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연은 여전히 욕설을 퍼부으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장하리는 서주혁에게 끌려가며 팔이 끊어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 한 발 한 발 내디디는 것도 버거워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하지만 서주혁은 그녀를 배려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복도 끝에 있는 침실 문을 발로 걷어차고 장하리를 침대 위로 던졌다.장하리는 충격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기침을 토해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가련한 모습을 더했다.서주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 방금 수연이가 당해도 싸다고 했어?”장하리는 머리가 멍해졌다. 고통이 온몸에 퍼지며 억울함이 그녀를 잠식하여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 지긋지긋했다. 더 이상 이 남매를 참을 수 없었다.“그래요. 그럴만하니까요.”서주혁은 비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장하리, 내가 널 너무 얕봤나 보네. 그러니까 이번 사건에 네가 정말 연루된 거야?”뭐라고 대답하든 그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나? 어차피 그녀를 의심할 테니까.장하리가 침묵하자 서주혁은 이를 인정한 것으로 여겼다.“그래. 장하리, 그럴 줄 알았어. 그런 여자가 낳은 자식이 좋은 사람일 리가 없지. 네가 수연이가 당해도 싸다고 했으니, 너도 그 맛을 봐야 하지 않겠어?”장하리는 침대 위에서 여전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자꾸만 흘러내렸다.서주혁은 반쯤 타버린 담배를 손에 들고 문밖을 향해 말했다. “다 들어와.”문밖에 있던 두 명의 경호원이 곧장 방으로 들어왔다.“대표님.”서주혁은 침대 위의 장하리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소 말랐지만 그 모습조차도 아름다워 보였다.“맘껏 즐겨.”장하리는 환청이라도 들은 듯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눈동자가 흔들렸다.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앉은 그녀는 서주혁이 이어서 하는 말을 들었다.“제대로 만족시켜 줘.”“주혁 씨!”그의 이름을 부를 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장하리는 입술을 떨며
경호원들은 바지를 벗고 장하리의 발목을 잡아챘다.서주혁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팠다. 그것은 아주 미세하고 날카로운 통증이었다.내뱉은 담배 연기가 서주혁의 얼굴을 감쌌다. 그는 속눈썹을 내리깔고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희들 나가.”두 명의 경호원은 마치 사면을 받은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정말로 침대 위의 여자와 관계를 맺었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그들은 급히 바지를 올리고 서주혁에게 허리를 숙인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마치 뒤에서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것처럼 빠르게 걸어갔다.서주혁은 담배를 버리고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장하리의 발목에는 경호원이 남긴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제압할 때 힘을 조절하지 않고 세게 잡았다. 그 결과 그녀의 발목에 다섯 개의 붉은 자국이 남았다.장하리는 천장을 바라보며 마치 모든 감각이 무뎌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손목이 잡혀 끌어올려지면서 그녀는 앉은 자세가 되었다.입가의 피가 번지면서 장하리의 입술 주변을 물들였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서주혁을 바라보았다.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이제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없었다.서주혁은 옆에 있는 휴지를 꺼내 장하리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그녀는 피하려 했지만 피할 수 없었다. 그저 침묵하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한 번 닦을 때마다 장하리의 입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나왔다. 서주혁은 그녀의 턱을 잡고 손가락을 그녀의 입안에 넣었다.장하리는 고개를 약간 치켜들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의 손가락이 혀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을 느꼈다. 눈물은 점점 더 흐르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서주혁은 상처를 대충 살펴보았다. 혀가 끊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다.그가 손가락을 빼려는 순간 장하리가 입을 다물고 그의 손가락을 꽉 물었다. 하지만 힘이 바닥나서 고양이가 살짝 깨무는 것 같았다.“놔.”서주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장하리는
