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규가 그이 어깨를 톡톡 치며 위로했다.“잠시만 참으면 되잖아. 잠깐만 눈 딱 감고 잠자리에 들면 되는 거야. 난 정말 질투나.”“됐어. 속이 쓰릴 정도로 아프니까 인제 그만 말하자. 강민지가 내 앞에 있었다면 3초 망설이는 것조차 그 사람에게 미안했을 거야.”그는 강민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가장 번화한 쇼핑몰에서 경호원을 거느리고 사치품을 살 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신예준은 무언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듯 담배에 불을 붙였다.“혹시 강제적으로라도 흥분하게 하는 약이 있을까?”방금까지 물을 마시고 있던 서민규는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했다.“그런 것도 필요해? 너 혹시 무슨 숨겨진 병이 있는 건 아니지?”“아니 그 사람을 앞에 두고선 절대 흥분하지 못하겠어.”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강민지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듯한 웃음이었다.강민지가 예쁘든 예쁘지 않든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있어. 내 여동생의 일로 많은 의사를 알게 되었는데 네가 원한다면, 구해줄 수는 있어. 하지만 몸에 부작용이 있을지도 몰라. 정말 필요해? 그렇게 예쁜 사람을 만나면서 흥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심지어 강씨 집안 아가씨인데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얼마나 슬퍼할까.”신예준은 이번에는 대답하기조차 귀찮아졌다. 조희서를 위해서가 아니었더라면...신예준은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나한테 한 병만 보내줘. 비타민 약병에.”서민규는 계속 물을 마시며 참지 못하고 꾸중했다.“내가 만약 강민지였다면 진실을 알고 죽고 싶을지도 몰라. 그분은 지금 오로지 널 붙잡기 위해 애를 쓰는데. 너 지금 이거 사기 치는 거야.”신예준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서민규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조희서랑은 한 적 없어?”“걔는 아까워서 못 건드리겠어.”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서민규는 이제는 정말 입을 떡 벌렸다 그를 쓰레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사랑에 미친 사람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아쉽
강민지가 업계에 발을 오래 들여놓았음에도 그와 같은 사람은 처음 보았다.희귀한 물건은 본래 귀하게 여기는 법이다.신예준이 그녀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수록 그녀는 오히려 신예준을 놓지 못했다.속담에 있듯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먼저 남자의 위를 사로잡아야 했다.낮에 그는 샤브샤브 가게에서 웨이터로 일하면서 속으로 늘 신예준을 생각하며 버텨냈다.저녁에 아파트로 들어간 그녀는 요리 연습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았으므로 3일 동안 연습했음에도 토마토스파게티 한 그릇밖에 만들지 못했다.그녀는 토마토스파게티 사진을 한 장 찍어 신예준에게 보냈다.[스파게티 해 먹었어요.]병원에 있던 신예준은 그녀의 메시지를 보고 사진을 확대해 보지도 않았다.그는 조희서의 손을 꽉 잡고 꿈쩍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병실로 들어온 의사가 알려주었다.“지금 상태 심각해요. 수술한다 해도 30프로 확률밖에 장담하지 못해요. 국제 전문가를 초청한다면 70프로는 할 수 있겠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고 요양비가 많이 들어요.”의사는 신예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조희서는 오랫동안 입원해 있는 상태였고 신예준은 때때로 한밤중에 찾아오기도 했다.혼자서 몇 가지 일이나 하고 있으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참 쉽지 않은 인생이다.“알고 있습니다. 감사해요.”의사가 떠난 후 신예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희서의 입술에 키스했다.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차분하게 말했다.“잠에서 깨면 내 탓 할지도 모르겠네.”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희서가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 분명 정말 죽어야 할 놈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병원을 떠나면서 그는 강민지의 메시지에 답장했다.[꽤 잘 만든 것 같네요.]강민지가 문자를 보낸 지 1시간이 지난 뒤였다.하여 답장을 받지 못할 줄 알았던 강민지는 메시지 알림음에 눈이 반짝 뜨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지난번에 제가 샤브샤브
