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지가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데 도우미가 다가와 그녀에게 전했다.“대표님 식사도 좀 남겨놓을까요?”“아니요, 신예준은 바깥 공기나 실컷 먹으라고 해요.”도우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탁자를 닦고 있었다.잠시 후, 식사를 마치고 강민지는 침실로 돌아와 샤워했다.침대에 누우려고 할 때, 강상원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확실히 이 점은 신예준도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것을 보니 강상원은 확실히 그곳에 갇힌 것이 아니라 요양하러 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전문 의료진들이 그의 몸을 보살피고 있으니 강민지는 그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민지야, 뭐해?][이제 쉬려고요. 아빠, 몸은 좀 좋아지셨어요?][그럭저럭. 이번에 감옥에서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강씨 집안 조상들에게 절을 해야 한다니까.]그러나 이 과정에 강민지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있다. 강상원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신예준과 그들의 원한을 더욱 확대하기 위함이었다.아니나 다를까, 강상원의 문자를 보자 강민지의 마음속 분노가 다시금 들끓어 올랐다.[아빠, 죄송해요. 이건 모두 제 잘못이에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상원은 곧바로 신예준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그 녀석은?][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데 오늘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대로 미쳤나 봐요.]순간 마음이 편해진 강상원은 손을 들어 바둑판 위에 바둑알을 놓으며 무심코 맞은편 친구에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졌네.”그러자 상대는 욕설을 퍼부으며 손에 든 바둑알을 내려놓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여우 같으니라고. 이번 판은 내가 이길 수 있었다고.”옆에 앉아 바둑을 구경하던 다른 두 사람은 모두 참지 못하고 강상원에게 물었다.“자네 지금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야?”“민지.”“아, 그러고 보니 강상원 이 늙은 여우가 사윗감 하나는 기가 막히게 훌륭한 놈으로 찾았더라고. 너는 자식이 강민지 하나뿐인데 이 바닥에서 자네 재산을 노리고
부럽기는 개뿔.“우리 집 사정은 감옥에 가는 것보다 더 힘들어. 와이프가 아들을 낳았는데 재산을 좀 더 받기 위해 보름 전에 내 차에 약을 탔다니까. 나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집사가 일찍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너희들은 내 유골과 바둑을 둘 뻔했을 거야.”“누군 아니야? 내 막내딸은 최근에 남자 모델이 마음에 든다고 그 사람한테 600억을 꽂았다니까. 지금은 나한테 그 남자 모델한테 회사를 차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어. 잘 생기기라도 했으면 말을 안 해. 어휴, 말을 말자. 신씨 그 꼬락서니는 적어도 잘 생겼잖아.”“넌 가치관이 왜 그래? 멀쩡하게 생기면 다야? 멀쩡하게 생기면 장인어른을 감옥에 보내도 돼? 미리 말해두는데. 난 그 자식이 강씨네 별장에서 여기까지 무릎을 꿇고 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모두가 화가 풀린 후에야 이 일을 끝낼 거야.”“걔가 왜 무릎을 꿇어? 신예준도 사고로 부모를 잃은 불쌍한 아이잖아.”말이 끝나자마자 강상원은 계좌번호를 부르며 성을 냈다.“1인당 2천만 원이니 그만들 하고 돈이나 보내.”세 사람은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보냈다.그리고 여전히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었다.“강상원, 너 정말 신예준 그 자식의 속내를 몰랐어? 너 사람 보는 눈은 항상 정확했잖아.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널 늙은 여우라고 말하겠어?”강상원은 돈을 받고 또 새로운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모두가 궁금해할 때, 그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알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신예준은 민지에게 마음이 조금도 없는 건 아니야. 그리고 그 녀석은 침착한 구석이 있어. 기층에서 그토록 모욕당해도 계속 버텨냈는데 난 한눈에 그가 큰일을 해낼 인물이라는 걸 보아냈지.”“그래서?”모두의 시선이 강상원에게로 향했다.“배경을 조사해보니 그 당시 일과 관련이 있었고 내 비서가 그에게 몇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발견했지. 그리고 신씨 그 녀석이 손을 썼어.”“비서? 너희 집 비서 윤지헌 아냐?”“그 사람 맞아. 나에게 오랫동안
