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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7화 아무리 깊은 유대감도 희미해져야 맞다

애초에 핸드폰을 깜빡했다는 건 핑계일 뿐 그는 핸드폰을 두고 나온 적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마음이 심란해져 바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내려간다는 것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진은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고개를 숙였지만 저 너머의 유리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혹여나 목도리에 담배 냄새가 배지 않을까 다시 담배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위에서 7~8분을 머무른 후에야, 그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당시연은 최근에 외지로 출장을 가게 되며 관련 과제를 연구하느라 연달아 이틀 밤을 새운 상태였다. 하여 짧은 시간이었지만 벌써 운전대에 엎드려 잠들어있었다.

원진이 차 문을 당겼을 때도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조수석에 다시 앉아 차 문을 닫고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당시연은 워낙 피부가 맑고 깨끗한지라 눈을 감으니 속눈썹에 의해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천천히 당시연의 얼굴을 뜯어보던 원진의 시선은 결국 그녀의 꾹 닫힌 입술에 그쳤다. 당시연의 입술은 타고난 웃는 상으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어 사람들에게 항상 친화력을 주었다.

입술에 몇 초간 시선이 머물렀지만 원진은 좀처럼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그때 차창 밖으로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당시연의 차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 뒤에 있던 차들이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켕기는 게 있는지 원진은 순간 꼿꼿이 앉아 입을 꾹 다물었다.

당시연은 잠에서 깨어나 먼저 시간을 보고 나서야 얼굴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왜 나 안 깨웠어? 혹시 또 잊은 게 있어?”

“아니요.”

이에 당시연은 그제야 액셀을 밟고 자리를 떴다.

한참을 달려 차는 호텔 입구에 다시 멈춰 섰다.

“출장 며칠 동안 가 있는 거예요?”

“음... 3일 정도.”

이윽고 다른 얘기를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당시연의 핸드폰이 또다시 시끄럽게 울려댔다. 이번에는 소개팅 상대에게서 온 전화이다.

당시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고 먼저 상대에게 차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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