다음 순간 장하리가 기침을 하더니 그의 셔츠에 피를 토했다. 서주혁의 얼굴은 즉시 어두워졌고, 장하리를 한쪽으로 밀어냈다. 장하리는 옆으로 쓰러지더니 갑작스럽게 찾아온 위의 극심한 통증에 침대 시트를 꽉 움켜잡았다. 마치 곧 기절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서주혁은 자기 셔츠에 묻은 핏자국을 바라봤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수연 아가씨가 계속 울고 있습니다.”그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셔츠를 벗고 옷장 쪽으로 가서 깨끗한 옷을 고르려던 찰나, 장하리가 말했다.“차라리 날 죽여줘요.”그녀에게 계속 붉은 고추를 먹여 위암에 걸리게 할 작정인가? 진정 죽이려 한다면 차라리 독약을 먹이면 그만이지 않은가?“죽고 싶어?”서주혁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손목의 차가운 시계를 정리했다.지금은 밤 9시였다.“밖에 나가서 무릎 꿇고 있어. 수연이 화가 풀리면 돌아가게 해줄게.”여전히 침대 시트를 꽉 그러쥐고 있던 장하리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손에 힘이 풀렸다.장하리를 등지고 서 있던 서주혁이 문가로 걸어가 문을 열려고 할 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혁 씨.”잠시 발걸음을 멈춘 서주혁은 미간을 구겼다. 마음속에서 짜증이 솟구쳤다.서주혁은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문밖으로 나가서 문을 쾅 닫아버렸다.장하리는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눈을 내리깔며 계속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다.어디가 아픈지 말할 수 없을 만큼 견딜 수 없는 고통만 느껴졌다.서주혁이 계단을 내려가 보니, 서수연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울며불며 난리 치지는 않았지만 옆에 있는 단도를 집어 들어 자기 목을 그을 기세였다.옆에 있던 경호원이 그녀를 제지하려 했지만 서수연은 몇 번이나 허공에 대고 휘둘렀다.“건드리지 마!”서주혁은 계단 입구에 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서수연은 온몸이 굳은 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오빠, 저 여자 좋아해요? 저 여자를 우리 집에 데려와 새언니로 만들려는 거예요? 저 여자가 가당키나 해요?
현관문을 나서자 서주혁은 또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평소에는 이렇게 자주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오늘 밤은 불쾌한 기분이 계속되었다.차에 올라탄 그는 핸들을 잡고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며 조금 전 장하리의 입속에 손가락이 들어갔던 것을 떠올렸다. 그 촉촉하고 뜨거운 감각이 여전히 느껴지는 듯했다.서주혁은 옆에 있는 물티슈를 집어 들고 닦으려 했으나 무언가 생각난 듯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때 온시환의 전화가 걸려 왔다.“약속 취소해. 오늘 밤은 술 마시고 싶지 않아. 승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무슨 일인데?”“설우현한테 전화해 봤더니, 반승제가 실종된 것 같대. 성혜인은 임신 중이잖아. 지금 설씨 가문에서 태교 중이래. 도대체 이 둘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아직도 함께 있지 못하는 거야.”온시환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주혁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등을 뒤로 기댄 채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시환아, 우리 플로리아로 가볼까?”온시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너 나갈 수 있어? 위에서 너를 엄격히 감시하고 있잖아.”서씨 가문은 윗선과 연결된 일이 많아서 출국할 때마다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게다가 반승제에게 수배령이 떨어진 사건으로 서주혁은 블랙리스트에 오를 뻔했다.“백겸 삼촌이 승제에게 상을 주었고, 수배령도 취소됐어. 지금은 당당하게 만나도 아무 문제 없어.”최근 온시환은 마침 지루하던 참이었다. “좋아. 언제 출발할 거야?”“잠시 후에 있는 항공편을 알아볼게.”“이렇게 빨리? 주혁아, 너 혹시 누구를 피해 다니는 거야?”온시환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서주혁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아니야. 그냥 머리를 식히러 가는 거야.”온시환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자 허리의 목욕 가운이 흔들렸다.“알았어. 지금 옷 갈아입을게.”이때 뒤에서 여성의 부드러운 손이 그의 허리를 감쌌다.“시환 씨, 떠나는 건가요?”온시환이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던져주자 여성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어린 여자
