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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8화 연애하는 모습

작가: 민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12 11:26:47
장하리는 예의상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서주혁은 그녀의 하얀 손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장하리는 그의 손끝이 살짝 떨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지만 그의 품에 안긴 아이가 꽤 귀엽고 얌전해 보여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앞으로 보겸이가 저희 반 아이로 지내게 되면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

주변의 다른 선생님들은 그저 침묵했다. 아무도 이 투자자가 이렇게 잘생긴 줄 몰랐고 그가 안고 있는 아이도 사랑스럽기만 했다. 소문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4년 전에 세상을 떠났으며 아직 아이에게 새엄마를 찾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제원에서도 손꼽히는 대부호였다. 혹시라도 그와 연결될 수 있다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아영이 가장 먼저 나섰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말했다.

“서 대표님, 저희 유치원에 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정말 영광입니다.”

하지만 서주혁은 그들을 보지 않고 계속 장하리를 응시했다. 장하리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 걸 본 서주혁은 말을 꺼냈다.

“정말요? 장 선생님에게도 영광인 건가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장하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장하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강성 전체가 서 대표님이 오신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그러나 그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하지는 않았다. 교장은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서 대표님, 이쪽으로 오시죠. 먼저 교실을 둘러보시면 좋겠습니다.”

그제야 서주혁은 시선을 거두고 잠시 장하리를 놓아주었다. 그는 서보겸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보겸아, 장 선생님께 인사드려야지.”

서보겸은 고개를 들어 장하리를 바라봤다. 장하리는 서둘러 몸을 낮추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 보겸아. 이제 내가 네 선생님이야. 교실에서는 울면 안 돼. 알았지?”