신예준은 몇 입 먹은 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하지만 강민지는 그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해맑게 웃어 보였다.식사를 마친 후 이제 집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지만 강민지는 떠나기 아쉬웠다.한참을 꾸물거렸지만 신예준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강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 아래까지 바래다주면 안 돼요? 조금 무서워요."이곳은 외진 곳이었다.비록 단지 입구에 버스가 있었지만 이 시간이라면 지난번처럼 건달을 만날지 누가 알겠는가.신예준이 고개를 끄덕이려 하는 찰나 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번개가 치면서 집안의 전기가 나갔다.밖에는 천둥번개가 쳤고 집안은 캄캄했다.낡은 집은 전기가 쉽게 나가는 법이다.신예준이 핸드폰을 꺼내 라이트를 비추어 주었다."잠깐 앉아 있으세요. 전기가 들어오면 그때 가요."강민지가 대답했다."혹시 양초 있어요?"신예준이 서랍에서 양초를 몇 개 찾아 불을 붙인 뒤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강민지가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제가 치울게요. 예준 씨가 요리했으니까, 설거지는 제가 할래요."신예준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으나 참아내었다.강민지는 열심히 쟁반을 들고 부엌으로 돌아갔다.부엌은 한 사람이 서 있을 만큼만의 공간이 있었고 어두컴컴했기 때문에 거실에 있는 촛불을 빌려 설거지할 수밖에 없었다.신예준이 양초 하나를 더 켜 냉장고 옆에 두었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 밤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남성을 위해 설거지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흐뭇한 웃음을 짓다가 실수로 그릇 하나를 바닥에 떨구었다.주방 입구에 서 있던 신예준이 그녀가 허리를 굽혀 그릇 조각을 주우려 하는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조각을 주우려는 이 동작으로 그녀는 손에 있던 그릇을 또 떨어뜨려 깨버렸다."제가 씻을게요."그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티 내지 않고 말했다.강민지는 조금 쑥스러워져 몸을 돌려 부엌에서 나오려 했다.그러나 그 순간 그릇 조각을 밟아버려 발바
집으로 돌아온 강민지는 부엌에서 일을 하던 신예준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웃었다.그녀는 성혜인이 요즘 야근으로 바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연지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나도 그만하고 싶은데, 그 사람이 요리를 할 줄 알더라고? 정말 예뻐 죽겠어.]이번에 강연지 답장은 조금 느렸다. 10분 후에 답장이 돌아왔다.[언니, 내가 보기에 그 사람 생긴 것도 별로고 오토바이를 몰 줄 모른다는 게 제일 큰 단점이야.]강민지가 피식 웃었다. 다음 생에는 오토바이랑 살려고 그러나? 오토바이 얘기할 줄 알았다.그녀는 현재 행복함에 겨워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분명 신예준과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회상하면 모든 것이 달콤했다.[언니, 그리고 내가 아직 마음에 들지 않은 건 또 있어 그 사람은 오토바이를 살 돈도 없을 거란 거.]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강민지는 손을 들어 양미간을 꾹꾹 누르며 생각했다. 연지에게 무슨 말을 하든 이 아이는 제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워 그녀는 참지 못하고 신여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저 집에 도착했고 샤워도 했어요. 혹시 자고 있나요?]신예준은 문자를 보고도 답장을 하지 않았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그녀의 메시지는 바다의 심해 깊은 곳에 가라앉은 듯했다.강민지는 그저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했다.신예준과의 사이가 계속 이렇게 미적지근할 줄 알았는데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식재료를 배달한 끝에 드디어 기회가 왔다.그날 밤 신예준이 문자를 보내왔는데 강민지는 아직 출근 중이었다.[오늘은 식재료 보내지 않아도 돼요. 몸이 좀 아파서.]몸이 아프다고? 아프다는데 강민지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감기 걸렸어요? 열 있어요? 해열제 좀 사 올까요?][아니요. 오늘 밤엔 우리 집에 오지 마세요.]답장을 마친 후 신예준은 더 이상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그러나 강민지의 성격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 하지 말라고 할수록 그녀는 더욱 궁금해했다.하여 몇 통의 문
