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리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에 전해지는 고통을 애써 참으며 잔을 꽉 쥐고 있었다.서수연은 그녀의 옆에서 끊임없이 욕을 하기도 하고 속삭이기도 하며 자신이 당했던 일을 이야기했다.장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서수연이 그녀에게 죽으라고 욕했을 때만 반문했다. “정말로 죽으면 돼요?”사실 장하리는 지금 사는 것에 지쳐 있었다. 삶은 늘 어두웠고,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 만약 이 목숨이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냥 내놓을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서수연은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죽을 생각하지 마. 네가 당할 일은 아직 많으니까!”장하리는 서수연이 또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음을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다 명희정이 찾아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뺨을 몇 번이나 때린 후, 비로소 서수연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장하리는 서수연과 노임향이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그녀는 그들이 정말로 비슷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서수연은 장하리의 휴대폰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했다. 사실 대부분은 서수연이 자신이 당한 일을 고백하며 혼자 흥분해서 지껄인 말이었다. 장하리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장하리가 서수연을 궁지에 몰아넣어 자백을 강요했다고 생각할 것이다.그 녹음 파일은 장하리의 휴대전화에서 유출되었기에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장하리는 또다시 변명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노임향이 그녀에게 누명을 씌웠을 때와 똑같았다.아무도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이렇게까지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한 여자가 자신의 순결을 이용해 계획을 꾸밀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장하리는 몇 번이나 뺨을 맞고 나서야 자신은 이런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의 인생은 노임향과 서수연에 의해 망가질 것이다. 그녀야말로 진짜로 망가진 사람이었다.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누구에게도 동정조차 받지 못했다.경찰서에 끌려갔을
병실 안에는 서수연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서주혁은 플로리아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며 제대로 쉬지 못해 머리가 지끈거렸다.명희정이 급히 말했다. “넌 먼저 돌아가. 내가 여기서 수연이를 돌볼게.”서주혁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떠났다. 서수연은 끝내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넌 내 친오빠도 아니야. 어떻게 가족에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 엉엉, 나 이제 너랑 인연 끊을 거야. 더 이상 서씨 집안에 있고 싶지 않아. 서씨 집안 사람으로는 살고 싶지 않아.”명희정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서수연의 손목을 잡았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수연아, 무슨 말을 해도 좋지만 오빠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안 돼.”서주혁은 일찍이 서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눌러왔고, 이 몇 년간 혼자서 얼마나 많은 일을 감당해 왔는지 모른다.명희정은 자신과 남편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서주혁이 서창환의 중시를 받았기에 그들 가족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만약 서주혁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서씨 가문에서 분명히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서수연의 좋은 날들은 전부 오빠가 서씨 가문에서 쟁취한 것들이다.서수연은 어깨를 들썩이며 작은 소리로 훌쩍였다. 그러자 명희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음에는 오빠한테 잘 얘기해. 주혁이의 부담은 누구보다도 클 테니까.”이미 병원을 나온 서주혁은 담배를 한 대 꺼내 불을 붙인 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오늘 날씨는 좋지 않았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뼛속까지 시렸다.그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성혜인의 말이 떠올랐다.‘...주혁 씨, 하지만 장하리도 항상 이겨낼 수 있는 건 아니에요...’담배를 다 피운 후 그는 담배꽁초를 옆 쓰레기통에 던졌다.그는 이 말이 마음에 걸렸다.예전 장하리를 괴롭히던 때를 떠올리면 그녀는 아프더라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절대 복수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하리에 대한 첫인상이 너무 나빴다. 서
자존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있다고 하더라도 보잘것없는 자존심일지도 모른다.그 생각을 하며 장하리는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괴고 두 손을 모아 이마로 가져갔다. 장하리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더니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서주혁은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짜증 나는 감정이 다시금 밀려왔다. 서주혁은 원래 감정을 잘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장하리의 앞에서는 항상 인내심을 잃었다.왜 울고 있는 걸까?울 만한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세상에는 그녀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서주혁의 마음은 확실히 차가웠다. 그는 담배를 피우려 했지만 자신이 있는 곳을 떠올리자 천천히 담배를 다시 내려놓았다.장하리는 여전히 울고 있었고 두 손을 꽉 쥐며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장하리는 자신이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를 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이틀 동안 그녀는 안에서 수없이 맞았다. 아프기는 했지만 그 아픔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그러나 서주혁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 상처가 마치 한 순간에 모두 찢기는 듯했고 통증은 몇 배로 커졌다. 