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준이 집에 돌아왔을 때 강민지는 이미 집에 없었다. 도우미가 문을 열어준 것이다.신예준은 고개를 돌려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강민지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그는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도우미에게 물었다.“강민지는요?”“아가씨는 볼일이 있어 잠깐 외출하셨습니다.”벽에 있는 알람시계를 보니 저녁 6시였다. 이 시간이라면 원래 저녁 식사 시간이고 게다가 오늘은 섣달 그믐날이다.도우미는 진흙투성이가 된 그의 바짓가랑이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선생님, 돌아오는 길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강씨 집안의 사람들도 모두 신예준 측의 사람들로 교체되었고 이전에 강씨 집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진즉 모두 해고당했다.그렇게 강 대표의 비서만 남게 되었고 현재는 신예준의 비서로 일하고 있다.“괜찮습니다.”오늘 밤이면 설날이지만 이 집에는 설날 분위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가족들의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도, 그렇다고 폭죽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갑기만 할 뿐이었다.위층에 가서 옷과 바지를 갈아입고 내려가자 식탁에는 어느새 푸짐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가장 가운데를 장식한 주요리는 커다란 랍스타이다. 그전에는 강민지가 워낙 좋아해 신예준이 자주 해주던 요리였다. 그러나 사이가 틀어지면서 두 사람이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적은 거의 없었다.신예준이 다시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지만 7시가 다 되도록 강민지는 집에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도우미가 문을 열어주자 신예준의 비서가 뚜벅뚜벅 걸어왔다.비서의 몸도 흠뻑 젖어있었는데 신예준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그러나 신예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전히 말없이 한쪽 의자에 앉아있었다.도우미는 진흙투성이가 된 두 사람의 바지를 바라보며 군더더기 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으셨나요?”그러자 윤지헌이 신예준을 대신하여 해명했다.“급하게 돌아오는 길에 차가
신예준은 조희서를 거칠게 밀어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뒤로 몇 걸음 비틀거리던 조희서는 눈가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신예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저녁 8시였다. 이제 4시간만 지나면 설날이었다.“희서야, 이제 그만 돌아가.”“싫어! 오빠, 왜 강민지랑 결혼하려는 거야?! 정말 이해할 수 없어.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전에 분명히 말했잖아. 그 여자에겐 사랑이 아니라 증오밖에 없다고. 오로지 복수 때문이라고 했잖아? 이제 그 여자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잖아. 우리 그냥 강씨 집안의 회사를 손에 넣고 그 여자를 쫓아내면 끝나는 건데, 왜 결혼까지 하려는 거냐고!”조희서는 얼굴이 광기로 일그러지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신예준은 아무 말 없이 눈살을 찌푸리며 담배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보자 조희서의 얼굴빛이 금세 밝아졌다.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오빠, 사실 오빠도 나를 잊지 못하는 거잖아. 우리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예전엔 오빠도 나한테 정말 잘해줬잖아. 지금은 그저 강민지에게 홀린 것뿐이야. 그 여자만 쫓아내면 우리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내가 아들도 낳아줄게.”그러나 신예준은 옆에 서 있던 도우미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희서 씨를 집에 데려다줘요.”“신예준!”조희서는 순간 당황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이후 무언가 변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 서서 신예준이 손에 쥔 담배를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안에 피 맛이 퍼졌다.그 시각 강민지는 물건을 가지러 잠시 집에 돌아온 참이었다. 손에 선물을 들고 문을 여니, 신예준이 서 있었다. 강민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예준의 시선은 그녀가 들고 있는 선물 상자로 향했다. 상자 위에는 정성스럽게 묶인 리본이 달려 있었다. 설날
강민지는 신예준을 힘껏 깨물었다. 두 사람의 입안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하지만 신예준은 멈추지 않았다.몸은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는데 두 사람의 영혼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강민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 억지로 키스 당하며 숨이 가빠졌다. 한참 후 신예준은 턱을 놓아주고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그만해!”“그만하라고!”감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이런 행동은 더욱 고통스럽기만 했다. 강민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하지만 신예준은 상관하지 않은 채 강민지의 허리를 움켜쥐고 마치 부서뜨리기라도 할 듯이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다.모든 것이 끝난 후 강민지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해졌다. 강민지는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문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옆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예준이 손을 뻗어 휴지를 집어 강민지의 땀을 닦아주었다.“꺼져.”강민지는 잠긴 목소리로 단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너무 지쳐서 그를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결국 그대로 잠이 들었다.신예준은 강민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꼭 눌러준 후 창가로 가서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밖은 여전히 춥고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며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담배 한 대로는 부족해 연달아 두 대를 피우며 신예준은 조용히 창밖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12시까지 10분이 남았을 때 신예준은 몸을 돌려 강민지를 깨웠다. 세 시간 동안 시달린 탓에 강민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다시 자려고 했다.“일어나서 불꽃놀이 보자.”신예준이 흔들어 깨우자 강민지는 짜증이 밀려와 이불로 머리를 덮어버렸다. 신예준이 이불을 벗겨내자 강민지는 그의 뺨을 후려쳤다.30분간의 휴식 덕분에 약간의 기운이 돌아왔지만 힘이 미약해 아무런 자국도 남기지 못했다. 얼굴이 어두워지며 신예준은 강민지를 힘껏 끌어올렸다.“안 본다고! 이거 놔!”강민지는 강제로 침대에서 끌려 나왔다. 신예준은