서보겸의 눈빛은 서주혁과 똑같이 진지했다. 장하리는 속으로 ‘역시 부전자전이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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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를 주는 게 아니라, 막으라는 뜻입니다.”이 말은 매우 단호했다. 서주혁은 앞에 있던 책을 가볍게 덮으며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강성 유치원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저는 제원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교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만약 서주혁이 이 일로 인해 강성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면 자신은 강성 전체의 죄인이 될 것이 분명했다.“서 대표님, 제가 꼭 장 선생님을 막겠습니다.”그제야 서주혁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지며 그는 옆에 있는 문을 열었다.“그리고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해야 합니다. 만약 누구나 꽃을 들고 들어올 수 있다면 아이들의 안전을 누가 책임집니까?”교장은 소준호가 예전에 학교에서 연주회를 한 적도 있고 명문대 출신으로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친절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서주혁이 소준호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말을 바꿨다.“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교직원 외에는 출입을 금지하도록 경비실에 지시하겠습니다.”서주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겸이 문제는 유치원에서 신경 좀 써주십시오.”교장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신경 써야죠. 당연한 일입니다.”서주혁은 사무실을 나간 후 교실을 한 번 살펴봤다. 그가 있는 위치는 장하리에게 보이지 않았지만 서주혁은 장하리를 볼 수 있었다.하루 밤낮을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무사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여전히 현실감이 없었다.서주혁은 눈을 내리깔았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 여기가 유치원임을 떠올리고는 참았다.그는 등을 벽에 기대고 조용히 장하리를 바라보았다.장하리는 아이들에게 수공예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녀는 어디선가 불편할 정도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시선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불편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던 장하리는 조용히 앉아 있는 서보겸과 눈이 마주쳤다.서보겸의 얼굴은 마치 동화 속 왕자님처럼 너무나도 정교하게 생겼다. 그는 오늘 처음 왔는데 반 여자아이들이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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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보겸은 엄마가 이제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자신과 아빠는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했다.서율 누나가 말하길, 새엄마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은 불쌍하다고 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따뜻하게 입지도 못하며 자라서는 산골짜기에 팔려 갈 수도 있다고 했다.서보겸은 그 말을 곱씹을수록 더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수업이 끝난 후 장하리가 교실 밖으로 나가자 멀리 서주혁이 보였다.장하리는 이 남자에게 별다른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강성의 최대 투자자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서 대표님.”그렇게 인사하며 장하리는 자신의 사무실로 가려고 했다.“장 선생님은 이제 쉬시는 건가요?”장하리는 마지못해 대답했다.“네, 한 시간 후면 아이들이 점심을 먹을 시간이라 그 전에 동화책을 준비해야 해요.”“제가 같이 가죠.”“괜찮습니다. 서 대표님도 바쁘시잖아요.”“바쁘지 않습니다.”장하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괜찮아요. 이런 일은 보통 남자 친구와 함께하는 게 익숙해서요.”서주혁은 그 자리에 서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방금 꺼냈던 라이터를 손에 들고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장하리는 그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자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향했다.그녀가 사라지자 서주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무슨 말을 들었는지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가 놓칠 리 없지. 공문을 보내도록 해.”“알겠습니다, 서 대표님.”전화를 끊고 서주혁은 교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서보겸이 자신이 만든 수공예 작품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 장면을 보는 순간 서주혁의 가슴이 아려왔다. 이 아이는 어른스럽게 일찍 철이 들었다. 엄마가 자신을 떠나간 걸 깨닫고는 엄마라 부르지도 못한 채 망설이고 있었다.서보겸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장하리가 자신을 거부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서보겸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장하리는 이제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고 하고 자신은 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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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잘못인 걸 압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사과하러 온 거예요.”장하리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서 대표님, 아이들 사이에 다툼은 흔한 일입니다. 유치원 선생님들도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어요. 어떤 아이들은 그냥 평지를 걸어가다가도 넘어져서 상처를 입곤 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이런 작은 사고들은 피할 수 없는 일이죠.”서보겸은 침대에 앉아 두 사람이 싸우는 듯한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해져 서둘러 말을 꺼냈다.“아빠... 나 안 아파요.”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의 눈에는 이미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서주혁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그는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저 아이의 부모를 불러주세요.”장하리는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서 대표님, 보겸이가 그렇게 소중하다면 그냥 집에 있게 하시죠. 왜 굳이 유치원에 보내세요?”이 말은 치명적이었다. 장하리는 자신이 잡고 있던 보겸의 손가락이 갑자기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겁에 질린 듯한 느낌이었다.서주혁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수축하였다. 마치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몰려왔다.“장하리,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장하리는 그제야 자신이 실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서주혁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며 두 아이 앞에서 그녀를 복도로 끌어냈다.장하리는 서주혁의 행동에 더욱 불쾌해졌고 마음속 불안감이 커졌다.“손 놔요!”서주혁은 그녀를 복도의 난간 옆 꽃담으로 몰아붙였다.“어떻게 아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장하리... 보겸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하지만 장하리는 그를 가차 없이 막아섰다. 눈에는 당당함이 가득했다.“저는 진지해요. 만약 보겸이가 다칠 때마다 서 대표님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신다면 차라리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게 낫겠어요. 이렇게 되면 보겸이와 놀 아이들은 위축되고 선생님들도 더 피곤할 뿐입니다. 서 대표님이 듣기 싫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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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지와 대화를 마친 후, 공지민은 눈에 띄지 않는 한쪽 구석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온시환은 이미 누군가에게 끌려가 술을 마시고 있었고 떠나기 전 공지민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주며 자리를 벗어나지 말라고 당부했다.소파에 앉아 있던 공지민의 시야에 원아정과 몇몇 여성이 들어왔다. 원아정은 마치 공지민을 못 본 척 지나치려는 듯했지만 그녀 옆의 몇몇 여자는 공지민이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그중 한 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원아정의 곁을 맴돌던 오예슬이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오예슬은 공지민이 온시환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공지민을 보자마자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어머나, 아정아, 저기 좀 봐. 저 사람 우리 고등학교 때 제일 인기 많았던 공지민 아니야?”오예슬은 거의 뛰다시피 공지민 앞으로 다가가선 위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공지민,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설마 여기 직원으로 지원하려고 온 건 아니겠지?”공지민의 옷차림을 보면 그런 말이 어불성설이었지만 오예슬은 그녀를 비하하고 싶어 일부러 그런 말을 내뱉었다.공지민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예슬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지민을 괴롭히며 쾌감을 느껴왔고 지금의 무시당하는 태도는 그녀에게 모욕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과거 공지민이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술을 공지민에게 그대로 부어버렸다.공지민은 피할 새도 없이 머리에 술을 뒤집어썼다.“어머, 미안해. 내가 잔을 제대로 못 들었나 봐.”오예슬은 원아정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에 이런 행동을 했고 이는 과거에도 그녀가 원아정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주 하던 짓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지민을 굴욕 주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원아정에게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려 돌아섰다.하지만 공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오예슬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3화 꽤 능숙한가 봐요