비틀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입을 맞추었다. 강민지는 그의 표정을 보기 민망해했다.신예준이 옆에 있는 옷을 잡아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그리고 바로 다음 강민지는 아래에 통증을 느꼈다.하지만 그 아픔은 달콤함과 함께 밀려왔고 곧이어 뺨이 뜨거워졌다.둘은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강민지의 손이 그의 목을 타고 올라가 쓰다듬었다.그녀는 얼굴 위에 덮인 옷을 걷어내고 싶지 않았다. 그 암흑이 자극을 더욱 증폭시켰다.“예준 씨...”그녀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손을 만지작거렸고 곧이어 깍지를 끼고는 마음껏 느꼈다.그의 손바닥 역시 똑같이 뜨거워서 마치 불이 붙은 것 같았다.1시간 동안이나 한 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날이 밝기 직전까지 하느라 강민지는 기진맥진해졌고 그의 품에 안겨 잠에 들었다.신예준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강민지를 내려놓고 타올을 두른 뒤 베란다로 향했다. 이때 서민규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했어?][응.][약효 좋지? 의사가 말하길 이걸 먹으면 돼지한테도 흥분할 수 있댔어. 그런데 정말 그렇게까지 술을 마셨어야 했어? 사람은 부잣집 아가씨인데 정말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어?]신예준은 왠지 짜증이 나서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망설임 없이 답장했다.[너도 하고 싶으면 와서 시도해 보든가.]말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발언이었다.어차피 그는 강민지를 마음에 두지 않았으니까.[나도 그러고 싶어. 내 외모가 별로라서 어쩔 수 없어. 정말 질투나 죽겠어. 넌 어떻게 그래?][잘 모르겠어.]이렇게 답장한 이후 그는 어두워지는 화면을 보며 멍하니 있었다.사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강민지 역시 첫 경험이라는 것을.그러나 그는 왠지 이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매우 의외였다. 그는 줄곧 그녀가 가벼운 사람이어서 많은 사람들과 해보았을 거라 생각했다.아마 침대에 오르는 일에 대해서는 익숙할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자 마음속의 건조함이 점점 강해졌다...
신예준은 이 말을 마친 뒤 정말 자리를 떴다.강민지는 제자리에 서 있었는데, 바깥바람에 머리가 더 아픈 듯했다.그녀는 확실히 열이 났고 지금 이곳에 서 있는 동안 두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단지를 나와 택시를 탔고 이번에는 아파트가 아닌 강씨 집안 별장으로 들어갔다.강상원은 집에 없었고 강씨 집안의 모든 일은 가정부가 돌보고 있었다. 하룻밤 자고 난 후에 얻은 것은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라는 대답이었는데 그녀 역시도 매우 억울했다.이틀 동안 열 때문에 정신이 약간 흐리멍덩했다.잠에서 깨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일이었다.그러나 휴대전화는 아무 소식이 없었고 스팸 문자 한 통 없이 조용했다.그녀와 신예준의 관계에서는 항상 그녀가 수동적이었다.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후에도 신예준은 그녀를 적극적으로 찾아간 적이 없었다.강민지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자신이 헛짓거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일주일 내내 그녀는 그와의 일이 마음에 걸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신예준은그녀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식탁 앞에 앉아 있어도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결국 아버지 강상원이 그녀의 이상함을 알아차렸다."돈이 모자라니?""아빠, 저 이번에 실연당할 것 같아요.""그래."강 상원이 별다른 반응 없이 블랙카드를 꺼내어 앞에 내려놓았다."먹을 것도 사고 입을 것도 사고. 마침 이번에 남우주연상 받은 남자 연예인도 한 번 보러 가렴? 얼굴도 잘생겼더라. 네가 좋다면 며칠간 사들여도 돼."강민지가 씩 웃으며 카드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됐어요.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진지해요."강상원이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덮으며 대답했다."나도 진지해. 못난 여자만이 실연당한 후에 우는 거야. 예쁜 여자는 실연당해도 쇼핑하러 가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해결해. 돈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전화해. 우리 집안에 돈이 얼마나 많은데, 너 하나 풍족하게 못 살게 하겠어?"마지막에 그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느라 얼른 대답하지 못한 채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힘을 느꼈다.