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를 주는 게 아니라, 막으라는 뜻입니다.”이 말은 매우 단호했다. 서주혁은 앞에 있던 책을 가볍게 덮으며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강성 유치원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저는 제원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교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만약 서주혁이 이 일로 인해 강성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면 자신은 강성 전체의 죄인이 될 것이 분명했다.“서 대표님, 제가 꼭 장 선생님을 막겠습니다.”그제야 서주혁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지며 그는 옆에 있는 문을 열었다.“그리고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해야 합니다. 만약 누구나 꽃을 들고 들어올 수 있다면 아이들의 안전을 누가 책임집니까?”교장은 소준호가 예전에 학교에서 연주회를 한 적도 있고 명문대 출신으로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친절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서주혁이 소준호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말을 바꿨다.“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교직원 외에는 출입을 금지하도록 경비실에 지시하겠습니다.”서주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겸이 문제는 유치원에서 신경 좀 써주십시오.”교장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신경 써야죠. 당연한 일입니다.”서주혁은 사무실을 나간 후 교실을 한 번 살펴봤다. 그가 있는 위치는 장하리에게 보이지 않았지만 서주혁은 장하리를 볼 수 있었다.하루 밤낮을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무사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여전히 현실감이 없었다.서주혁은 눈을 내리깔았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 여기가 유치원임을 떠올리고는 참았다.그는 등을 벽에 기대고 조용히 장하리를 바라보았다.장하리는 아이들에게 수공예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녀는 어디선가 불편할 정도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시선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불편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던 장하리는 조용히 앉아 있는 서보겸과 눈이 마주쳤다.서보겸의 얼굴은 마치 동화 속 왕자님처럼 너무나도 정교하게 생겼다. 그는 오늘 처음 왔는데 반 여자아이들이 계
서보겸은 엄마가 이제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자신과 아빠는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했다.서율 누나가 말하길, 새엄마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은 불쌍하다고 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따뜻하게 입지도 못하며 자라서는 산골짜기에 팔려 갈 수도 있다고 했다.서보겸은 그 말을 곱씹을수록 더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수업이 끝난 후 장하리가 교실 밖으로 나가자 멀리 서주혁이 보였다.장하리는 이 남자에게 별다른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강성의 최대 투자자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서 대표님.”그렇게 인사하며 장하리는 자신의 사무실로 가려고 했다.“장 선생님은 이제 쉬시는 건가요?”장하리는 마지못해 대답했다.“네, 한 시간 후면 아이들이 점심을 먹을 시간이라 그 전에 동화책을 준비해야 해요.”“제가 같이 가죠.”“괜찮습니다. 서 대표님도 바쁘시잖아요.”“바쁘지 않습니다.”장하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괜찮아요. 이런 일은 보통 남자 친구와 함께하는 게 익숙해서요.”서주혁은 그 자리에 서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방금 꺼냈던 라이터를 손에 들고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장하리는 그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자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향했다.그녀가 사라지자 서주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무슨 말을 들었는지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가 놓칠 리 없지. 공문을 보내도록 해.”“알겠습니다, 서 대표님.”전화를 끊고 서주혁은 교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서보겸이 자신이 만든 수공예 작품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 장면을 보는 순간 서주혁의 가슴이 아려왔다. 이 아이는 어른스럽게 일찍 철이 들었다. 엄마가 자신을 떠나간 걸 깨닫고는 엄마라 부르지도 못한 채 망설이고 있었다.서보겸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장하리가 자신을 거부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서보겸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장하리는 이제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고 하고 자신은 그 가
장하리가 아직 사무실에 있을 때 서보겸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녀는 급히 교실로 달려갔다. 바닥에는 몇 방울의 피만 남아 있었고 죄책감에 울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선생님, 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흑흑.”장하리는 아이가 딸꾹질할 정도로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얼른 아이를 달랬다.“괜찮아. 울지 마. 우리 같이 가서 보겸이 보자.”그 아이는 여전히 손에 장하리가 만든 고양이를 꽉 쥐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저는 그저 선생님 고양이를 갖고 싶었어요. 보겸이가 제 뒤에 서 있는 줄 몰랐어요.”장하리는 마음이 약해지며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고양이 가져. 이제 보겸이한테 사과하러 가자.”“네.”장하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보건실로 향했다. 복도 창문 너머로 이미 교장이 와 있는 게 보였다.교장은 잔뜩 긴장한 채 얼굴 근육이 떨리고 있었다. 장하리가 오자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장 선생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이가 반에 온 지 하루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서 대표님께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두 사람은 보건실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서주혁에게 들리게 할 수는 없었다.