    원아정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마치 친한 친구인 양 공지민의 팔짱을 끼었다.“그럼 다행이네.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것도 내 생일 파티에서라니 정말 놀랍다. 앞으로 자주 보자. 나도 제원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래도 우리는 서로 잘 아는 사이잖아.”“좋아.” 공지민은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온시환은 공지민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가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바랐다. 그래야 그녀가 구은우의 일은 조금이라도 덜 떠올릴 테니 말이다.구은우의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건 연승혁이 배후라는 것뿐이었다. 연승혁은 현재 굉장히 높은 지위에 있었고 그를 건드린다면 필연적으로 원씨 가문까지 적으로 돌리게 될 터였다. 두 가문이 힘을 합친다면 온시환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공지민이 잠시라도 구은우를 내려놓고 평온히 지내기를 바랄 뿐이었다.원아정은 고개를 숙여 공지민의 귀에 속삭였다.“몇 년 못 봤는데, 그새 너 남자 꼬시는 재주가 이렇게 늘었을 줄은 몰랐네. 죽어서 바다에 가라앉은 은우가 이 꼴을 보면 편히 눈을 감을 수나 있을까?”가볍게 상처를 후벼 파는 말이었다. 하지만 공지민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너도 이제 곧 결혼하잖아. 과거의 남자에게 얽매이는 건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원아정의 얼굴에 미소가 굳고 입술이 살짝 일그러졌다.공지민은 손에 든 잔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승혁 씨 같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를 자꾸 떠올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을 거야. 넌 원씨 가문에서도 딱히 기댈 곳이 없어 보이던데. 원진 씨가 너에게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더라고.”이 일은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원진은 철저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원진에게 반감을 품은 이들도 많았다.원아정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대신 네가 시환 씨랑 이혼하고 나서 어떻게 살지나 잘 고민해.”그녀는 그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2화 화난 거 아니지?

    온시환은 단지 그녀가 식견을 넓히려 한다고만 생각할 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밤이 되어 두 사람이 잠자리에 들 때, 온시환은 그녀를 품에 안고 천천히 그녀의 옷 끈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지민은 몸을 돌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싫어요.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온시환의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서두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짧게 대답했다.“알았어.”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잠에 들었다.원아정의 생일 파티는 초대받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공지민은 몇몇 스타일리스트에게 둘러싸여 오늘 밤을 위한 스타일링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 원아정을 만나면 상대가 얼마나 화를 낼지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일 파티인 만큼 원아정이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는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위에 원진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공지민은 이 며칠 동안 온시환에게 원진에 대해 물어보며 정보를 얻어냈다. 원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원진을 두려워했고 원아정도 예외는 아니었다.원진이 있는 한 원아정이 함부로 굴 수는 없을 터였다. 게다가 오늘 밤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자리라 원진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먼저 스타일링을 마친 온시환은 공지민이 몸에 꼭 맞는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자 순간 눈빛이 반짝이며 숨소리마저 떨렸다. 매끈한 허리선을 드러낸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지민아, 오늘 정말 아름다워.”온시환은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공지민은 말없이 그와 함께 차에 올랐다.원씨 가문의 저택은 제원에 위치해 있었는데 몇 년 전에 구매한 곳이라고 했다. 오늘 밤의 파티는 바로 그 저택에서 열리고 있었다.공지민은 온시환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다. 저택 입구에 주차된 화려한 차들을 보니 이 파티의 주최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린 공지민은 온시환을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화려한 홀 안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대화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1화 이참에 세상 구경 좀 하게