그렇게 시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강민지가 깨어났을 때 침대 옆에는 또 다른 가방이 놓여 있었다.매번 그와의 일이 끝나고 나면 침대 옆에는 값비싼 선물이 놓여 있었다. 강민지는 오직 한 개의 가방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중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의외로 잘 팔렸다. 게다가 어떤 가방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예전에는 가난한 청년이었던 신예준이 이제는 이렇게 손이 큰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믿기 힘들었다.강민지는 잠시 침대에 앉아 있다가 가방을 찍어 중고 거래 단톡방에 올렸다.[8억.]거래자는 곧바로 가격을 제시했다.강민지의 통장은 이미 동결된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는 것은 강연지의 카드였다.카드에는 벌써 120억이나 쌓여 있었다. 전부 신예준이 준 크고 작은 선물 덕분이었다.강민지는 그가 자신을 달래려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애완동물처럼 길들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아마도 그는 마음속으로, 한때 모든 것을 가졌던 강씨 집안의 딸이 지금은 마치 매춘부처럼 그에게 복종하며 밤마다 품에 안겨 돈을 받아 가는 것을 생각하며 통쾌해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결국 강씨 집안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강민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 그녀에겐 돈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서도, 또 강연지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녀는 이 유일한 사촌 동생을 도와야만 했다.강민지는 가방을 비닐봉지에 넣고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늘은 설날 아침이었다. 신예준은 회사에 가지 않고 아래층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강민지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곧바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가정부가 입을 열었다.“아가씨, 아직 아침 식사를 안 하셨잖아요.”“먹지 않을 거예요.”강민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어젯밤 너무 심하게 시달려서 지금도 목이 쉰 상태였다.문을 열려고 할 때 신예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어디 가?”최근 반달 동안 그가 그녀에게 수없이 물어봤던 말이다.강
“알았어, 언니.”강연지의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묻어났다. 그 말을 들은 강민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어릴 때부터 이 사촌 동생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이번 강씨 집안의 몰락에 삼촌 강상태도 큰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렇다고 강연지와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었다.강연지는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좋아했다. 번지 점프, 레이싱, 스케이트 등 무엇이든 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흥미롭게 여겨지는 수준이었다.“돈은 네 카드에 넣어뒀으니까, 알아서 써. 삼촌 일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신예준과 협력하다가 배신을 당해 강상태의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상태는 강연지를 자주 때리기도 했고 심지어는 강연지가 친딸이 아니라고 의심하기까지 했다.강상원에게는 오직 강민지라는 딸 하나뿐이었다. 강연지도 집안의 유일한 자식이었다. 그런데 이제 강상태는 외부에 사생아가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강상태는 강민지에게도 전화를 했지만 강민지는 그가 신예준과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연지야, 삼촌이 밖에 아들이 있다고 말하던데, 넌 혹시 알고 있었어?”강연지는 잠시 침묵했다. 그 순간 강민지는 뭔가 복잡한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연지야?”“언니, 이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앞으로는 우리 서로 연락 자제하자. 언니가 잘해준 거 기억하고 있어. 그런데 신예준이 나한테 경고 문자를 보냈어. 언니, 이만 끊을게.”강민지는 초조했지만 이미 전화가 끊겨 있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통화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강연지가 차단한 걸까?강민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연지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마음이 없다는 것은 확신했다.한숨을 내쉬며 강민지는 이제 자신도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까지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설날 아침, 강민지는 오후 4시까지 밖을 떠돌아다녔다. 하늘에서는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강민지 씨,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서민규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오늘은 설날 첫날이고 이 시간대면 다들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강민지는 혼자 벤치에 앉아 있었다.강민지는 그를 무시하고 눈을 감으려 했지만 서민규가 차에서 내려 앞으로 다가와 우산을 건네는 모습을 보았다. 눈을 다시 뜨고 평범한 외모의 그를 바라보며 문득 그가 신예준에게 준 약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신예준한테 준 약 부작용은 없나요?”서민규는 지금 제이엔 쥬얼리에서 일하고 있었다. 물론 신예준이 그를 데려간 덕분이었다. 그는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그를 미워하는 상사 때문에 승진이 어려웠다. 지금은 신예준 덕에 제이엔 쥬얼리에 들어가서 바로 팀장 자리를 맡았고 제법 잘 해내고 있었다.“있죠. 