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성혜인은 계속 이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반승제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다시 한번 문질렀고 물로 손에 있는 거품을 깨끗이 헹구고는 옆에 있는 휴지를 뽑아 천천히 손을 닦았다.그 과정은 일분도 되지 않았지만 성혜인은 한 세기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반승제는 닦은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침착한 척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내가 그렇게 무서워?”평소에 언변이 그토록 뛰어나더니 지금은 놀라서 몸서리를 치는 그녀의 모습에 반승제는 입을 열었다. 이런 대화를 시작했으니 성혜인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반 대표님은 저의 상사이고 고용주이니 당연히 무서운 존재죠.”반승제는 그녀의 귀 뒤에 가려지지 않은 흔적을 보았다. 아마 서둘러 오다 보니 아무도 그녀에게 귀띔을 주지 않은 모양이다.“남편과의 식사자리는 즐거웠어?”‘이런 모습을 남편이 목격했는데 이혼을 당하지 않았다고?’성혜인은 바로 머리를 굴렸다.“저녁에 겨울이한테 문제가 생겼고 마침 민규 씨도 바쁜 터라 약속을 취소했어요.”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에서 윤단미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자리를 떴다.성혜인은 그 자리에 서있었다. 왠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휴지를 뽑아 손을 닦으려고 하는데 반승제는 다시 돌아와 몸을 약간 기운 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두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은 우리 모두 잊었으면 좋겠어.”성혜인은 온몸이 굳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더할 나위 없이 서로에서 좋은 것이라고 눈빛에 쓰여있었다.그녀는 이제야 완전히 마음이 놓였고 그와 함께 지내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알고 있어요. 반 대표님은 윤단미 씨가 질투할까 봐 그러시는 거잖아요. 안심하세요, 저 입이 무거워요.”반승제는 바로 그녀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 그녀의 홀가분해하며 눈동자가 반짝이는 걸 보았다. 시선이 조금씩 그녀를 스쳐 지나갔고 말투도 조금 쌀쌀해졌다.“눈치는 있네.”
계약을 맺었다고? 이혼할 거라고?!그녀가 이 조건을 얘기하기도 전에 반승제가 먼저 이 얘기를 언급했다.윤단미는 순간 달콤함으로 가득 차오르면서 마음이 들떴다.그녀의 손끝마저 떨려왔다. 만약 반승제가 이혼을 한다면 반 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 아닌가?“이혼... 하려면 얼마나 걸려?”반승제는 앞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늦어도 반년. 할아버지가 요즘 많이 안 좋으셔.”윤단미의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고양이를 만지며 애써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러나 차가 윤단미 집 앞에 세워졌을 때, 그녀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래, 그럼 반년. 승제야, 네 말이 맞아. 우리는 아직 재결합하지 않았어. 그러나 나는 내가 아내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너에게 알려줄 거야. 나는 너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고 그 여자를 만나려고 하지도 않을 거야. 그때 우리가 헤어졌던 이유는 단순히 네가 결혼하기 때문만은 아니고,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우리 사이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그 문제를 내가 천천히 찾아내고 차차 해결할 거야. 만약 네가 어느 날 재결합에 동의한다면, 우리 그때 결혼하자.”마지막 그 한마디를 뱉어낼 때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였고 득의양양했다.그러나 반승제는 그냥 담담하게 앞만 보고 있었다.“재결합하면 그때 다시 얘기해.” “승제야, 미안해. 그때 내가 너무 제멋대로였어. 외국에 남아서 무슨 그림을 배운다고 고집부리고 너의 재결합도 거절했어. 앞으로 내가 먼저 너에게 애정표시도 할 거야. 우리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말을 마치고 그녀는 차에서 내려 차창 밖에 서서 그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반승제는 그녀를 힐끗 보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들어가. 밖은 추워.”윤단미의 마음은 더욱 달콤함으로 차올랐고 한 걸음 걷고 세 걸음 돌아보며 집으로 들어갔다.반승제는 자동차에 앉아 있는데 온몸이 좀 불편했다.그는 여기에 머무르