그가 놓아주려 하자 강민지는 당황해서 바로 몸을 돌려 그의 허리를 덥석 안았다.“전 좋아요. 전 신예준 씨가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고개를 숙인 신예준의 손이 한순간 굳어지더니, 그의 등에 살며시 얹었다.“싫은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당신이 절 갖고 노는 걸까 봐 무서웠어요.”강민지는 심장이 더 시큰거렸다. 그녀는 신예준의 몸이 걱정돼 얼른 놓아주었다.“먼저 스파게티부터 만들게요. 다음엔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지 마요.”그녀는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토마토스파게티만 만들 줄 아는 그녀였다.토마토를 썰고 있을 때 그가 뒤에 나타나 칼을 가져갔다.“제가 할게요. 민지 씨는 앉아 있으세요.”강민지는 순간 흐뭇해하며 불을 켜고 물을 끓였다.면이 거의 다 익었을 때 신예준이 물었다.“그날엔 너무 급해서 말하지 못했는데 피임약 드셨어요?”그가 냄비의 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먹었어요. 저도 임신은 아직 안 돼서요. 아직 젊으니까요.”신예준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대답했다.“스파게티 먹죠.”강민지는 또 기분이 좋아져 그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그녀는 이미 전에 별장에서 밥을 먹고 왔었다.배고프지 않았으므로 그는 턱을 괸 채 예준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예준 씨 이 며칠간 출근 안 하셨어요?”“휴가를 냈어요. 민지 씨는요?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요?”“저는 샤브샤브 집에서 해고됐고 지금 다시 일자리를 찾으려고요.”신예준의 손이 잠깐 멈칫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민지는 자신의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뜨는 것을 발견했다.메시지를 보니 신예준이 그녀에게 400만 원어치를 송금한 것이었다.“뭐 하는 거예요?”“제 생활비로 50만 원을 남겼으니 민지 씨는 한 달 동안 쉬고 싶으면 그 돈으로 생활해요.”보내온 돈을 보니 정말 제게 50만 원만 남겨둔 것 같았다.예전에 종래로 돈을 중요시한 적은 없었는데 지금은 이 400만
그 후 며칠 뒤 강민지는 곧바로 새로운 샤브샤브 가게로 출근했고 이번에는 특별히 신예준과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신예준은 너무 바빴고 매일 여러 가지 알바를 해야 했다. 강민지가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고 그를 찾아가지 않는다면 그는 보통 시간이 없을 것이다.이번에 그녀가 알바를 선택한 곳은 신예준이 있는 곳에서 불과 1킬로미터 떨어져 있었고,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다.매일 밤 강민지는 그와 함께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다.가끔은 사치스럽게 택시를 타고 돌아가기도 했다.오늘 밤엔 비가 왔기 때문에 그녀가 우산을 들고 신예준을 데리러 돌아왔다.하지만 신예준이 나타나지 않자 그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몇 명의 젊은 여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연락처를 요구하고 있었다.그가 희미한 웃음을 띠며 최대한 예의를 지켰다.“죄송합니다. 저 이미 퇴근했습니다.”“오빠, 연락처 하나만 두고 가요. 나중에 응원하러 많이 올게요.”“아니요. 저 여자 친구 있어요.”여자 친구가 있다는 말에 아이들의 얼굴이 모두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이때 신예준이 고개를 들고 민지를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활짝 웃었다.강민지의 손에는 우산이 들려 있었다.그는 눈앞에 있는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고 그저 강민지를 보며 활짝 웃을 뿐이었다.신예준은 성큼성큼 걸어가 민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비를 맞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오늘 밤은 오지 말지. 밖에 비도 왔는데, 오지 말라고 메시지도 보냈잖아요.”연락처를 원하던 몇 사람은 풀이 죽어 떠나갔다. 신예준은 강민지의 손을 잡고 뽀뽀를 했다.눈에 잠깐 애틋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또다시 웃음을 띤 얼굴이었다.“갑시다. 오늘 밤엔 저희 집으로 갈래요?”강민지가 얼굴을 붉히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가게 문을 나설 때 신예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용 벨 소리를 들은 그의 안색이 확 변했다.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강민지의 손을 떼고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