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에게 제원의 다른 명문가 아가씨를 소개해 주려 하였는데 자신에게 분명히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는 걸 알면서 윤단미와 함께 동물 병원에 갔다는 걸 보아하니 두 사람이 옛정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그런데 성혜인이 어떻게 승제가 윤단미와 함께 동물 병원에 간 사실을 알았지? 그 년 설마 승제를 스토킹 하는 거 아니겠지?’백연서는 미간을 찌푸렸고 바로 성혜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착각하지 마. 승제에게서 떨어져. 어차피 너희들은 이혼하게 되어 있어. 네가 어떤 수를 써도 승제는 너를 원하지 않을 것이니.」참으로 보기 거북한 문자이다. 성혜인은 이 문자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대표님에게서 멀리 떨어질 테니.」 백연서는 차갑게 웃었다. ‘꼭 그렇게 해. 그렇지 않으면 성 씨 집안, 가만히 두지 않을 테야.’ 또 한 시간이 흘렀고 겨울이가 드디어 마취에서 깼다. 의사는 성혜인에게 당부를 하였다.“이것은 상처에 바르는 약이에요. 하루에 꼭 세 번씩 발라야 돼요. 이제 날씨가 더워져서 감염 위험성이 있어요.”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요즘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이처 빌리지 일도 처리하고 있고 김양훈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겨울이를 돌 볼 정력이 없다. 그리고 지금 반승제가 포레스트 펜션에 있으니 겨울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다. “페니 씨, 혹시 겨울이를 돌볼 시간이 없으시면 병원에 입원을 시켜도 돼요. 매일 돌봐주는 전담의사가 있어요. 다만 입원비가 좀 비싸요.” 성혜인은 한숨을 돌리고 바로 돈을 냈다. 떠나기 전 그녀는 겨울이를 보고 가려 하였고 겨울이도 주인이 온 걸 알고 일어나려 애썼다.성혜인은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겨울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녀를 너무 오래 보지 못해 심심한 나머지 자갈을 삼킨 것 같다. 아주머니한테 얘기해서 정원의 자갈들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또 같은 문제가 생기면
“효원 씨.”성혜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보았다. “당신이 나에게 약을 보내 준 걸 생각해서 줄곧 당신에게 따지지 않았던 거였어요.”얼굴이 일그러진 최효원은 차갑게 웃었다.“능력 있으면 유현숙 앞에서 얘기하지 그래요. 페니 씨,남의 남자를 꼬셨으면 당신에게 뭐라고 하는 걸 감수해야죠. 입주자 그룹 채팅방에 들어 왔어야 하는데. 다른 입주자들이 당신을 뭐라고 하는지 볼 수 있게끔.”입주자 그룹 채팅방?성혜인은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현숙 같은 이상한 사람이 있으니 언젠가 이 일을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될 것이다. 이 사회는 여성에게 원래 가혹하여 아무도 기꺼이 그녀의 설명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모두들 단지 재미있는 구경만 하고 싶을 뿐이다.누군가가 그녀를 '나쁜 년'이라고 욕할 때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을 수도 있다.하지만 두 사람 세 사람이 따라서 같이 욕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믿게 된다.아마 이후 다른 입주자들도 그녀에게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이곳은 부자 동네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렇게 명성이 떨어지는 여자가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하면 레벨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성혜인이 마주해야 할 사람은 유현숙뿐만 아니라 아파트 입주자들이다. 이 집에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인터넷에 매물을 올렸지만 아직까지 연락 오는 사람이 없어 성혜인도 심신이 피곤했다. 최효원은 성혜인이 고민에 빠진 걸 보고 자신의 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고 생각했다.“허허. 하긴 당신을 그 채팅방에 초대하는 사람이 없겠죠. 다들 당신이 자신의 남편에게 꼬리 칠 까봐 걱정이 될 테니.”성혜인은 가볍게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맞는 말이에요. 어차피 평판도 별로인데 하나 정도 더 많아봐도 별 상관이 없을 텐데 지금 임 사장님한테 전화할까요? 마침 집 디자인을 의뢰하셨는데 오고 가고 하면서 눈이 맞을지도 모르잖아요.”최효원의 얼굴은 순간 화 나서 빨개졌고 온몸이 떨려왔다.“감히!”성혜인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못할 것 없지