그 고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그 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장하리는 그저 무감각하게 그의 뒤를 따랐고 그가 다양한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바깥의 푸른 하늘을 보게 되었다.그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조수석에 앉아 조용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손가락의 상처는 이미 곪아 있었지만 그녀는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서주혁은 곧바로 차를 운전하지 않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은 후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회사 회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린 서주혁 조수석에 있는 장하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장하리는 여전히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그와 함께 내리지 않았다.서주혁은 회
장하리는 포기하고 일어나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옷을 벗자 온몸이 사람들에게 맞아서 생긴 멍으로 가득했다. 입꼬리도 마찬가지였다. 거울 속의 여인은 너무 말라서 눈이 더욱 커 보였다.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서주혁은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 장하리는 그의 의도를 잘 알지 못했지만 그를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따뜻한 오트밀 한 그릇을 먹고 나서야 조금의 힘이 돌아왔다.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인터폰을 확인해보니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었다.“장하리 씨.” 관리인이 문밖에서 외쳤다. 장하리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 관리인의 손에는 작은 강아지가 들려 있었다.“장하리 씨, 이 강아지를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했어요. 지난번 누군가가 이 강아지를 연못에 버렸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구해냈어요. 주변에 다 물어봤지만 지금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방금 누군가가 이 강아지가 장하리 씨의 강아지일 수도 있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관리실에 두고 있었는데 너무 심하게 짖거든요. 장하리 씨 강아지가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장하리는 자리에 얼어붙어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회색 강아지를 관리인의 손에서 받았다. 아리는 몸을 움츠린 채 작은 신음 소리를 냈다. 장하리는 입술을 떨며 문을 닫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뒤를 돌아보고서야 서주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른 그녀는 급히 말했다. “주혁 씨, 아리를 봐...”말 끝을 흐린 장하리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아리의 등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지난번 온시아는 아리를 아래로 끌고 내려갔을 때 더럽다고 생각해 연못에 던져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온시아도 아리가 구해졌다는 사실은 몰랐다.서주혁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었다. 장하리는 그를 부를 때 눈빛이 반짝거렸다. 요즘 그녀의 눈빛은 늘 탁해 보였다. 이렇게 빛난 적이 없었다. 서주혁은 그녀의 빛나는 눈길에 가슴이 찔린 듯 아팠다. 담배가 타들어가면서 재가 바닥에 떨어졌다.장하리는 자신이 너무 감정에 휩싸였음을 알았다. 그녀는 처
서주혁은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 반짝이는 눈빛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그 충동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심지어 지금도 그의 몸은 여전히 흥분된 상태였다. 서주혁은 또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했지만 담뱃갑이 이미 비어 있었다. 요즘 담배를 정말 많이 피웠다.그는 등을 의자에 기대며 셔츠의 단추 두 개를 풀었다. 그렇게 해야만 숨을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그는 다시 액셀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갔다.한밤중, 장하리는 고열에 시달렸다. 그녀는 약을 찾아 두 알 먹고 침대에 누운 후 아리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간신히 손을 뻗어 침대 가장자리에서 낑낑거리는 아리를 달랬다. 의식이 약간 흐릿했고,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침대에는 여전히 서주혁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마치 그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장하리는 머리를 베개에 파묻고 그가 남긴 기운에 몸을 기댔다. 고열로 몸은 계속 뜨겁게 달아올랐다.장하리는 서주혁이 그녀를 데려다준 사진이 곧바로 서수연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을 몰랐다. 서수연은 오후에 명희정의 설득으로 병실에 얌전히 머물러 있었다. 이번 사건은 서수연이 자작극을 꾸민 것이었고, 그녀는 장하리 가족을 모두 없애고 싶어 했다.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서수연은 분노에 휩싸여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그래서 오빠가 그 여자 집에 몇 시간이나 있었다는 거야?”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수연은 손에 든 사진을 찢어버릴 듯한 기세로 온몸을 떨며 주먹을 꽉 쥐었고, 그로 인해 손바닥은 찢어져 피투성이가 되었다.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오빠가 이미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계속 나쁜 짓을 하면 오빠는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서수연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장하리가 다시 오빠를 유혹해
