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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5화 이쯤 하면 물러가리라 생각했는데

그 순간, 줄곧 미소를 짓고 있던 장하리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 사람 뭐지? 예의상 한 말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소준호도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이내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오늘은 좀...”

이는 너무나도 명백한 거절이었고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의 말에 따라 순순히 넘어가 줄 것이다.

그러나 서주혁은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밥 먹으러 가실 거면 저도 끼워주시죠.”

그 말에 소준호는 금방 알아차렸다.

아, 일부러 찾아온 거구나.

그런데 왜? 어제 사간 피아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장하리는 소준호가 거절하기 어려워하자 바로 앞으로 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곤란합니다. 저희도 두 사람만의 데이트라 외부인을 데려갈 수는 없어요. 정말 가이드가 필요하신 거면 다른 사람을 소개해 드릴 수도 있고 다른 날도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말했으면 눈치를 채고 물러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서주혁은 오히려 복잡한 시선으로 장하리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후에야 남자는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당신들... 어떤 사이입니까?”

목소리는 말라붙은 땅처럼 갈라져 있었고 눈 밑에 서린 감정은 조금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금 이상해 보이는 서주혁의 모습에 장하리가 눈살을 찌푸리자 소준호가 다급히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곁에 세워주며 답했다.

“대표님, 하리는 제 여자친구입니다. 혹시 피아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면 저희 가게에서 환불, 혹은 다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소준호는 장하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이는 두 사람 사이에 처음으로 손을 잡는 것이었다.

워낙 얼굴이 얇은 장하리는 갑작스러운 고백에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소준호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 고개를 돌려 몰래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먼저 차에 타.”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타려고 돌아섰을 때, 서주혁의 언성이 높아지고 으름장을 놓는 듯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하리!”

그 세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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