반승제는 오늘도 미열이 좀 있지만 몸에 있는 두드러기는 이미 사라졌다.그의 얼굴색은 매우 차가웠고 그의 곁에 서 있는 최효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승제는 아무 말도 없이 앞으로 걸어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최효원은 조금 난처했지만 바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인우는 반승제가 미열로 인해 볼이 조금 빨간 걸 보고는 황급히 물었다.“대표님, 아니면 돌아가서 좀 더 쉬세요.”반승제는 하룻밤 열이 났던 지라 지금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는 손을 들어 미간을 눌러보았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만약 이따 페니가 나에게 전화를 하면 가서 로즈가든의 일을 해결해.”이 회의는 오랫동안 지속될 예정이기에 심인우는 일단 참석하지 않고 밖에 남을 것이다. 반승제의 휴대폰은 사무실에 놓고 갈 예정이다. 이 회의는 해외인수에 관련된 회의라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챙겨 들어간다고 하여도 무음 상태로 설정하여야 한다. BH그룹의 업무는 줄곧 이러하다. 인수를 진행하고 있거나 인수 준비를 하고 있다.심인우도 대표님이 페니 씨 대하여 조금은 특별하다는 걸 눈치챘다.비록 아주 미세하지만 말이다.“네.”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였고 휴대폰을 사무실에 놓고는 임원들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그러나 자리에 앉자 그의 머릿속에 지난번에 본 동영상이 떠올랐다. 동영상 속 여자가 분명히 욕설을 퍼부고 있는데 성혜인은 그에게 이웃이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눈에 웃음기가 어렸다.‘헛소리 하고 있네.’ ...성혜인은 바로 로즈가든에서 떠나지 않고 유현숙이 살고 있는 빌딩으로 향했다.그녀는 이미 1층에 있는 경비원에게 상황을 알아보았다.유현숙은 노래방을 차렸고 확실히 돈이 많은 여자이고 그녀의 남편은 오늘 집에 있다고 한다. 성혜인은 가서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사람은 중년 남자였는데 조금 음흉한 외모였고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유현숙 씨의 남편인가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성혜인을 위
유현숙이 성혜인을 좀 못살게구나 기대했었는데 하루 만에 잡힐 줄은 생각지 못했다.최효원은 성혜인이 단톡방에 올린 글을 본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노래방을 신고한 사람이 그녀라는 글을 올린 것이었다.‘이 여자가 어떻게 노래방의 일을 알지? 노래방에 불법 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거기에 간 사람만 알 텐데.’최효원이 실눈을 뜨고 계속 생각했다.‘성혜인이 남자를 엄청 잘 꼬시던데. 설마 노래방 아가씨 출신은 아니겠지?’그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마침 오늘 윤단미도 BH 그룹에 왔다. 반승제와 관계를 회복하겠다고 했으니 성의는 보여줘야 했다.윤단미를 본 최효원의 두 눈이 반짝였다.BH 그룹에 반승제를 찾아오는 여자들이 매일 수도 없이 많았다. 다들 연예인 아니면 인플루언서였는데 딱 봐도 반승제를 꾀기 위한 목적이었다. 프런트 직원이 여러 번이고 그녀들을 거절했다. 이젠 윤단미가 돌아왔으니 당연히 누가 반승제를 넘보는지 알아야 했다.그녀가 가까이 갔을 때 최효원은 한창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반 대표님의 디자이너가 한 노래방이랑 관계가 있는데 글쎄 그 노래방에서 불법 거래가 있었다지 뭐예요. 그 노래방 사장이 감옥에 갔대요.”“정말이에요? 페니 씨 평소에는 참 무관심해 보이던데.”최효원은 윤단미를 못 본 척하며 슬쩍 한마디 내던졌다.“사실 반 대표님이 페니 씨 방에서...”최효원은 하던 말을 멈추고 그제야 윤단미를 발견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다급하게 인사했다.“아가씨.”윤단미는 최효원에 대한 인상이 별로 없었다. 어쨌거나 BH 그룹의 프런트 직원이 여러 명이고 게다가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으니 말이다.‘방금 이 프런트 직원이 채 하지 못한 얘기가 뭘까?’윤단미가 그녀를 보며 다정하게 웃었다.“저랑 꼭대기 층에 가요. 마침 직접 볶은 커피콩을 가져왔거든요. 꼭대기 층에 휴게실이 있는데 커피콩 갈 줄 알죠?”최효원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드디어 아가씨의 주의를 끌었어.”“네, 저 따라오세요, 아가씨.”두 사람
