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혁은 늘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온시환마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상황이 심각한 게 분명했다.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여전히 몸을 회복 중인 성혜인을 힐끗 보았다.이 일은 성혜인에게 절대 알릴 수 없었다. 알게 되면 또 오랫동안 눈물을 흘릴 게 뻔했다. 그녀는 아직 회복 중이었기 때문이다.반승제는 설서율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성혜인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회사에 문제가 좀 생겼어. 잠깐 나갔다 올게. 몸이 불편하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무슨 일인데요?”“회의가 있어서. 별일 아니야. 금방 다녀올게.”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서 자고 있는 남자아이의 이름은 반진율, 여자아이는 설서율이었다.결국 한 아이는 반승제의 성을, 또 다른 한 아이는 설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됐다.성혜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출산으로 몸이 많이 상했지만 일주일 동안 잘 쉬었기 때문에 이젠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그동안 반승제는 매일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타 주느라 바빴다.한밤중에 아이들이 울 때마다 성혜인이 일어나려 하면 반승제가 그녀를 눌러 앉히며 말했다.“넌 푹 쉬어. 내가 애들 데리고 옆방에 가서 달래줄게.”성혜인은 잠이 덜 깬 채로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일주일이 지나면서 반승제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웠지만 그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성혜인은 옆에 누워 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잠들었다.반승제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액셀을 힘껏 밟으며 온시환이 보낸 주소로 향했다.서주혁의 아이는 여전히 위급한 상태였고 아이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화재가 발생한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산 절반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소방관들이 여전히 불을 끄고 있었고 사람과 차량의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다.장하리가 머물며 태교하고 있던 곳은 산속에 위치한 작은 집이었다. 그곳에는 오혜수가 보낸 사람들이 그녀를 돌보고 있었다.오혜수는 상부에서 벌을 받아 잠입
목소리가 너무 쉰 탓에 서주혁이 맞는지 한동안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서주혁 말고 누가 이 불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죽으려고 할까.반승제는 그쪽으로 급히 달려가 서주혁의 등 뒤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외쳤다.“서주혁!”반승제는 서주혁을 재빨리 땅에 눕히고 그의 등에 붙은 불을 껐다.서주혁의 등 뒤에 있던 양복은 거의 다 타버렸고 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하지만 서주혁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이 불길 속에서 장하리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그녀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아이는 어떻게 태어났고 그녀는 어디에 있는 걸까?서주혁의 머릿속은 너무 혼란스러워서 어느 순간 주위의 큰 불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더 깊이, 더 깊이 걸어가면 장하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반승제는 그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그의 등이 심하게 화상을 입은 것을 보고 깊은숨을 내쉬었다.“아무리 죽고 싶어도 지금 인큐베이터에서 간신히 살아 있는 그 아이는 생각해야지.”서주혁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 마치 혼란 속에서 누군가 그를 끌어낸 것처럼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반승제는 그를 일으키며 더 이상 그의 등 상처를 보지 않으려 했다.“아이를 누가 데리고 나왔는지, 장하리는 어떤 상황에서 아이를 낳았는지부터 알아봐야 하지 않겠어.”서주혁은 목이 잠겨 말할 수 없었고 얼굴은 그을린 연기로 까맣게 변해 있었다.화재 현장에서 연기 속에 타버린 재가 떠다니며 서주혁의 얼굴을 덮었다. 지금은 눈만 간신히 보일 뿐이었다.반승제가 밖을 내다보니 소방관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먼저 병원부터 가자. 감염되면 어쩌려고 그래? 지금 병원에서 아이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네가 무너지면 어떻게 해.”서주혁은 이미 이성을 잃고 제어할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닦았다. 다행히 얼굴은 다치지 않았다. 다만 등은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그는 너무 혼란스러워 아이가 자신에게 넘겨졌을 때의 놀람과 공포조차
그 후 이틀 동안 서주혁은 인큐베이터 옆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누가 뭐라 해도 듣지 않았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등에는 심각한 화상이 있었지만 서주혁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온몸이 먼지와 재로 뒤덮여 있었다.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가 미세하게나마 움직일 때만 서주혁의 눈동자가 따라 반응하며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였고 그 외의 시간에는 생기를 잃은 사람 같았다.반승제는 며칠째 병원을 자주 오가며 성혜인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계속 일이 많아서 야근한다고 둘러댔다. 그러던 중 여전히 지저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서주혁을 보고 반승제는 망설임 없이 그의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내리쳐 기절시켰다.“이 사람 좀 데리고 가서 등의 상처를 치료해 주세요. 이러다 파상풍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이러는지.”의사들은 이미 여러 차례 서주혁에게 치료를 권했지만 서주혁은 무감각한 상태로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반승제가 나서자 서주혁은 마침내 치료를 받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이 서주혁을 부축해 화상 치료실로 데려갔다.