성혜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의 부드러운 카펫을 밟으며 방 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정말로 세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서주혁과 온시환에게 둘러싸여 있는 설우현은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계속 찾고 있어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모른다고요? 설마 승제가 싫어서 동생에게 새 남편이라도 찾아주려는 거 아니에요? 두 사람 전에 싸운 적도 있잖아요. 애초에 속셈이 있었던 거죠?”설우현은 표정이 어두워진 채 분노를 터뜨렸다. “온시환, 당신!”복도에 나와 있는 성혜인을 보자 설우현은 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혜인이가 최근에 기분이 좋지 않으니, 이런 자극적인 말은 하지 마세요.”온시환은 두 손을 들며 조용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성혜인은 감정을 가다듬고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일행이 거실로 이동한 후 그녀의 시선은 서주혁에게로 향했다.서주혁은 설기웅과 비슷한 기품을 지니고 있었지만 설기웅보다 훨씬 더 냉정해 보였다. 그는 여동생 서수연에게조차 거의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설기웅은 설씨 가문의 ‘짝퉁’에게 지극정성을 쏟았었다.“주혁 씨, 장하리는 요즘에 잘 지내고 있나요?”서주혁은 해외에 나와서 무언가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여기 와서도 장하리라는 이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온시환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혜인 씨의 회사가 최근에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거든요. 아마 생방송도 못 보셨겠죠? 유해은과 온수빈이 상을 받았고, 송아현도 신인상을 받았어요.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혜인 씨 회사 소속 사람들이 모두 차지했어요. 요즘 전속 광고 모델 제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하리 씨는 아마 바쁘겠네요.”성혜인은 냉담한 어조로 대답했다.“아, 그렇군요.”온씨 집안이 일전에 성혜인의 미움을 사서 그녀가 직접 온시아를 매장한 일을 떠올린 온시환은 어색하게 웃었다. “곧 엄마가 되시는 분이 왜 이렇게 쩨쩨하게 굴어요? 난 온씨 집안이 한 일을 정말 몰랐어요.
온시환은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어깨를 으쓱했다.“그냥 말 그대로예요. 강민지가 가난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이미 강민지를 철저히 분석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해 강민지의 회사를 빼앗았고, 강민지의 아버지를 감옥에 보냈어요.”온시환의 목울대가 오르내렸다. 콧등의 점이 그를 더욱 감성적으로 보이게 했다.“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에요. 더 열받는 건 신예준은 어릴 때부터 정혼자가 있었다는 거예요. 이름이 조희서라고 했던가? 아무튼 조희서가 뇌종양에 걸렸을 때 신예준은 강민지 앞에서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였고, 강민지는 국제 전문가를 불러 조희서를 돌보게 했어요. 그게 신예준의 약혼자인 줄은 몰랐던 거죠. 이 젊은 부부는 강민지를 철저히 이용해 먹었어요. 이제 와서 신예준이 강민지와 결혼하려고 하다니, 이게 다 복수가 아니면 뭐겠어요?”얼굴이 어두워진 성혜인은 당장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온시환이 그녀를 제지했다.“강민지에게 전화해 봐야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누구도 신예준을 막을 수 없어요. 그 녀석은 꽤 능력이 있거든요. 강민지와 강 회장의 모든 주식을 차지하고, 그것도 60% 넘어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죠. 우리가 회사를 인수해서 강민지를 돕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게다가 신예준이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강 회장은 몇 년의 고통을 덜 수 있어요. 강민지는 지금 신예준에게 얽매여 있어요. 신예준이 합의서를 쓰지 않는 한 강민지는 떠날 수 없을 거예요. 당신도 강민지가 얼마나 고집스러운지 알잖아요.”성혜인은 제원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은 자신을 원망했다. 그녀는 예전부터 신예준이 의심스러웠지만, 강민지는 신예준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의 재벌 딸 신분까지 숨겼다. 그저 신예준이 위축되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 결국 강민지는 신예준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성혜인은 반드시 제원에 가야 했다. 지금 강민지에게 전화하지 않더라도 제원으로 가는 항공권을 당장 예약해야 했다. 온시환은 그녀가 항공