“알겠어요, 아주머니. 승제 회의 끝나면 함께 갈게요.”전화를 끊은 윤단미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그때 줄곧 밖에 서 있던 심인우는 그녀가 휴대 전화를 만지는 걸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이변이 없는 한 미래의 사모님이 윤단미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님도 개의치 않아 하시는데 비서인 그가 굳이 나서서 미움을 받을 필요가 있겠는가.윤단미는 사무실에서 나온 후 곧장 휴게실로 향했다.최효원은 최선을 다해 커피콩을 갈고 있었다. 윤단미가 들어오자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 앞에 선 윤단미는 휴게실에 그녀와 단둘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말을 꺼냈다.“아까 밑에서 하던 얘기 마저 해요. 승제랑 페니 씨가 뭐 어쨌다고요?”최효원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당황한 척 연기를 펼쳤다. 윤단미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BH 그룹의 미래 사모님이 나라는 걸 알고 있겠죠? 내가 승제한테 한마디만 해도 그쪽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요.”최효원이 커피콩을 가는 기계를 재빨리 내려놓더니 불안한 얼굴로 자신의 옷을 꽉 잡았다.“아가씨, 제가 얘기할게요. 전부 다 얘기할 테니까 제발 자르지만 말아 주세요.”윤단미가 싸늘하게 웃었다.‘진작 이랬어야지.’“말해봐요. 승제랑 페니 씨가 뭘 어쨌다고요?”“어떻게 된 거냐면 저랑 페니 씨 방이 1층에 있는데 어느 하루는 반 대표님이 그 방에서 나오시더라고요. 게다가 늦은 시각에 나오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윤단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반승제는 함부로 여자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반승제는 그녀의 집도 간 적이 없었다. 매번 그녀를 바래다줄 때도 집 앞까지만 바래다주었다.반승제는 지금까지 줄곧 여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나한테 거짓말하면 그 대가가 뭔지 알아요?”최효원이 눈물을 왈칵 쏟을 것처럼 말했다.“아가씨, 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반 대표님이 페니 씨 방에서 나오는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제가 지금 반 대표님의 사촌 동생이랑 연애 중이라 페니
그녀는 문자를 보고도 못 본 척 답장하지 않았다.병원에 오자마자 또 어제 그 고양이와 마주쳤다. 오늘 아무래도 재검사를 받으러 온 모양이다.하지만 이번에는 윤단미는 오지 않았고 어젯밤의 그 도우미가 함께 왔다.도우미의 얼굴에 아직도 시뻘건 손가락 자국이 선명했다. 어젯밤 윤단미가 얼마나 힘을 주어 때렸는지 가히 짐작이 갔다.도우미는 케이지에 있던 고양이를 꺼내 의사에게 맡겼다.의사가 고양이를 안고 성혜인의 앞을 지나갔다. 지금까지 본 랙돌 고양이 중에서 가장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눈은 바다처럼 파랬고 털도 보들보들한 게 자꾸만 만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윤단미의 고양이라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접고 겨울이 상태를 살폈다.오늘 그나마 정신을 차린 겨울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케이지 안에서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했다. 아직 상처가 덜 아물었고 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의사는 겨울이를 케이지에 넣었다.하지만 지금까지 성혜인은 겨울이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웠다. 포레스트 뒤에 있는 방도 꽤 커서 마음껏 뛰어다녔었다. 자유롭던 겨울이가 케이지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니 그녀도 마음이 아팠다.“선생님, 겨울이를 모레 데려가도 돼요?”“네, 매일 약 발라주는 거 잊지 마시고요.”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겨울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겨울이와 잠깐 놀아준 후 동물 병원을 떠나 집에 가려고 했다.이 동물 병원은 번화한 길거리에 있는 게 아니라 별장 주민 구역 주변에 있어 무척이나 조용했다. 하여 별장에 사는 주민들이 애완동물을 데리고 자주 찾았다.성혜인이 차 타러 가던 길에 조급하게 울고 있는 한 도우미와 마주쳤다. 그리고 도우미 옆에 빈 케이지가 놓여있었다. 도우미 옆을 지나야 했던 성혜인이 모른 척하려다가 말을 걸었다.“고양이가 도망갔어요?”앳된 얼굴의 도우미는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너무 놀라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네. 어떡해요? 단미 아가씨가 아시면 절 죽이려 할 거예요. 그 랙돌 고양이를 4천만 원 주고 샀대요. 엉엉... 이제 무슨 수