장하리는 서주혁이 보낸 차량 번호를 보고 난 뒤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라서 단 한 글자만 보냈다. [네.]그가 자신의 고통을 끝낼 건지, 아니면 전처럼 계속 괴롭힐 건지 확실히 알려주기를 바랐다. 장하리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카드를 바라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한편, 서주혁은 물을 들고 들아와 명희정이 전화를 끊는 모습을 보았다. 서주혁은 휴대폰을 가져와서 대충 확인해 봤다. 정말로 할아버지에게 전화한 기록이 있었다.서수연은 그의 휴대폰을 사용해 20초도 채 되지 않아 문자를 보내고 기록을 삭제했다. 서주혁은 여동생이 이미 미쳐버린 상태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명희정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쉬었다. “주혁아, 오늘 밤에도 야근이니?” “네.” “걱정시켜서 미안하구나. 난 괜찮아.” 말을 마친 명희정은 서수연을 바라보았다. “수연아, 이제 그만 돌아가. 몸 잘 챙기고 오늘 같은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 “엄마, 죄송해요.” 지금 서수연은 매우 얌전해 보였고, 정말 반성하는 듯했다. 이 모습을 보며 서주혁도 안도했다.“오빠, 그럼 나 먼저 갈게요.” 서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수연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집을 나설 때 서수연은 일부러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썼다. 그리고 곧바로 장하리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차 안은 불이 꺼져 있어서 매우 어두웠다. 이 차는 서주혁이 예전에도 몰았던 서씨 집안의 차로 서수연이 방금 장하리에게 보낸 차량 번호와 같았다. 서수연이 막 차를 세우자 장하리가 패딩을 입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서수연은 핸들을 꽉 잡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오늘 밤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장하리는 뒤로 가서 뒷좌석 문을 열려고 했다. 그녀는 이미 자동차 번호판을 확인했고 서주혁이 전에 몰았던 차 번호판이었다. 뒷좌석 문이 잠겨 있어서 장하리는 부득이하게 조수석으로 갔다. 문
“결혼해 줄게.”얼마나 듣기 좋은 한 마디인가.하지만 이 말을 한 곳이 차디찬 경찰서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자유를 대가로 하지 않았다면 장하리는 기쁨에 겨워 울었을지도 모르겠다.교통사고로 다른 사람을 치어 죽인 사람이 어떻게 감옥살이를 1년 만 할 수 있을까?하지만 서주혁이 1년이라고 했으니 그 말인즉슨 돈으로 눌러 감형을 받겠다는 말이었다.고작 1년이다. 1년만 희생하면 서주혁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장하리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의 몸이 더 차가웠기 때문에 장하리는 벽의 냉기조차 느끼지 못했다.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주혁의 한마디에 다시 삼켰다.“나랑 결혼하고 싶던 거 아니었어?”다 알고 있었구나. 모든 걸 기억하고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다 모른 척 무시했던 것이었구나.장하리는 확실히 서주혁을 좋아했다.하지만 서주혁은 장하리와 다른 사람이었다.장하리의 세상에는 따뜻함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 온기를 얻으려고 하곤 했다. 어머니가 잘해주지 않고 오히려 욕설을 퍼부어도 필사적으로 어머니를 만족시키고 사랑받으려고 했다.이런 그녀의 심리는 일종의 병이라 느껴질 정도로 강박적이었다.가족은 그녀에게 기대지 못하는 썩은 벽일 뿐이었다. 하지만 장하리는 이 벽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늘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왔다.그러나 서주혁은 달랐다. 약육강식이 세계에서 자라온 그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에게 기대는 걸 싫어했다. 그에게 감정 같은 건 필요 없었다.그는 가난하고 열악한 가정에서 자라온 여자아이의 열등감을 깨닫지 못했고 심지어 장하리가 우스워 보이기까지 했다.만약 그가 썩은 벽에 기댔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그는 분명 총을 꺼내어 몇 방 쏘았을 것이다.이렇게 그는 장하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장하리는 미움받는 것에 익숙했고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법을 몰랐다.열다섯 살에 방우찬을 만나 그에게 기대면서 의붓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견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다른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가슴이 벅차올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주혁이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묵묵히 참아냈다.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그를 향해 웃어 보이려 했지만, 웃어지지 않았다.“주혁 씨...”그녀는 여전히 묻고 싶었다. 단 1초라도 자신이 마음에 든 적은 없었는지.하지만 서주혁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그는 서주연에게로 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장하리는 경찰들 곁에 서서 차가운 수갑이 채워져 있는 자기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말보다 행동이 장하리를 더 아프게 했다.경찰서를 나온 서주혁은 서수연의 손을 잡고 자동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비행기 표를 끊었으니 당장 출발해. 다신 돌아오지 말고.”서수연은 자신이 한 일이 서주혁의 한계를 벗어났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의 이 잘난 오빠는 다른 사람에게 모락당하는 것을 제일 참지 못했다.하지만 서수연은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결국 장하리는 감방에 들어갔고 장하리의 어머니와 그 역겨운 아버지는 여전히 함께 고통받고 있으니까.서수연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알겠어요. 오빠.”서주혁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기사더러 운전하라고 했다.장하리가 너무 빠르게 감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SM 쪽에서 소식을 들은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3일 뒤였다.한서진이 아무리 장하리에게 연락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고 안달이 난 한서진이 실종 신고를 할 뻔했을 때 경찰 쪽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처음에 한서진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장하리가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소식. 심지어 일부러란다.장하리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는 바로 운전하여 경찰서로 향했다.하지만 경찰서에서 면회하지 못하게 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은 서주혁과 온시환이 떠난 이후로 줄곧 몸조리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매일 밤 꿈에서 반승제를 만났고 정신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하여 장하리에게 생긴 일을 전해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두통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