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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5화 사람은 모두 자존심이 있다

몇 초 후에야 그가 담담하게 고개를 들었다.

“좋아요.”

“혹시 손님과 술자리를 한다고 월급이 깎이는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이미 퇴근한 시간이라서.”

강민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턱을 괸 채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누군가 당신에게 술을 뿌리는 걸 보았어요. 갑자기 우리가 정말 동병상련이라고 느껴졌어요. 당신 가족들은요?”

“다 죽었습니다.”

이 대답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천천히 술잔을 돌리며 평온한 표정이었다.

강민지가 순간 멈칫하며 되물었다.

“다 죽었다고요?”

“네.”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강민지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원래는 장난이 섞인 말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진지해졌다.

“아, 고의가 아니었어요. 한잔하실래요?”

그녀가 술잔을 들어 신예준에게 가득 따랐다.

신예준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강민지는 문득 이런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녀의 오늘 밤 계획이 모두 간파된 것 같은 느낌.

그러나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은 다시 평온하고 순해 보였다. 두 사람이 잔이 부딪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강민지 자신이 주량이 꽤 좋다고 생각했으므로 신예준을 취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끝까지 마셨을 때 먼저 눈앞이 흔들린 것은 그녀였다.

강민지는 천천히 한쪽의 책상을 짚고 일어섰는데 머릿속에는 아주 조금의 이성만 남아 있었다.

“늦었으니 집에 가죠.”

“갑시다.”

신예준 역시 취기가 가득했고 그는 강민지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집이 어디예요?”

강민지는 여전히 자신의 오늘 밤 목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신예준과 잠을 자기 위해 이 일련의 일들을 벌인 것이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술에 완전히 취한 척 연기한 것이다.

신예준은 그녀를 길가로 부축한 뒤 또 물었다.

“몇 번 버스를 타야 해요? 집은 어느 쪽인데요?”

강민지는 잠자코 조용히 있었고, 신예준은 결국 그녀를 멀지 않은 호텔 입구로 데려갔다.

강민지는 그가 자신을 부축해 걸어갈 때 걸음걸이가 온전치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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