간을 눌렀다. 순간 마음이 조금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주혁아, 이 일은 당분간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돼.”그는 괜히 허탕 친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도 기뻐할까 봐 걱정했다.반승우가 살아있다 해도 6년이나 그들을 만나지 못한 건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가 만나려 하지 않은 거였거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였거나.어쨌든 이 안의 상황은 매우 복잡했다.서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승제 더러 윤단미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라 전했다.윤단미는 밤새 잠을 못 자서 정신이 없었다.반승제의 전화를 받은 그녀는 마치 형장에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뿐이었다.약속한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뜻밖에도 서주혁을 발견했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반승제는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물을 뿐이었다.“이 노트가 계속 너한테 있었다고?”윤단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블 아래에 놓인 손은 자신의 살을 떼어낼 것처럼 꽉 쥔 채로 말이다.“윤씨 저택에?”“응, 어제 내가 보디가드 시켜서 특별히 갖고 오라고 한거야.”“어느 보디가드인데?”그러자 윤단미는 자신의 보디가드를 불러 데려왔다.반승제는 보디가드를 보며 물었다.“이 노트 갖고 올 때, 길에서 누구랑 마주친 적 있나요?”보디가드는 고개를 저었다.반승제는 손을 들어 눈썹을 어
그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이 반승제에게 이곳의 주소를 보냈다.그 시각, 성혜인은 이미 룸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안에는 중년 남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고 모든 남자의 곁에는 술 시중을 드는 여자들이 있었다.남자는 중년이 되어 일단 주색에 빠지기만 하면 매우 느끼해져서 보기 좋지 않아진다.성혜인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고는 맨 가운데에 앉아 있는 한도하를 발견했다.그 사람이 바로 오늘 밤 그녀가 찾으려는 사람이었다.한도하의 지난 드라마는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현재 그에게 투자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원래 그는 성혜인을 거절하려 했으나 예쁜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빛을 반짝였다. 지금 품에 안겨있는 여자는 그녀와 비할 바 없이 추해 보였다.“한 감독님.”성혜인이 부르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당신이 페니 씨군요. 어서 앉으세요, 통화에서 페니 씨 목소리를 들었을 때 틀림없이 미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모두 그녀에게 쏠리기 시작했다.모든 업계에는 작은 무리가 있었다. 현재 이곳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한도하의 친구이자 감독들이었다.공기 중의 값싼 술 냄새와 향수 냄새를 맡은 성혜인은 속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순간 어렸을 적 일이 떠오르며, 이 장면이 예전 성휘를 따라다니며 만났던 모습과 똑같다는 걸 발견했다.그래서 그녀의 적응력은 매우 뛰어났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이 체면을 봐주리란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한도하는 곁에 있던 여자들을 밀치고 기다리다 못해 성혜인에게 손을 흔들었다.성혜인은 한 무리 남자들의 발끝을 넘어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빙긋 웃으며 한도하를 바라보았다.“한 감독님, 제 취지는 이미 알고 계시죠? 저는 감독님의 다음 영화에 투자하고 싶습니다.”“페니 씨, 일단 술부터 마시고 천천히 본론으로 들어갑시다.”다른 감독들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술도 안 마시면 얘기를 이어나갈 수 없어요.”성혜인은 이미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