반승제는 인큐베이터 앞에서 아기를 지켜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숙아인 이 아이는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작았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의사는 이 아이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말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이의 심장은 거의 멈출 뻔했다고 한다.반승제는 만약 아이가 잘못되면 서주혁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미간을 문지르며 의사에게 아이가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의사는 확신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반승제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다시 서주혁이 있는 병실로 향했다. 서주혁의 등은 옷과 살이 엉겨 붙어 있었고, 천을 떼어낼 때마다 살점이 함께 벗겨져 나갔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보는 것만으로도 아플 정도였다. 서주혁은 잠결에도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했다.반승제는 서둘러 지시를 내렸다.“좀 더 자게 두세요. 최대한 깨지 않게 하세요.”그렇지 않으면 또 인큐베이터 앞에
아기는 여전히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다. 서주혁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아기를 지켜보았다. 그때 복도 밖에서 서씨 집안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중 가장 시끄러운 사람은 명희정이었다.그동안 명희정은 계속 서주혁에게 선 자리를 제안했지만 그는 결혼했다고 하며 거절해 왔다. 명희정은 서주혁의 아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혼인신고서도 확인하지 못했다. 최근 서주혁이 산불이 난 곳에서 사람을 미친 듯이 찾아다닌다는 소문이 퍼지며 사람들 입에서 장하리가 그 화재로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녀가 서주혁에게 아이까지 낳아주었다는 소문도 함께였다.“주혁아, 밖에서 떠도는 소문이 다 사실이니? 네게 진짜 아이가 생겼다고? 내가 듣기로는 그 아이가 조산아라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던데, 심장에도 문제가 있다고 들었어. 엄마 말 좀 들어. 너 아직 젊잖아. 앞으로 만날 여자도 많을 텐데 장하리 같은 여자는 네 인생에서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야. 너는 그저 속은 거야. 그 여자는 우리한테 필요 없어. 그리고 이 아이도 말이야. 엄마가 너에게 더 좋은 여자를 찾아줄 테니, 건강한 아이를 가져야지.”명희정은 서주혁의 지금 상태가 너무 두려웠다.서주혁은 그동안 항상 차분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의 결정에는 늘 확신이 있었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평소처럼 말이 없었으나 그를 감싸는 공기가 무언가에 집착하는 듯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말은 전혀 듣고 싶지 않다는 듯했다.서주혁은 명희정의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명희정은 그의 단호한 눈빛에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엄마, 장하리는 내 혼인신고서에 이름이 오른 여자예요. 그리고 저 아이는 내 핏줄이에요. 나는 저들을 외면할 수 없어요. 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내 아내는 오직 장하리 한 명뿐이에요. 만약 장하리가 죽었다면, 나는 평생 재혼하지 않을 거예요.”명희정은 그 말에 거의 기절할 뻔했다. 서주혁이 이렇게
두 달 후 의사는 아이가 이제 괜찮아졌다고 했지만 타고나길 몸이 약하니 앞으로 모든 면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서주혁은 검은 정장을 입은 채 건장한 몸으로 작은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럴수록 아이의 존재가 너무나도 연약하고 작게만 느껴졌다.그는 아예 움직이기를 두려워하며 아이와 눈을 맞췄다.아이는 남자아이로, 눈이 크고 속눈썹이 길어 서주혁의 어린 시절과 똑 닮아 있었다.의사는 서주혁을 보며 다시 한번 당부했다.“서 대표님, 등 쪽에 생긴 흉터에 대해 당장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지만 필요하시다면 연구해 보겠습니다.”“괜찮습니다.”서주혁은 담담하게 말하며 아이를 소중히 안았다. 그의 눈빛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의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병원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병원 문을 나섰을 때 서주혁은 성혜인이 그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두 달 동안 반승제가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고 성혜인은 결국 장하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서주혁이 아이를 안고 나오자 성혜인은 이미 한참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서주혁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서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반격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아이는 서주혁이 맞는 것을 보더니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그저 서주혁이 자신과 놀아주는 줄 알았던 것 같았다.성혜인은 화가 나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눈이 부어오른 채 장하리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기 어려워하고 있었다.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이내 무력감이 밀려왔다.이제 와서 서주혁에게 책임을 물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장하리의 아이는 살아남았고 이제 서주혁이 돌봐야 할 상황이었다.곁에 있던 반승제가 성혜인을 말리며 부드럽게 말했다.“혜인아, 그만해. 아이를 안고 있잖아. 아이가 놀라.”성혜인은 입을 꾹 다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서주혁이 아이를 안고 차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자동차는 병