강상원의 일기예보는 매우 정확했다. 그날 밤부터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강민지는 천둥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굵은 빗줄기가 창문을 내려치며 탁탁 소리를 냈다.이윽고 아래층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신예준은 여전히 그곳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도우미는 그가 걱정되는 것인지 1층의 불을 켜두었다.곧이어 강민지는 매서운 눈빛으로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 멀지 않은 곳에 버려진 꽃다발을 발견했는데 빗물을 가득 머금은 꽃잎은 온 바닥에 흩뿌려졌다.커튼을 움켜쥔 손이 파르르 떨리고 강민지는 갑자기 열심히 기도하기 시작했다.기왕이면 하늘이 천둥을 몇 개 더 쳐서 신예준을 죽여버렸으면 좋겠다고.그런데 막상 천둥이 치기 시작하니 강민지는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다.만약에 진짜 죽으면 어떡하지?그녀는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흐리멍덩하게 잠이 들었다.깨어난 시간은 다음날 오전 10시였다.강민지는 곧 창가로 다가갔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신예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도우미가 옆에서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였지만 강민지는 일부러 못 본 척하며 식사를 이어갔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강민지는 놀러 가기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어떤 사람과도 만날 수 없었다. 어쨌든 반승제는 지금 성혜인을 매우 애지중지하고 있어 성혜인이 몇 걸음만 걸어도 아이를 조심하라고 주의를 시키곤 했다.하여 강민지는 결국 강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한참을 울려도 강연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상한 마음에 강민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마지막으로 강연지와 연락을 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갔다.그녀는 또 자신의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삼촌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직접 찾아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던 찰나, 강연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언니.”“연지야, 요즘 뭐해?”“학교에서 수업 보지.”강연지같이 소탈하고 자유로운 아이
유해은과 한서진이 모두 떠난 후, 성혜인은 그제야 강민지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입을 열었다.“말해봐, 무슨 일이야?”그러나 강민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탁자 위의 과일을 바라보았다.“너 보러 왔지.”“네가 직접 운전했다고?”“응.”신예준의 일 때문에 찾아왔지만 막상 성혜인을 마주하니 신예준의 이름을 꺼내기가 어려웠다.전에 성혜인이 반승제와 싸울 때, 그녀는 항상 신예준은 얼마나 좋은지 자랑을 늘어놓곤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을 줄은 전혀 상상치 못했다.하여 강민지는 이제 다른 사람에게 신예준에 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게 되었다.이 바닥 안의 모든 사람은 강민지의 놀림거리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니, 심지어 그들은 이미 강민지의 놀림거리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신예준 설마 아직도 집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건 아니지?”“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어제 신예준이 갑자기 네이처 빌리지에 찾아와서 털썩 무릎 꿇고 엉엉 울었다니까. 하도 울어서 난 또 연극 하는 줄 알았지.”마음속에 숨겨두고 있어 답답했었는데 성혜인이 농담 섞인 어투로 이렇게 말해주니 강민지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한껏 웃고 나니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든 기분이다.성혜인도 옆에 있던 도우미를 불러 과일을 깎아 오라고 당부했다.그때, 마침 반승제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말로는 짧은 회의가 있어 나가봐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벽에 있는 알람시계를 보고 몇 번씩이나 성혜인에게 맹세했다.“저녁 6시에 반드시 집에 도착할게.”말을 이어가며 반승제는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이따 약은 잊지 말고 꼭 먹어.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내일 검진 예약을 잡았으니 12시에 한번 다녀오자. 아, 지난번에 네가 갖고 싶다던 유모차는 오후에 공수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네가 원한 꽃은 3일이 지나면 바로 시들어 버린대. 