하지만 예준이는 아마 내가 말하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약에 대해서는 민지 씨가 더 묻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도 예준이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있죠? 그런데 예준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조희서예요. 처음에 강민지 씨에게 다가간 것도 조희서 씨의 수술 때문이었다고요.”서민규는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강민지가 여전히 신예준에게 미련을 두는 것이 싫었다. 이제 강민지네 회사를 손에 넣었으니 당연히 조희서와 결혼할 줄 알았는데, 신예준이 결혼 상대로 선택한 사람은 강민지였다.서민규는 속이 조금 불편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늘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도 이제는 팀장이 되었지만 신예준은 이미 대표 자리에 올라가 있었다. 게다가 신예준은 외모까지 잘생겼으니... 이제 결혼하는 상대도 진짜 재벌가의 딸이었다. 당시에 강민지가 얼마나 신예준을 좋아했는지 다들 알았다. 어째서 모든 좋은 일은 신예준이 다 차지하는 것일까?친구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 안쓰럽지만 막상 그 친구가 나보다 더 잘 나가거나 좋은 차를 타면 은근히 배 아픈 법이다. 지금 신예준은 이미 돈과 권력을 다 가졌는데 여자 문
하지만 분명한 건 예전에 강민지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들이 신예준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이었다는 사실이다. 신예준은 그녀를 그렇게도 싫어했으니, 선물을 받을 때마다 아마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다.강민지는 거실을 한 바퀴 돌아보며 자신의 선물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여기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어이가 없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서민규는 그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일찍 제원에 집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랬다면 강민지가 이렇게 작은 거실에 앉아 있지 않았을 텐데.강민지는 분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가의 딸로 권력과 부 속에서 살아가야 마땅한 사람이었다. 이런 허름한 집에 앉아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서민규는 여자를 몹시 원했다. 그는 신예준처럼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너무나도 평범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얼굴이었다.예전에 1억짜리 차를 받았을 때 회사에서 여직원들이 그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고 그 덕에 몇 번 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그 여자들은 곧 서민규가 다른 사치품을 살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멀리했다.그 후에 그는 반승제에 의해 서천으로 발령이 났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승진하고 월급도 크게 올랐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친한 친구인 신예준이 제이엔 쥬얼리를 손에 넣으며 서민규를 팀장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월급은 그야말로 수직으로 상승했고 지금은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벌고 있었다.그는 스스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좋은 상사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는 변명으로 자신을 위로해 왔다.물론 그는 신예준에게 고마웠다. 하지만 신예준은 이미 그렇게 많은 것을 얻었으니, 강민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게 맞지 않을까?서민규는 강민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강씨 집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자신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강민지 같은 예쁜 재벌가의 딸과 엮일 일은 없었을
서민규는 비록 신예준을 약간 질투했지만 그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특히 사람들과 협상할 때 신예준의 기세는 전혀 강상원에게 뒤지지 않았다.서민규는 예전에 신예준이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조희서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예준은 무엇이든 시도했었고 매번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었다.지금은 제이엔 쥬얼리라는 거대한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여전히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비록 바쁘긴 했지만 모든 일을 질서 정연하게 처리해 내고 있었다.이 생각에 서민규는 다시 한번 기가 죽었다.강민지가 신예준을 좋아하는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반면, 자신은 능력이 괜찮다고 해도 그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나 통할 뿐이었다.“민규야, 나중에 강민지가 무슨 질문을 하더라도 절대 말하지 마.”서민규는 의아해했다. 강민지가 자신에게 뭘 물어본다는 말인가?“전에 예나한테 보낸 선물들, 내가 나중에 가서 챙겨올 거야. 예나한테는 더 좋은 걸로 줄게.”서민규는 그 선물들이 강민지가 보낸 것임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강민지가 그의 집에 있는데, 신예준이 저녁에 여길 온다고?그는 순간 더욱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대략 언제쯤 올 거야?”“새벽쯤. 그때까지 회의가 있어.”서민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 내가 먼저 그 물건들 챙겨둘게. 그런데 그걸 강민지한테 돌려줄 생각이야? 너 지금 강민지와 거리를 두는 게 좋아 보여. 예준아, 희서는 항상 너만 기다리고 있어. 희서를 실망시키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부모님께도 설명하기 어려울 거야.”과거 신예준의 어머니가 아파트에서 투신하기 전 신예준에게 조희서를 잘 돌보고 행복하게 해주라고 당부했었다. 신씨 집안이 조씨 집안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며 말이다.신예준은 부모님을 대신해 조씨 집안에 대한 빚을 갚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희서에게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게다가 그는 조희서를 좋아했다. 자신이 조희서와 결혼할 거라고 늘 생각해 왔었다.하지만 서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