    오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가방을 집어 들었다.“지민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야. 은우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나도 알아. 사실 난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어. 오늘 밤 원아정을 만나고 은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아? 그런데 넌 이런 세월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너라는 애는 참으로 밉지만 그래도 넌 진심으로 은우를 좋아했잖아. 은우는 한때 네 사람이었고, 넌 나보다 천 배는 더 괴로웠겠지... 미안해.”그 말을 끝으로 오하윤은 자리를 떠났다. 가슴은 여전히 저릿저릿했다.만약 자신이었다면 그녀는 아마 절망 속에 빠졌을 것이다.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오하윤은 먼 곳을 바라보며 인생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느꼈다. 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는 걸까...한편, 공지민은 자리에 앉아 말없이 주스가 담긴 컵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공지민은 입술을 감쳐물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온시환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지금은 꽤 늦은 시간이었다. 그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온시환과 연승혁이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공지민은 그가 왜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그의 친구에게 복수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겠는가.‘남자는 결국 믿을 게 못 돼.’가슴 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다시는 온시환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공지민은 끝내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온시환은 한참 기다리다가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나 화나게 하지 마. 구은우의 일은 아직 조사 중이니까, 너도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그 메시지를 읽은 공지민은 어이가 없었다. 온시환은 분명 누가 구은우를 해쳤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녀를 계속 속이려는 것이 뻔했다.공지민은 속눈썹을 지그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10화 아직도 널 미워하고 있어

    반승제는 순간 멍해졌다. 예전 일을 떠올리려 했지만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그저 자신은 성혜인을 선택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뿐이었다.“시환아, 내 충고를 하나 하자면, 진심으로 지민 씨를 감동시키는 데 집중해. 억지로 잡으려고 하다간 너도 서주혁처럼 될 거야.”온시환은 순간 말을 잃었다. 사실 그도 두려웠다.하지만 공지민은 죽은 사람에게 마음이 묶여 있는 데다 자신의 진심 따윈 조금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반승제가 전화를 끊자 온시환은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잠시 후, 그는 자신의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공지민을 풀어주라고 지시했다.그렇게 공지민은 바로 오하윤을 만나러 갔다.오하윤은 그녀에게 과일 주스를 따라 주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나 오늘 원아정 만났어. 너도 기억하지? 고등학교 때 널 화장실에 가둬놓고 물을 끼얹으라고 시킨 애 말이야.”공지민이 원아정을 잊을 리 없었다. 원아정은 모든 악몽의 시작이었다.그때 원아정은 화장실로 그녀를 몰아넣고 옷을 벗기라고 명령했으며 사진을 찍어 협박했다. 그 이후 괴롭힘은 점점 더 악랄해졌다.공지민은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저 묵묵히 참으면 지나갈 거라 믿었지만 어느 날 원아정은 의자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공지민, 너랑 은우가 원래 아는 사이라며? 지금 무릎 꿇고 빌어. 안 그러면 네 사진을 모두에게 뿌려서 네가 어떤 년인지 보여줄 거야.”그녀는 그런 고등학생은 본 적이 없었다. 고고한 척하면서도 잔인했고 사람을 완전히 조롱거리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게다가 원아정은 재벌가 출신으로 모두가 그녀를 피했다. 항상 고급 외제차가 그녀를 데리러 왔고 때로는 경호원까지 동원되었다. 그녀와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조차 그녀의 괴롭힘을 부추겼다.만약 구은우가 없었다면 공지민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그때 원아정 앞에 무릎을 꿇고 개처럼 용서를 구했다.이후 구은우가 원아정에게서 사진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9화 넌 어떻게 버텼어?

