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가 쓰러진 지 사흘째 되던 날, 설기웅이 제원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곁에는 배현우도 함께하고 있었다.결국, 배현우는 설기웅의 손에 잡혀 수갑을 찬 모습으로 네이처 빌리지에 나타났다.성혜인에게 있어 설기웅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 꽤 어려웠다. 하여 그와 마주한 뒤,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다.곧이어 성혜인의 시선은 배현우에게로 향했다.오랜만에 만난 배현우는 이미 많이 변해있었다. 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쓴 모습이 퍽 낯설었다.성혜인의 시선을 느낀 배현우는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머리를 홱 돌려버렸다.그러자 옆에 있던 설우현이 손을 들어 배현우의 뒤통수를 거세게 내리쳤다.“뭘 피식거려. 그렇게 오래 숨어 있어도 뭐해. 결국, 우리 손에 넘어왔잖아.”배현우는 설기웅과 격투기장 사람들의 연합하에 잡힌 것인데 이 두 세력이 힘을 합쳐 그를 몰아세우니 배현우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하여 화가 난 배현우는 오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오직 성혜인을 만났을 때만 순간 눈동자에 이상한 낌새가 스쳤지만 그것 또한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성혜인은 원래 그에게 몇 마디 묻고 싶었다. 예를 들어 반승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의 계획은 무엇인지 말이다.그런데 이때 네이처 빌리지의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다.문이 열리자 밖에는 사라와 백겸이 서 있었다.그리고 백겸의 뒤에는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따라 들어왔고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등장에 성혜인의 눈동자에 미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한편, 사라의 시선이 배현우에게 몇 초간 머물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선을 거둬들였다.오히려 백겸이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섰는데 그의 얼굴에는 상사의 여유로움이 가득했다.“난 배현우를 데리러 왔네. 당시 승제도 나에게 배현우를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했으니 문제없을 거다.”백겸이 나서니 성혜인도 더 이상 뭐라 하기 난처했다.하지만 백겸의 그다음 말에 성혜인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리고 승제에
성혜인은 전화를 끊고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반승제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옆에 있던 설우현은 그녀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고는 그녀를 강제로 의자에 앉혔다.한편, 설기웅은 아래층에 있는 흰둥이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린 늑대의 모습을 한 흰둥이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침실은 조용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설우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혜인아, 오빠들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다 응원해줄 거야.”한순간 침묵이 흐르고 성혜인이 손을 들어 반승제의 손을 꼭 쥐어 잡았다.“작은 오빠, 내가 말했었지? 누가 승제 씨를 데려가려고 하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라고. 아직 그 짝퉁의 신분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승제 씨를 떼어내야 그 가짜가 순리대로 나올 수 있어요. 그리고 오늘 승제 씨를 데려가려는 사람은 백겸 어르신이에요. 만약 백겸 씨에게 정말 문제가 있다면 승제 씨가 백겸 씨를 만나고 와서 혼수상태에 빠진 것도 말이 되지 않나요?”성혜인의 생각은 항상 대담하고 용감했다.그러나 설우현은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을 나와 계단 입구에서 설기웅까지 불러왔다.“형 생각은 어때요?”설기웅은 침대에 누워있는 반승제와 성혜인을 번갈아 보았다.지금 성혜인은 이미 백겸과 다음날 반승제와 배현우를 함께 데려가라고 약속했으니 내일이 오기 전에 반드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설기웅이 막 몇 마디 하려는데 창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열여덟 살쯤 된 여자아이가 창문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왔다.이전에 연구기지에서 봤던 검은 긴 생머리는 어디 갔는지 지금은 곱슬모로 변해있었고 한쪽에는 분홍색 머리핀까지 꽂혀 있었다.기억났다. 칸다에서 한 번 본 여자아이인 것 같은데 그때는 줄곧 설기웅의 옆에 붙어 한시도 떠나려 하지 않았었다.그녀의 정체를 기억해낸 성혜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네이처 빌리지다.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의 경비는 상당히 삼엄한 데다 반승제를 되찾은 이후로 경비 강도도 훨씬 강해졌다. 그런데 이 여자애는 대체 어떻게 뛰어 들어온 걸까? 심지어