“성혜인이 어디 갔어? 당장 내 앞에 나타나라고 해!”오늘 백연서는 정말 너무나 화가 났고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했다.만약 반승제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성혜인이 어떤 대가를 치러도 변상해 낼 수 없다.유경아도 백연서가 조금 무서웠다. 때론 백연서는 억지를 부리며 성혜인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 “사모님 아직 밖에 계세요.” 백연서는 이 말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결혼한 여자가 아직도 밖에 있다고? 다른 남자를 만나서 뭘 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 지금 몇 시야? 벌써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하루 종일 뭐 하나 몰라. 승제가 집에 없는 3년 동안 그 사이 우리 반 씨 집안에 떳떳하지 못한 일을 했을지 누가 알아. 만약 정말 그랬으면 반드시 성 씨 집안 모든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유경아는 침을 삼켰고 정말 반 대표님이 알레르기가 돋은 걸 성혜인의 문제로 돌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 반 대표님은 알레르기가 돋은 상태에서 포레스트 펜션으로 돌아왔기에 이건 포레스트 펜션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게 분명하다. “최근 사모님의 강아지는 이곳에 있지 않았어요.” 유경아는 성혜인을 지켜주기 위하여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백연서는 차갑게 웃었다.“네가 지금 누구 편을 들려고 하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성혜인에게 잘 보여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어차피 걔는 승제와 이혼할 거야. 지금 회장님의 몸이 좋지 않아서 우리가 걔를 불쌍히 여기고 이 집에서 좀 더 머물게끔 허락해 준 거야. 도우미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 수작 부리지 말고.” 백연서는 옆에 앉으며 얘기를 이어갔다.“성혜인한테 오라고 해. 오늘 저녁 반드시 걔를 만나야겠어. 승제는 그 강아지 때문에 알레르기가 돋은 게 확실하니 그 강아지는 버려야 돼.”유경아는 성혜인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겨울이도 좋아한다. 지금 백연서의 이런 말을 들으니 그녀도 조금 화가 났지만 백연서의 말이 맞다. 그녀는 도우미일 뿐 반 씨 집안일에 간섭할 권한이
반승제에게 제원의 다른 명문가 아가씨를 소개해 주려 하였는데 자신에게 분명히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는 걸 알면서 윤단미와 함께 동물 병원에 갔다는 걸 보아하니 두 사람이 옛정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그런데 성혜인이 어떻게 승제가 윤단미와 함께 동물 병원에 간 사실을 알았지? 그 년 설마 승제를 스토킹 하는 거 아니겠지?’백연서는 미간을 찌푸렸고 바로 성혜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착각하지 마. 승제에게서 떨어져. 어차피 너희들은 이혼하게 되어 있어. 네가 어떤 수를 써도 승제는 너를 원하지 않을 것이니.」참으로 보기 거북한 문자이다. 성혜인은 이 문자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대표님에게서 멀리 떨어질 테니.」 백연서는 차갑게 웃었다. ‘꼭 그렇게 해. 그렇지 않으면 성 씨 집안, 가만히 두지 않을 테야.’ 또 한 시간이 흘렀고 겨울이가 드디어 마취에서 깼다. 의사는 성혜인에게 당부를 하였다.“이것은 상처에 바르는 약이에요. 하루에 꼭 세 번씩 발라야 돼요. 이제 날씨가 더워져서 감염 위험성이 있어요.”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요즘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이처 빌리지 일도 처리하고 있고 김양훈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겨울이를 돌 볼 정력이 없다. 그리고 지금 반승제가 포레스트 펜션에 있으니 겨울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다. “페니 씨, 혹시 겨울이를 돌볼 시간이 없으시면 병원에 입원을 시켜도 돼요. 매일 돌봐주는 전담의사가 있어요. 다만 입원비가 좀 비싸요.” 성혜인은 한숨을 돌리고 바로 돈을 냈다. 떠나기 전 그녀는 겨울이를 보고 가려 하였고 겨울이도 주인이 온 걸 알고 일어나려 애썼다.성혜인은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겨울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녀를 너무 오래 보지 못해 심심한 나머지 자갈을 삼킨 것 같다. 아주머니한테 얘기해서 정원의 자갈들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또 같은 문제가 생기면