서주혁의 침실은 이미 한번 개조되었는지라 방안에는 유아용품이 가득 쌓여있었다.도우미도 전부 바뀌었고 그중에는 아이를 전담하는 산후 도우미도 몇 명 있었다.게다가 서주혁 역시 산후 도우미에게 직접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전부 배워두기도 했다.아이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작고 말랑말랑했는데 잘 울지도 않았고 말도 잘 하지 않았다.서주혁은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몇 번이고 병원을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의사들은 전부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라고 답해주었고 아마도 원래 말을 하길 좋아하지 않는 아이일 거라고 말해주었다.또 한 달이 지나 산후 도우미가 아이를 안고 서주혁에게 말을 건넸다.“대표님, 도련님께서 너무 말이 없으세요. 배가 고파도 울지도 않고요. 아이 어머니와 닮은 건 아닐까요?”하지만 그 누구도 아이의 엄마가 누구인지 모른다. 게다가 산후 도우미는 어쨌든 이 바닥 사람이 아니니 다만 아이의 성격이 너무 신기해 참지 못하고 몇 마디 더 했을 뿐이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순간 눈매가 움찔거리더니 서주혁은 장하리의 성격을 곰곰이 떠올렸다.장하리는 확실히 일반 여자들보다도 더 조용했고 때때로는 모든 감정을 마음속에 감추고 있곤 했다. 관계를 맺을 때조차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지만 그녀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장하리는 현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아예 입을 꾹 닫아버린 것이었다.산후 도우미는 아이를 안고 달래주며 싱긋 웃어 보였다.“작은 도련님은 정말 대표님을 똑 닮았어요. 그리고 아이 얼굴을 보니 어머니도 정말 미인이셨나 봐요.”그래서 이렇게 예쁜 아이를 낳았겠죠.계속하여 말을 하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산후 도우미가 고개를 들어 서주혁을 바라보았다.한편, 서주혁은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깊은 두 눈에는 약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같은 시각, 오혜수는 손에 든 총을 닦으며 조금 망설였다.“확실해요? 전에 이미 한 알 먹고 일부 기억을 잃었잖아요. 그런데 만약 지금 두 번째 약을 먹는다면 정말 모든 기억을 잃을지도 몰라요. 물론 당신의 말대로 다른 도시에서 당신에게 떳떳한 신분을 찾아주고 새로운 삶을 찾아줄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제원에서의 모든 기억을 버릴 수 있겠어요?”장하리의 몸은 현재 매우 허약한 상태였다. 사실 오혜수는 진즉 그녀를 이곳으로 몰래 데려왔는데 도주자가 장하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들어온 건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다. 당시 장하리는 이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급하게 아이를 낳게 되었다. 게다가 곧이어 방안에서 불이 나기 시작하며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맡겨 보내버린 것이다. 사실 그녀에게는 삶의 욕구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감옥에서 몇 달 동안, 그리고 여기서 반년 동안 아이를 키우고 장하리는 갑자기 앞으로 어떻게 계속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나가서 서주혁에게 복수할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 모든 건 전부 그녀의 선택이었다.그렇다면 나가서 성혜인을 찾아가야 할까? 그런데 장하리가 무슨 자격으로 성혜인을 찾아가겠는가?회사에는 아직 훌륭한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이 남아있는데 장하리 한 명이 나온다고 회사에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만 지나면 장하리라는 이름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면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그땐 그렇게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장하리는 오혜수에 의해 구조되고 말았다.장하리와 오혜수는 감옥에 간 후 서로 알게 되었는데 오혜수는 경찰서에서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백겸의 일에 연루되지만 않았다면 계속하여 승승장구하며 진즉 승진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그녀는 여러 가지 부동한 곳에 파견되며 각종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백겸은 온갖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전부 싹 쓸고 다녔지만 그해 오혜수의 학업에 대해 금전적인 도움을 준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죽은 후
4년 후, 강성 유치원.막 퇴근하려고 할 때, 장하리는 다른 한쪽에서 수다를 떨고 있던 동료들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최근 강성에 큰 투자자가 와서 오래 머물 거라는 소식 들었어요? 재력이 엄청난 투자자라 정부 측에서도 직접 나선다는데 강성의 모든 관광 개발 프로젝트를 도급받는대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것인지...”“강성은 지리적 위치로도 훌륭해서 진작 개발했어야 했어요. 지난번 정부 측에서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진즉에 인기 관광도시로 거듭났을 거예요.”“듣기로는 제원시에서 오신 분이라는데 심지어 엄청난 명문 가문 출신이래요. 이 작은 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큰 인재를 만날 수 있었던 건지... 듣자 하니 아이도 있다는데 애 엄마는 세상을 떴대요.”“대체 이런 소식은 어디에서 들은 거예요?”“사실, 이 정도는 제원시에서 비밀도 아니에요. 친척이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뉴스로 알게 되었어요. 게다가 아이가 아픈 것 같더라고요. 글쎄 자폐증도 있다지 뭐예요.”“정말이에요?”“그럼요. 이 병 때문에 아이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낸다는데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도 않는대요.”장하리는 옆에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교안을 챙겼다.강성 유치원은 강성시에서 가장 큰 유치원으로 그녀는 2년 동안 시험을 치르고서야 겨우 합격할 수 있었다.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급여는 그런대로 꽤 괜찮은 편이었다. 한 달 400만 원 정도는 이 작은 도시에서 상당히 높은 월급이었다.막 가방을 메고 떠나려는데 동료 전아영의 말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아, 전하리 씨, 그 재벌 아들이 우리 유치원에 올지도 모른다는 소식 들었어요?”그러자 장하리는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죄송해요. 들어본 적 없어요.”그 말에 전아영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다시 말을 이었다.“내일이면 회의를 열 텐데 아직도 몇 반인지 몰라요?”장하리는 태생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기질을 타고났다. 게다가 요 몇 년 동안 요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