교장은 서주혁이 책임을 추궁할까 봐 두려워 잔뜩 초조해했다.이번 수업은 장하리의 수업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반 책임자였기에 결국 책임을 져야 했다.“교장 선생님, 제가 아이를 데리고 가서 사과드리겠습니다.”“사과?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에요. 서보겸이 어떤 아이인지 알잖아요. 서 대표님이 이 일로 추궁하시면 이 아이는 오늘 당장 퇴학당할 겁니다.”장하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아이의 귀를 막았다.“교장 선생님, 이런 말을 아이들 앞에서 하지 마세요. 이 아이는 고의로 그런 게 아니에요. 아이들끼리 부딪히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어른들의 사정으로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더럽히지 말아야죠.”교장은 장하리의 말에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녀가 서주혁이 얼마나
“제 잘못인 걸 압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사과하러 온 거예요.”장하리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서 대표님, 아이들 사이에 다툼은 흔한 일입니다. 유치원 선생님들도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어요. 어떤 아이들은 그냥 평지를 걸어가다가도 넘어져서 상처를 입곤 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이런 작은 사고들은 피할 수 없는 일이죠.”서보겸은 침대에 앉아 두 사람이 싸우는 듯한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해져 서둘러 말을 꺼냈다.“아빠... 나 안 아파요.”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의 눈에는 이미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서주혁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그는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저 아이의 부모를 불러주세요.”장하리는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서 대표님, 보겸이가 그렇게 소중하다면 그냥 집에 있게 하시죠. 왜 굳이 유치원에 보내세요?”이 말은 치명적이었다. 장하리는 자신이 잡고 있던 보겸의 손가락이 갑자기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겁에 질린 듯한 느낌이었다.서주혁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수축하였다. 마치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몰려왔다.“장하리,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장하리는 그제야 자신이 실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서주혁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며 두 아이 앞에서 그녀를 복도로 끌어냈다.장하리는 서주혁의 행동에 더욱 불쾌해졌고 마음속 불안감이 커졌다.“손 놔요!”서주혁은 그녀를 복도의 난간 옆 꽃담으로 몰아붙였다.“어떻게 아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장하리... 보겸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하지만 장하리는 그를 가차 없이 막아섰다. 눈에는 당당함이 가득했다.“저는 진지해요. 만약 보겸이가 다칠 때마다 서 대표님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신다면 차라리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게 낫겠어요. 이렇게 되면 보겸이와 놀 아이들은 위축되고 선생님들도 더 피곤할 뿐입니다. 서 대표님이 듣기 싫으
장하리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사탕 하나를 집어 들고 다시 보건실로 향했다.보건실 안에서 서보겸을 밀친 아이는 여전히 눈물을 쏟고 있었다.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장하리는 아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는 먼저 나가서 기다리렴. 선생님이 보겸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할게.”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느끼며 나갔다.장하리는 침대에 앉아 전보다 더 불안해 보이는 서보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보겸아, 아직도 아파? 사탕 먹을래?”장하리는 서보겸의 손을 잡아 그 위에 작은 사탕 하나를 올려놓았다.서보겸은 고개를 숙이고 분홍색 사탕을 바라보더니 그 긴 속눈썹이 내려앉자마자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장하리는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당황하며 서둘러 휴지를 뽑아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미안해. 아까 선생님이 일부러 그런 말 한 게 아니야. 그저 네 아빠의 처리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거야. 너랑은 상관없어. 선생님을 용서해 줄 수 있겠니?”서보겸은 맑은 눈으로 장하리를 올려다보며 길게 자란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장하리는 마치 심장이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는 그의 볼을 부드럽게 닦으며 말했다.“선생님도 사람이라 실수할 때가 있어.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 정말 미안해. 어떻게 해야 보겸이가 선생님을 용서해 줄래?”서보겸은 입술을 살짝 떨며 말했다.“아리... 아리를 주세요.”아리? 그건 서보겸이 기르는 강아지 이름 아닌가?“너 또 다른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거야? 선생님이 오늘 오후에 강아지 사줄까?”“아니요... 선생님이 접어준 아리요.”장하리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 아까 그가 장난감 종이 고양이를 원하다가 밀쳐졌던 거였다.그녀는 속이 아려왔다.“그래. 선생님을 용서해 준다면 아리 세 마리 접어줄게.”서보겸은 마음이 아려왔지만 결국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장하리는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달랬지만 서주혁 쪽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는 보겸에게