“효원 씨.”성혜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보았다. “당신이 나에게 약을 보내 준 걸 생각해서 줄곧 당신에게 따지지 않았던 거였어요.”얼굴이 일그러진 최효원은 차갑게 웃었다.“능력 있으면 유현숙 앞에서 얘기하지 그래요. 페니 씨,남의 남자를 꼬셨으면 당신에게 뭐라고 하는 걸 감수해야죠. 입주자 그룹 채팅방에 들어 왔어야 하는데. 다른 입주자들이 당신을 뭐라고 하는지 볼 수 있게끔.”입주자 그룹 채팅방?성혜인은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현숙 같은 이상한 사람이 있으니 언젠가 이 일을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될 것이다. 이 사회는 여성에게 원래 가혹하여 아무도 기꺼이 그녀의 설명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모두들 단지 재미있는 구경만 하고 싶을 뿐이다.누군가가 그녀를 '나쁜 년'이라고 욕할 때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을 수도 있다.하지만 두 사람 세 사람이 따라서 같이 욕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믿게 된다.아마 이후 다른 입주자들도 그녀에게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이곳은 부자 동네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렇게 명성이 떨어지는 여자가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하면 레벨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성혜인이 마주해야 할 사람은 유현숙뿐만 아니라 아파트 입주자들이다. 이 집에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인터넷에 매물을 올렸지만 아직까지 연락 오는 사람이 없어 성혜인도 심신이 피곤했다. 최효원은 성혜인이 고민에 빠진 걸 보고 자신의 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고 생각했다.“허허. 하긴 당신을 그 채팅방에 초대하는 사람이 없겠죠. 다들 당신이 자신의 남편에게 꼬리 칠 까봐 걱정이 될 테니.”성혜인은 가볍게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맞는 말이에요. 어차피 평판도 별로인데 하나 정도 더 많아봐도 별 상관이 없을 텐데 지금 임 사장님한테 전화할까요? 마침 집 디자인을 의뢰하셨는데 오고 가고 하면서 눈이 맞을지도 모르잖아요.”최효원의 얼굴은 순간 화 나서 빨개졌고 온몸이 떨려왔다.“감히!”성혜인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못할 것 없지
반승제는 오늘도 미열이 좀 있지만 몸에 있는 두드러기는 이미 사라졌다.그의 얼굴색은 매우 차가웠고 그의 곁에 서 있는 최효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승제는 아무 말도 없이 앞으로 걸어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최효원은 조금 난처했지만 바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인우는 반승제가 미열로 인해 볼이 조금 빨간 걸 보고는 황급히 물었다.“대표님, 아니면 돌아가서 좀 더 쉬세요.”반승제는 하룻밤 열이 났던 지라 지금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는 손을 들어 미간을 눌러보았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만약 이따 페니가 나에게 전화를 하면 가서 로즈가든의 일을 해결해.”이 회의는 오랫동안 지속될 예정이기에 심인우는 일단 참석하지 않고 밖에 남을 것이다. 반승제의 휴대폰은 사무실에 놓고 갈 예정이다. 이 회의는 해외인수에 관련된 회의라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챙겨 들어간다고 하여도 무음 상태로 설정하여야 한다. BH그룹의 업무는 줄곧 이러하다. 인수를 진행하고 있거나 인수 준비를 하고 있다.심인우도 대표님이 페니 씨 대하여 조금은 특별하다는 걸 눈치챘다.비록 아주 미세하지만 말이다.“네.”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였고 휴대폰을 사무실에 놓고는 임원들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그러나 자리에 앉자 그의 머릿속에 지난번에 본 동영상이 떠올랐다. 동영상 속 여자가 분명히 욕설을 퍼부고 있는데 성혜인은 그에게 이웃이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눈에 웃음기가 어렸다.‘헛소리 하고 있네.’ ...성혜인은 바로 로즈가든에서 떠나지 않고 유현숙이 살고 있는 빌딩으로 향했다.그녀는 이미 1층에 있는 경비원에게 상황을 알아보았다.유현숙은 노래방을 차렸고 확실히 돈이 많은 여자이고 그녀의 남편은 오늘 집에 있다고 한다. 성혜인은 가서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사람은 중년 남자였는데 조금 음흉한 외모였고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유현숙 씨의 남편인가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성혜인을 위