    지금 공지민은 사실상 온시환에게 감금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온시환은 외부와의 연락을 금지하지는 않았다.오하윤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 공지민은 별다른 감정 없이 받았다. 사실 그녀는 이 사람과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하윤의 첫 마디가 공지민을 놀라게 했다.“지민아, 잠깐 만날 수 있을까? 누가 은우를 죽음으로 몰았는지 알아냈어.”공지민의 눈빛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문밖에 서 있는 두 명의 경호원을 발견했다.온시환은 그녀가 밖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오하윤은 한참 동안 대답이 없는 전화 속에서도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래, 솔직히 말해서 예전에 널 정말 싫어했어. 왜냐하면 나도 은우를 좋아했거든. 정말 너무너무 좋아했어. 그때 내 계부가 자주 날 때렸고 난 늘 구석에서 몰래 울곤 했어. 그런데 은우는 그런 나를 마치 천사처럼 도와줬어. 먹을 것도 챙겨주고 나를 위로해 줬거든. 신고하자고 말했지만 난 너무 겁쟁이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그 이후로 난 계속 은우를 지켜봤어. 은우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아니,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지. 너도 알잖아? 은우는 그 자체로 모든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이었어. 그래서 내가 은우를 찍은 사진이 그렇게 많았던 거야. 예전에 난 계속 널 질투했어. 은우는 언제나 널 지켜줬으니까. 그런데 그동안 난 네가 돈 때문에 온시환을 선택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이제야 알았어. 지민아, 오늘 밤 아주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됐어. 이걸 너한테 알려주는 게 내 사과가 될 거야. 잠깐 나올 수 있어?”“알겠어. 주소 보내줘.”전화를 끊은 공지민은 바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은 마침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공지민이 먼저 연락을 해온 것이 조금 의아했다.“무슨 일이에요, 지민 씨?”“혜인 씨, 나 잠깐 밖에 좀 나가고 싶어요. 시환 씨에게 전화해서 얘기 좀 해줄 수 있어요? 내가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거든요.”성혜인은 두 사람의 관계에 굳이 끼어들고 싶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8화 그 자식이 죽기만을 바랐거든

    원아정의 얼굴에는 잠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지만 오하윤이 옆에 있다는 걸 생각하며 서둘러 표정을 감췄다.오하윤은 아직 구은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문득, 공지민이 왜 그렇게 앨범에 집착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구은우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남겨진 사진이 거의 없어서 더 간절했던 게 아닐까...오하윤은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잔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사이 원아정은 다시 말을 꺼냈다.“하윤아, 지민이 지금 제원에 있지?”원아정이 평생 가장 싫어했던 사람은 공지민이었다.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의 여자가 어떻게 감히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남자를 빼앗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있어. 근데 내가 따로 만나진 않았어. 너 온시환 알면 금방 만날 수 있을 거야.”‘온시환이라고?’원아정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마 연승혁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조만간 만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원진이 원씨 가문을 장악한 이후 원아정은 늘 눈치를 보며 살았다. 하지만 누려야 할 대접은 빠짐없이 받았다. 원진이 돈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하윤아, 나 곧 결혼해. 상대는 연승혁이야. 넌 잘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도 온시환과 같은 무리야. 앞으로는 지민이를 만날 일도 많겠지.”고등학교 시절 원아정은 공지민을 괴롭히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었다. 구은우가 공지민을 지켜주며 이 괴롭힘은 끝이 났으나 원아정의 마음속 공지민에 대한 증오심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원아정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악의가 서려 있었다.한편 오하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한때 그녀도 공지민을 질투했다. 공지민이 구은우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은우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들은 뒤 오하윤은 갑자기 공지민이 안타깝게 느껴졌다.예전의 공지민은 매우 조용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구은우 앞에서는 유일하게 환하게 웃곤 했다.그녀가 지금처럼 타락하고 온시환 같은 남자에게 기대고 있는 이유는 구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7화 이렇게 일찍 죽을 일도 없었겠지