그러자 성혜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곧 나나에게 연락을 넣었다.예전에 칸다에 있을 때는 나나랑 사이가 좋았었는데 이번에는 와서 도와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나나는 이미 제원에 와 있었다. 그녀는 원래 H 국민이었고 마침 동생을 해친 범인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하여 연구기지에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나는 흔쾌하게 바로 제안을 받아들였다.나나는 오후에 바로 찾아왔는데 그녀의 옆에 있는 8번은 검은 옷에 마스크까지 착용해 생김새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성혜인은 나나의 손을 꼭 잡아주며 한없이 감격스러워했다.“나나야, 정말 고마워.”손이 닿으며 나나의 무뚝뚝한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나타났다.“제가 반승제 씨에게 감사해야죠. 승제 씨가 연구기지를 파괴하지 않았다면 제 동생도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나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8번은 긴장한 듯 손을 들어 그녀의 소매를 잡았다.“누나.”소년의 목소리는 매우 허스키했다. 이치대로라면 변성기는 이미 지났을 텐데 지금 보니 아마 너무 긴장한 탓인듯싶다.그러나 성혜인은 그의 건강 상태가 제일 걱정되어 먼저 물었다.“사람을 불러서 검사해볼까요?”“아니에요. 지난번에 모셔온 의사 선생님도 아주 훌륭하세요. 사실 건강은 다 나았는데 사람들과 잘 접촉하지 않아서 낯가림이 좀 심해요.”결국, 연구기지에서 자란 셈이니 그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박사뿐이다. 다른 연구진들은 그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그의 집착은 줄곧 누나를 찾는 것이었는데 드디어 누나를 찾게 되었으니 너무 흥분한 탓에 감정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곧이어 나나는 성혜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입을 열었다.“당신의 계획을 말해봐요.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봅시다.”그렇게 몇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자신의 추리를 말한 뒤 설기웅을 바라보았다.“오빠, 혹시 설씨 가문은 H국 쪽에 인맥 있어요? 반드시 유용해야 하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오빠도 백겸 본인의 세력을 잘 알고 있잖아요.”백겸은 H국에서도
“주혁 씨, 백겸의 아들이 예전에 어디로 보내졌던 거 아세요? 들은 바로는 연구소에서 죽었다고 하던데요?”“네. 그건 조금만 알아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에요. 그의 아들도 반승우처럼 비밀 임무를 수행하러 갔지만 돌아오지 못했어요. 시신조차 찾지 못했죠.”“그때 파견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있나요?”“그건 비밀이라, 죽은 사람들의 신원 정보는 모두 삭제되었어요.”이렇게 보면 이 부분을 파고들기 쉬울 것 같았다.성혜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지금 우리가 백겸의 의도를 알 수 없으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는 건 어때요? 만약 백겸의 아들이 연구소에서 죽은 게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죽었고, 그가 인간 실험을 통해 아들의 기억을 다른 사람의 뇌에 되살리려 한다면? 이 가설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잠잠해졌다.성혜인의 추측은 늘 대담했으며 언제나 사람들의 상식을 뒤엎곤 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배현우가 가볍게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이 소리에 설우현은 기분이 나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현우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야, 이 범죄자 새끼야. 쪼개긴 뭘 쪼개? 확 그냥 흰둥이 똥을 먹여버릴라!”배현우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지만 그의 손은 뒤로 묶여 있었고, 그것도 튼튼한 철제 구조물에 묶여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꺼져!”배현우는 설우현을 발로 차려 했지만 설우현은 재빠르게 피하며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에이? 넌 나를 못 찬다고!”성혜인은 이 장면을 보며 이마를 문질렀다. 그녀는 반승제가 예전에 설우현과 싸운 이유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반승제는 겉으로는 고상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약간의 허영심을 가진 사람이었고, 설우현은 겉으로는 바람둥이처럼 보였지만 사실 설씨 집안에서 가장 순진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둘 다 살짝 얄미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둘이 싸운 것도 당연했다.“우현 오빠, 그만해요.”설우현은 그제야