윤단미가 싸늘하게 웃었다.“난 지금 승제네 집에 밥 먹으러 가던 길이야.”그녀가 도우미에게 손가락질하며 차갑게 말했다.“너 두 시간 후에 바로 나한테 전화해. 페니 씨가 고양이를 찾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처리하겠어!”그러고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그녀가 자리를 비운 후 성혜인이 도우미를 쳐다보았다. 도우미도 이리 쉽게 상황을 모면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제 발 저리긴 했지만 잊지 않고 성혜인에게 당부했다.“얼른 고양이나 찾아요.”성혜인은 그저 가소롭기만 했다.‘내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으로 보여?’그녀는 도우미를 거들떠보지 않고 곧장 자기 차에 올라탔다.조금 전 윤단미가 가던 방향은 포레스트 쪽이었다. 반승제와 함께 식사한다고 했었고 백연서도 갑자기 문자를 보낸 걸 보면 윤단미를 앞세워서 위세를 떨쳐 보이려는 게 분명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쥐었다. 원래는 반씨 집안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윤단미가 스스로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양이는 그저 도화선일 뿐이었다.그녀는 휴대 전화를 꺼내 반태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전화에 반태승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혜인아, 무슨 일이야? 승제가 또 널 괴롭혔어?”반승제 얘기에 반태승의 말투가 싸늘해졌다. 반승제의 외도만 생각하면 채찍을 들어서라도 아주 혼쭐을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반태승의 목소리에 성혜인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편에 서준 사람은 오직 반태승뿐이었고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보다도 그녀를 더 믿어줬다.원래는 그저 고자질만 할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억울함이 밀려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자 반태승의 낯빛이 진지해졌다.“그 자식 또 무슨 잘못을 한 거 맞지? 혜인아, 진정해. 윤단미가 돌아왔다고 들었어. 3년 전에 우리 집안에 들어오지 못했으니 3년 후인 지금도 못 들어와.”성혜인이 코를 훌쩍였다. 반태승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 이내 당부했다.“할아버지, 꼭 건강 챙기세요.”“난 괜찮아. 이 할아버지가 걱정하는 건 너
윤단미의 시선이 유경아에게 향한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벌써 한참이나 지났는데 마실 것도 안 내오고 뭐해요? 포레스트에 오늘 마실 것도 준비 안 됐나요?”유경아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유경아는 무의식적으로 반승제를 쳐다보았다. 윤단미는 반승제의 팔짱을 꽉 끼고 있었다. 계속 열이 내렸다 올랐다 반복한 바람에 안색이 조금 창백했지만 그만의 아우라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그가 자리에 앉자 윤단미도 그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았다.유경아는 분통이 터졌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 차를 내리면서 성혜인에게 몰래 문자를 보냈다.「사모님, 아무래도 포레스트에 오셔야겠어요. 도련님이 어떤 여자를 데리고 왔는데 두 사람 아주 다정해 보여요.」그 시각 로즈 가든으로 돌아온 성혜인은 포레스트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유경아는 차를 가져와 티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윤단미가 위층을 힐끗 보더니 씩 웃었다.“승제야, 네 와이프는 집에 없어?”아내의 행방을 몰랐던 반승제는 유경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유경아가 재빨리 설명했다.“사모님 아직 들어오지 않았어요.”윤단미가 놀란 척하며 입을 움켜쥐었다.“아까 아주머니랑 통화할 때 네 와이프가 밖에서 뭘 하고 다니는지 자꾸 외박한다고 하더라고. 결혼했으면 일찍 집에 들어와야지, 안 그래? 승제 너 지금 몸도 안 좋은데 옆에서 챙겨주지도 않고 대체 어딜 갔대?”반승제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챙겨줄 필요 없어.”그녀가 없으면 오히려 더 자유롭고 편했다.그 말에 윤단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더는 그 꼴을 볼 수 없었던 유경아는 대충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했다. 거실에 반승제와 윤단미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반승제가 한창 오전 회의 때의 데이터를 생각하고 있는데 윤단미가 옆에서 재잘거렸다.“아까 오는 길에 페니 씨를 만났는데 페니 씨가 내 고양이를 잃어버렸어. 승제야, 나 우리 집 고양이를 좋아하는 거 너도 알잖아. 고양이한테 무슨 일이 있을까 봐 너무 걱정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