성혜인의 어깨가 한순간에 처지더니 속이 울렁거려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설우현은 급히 요리사를 불렀다.“혜인이 식단을 더 신경 써 주세요. 요즘 소고기를 싫어하니까,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바꾸고 국에는 따뜻한 성질의 식재료를 더 넣어 주세요.”요리사는 즉시 메뉴를 내밀었다. “도련님, 이건 최근에 아가씨께서 먹은 채소와 과일입니다. 모두 현지에서 직송된 것이며 우유도 그렇습니다. 추가할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설우현은 성혜인의 식습관을 되짚어보며 몇 가지 채소를 제외했다. 이때 성혜인이 화장실에서 나와 말했다. “오빠, 너무 신경을 필요 없어요. 방금은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토한 거예요.”성혜인의 상태가 이렇게 나쁜데, 설우현은 그녀가 제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일단 제원에 돌아가지 말고 본가에서 편히 쉬고 있어. 시환 씨에게 국내에서 강민지의 상황을 잘 알아보라고 할게.”말을 마친 설우현이 온시환을 바라보자 온시환은 황급히 손을 들며 다짐했다. “그래요. 내가 반드시 잘 알아볼게요. 이번 일은 내가 말이 많아서 생긴 일이니, 내가 끝까지 책임질게요.”성혜인의 시선이 서주혁에게로 향했다. “장하리는 잘 있죠?”서주혁은 흠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네.”원래 말이 적은 그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성혜인이 말을 이어갔다.“전에 장하리가 교통사고를 당한 건 온시아가 지시한 일이에요. 이 일은 제가 굳이 인터넷에 올리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 외에도 장하리는 참담할 정도로 많은 억울한 일을 당했어요. 온시아는 장하리의 강아지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그 교통사고로 장하리의 목숨까지 위협했죠. 장하리는 원래 유약한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어머니한테 노예처럼 부려졌고, 한 번도 따뜻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전에 장하리의 어머니가 회사에 찾아와서 가장 지독한 말로 장하리를 욕하고, 저에게 장하리를 해고하라고 했었죠. 그 여자는 장하리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었던 거예요. 심지어 장하리가 전 남
“수연아, 그만 울어.”“그래요. 지금 울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난 장하리의 새아버지에게 강제로 당했고, 이 일을 장하리가 폭로했죠.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뒷담화를 하고 있을까요. 울어봐야 뭐해요? 차라리 날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왜 구해준 거예요! 그냥 죽어버릴 거야!”서수연은 갑자기 광기에 사로잡혀 침대에서 뛰어내려 창가로 달려갔다. 명희정은 깜짝 놀라 그녀를 붙잡았다. “엄마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이미 걔를 경찰서에 보냈잖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걔가 몇 년 더 갇혀 있게 할 거야.”명희정이 말을 마치자마자 병실 문이 열리며 서준혁이 들어왔다. 여전히 오빠를 두려워하는 서수연은 놀라서 움찔했다. 그녀의 눈은 원래 부어 있었는데 이제 더 부어 보였다.“오빠, 흑흑... 난 정말 오빠가 그런 여자랑 결혼하는 게 싫어요. 제발 그 여자와 안 만났으면 좋겠어요. 제발 부탁이에요. 오빠가 그 여자를 만나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서수연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고 눈빛은 어두워졌다.그녀는 미칠 듯한 증오심에 사로잡혔다. 돌아온 이후,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괴물이 잠재해 있으며 언제든지 튀어나와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녀는 자살 시도로 장하리를 감옥에 보낸 것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아무도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그녀가 억울한 피해자라고만 생각할 것이다.서수연은 아무도 없는 구석에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그날 서수연은 일부러 장하리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장하리의 얼굴만 보면 구역질이 났기 때문이다.장하리를 볼 때마다 장하리의 새아버지가 떠올랐고, 자신이 그 역겨운 남자 아래에서 어떻게 비참하게 굴복했는지가 떠올라 치가 떨렸다.서수연은 분노를 발산할 곳이 필요했고, 장하리가 그 대상이었다.장하리는 건강이 매우 나빠 보였고, 몹시 수척해 보였다.서수연은 소파에 앉아 냉소를 흘리며 도우미들을 내보낸 후 장하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