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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반 대표님은 윤단미 씨가 질투할까 봐 그러시는 거잖아요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성혜인은 계속 이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반승제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다시 한번 문질렀고 물로 손에 있는 거품을 깨끗이 헹구고는 옆에 있는 휴지를 뽑아 천천히 손을 닦았다.

그 과정은 일분도 되지 않았지만 성혜인은 한 세기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승제는 닦은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침착한 척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

평소에 언변이 그토록 뛰어나더니 지금은 놀라서 몸서리를 치는 그녀의 모습에 반승제는 입을 열었다. 이런 대화를 시작했으니 성혜인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반 대표님은 저의 상사이고 고용주이니 당연히 무서운 존재죠.”

반승제는 그녀의 귀 뒤에 가려지지 않은 흔적을 보았다. 아마 서둘러 오다 보니 아무도 그녀에게 귀띔을 주지 않은 모양이다.

“남편과의 식사자리는 즐거웠어?”

‘이런 모습을 남편이 목격했는데 이혼을 당하지 않았다고?’

성혜인은 바로 머리를 굴렸다.

“저녁에 겨울이한테 문제가 생겼고 마침 민규 씨도 바쁜 터라 약속을 취소했어요.”

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에서 윤단미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자리를 떴다.

성혜인은 그 자리에 서있었다. 왠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휴지를 뽑아 손을 닦으려고 하는데 반승제는 다시 돌아와 몸을 약간 기운 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두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은 우리 모두 잊었으면 좋겠어.”

성혜인은 온몸이 굳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더할 나위 없이 서로에서 좋은 것이라고 눈빛에 쓰여있었다.

그녀는 이제야 완전히 마음이 놓였고 그와 함께 지내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알고 있어요. 반 대표님은 윤단미 씨가 질투할까 봐 그러시는 거잖아요. 안심하세요, 저 입이 무거워요.”

반승제는 바로 그녀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 그녀의 홀가분해하며 눈동자가 반짝이는 걸 보았다.

시선이 조금씩 그녀를 스쳐 지나갔고 말투도 조금 쌀쌀해졌다.

“눈치는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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