서보겸의 눈빛은 잠시 빛나더니 장하리의 말을 듣고 다시 어두워졌다.장하리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바로 작은 교실로 향했다.교장실에서는 서주혁이 서보겸을 꽉 안고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많이 아팠어?”“아니요. 아빠... 안 아파요.”“바보야, 그 애가 일부러 널 밀친 거잖아.”그건 질문이 아닌 단정이었다.서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천천히 떨궜다.서주혁은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 장면을 보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서보겸의 귀에 대고 했던 말을 알아차렸다.“못생긴 괴물.”명백히 고의로 밀친 것이었다.서보겸은 첫날부터 반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다.서주혁은 입술의 움직임만 봐도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아이들 사이의 호감은 순수하지만 질투 또한 순수했다. 그 아이는 서보겸이 피를 흘리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서보겸은 장하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억울함을 꾹 삼킨 것이다.하지만 서주혁은 자신의 아들이 억울함을 참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서보겸을 네 살부터 키우면서 한 번도 이런 억울함을 겪게 한 적이 없었다.하물며 그 억울함이 장하리와 관련된 일이라니 더 말이 안 됐다.서주혁은 교장을 쳐다보았다. 교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만약 그 아이가 일부러 밀친 거라면 사안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서 대표님, 저희가 확실히 책임을 지고 이 일을 처리하겠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보겸이 서주혁의 손목을 붙잡았다.“아빠... 그냥 놔두세요.”보겸은 엄마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엄마와 약속했으니까, 친구들과 잘 지내기로 말이다.서주혁은 바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장하리 선생님과 약속한 거야?”서보겸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주혁은 마음이 쓰라렸다.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장하리를 데려와 보겸과 잘 지내게 하고 싶었다. 보겸에게서 결핍된 어머니의 사랑을 채워주길 바랐다.그러나 이 모든 게 누구의 탓이겠는가. 그의 잘못이었다.그는 그때 자신이 장하리를 사랑
“하리야, 이건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회야. 놓치고 싶지 않아.”이 말을 듣고 장하리는 모든 상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소준호는 이미 결정을 내렸고 그저 그녀에게 통보하는 것에 불과했다.둘 다 어른이었다. 서로가 각자의 일과 커리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감정은 아직 깊지 않았다.소준호가 이 기회를 그녀 때문에 포기할 리가 없었다.장하리는 조금 씁쓸해졌고 그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너 나랑 같이 해외로 나갈래?”“미안해요.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준호 씨, 솔직히 말해주세요. 우리 헤어지자는 뜻인가요?”소준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하리야, 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네가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정말로 널 좋아해. 하지만 내가 너 때문에 이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게 우리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거야. 우리는 서로의 연인이 되기 전에 먼저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장하리의 손을 잡았다.“아카데미에서 내일모레까지 대답을 달라고 해. 네가 같이 가기 싫다면 우리 먼저 약혼이라도 하자.”그는 관계를 확실히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야 서로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장하리는 잠시 망설이며 소준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부정할 수 없었다. 소준호 같은 사람은 분명 훌륭한 배우자가 될 수 있었다. 따뜻하면서도 결단력이 있는 사람.하지만 이렇게 빨리 결혼을 확정 짓는 건 그녀에게 아직 이른 결정처럼 느껴졌다.부모님이 떠오르자 마음속의 불안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준호 씨, 오늘 밤에 한 번 더 생각해 볼게요. 내일 대답해 줄게요.”소준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그래. 내일 답해줘. 하리야, 기다릴게.”장하리가 집에 돌아왔을 때도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다.장민철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우리 딸 무슨 일이야? 감정 문제야, 아니면 학교에
장하리는 쉬고 싶었지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어보니 맞은편의 집에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한밤중에 이사를 하는 것 같았다.장하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맞은편 집이 이사를 가는 건가? 하지만 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그러다 갑자기 몇몇 인부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 소독을 하고 고급 가구들을 들여놓는 모습을 보았다.장하리는 베란다에 서서 한참을 지켜봤지만 누가 이사를 오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그대로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1층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추미현이 말했다.“맞은편에 새 입주자가 왔더라. 내가 알아보니까, 그 집은 매물로 나와 있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돈이 그렇게 많았는지, 8억 원이나 주고 샀대. 원래 가격의 네 배나 더 주고 산 거야. 그 집 사람들 완전 기뻐서 밤새 이사 나갔어. 그런데 누가 들어오는지는 모르겠어.”사천만 원?누가 그렇게 큰돈을 주고 그 집을 산 거지?밤을 새워서 이사할 만하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졌구나.추미현은 부러워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그 집이 우리 집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어휴, 우린 그런 행운이 없나 봐.”장하리는 엄마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엄마, 반찬 드세요.”추미현은 그제야 마음이 누그러지며 말했다.“하리야, 아버지랑 어머니는 이제 준비가 다 됐어. 은행에서 오늘 밤에 출발해야 한다고 하더라고.”“그렇게 빨리요?”“응. 호텔 예약 정보 확인을 미리 해야 한다나 봐. 하루만 늦어져도 십만 원 손해래.”장하리는 더 마음이 허전해졌다.“그래요. 그럼 이따가 짐 싸는 거 도와드릴게요.”“괜찮아. 넌 출근해야지. 늦으면 안 돼.”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대문 앞에 서 있는 소준호를 발견했다.소준호는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장하리는 바로 차를 세웠다.“준호 씨?”“하리야.”소준호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