성혜인은 결국 물을 한 잔 따라왔다. 배현우의 손이 뒤로 묶여 있어 컵을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컵을 그의 입술에 대고 직접 물을 마시게 했다.이번에는 배현우가 불편한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다른 남자가 해줬으면 좋겠는데.”성혜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컵 가장자리를 그의 입에 밀어 넣었다. 그는 몇 모금을 억지로 삼키다 결국 사레에 걸려 몇 차례 기침을 했고, 거의 눈물이 나올 뻔했다.반쯤 마시게 한 후 성혜인은 컵을 옆에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물었다.“더 마실래요?”배현우는 몇 번이고 기침을 하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성혜인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성혜인은 방금 자신이 했던 추측을 모두 말해두었다. 이전에는 위의 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에 철저히 외부인의 입장에서 분석할 수 있었다.그러나 서주혁과 그의 동료들은 어렸을 때부터 백겸을 알아왔고, 반승제는 거의 백겸이 지켜보며 자란 셈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백겸을 의심하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성혜인은 이때 말을 꺼냈다.“진세운이야말로 살아 있는 증거잖아요? 그가 여러분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결국 진실은 뭐였죠?”서주혁은 눈을 내리깔며 복잡한 심정을 감추었다.“혜인 씨 말대로 해볼게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8번과 이 친구...”성혜인은 설기웅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소녀를 가리켰다. 아직 그녀의 이름은 모르는 듯했다.“둘 다 실력이 뛰어나요.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죠. 내일 승제 씨와 배현우를 넘길 때 두 분이 몰래 뒤따라 가도록 해요. 만약 백겸이 다른 행동을 취한다면 그들이 제일 잘 알 테니,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거예요.”“그리고 주혁 씨는 김상아가 교체된 사실을 퍼뜨리고, 백겸의 정적들이 이 일과 관련 있다고 의심하게 해요. 그렇게 하면 백겸이 겉으로는 그들과 얽혀서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우리에게도 더 유리해질 거예요.”“기웅 오빠, 이 소녀는 오빠 말만 들으니까 오빠가 밖에서 그녀를 지휘해
성혜인은 이 모든 일이 한시라도 빨리 끝나고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느꼈는지 반승제는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성혜인은 그의 손을 꼭 잡고 잠시 망설이다가 몰래 준비해 두었던 반지를 그의 손가락에 끼웠다.반승제가 그녀에게 여러 번 반지를 선물했지만 성혜인은 그에게 준비해 준 적이 없었다.이번에 그가 실종되었던 동안 그녀는 일부러 반지를 맞췄다.전에 반승제가 선물한 반지는 청혼 반지였지만 성혜인이 준비한 것은 결혼 반지였다.그녀는 그 반지를 그의 손가락에 끼우며 생각했다. 당시 그녀가 미스터 K(진세운)에게 납치되었을 때 그가 준 반지 덕분에 잠시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이 준 반지가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바랐다.다음 날 아침, 백겸의 사람들이 찾아왔다.그중 선두에 선 사람은 사라 박사였고, 다른 사람들은 반승제를 옮겨갔다.배현우 역시 손목에 수갑을 찬 채로 끌려갔다. 거실 문을 나서기 직전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성혜인을 깊이 바라보았다.성혜인은 그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눈을 한 번 깜박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혜인은 반승제가 걱정되어 그들을 자동차 옆까지 따라갔다. 그녀는 반승제가 조용히 차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갑자기 가슴이 아려왔다.“배현우 씨.”성혜인은 갑자기 말을 꺼냈고,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승제 씨를... 보호해 줄 수 있나요?”이 말이 무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배현우도 이 모든 일의 피해자일 텐데.그가 말했던 것처럼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저 정체도 없는 불쌍한 존재였다.배현우는 이 말을 듣고 순간 쓴웃음을 지었다.성혜인은 자신이 잔인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내가 헛소리했네요. 당신도 무사히 살아남길 바랄게요.”배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녀를 더 이상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반승우가