    룸 안은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원아정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를 돌아서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금세 악랄한 표정이 스쳤다.그녀는 얼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대답한 이는 다름 아닌 오하윤이었다.원아정은 고등학교 시절 오하윤을 알게 되었다. 당시 구은우는 학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오직 공지민만 보였다.이 사실에 분노한 원아정은 연씨 가문 사람을 알게 되면서 구은우의 외모가 연씨 가문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이 정보를 연씨 가문에 흘렸다.‘내가 못 가지는 건, 공지민 그년도 가지지 못하게 할 거야.’“하윤아, 나 제원에 왔어. 나올 수 있어? 얼굴 좀 보자.”오하윤은 원아정이 무서웠다. 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겉으로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척했지만 뒤로는 후배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렸고 그 일에서도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다.게다가 구은우를 향한 그녀의 집착은 누구나 알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조용해진 그녀를 보며 모두가 의아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몰랐다.구은우와 공지민이 졸업할 때까지 원아정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만나자고 하니 오하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요즘 심심했던 오하윤은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에 곧장 약속 장소를 정했다.약속 장소에서 만났을 때 오하윤은 자신이 너무 화려하게 차려입은 것을 깨달았다. 온몸을 명품으로 둘러싼 그녀와 달리, 원아정은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이었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천박한 졸부처럼 느껴졌다.“하윤아, 오랜만이야.”어색하게 자리에 앉은 오하윤은 학창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모두가 알다시피 원아정은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돈을 아낌없이 쓰며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아정아, 갑자기 제원에 웬일이야? 너희 집 사업은 여기가 아니었잖아.”당시 원아정 집안이 대규모 사업을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았고 대학 입시조차 필요 없이 앞길이 보장된 그녀를 부러워하며 줄을 서서 비위를 맞추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206화 연씨 가문 핏줄로 태어난 죄

    그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가며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지민이 잘 지켜. 괜히 나가서 또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온시환은 속이 상한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결국 술집으로 발길을 옮겨 한잔하려 했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원아정을 마주쳤다.‘원아정이 제원에 왔다고?’그녀 곁에는 원진이 서 있었다. 원진은 시선을 앞만 향한 채 걸음을 옮기다가 온시환을 보자 발걸음을 멈췄다.온시환도 마침 마음이 복잡한 상태라 옆에 있는 룸의 문을 열며 말했다.“같이 한 잔 할래?”원진은 망설임 없이 룸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원아정도 서둘러 뒤따랐다. 얼굴에는 상류층 특유의 오만함과 자존심이 엿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원진을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원진이 있는 자리에서는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할 정도였다.과거 원진은 원씨 가문을 철저한 강경책으로 정리했다.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은밀한 거래를 했고 가문 내 반대 세력들은 대부분 사라졌다.그런 원진 앞에서 원아정은 잔뜩 움츠린 채 룸 안의 의자에 앉았다. 손을 무릎 위에 얹고 긴장한 듯 움찔거렸다. 그때 원진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연승혁과의 결혼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어?”손을 꽉 움켜쥔 원아정은 연승혁을 떠올리니 눈가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얼마 전 연승혁을 만나러 연씨 가문에 갔다가 그가 사람을 처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 상황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익숙해 보였다.겁이 많은 원아정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연씨 가문의 문 앞에 버려져 있었다.‘연승혁, 그 끔찍한 인간!’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연승혁이 비록 잔혹한 수단을 쓰는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과거 구은우의 존재를 그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원아정은 원씨 가문에서 작은 개미 같은 존재였다. 원진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생활에 지친 지 오래였다.연승혁이 아무리 냉혹하더라도 그의 아내가 된다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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