유현숙이 성혜인을 좀 못살게구나 기대했었는데 하루 만에 잡힐 줄은 생각지 못했다.최효원은 성혜인이 단톡방에 올린 글을 본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노래방을 신고한 사람이 그녀라는 글을 올린 것이었다.‘이 여자가 어떻게 노래방의 일을 알지? 노래방에 불법 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거기에 간 사람만 알 텐데.’최효원이 실눈을 뜨고 계속 생각했다.‘성혜인이 남자를 엄청 잘 꼬시던데. 설마 노래방 아가씨 출신은 아니겠지?’그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마침 오늘 윤단미도 BH 그룹에 왔다. 반승제와 관계를 회복하겠다고 했으니 성의는 보여줘야 했다.윤단미를 본 최효원의 두 눈이 반짝였다.BH 그룹에 반승제를 찾아오는 여자들이 매일 수도 없이 많았다. 다들 연예인 아니면 인플루언서였는데 딱 봐도 반승제를 꾀기 위한 목적이었다. 프런트 직원이 여러 번이고 그녀들을 거절했다. 이젠 윤단미가 돌아왔으니 당연히 누가 반승제를 넘보는지 알아야 했다.그녀가 가까이 갔을 때 최효원은 한창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반 대표님의 디자이너가 한 노래방이랑 관계가 있는데 글쎄 그 노래방에서 불법 거래가 있었다지 뭐예요. 그 노래방 사장이 감옥에 갔대요.”“정말이에요? 페니 씨 평소에는 참 무관심해 보이던데.”최효원은 윤단미를 못 본 척하며 슬쩍 한마디 내던졌다.“사실 반 대표님이 페니 씨 방에서...”최효원은 하던 말을 멈추고 그제야 윤단미를 발견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다급하게 인사했다.“아가씨.”윤단미는 최효원에 대한 인상이 별로 없었다. 어쨌거나 BH 그룹의 프런트 직원이 여러 명이고 게다가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으니 말이다.‘방금 이 프런트 직원이 채 하지 못한 얘기가 뭘까?’윤단미가 그녀를 보며 다정하게 웃었다.“저랑 꼭대기 층에 가요. 마침 직접 볶은 커피콩을 가져왔거든요. 꼭대기 층에 휴게실이 있는데 커피콩 갈 줄 알죠?”최효원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드디어 아가씨의 주의를 끌었어.”“네, 저 따라오세요, 아가씨.”두 사람
“알겠어요, 아주머니. 승제 회의 끝나면 함께 갈게요.”전화를 끊은 윤단미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그때 줄곧 밖에 서 있던 심인우는 그녀가 휴대 전화를 만지는 걸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이변이 없는 한 미래의 사모님이 윤단미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님도 개의치 않아 하시는데 비서인 그가 굳이 나서서 미움을 받을 필요가 있겠는가.윤단미는 사무실에서 나온 후 곧장 휴게실로 향했다.최효원은 최선을 다해 커피콩을 갈고 있었다. 윤단미가 들어오자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 앞에 선 윤단미는 휴게실에 그녀와 단둘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말을 꺼냈다.“아까 밑에서 하던 얘기 마저 해요. 승제랑 페니 씨가 뭐 어쨌다고요?”최효원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당황한 척 연기를 펼쳤다. 윤단미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BH 그룹의 미래 사모님이 나라는 걸 알고 있겠죠? 내가 승제한테 한마디만 해도 그쪽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요.”최효원이 커피콩을 가는 기계를 재빨리 내려놓더니 불안한 얼굴로 자신의 옷을 꽉 잡았다.“아가씨, 제가 얘기할게요. 전부 다 얘기할 테니까 제발 자르지만 말아 주세요.”윤단미가 싸늘하게 웃었다.‘진작 이랬어야지.’“말해봐요. 승제랑 페니 씨가 뭘 어쨌다고요?”“어떻게 된 거냐면 저랑 페니 씨 방이 1층에 있는데 어느 하루는 반 대표님이 그 방에서 나오시더라고요. 게다가 늦은 시각에 나오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윤단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반승제는 함부로 여자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반승제는 그녀의 집도 간 적이 없었다. 매번 그녀를 바래다줄 때도 집 앞까지만 바래다주었다.반승제는 지금까지 줄곧 여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나한테 거짓말하면 그 대가가 뭔지 알아요?”최효원이 눈물을 왈칵 쏟을 것처럼 말했다.“아가씨, 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반 대표님이 페니 씨 방에서 나오는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제가 지금 반 대표님의 사촌 동생이랑 연애 중이라 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