서주혁은 전화를 끊고 나서 눈앞에 쌓여 있는 자료들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모두 김상아가 수감된 교도소의 사형수 자료였다.만약 김상아가 대체되었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같은 교도소에 있는 다른 사형수와 바꿔치기했을 것이다. 이것이 가장 의심을 피하는 방법이니까.하지만 그날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두 명뿐이었고 두 사람의 기록은 모두 철저히 검토되었다. 한 명은 김상아였고 다른 한 명도 여성이었다.서주혁은 이미 봉현마을에 다녀왔다. 김상아의 유골을 찾으려 했으나, 김상아의 유골은 바다에 뿌려졌다고 했다.그는 다른 사형 집행 여자의 가족 상황을 조사해 보았다. 그녀가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는 것과 그녀가 죽인 사람이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그녀의 유골 역시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른 친척들도 살인자의 유골과 연관되기를 원치 않았다.서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이 여자의 유골이 아직 교도소에 보관되어 있나요?”“대표님, 만약 유족이 없다면 보통은 임의로 처리됩니다.”“가서 확인해 봐. 유골이 아직 남아 있는지.”서주혁은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유골이 이미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한 시간 뒤에 그의 부하가 보고했다.유골은 이미 처리되었고 다른 유골들과 섞여서 밖으로 실려 나갔다고 했다. 이런 것들은 결국 아무도 찾지 않으면 그냥 버려지기 때문에 지금 추적하려 해도 별 소득이 없을 것이다.서주혁은 다시 김상아가 사형 집행되던 날의 모든 CCTV 영상을 조사했지만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그는 막 백겸의 정적들을 상대로 조사하려 했으나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백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주혁아, 최근에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어. 당분간 난 집에 머물러야 할 것 같아. 승제 쪽은 네가 가끔 가서 챙겨 줬으면 해. 박사가 약을 연구 중인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하더라.”서주혁은 사라 박사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박사가 반승제를 위한 해독제를 정말로 연구하기 시작
서주혁은 전화를 끊고 나서, 앞에 놓인 자료를 정리했다. 그러다 백겸의 관계망 속에서 원진이 언급했던 경찰을 발견했다. 이 경찰은 과거에 봉현마을에 나타난 적이 있으며, 꽤 능력 있는 인물로 보였다. 현재는 특수수사팀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오혜수라는 경찰로, 당당한 외모의 인물이었다.서주혁은 곁에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김상아가 사형을 당하던 날, 오혜수가 그 교도소에 있었던 적이 있어?”“아니요, 오혜수는 일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는 성격이라,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아요. 특히 범죄 행위를 극도로 싫어하죠. 그녀가 만약 교도소에 있었다면, 백겸을 도울 리는 없었을 겁니다.”“오혜수와 백겸은 무슨 관계야?”“오혜수는 복지시설에서 백겸 일가의 지원을 받아 대학까지 졸업했습니다. 그녀는 백겸을 매우 존경하며, 자신의 노력으로 백겸의 곁에 다가가고 싶어 합니다. 백겸의 아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가장 잘 어울리는 며느리가 되었을 겁니다.”서주혁은 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는 이미 많은 조사를 했지만 백겸의 행동은 모든 면에서 빈틈이 없었다.그는 오혜수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였다. 오혜수는 백겸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백겸을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여겼다. 그녀에게 백겸은 일생 동안 은혜를 갚아야 할 은인이었다.서주혁은 오혜수가 처리한 모든 사건을 다시 조사해보고 권력자들이나 악질 범죄자 모두 그녀의 손에 의해 교도소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그녀는 많은 권력자들을 적으로 돌렸다. 그러나 백겸이 뒤에서 지지해주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녀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오혜수는 이런 오만한 부유층 자제들을 상대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서주혁은 미간을 문지르며 아무리 조사해도 별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성혜인의 추측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사람이 그의 다른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순간 서주혁의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명희정의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