그래서 배송으로 가져오면 신선하지 않아서 R국 쪽에 있는지 확인해 볼게.”신발을 갈아신고 문을 열며 반승제는 또다시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쌤통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복잡한 마음에 머리가 지끈거렸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마침 의사가 신예준의 병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강민지는 입구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천천히 병실 문을 열었다.신예준은 침상에 조용히 누워있었고 손등에는 링거 주삿바늘이 꽂혀있었다.잠시 후 간호사가 들어와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환자분 열이 아직 내리지 않았으니 이 약이 다 떨어지면 옆에 있는 벨을 눌러주세요.”이윽고 간호사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가족이세요?”“아, 음... 네.”“그럼 먼저 가서 절차를 밟아주세요. 이 약은 빠른 시일 내에는 다 못 맞을 거예요.”강민지는 간호사의 말대로 수속을 마치고 돌아와 병상 옆에 앉았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아마 이번이 처음으로 강민지가 신예준의 병상을 지켜주는 것이다.그러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라 그 얼굴을 보고 있는데 마음속에 지펴진 불은 좀처럼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저녁때가 되고 간호사가 들어와서 몇 번이나 약을 갈고 나서야 강민지는 비로소 별장에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런데 그때, 신예준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움켜쥐었다.또다시 발목이 잡혀버린 강민지는 눈살을 찌푸린 채,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려고 고개를 들었으나 뜻밖에도 그와 시선이 마주치게 되었다.대체 무슨 병에 걸린 건지 신예준의 열은 이상하게도 아직 완전히 내리지 않았다. 강민지는 심지어 이러다가 뇌 손상이 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이때 눈을 뜬 신예준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조금 초조해진 강민지는 자신의 옷자락을 힘껏 빼내었다.“가지 마. 민지야, 내가 잘못했어.”강민지는 문득 신예준은 과연 지금 제정신이 맞는지 아닌지가 궁금해졌다.이젠 급히 돌아갈 필요도 없으니 강민지는 신예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천천히 앉았다.“뭘 어떻게 잘못했는데?”“거짓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진작 알았어야 했어...
“그리고 그 뒤, 내가 생각해낸 건 아이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네가 날 좋아했을 때, 난 항상 네가 강상원의 딸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널 모욕해야 한다고, 널 미워해야한다고 세뇌하며 일부러 널 냉대하고 너에게 상처주는 말을 했어. 하지만 그러고 나면 나도 밤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그동안 난 담배를 정말 많이 피웠어. 언젠가 네가 진실을 알게 되면 날 어떤 눈길로 바라볼까 너무 두려웠어. 그래서 서민규를 찾아가 약을 두번정도 받아왔는데 너와 관계를 확인한 지 몇 밤도 되지 않아 그 약은 장식이 되어버렸지. 난 너무 무서웠어. 정말 너무 무서웠어. 꿈에서 엄마가 날 질타하고 아버지는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지. 그래서 난 반드시 약을 늘려야 했어. 그래야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내 반응은 오직 약 때문이야. 너 때문이 아니야.”“네가 부잣집 아가씨로서의 자존심을 갖고 있는것처럼 나에게도 자존심이 있어. 내가 무슨 수로 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됐다는 걸 인정할 수 있었겠어? 네 아버지가 아무리 우리에게 보상을 해주고 돈을 준다고 해도 우리 가족이 그 사람 때문에 흩어진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어떻게 강민지 하나 때문에 이 모든걸 포기할 수 있겠어? 민지야, 내가 손을 쓰기로 한 날 밤, 나는 담배도 많이 피웠고 노래도 들었는데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가사가 갑자기 마음에 와닿더라. 그게 뭐더라...”신예준은 잠깐 사색에 잠기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자존심은 사람을 끌어내리고 사랑을 굴곡으로 이끈다. 나는 그제야 그 가사를 이해할 수 있었어. 정말이야. 난 널 진심으로 사랑해.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나 너 없이는 살 수 없단 말이야. 널 죽을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싶다며. 그게 바로 나야.그러니까 나 좀 많이 봐줘.”말을 마치고 그는 강민지를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으며 물었다.“다 녹음했어?”그러나 강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깼으면 집에 가자. 의사 선생님이 열만 내리면 돌아가도 된대.”이윽고 강민지가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혼자 걸을 수 있겠어?”신예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이불을 젖히고 일어섰다.영양액을 주입했지만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않은 탓에 신예준은 여전히 매우 쇠약한 상태였다.그는 강민지에게 부축해달라고 부탁하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강민지가 그를 걷어차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자비를 베푼 것으로 생각하여 애써 이를 악물고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강민지는 옆에 있던 가방을 들고 따라나섰다.그는 매우 천천히 걸어 엘리베이터에 도착하여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창백하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었고 입술은 열 때문에 메마른 땅처럼 갈기갈기 갈라져 있었다.화들짝 놀란 신예준은 엉겁결에 머리카락을 움켜잡더니 창백한 안색을 가리기 위해 앞머리를 늘어뜨려 이마를 가렸다.차에 도착해보니 맨 앞자리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지헌이었다.윤지헌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신예준은 자리에 앉자마자 차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결국, 선글라스를 찾아낸 신예준은 다급히 선글라스를 써 얼굴을 가려버렸다.이윽고 차에 올라탄 강민지는 문을 닫고 윤지헌에게 출발하도록 지시를 내렸다.반쯤 달리고 강민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한밤중에 무슨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그러나 신예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만 오므릴 뿐이었다.강민지는 순간 신예준이 정말 열 때문에 바보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다.그렇게 잠시 후, 자동차는 결국 강씨네 별장 밖에 멈춰 섰고 먼저 차에서 내린 강민지는 선글라스를 낀 채 우물쭈물 차에서 내리는 신예준을 발견하게 되었다.기다리기 귀찮았던 강민지는 문을 열자마자 현관에 들어가 신발을 갈아 신었고 너무 졸려 하품까지 했다.신예준은 몸이 허약하여 신발을 갈아 신는 동작도 느릿느릿했다.그러나 그 선글라스는 계속하여 그의 얼굴에 씌어 있었다.
그러자 신예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다시 물었다.“강상원을 만나러 갔습니까?”“만나봤는데 다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일만 잘하라고 하더군요.”“그래요.”그렇게 앞으로 3일 동안 신예준은 강민지 앞에서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휴대폰에 녹음된 그 고백만 아니었다면 강민지는 아마 이 사람이 그녀를 싫어한다고 여겼을 것이다.그러나 강민지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편으로는 신예준의 사랑 고백에 흔들리는 자신이 역겨웠고 또 한편으로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묻고 싶었다.“정말 힘들면 나가면 돼요. 전에 조희서에게 사줬던 별장 지금 비어있잖아요.”그러자 신예준은 흠칫 몸을 떨더니 담담하게 반박했다.“별장은 이미 팔았고 조희서에게는 공부하라고 돈을 보냈으니 앞으로는 다시는 조희서의 인생에 관여하지 않을 거야.”강민지는 무슨 마음에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요 며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신예준에 짜증이 났었는데 막상 그가 입을 여니 강민지는 오히려 더 짜증이 났다.마치 숨만 쉬어도 전부 신예준의 잘못으로 느껴졌다.“민지야, 저녁엔 내가 직접 요리해 볼게. 뭐 먹을래?”조금 전과는 달리 신예준의 말 한마디에 강민지는 순간 화가 많이 풀렸다. 생각해보니 신예준은 확실히 정말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요리를 조희서를 위해 배웠다는 것을 떠올린 강민지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강민지가 그렇게 천한 여자였나? 조희서가 먹던 나머지를 주워 먹게?마음 한편이 답답해지고 강민지는 싸늘하게 거절했다.“아니. 집에 전문 요리사가 있잖아. 그분한테 맡기면 되지.”이에 신예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렇게 3분을 참은 후에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 새로운 요리 배워왔어. 전에 해본 적이 없는 요리야.”“그래서 전에 나한테 해준 건 다 남한테 해줬던 거야?”이건 목숨이 걸린 질문이다. 서류를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빳빳하게 굳어버렸다.“해본 것도 있고 안 해본 것도 있어.”강상원의 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