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혁은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 반짝이는 눈빛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그 충동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심지어 지금도 그의 몸은 여전히 흥분된 상태였다. 서주혁은 또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했지만 담뱃갑이 이미 비어 있었다. 요즘 담배를 정말 많이 피웠다.그는 등을 의자에 기대며 셔츠의 단추 두 개를 풀었다. 그렇게 해야만 숨을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그는 다시 액셀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갔다.한밤중, 장하리는 고열에 시달렸다. 그녀는 약을 찾아 두 알 먹고 침대에 누운 후 아리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간신히 손을 뻗어 침대 가장자리에서 낑낑거리는 아리를 달랬다. 의식이 약간 흐릿했고,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침대에는 여전히 서주혁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마치 그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장하리는 머리를 베개에 파묻고 그가 남긴 기운에 몸을 기댔다. 고열로 몸은 계속 뜨겁게 달아올랐다.장하리는 서주혁이 그녀를 데려다준 사진이 곧바로 서수연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을 몰랐다. 서수연은 오후에 명희정의 설득으로 병실에 얌전히 머물러 있었다. 이번 사건은 서수연이 자작극을 꾸민 것이었고, 그녀는 장하리 가족을 모두 없애고 싶어 했다.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서수연은 분노에 휩싸여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그래서 오빠가 그 여자 집에 몇 시간이나 있었다는 거야?”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수연은 손에 든 사진을 찢어버릴 듯한 기세로 온몸을 떨며 주먹을 꽉 쥐었고, 그로 인해 손바닥은 찢어져 피투성이가 되었다.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오빠가 이미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계속 나쁜 짓을 하면 오빠는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서수연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장하리가 다시 오빠를 유혹해
장하리는 서주혁이 보낸 차량 번호를 보고 난 뒤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라서 단 한 글자만 보냈다. [네.]그가 자신의 고통을 끝낼 건지, 아니면 전처럼 계속 괴롭힐 건지 확실히 알려주기를 바랐다. 장하리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카드를 바라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한편, 서주혁은 물을 들고 들아와 명희정이 전화를 끊는 모습을 보았다. 서주혁은 휴대폰을 가져와서 대충 확인해 봤다. 정말로 할아버지에게 전화한 기록이 있었다.서수연은 그의 휴대폰을 사용해 20초도 채 되지 않아 문자를 보내고 기록을 삭제했다. 서주혁은 여동생이 이미 미쳐버린 상태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명희정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쉬었다. “주혁아, 오늘 밤에도 야근이니?” “네.” “걱정시켜서 미안하구나. 난 괜찮아.” 말을 마친 명희정은 서수연을 바라보았다. “수연아, 이제 그만 돌아가. 몸 잘 챙기고 오늘 같은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 “엄마, 죄송해요.” 지금 서수연은 매우 얌전해 보였고, 정말 반성하는 듯했다. 이 모습을 보며 서주혁도 안도했다.“오빠, 그럼 나 먼저 갈게요.” 서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수연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집을 나설 때 서수연은 일부러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썼다. 그리고 곧바로 장하리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차 안은 불이 꺼져 있어서 매우 어두웠다. 이 차는 서주혁이 예전에도 몰았던 서씨 집안의 차로 서수연이 방금 장하리에게 보낸 차량 번호와 같았다. 서수연이 막 차를 세우자 장하리가 패딩을 입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서수연은 핸들을 꽉 잡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오늘 밤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장하리는 뒤로 가서 뒷좌석 문을 열려고 했다. 그녀는 이미 자동차 번호판을 확인했고 서주혁이 전에 몰았던 차 번호판이었다. 뒷좌석 문이 잠겨 있어서 장하리는 부득이하게 조수석으로 갔다. 문
“결혼해 줄게.”얼마나 듣기 좋은 한 마디인가.하지만 이 말을 한 곳이 차디찬 경찰서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자유를 대가로 하지 않았다면 장하리는 기쁨에 겨워 울었을지도 모르겠다.교통사고로 다른 사람을 치어 죽인 사람이 어떻게 감옥살이를 1년 만 할 수 있을까?하지만 서주혁이 1년이라고 했으니 그 말인즉슨 돈으로 눌러 감형을 받겠다는 말이었다.고작 1년이다. 1년만 희생하면 서주혁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장하리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의 몸이 더 차가웠기 때문에 장하리는 벽의 냉기조차 느끼지 못했다.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주혁의 한마디에 다시 삼켰다.“나랑 결혼하고 싶던 거 아니었어?”다 알고 있었구나. 모든 걸 기억하고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다 모른 척 무시했던 것이었구나.장하리는 확실히 서주혁을 좋아했다.하지만 서주혁은 장하리와 다른 사람이었다.장하리의 세상에는 따뜻함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 온기를 얻으려고 하곤 했다. 어머니가 잘해주지 않고 오히려 욕설을 퍼부어도 필사적으로 어머니를 만족시키고 사랑받으려고 했다.이런 그녀의 심리는 일종의 병이라 느껴질 정도로 강박적이었다.가족은 그녀에게 기대지 못하는 썩은 벽일 뿐이었다. 하지만 장하리는 이 벽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늘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왔다.그러나 서주혁은 달랐다. 약육강식이 세계에서 자라온 그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에게 기대는 걸 싫어했다. 그에게 감정 같은 건 필요 없었다.그는 가난하고 열악한 가정에서 자라온 여자아이의 열등감을 깨닫지 못했고 심지어 장하리가 우스워 보이기까지 했다.만약 그가 썩은 벽에 기댔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그는 분명 총을 꺼내어 몇 방 쏘았을 것이다.이렇게 그는 장하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장하리는 미움받는 것에 익숙했고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법을 몰랐다.열다섯 살에 방우찬을 만나 그에게 기대면서 의붓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견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다른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가슴이 벅차올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주혁이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묵묵히 참아냈다.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그를 향해 웃어 보이려 했지만, 웃어지지 않았다.“주혁 씨...”그녀는 여전히 묻고 싶었다. 단 1초라도 자신이 마음에 든 적은 없었는지.하지만 서주혁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그는 서주연에게로 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장하리는 경찰들 곁에 서서 차가운 수갑이 채워져 있는 자기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말보다 행동이 장하리를 더 아프게 했다.경찰서를 나온 서주혁은 서수연의 손을 잡고 자동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비행기 표를 끊었으니 당장 출발해. 다신 돌아오지 말고.”서수연은 자신이 한 일이 서주혁의 한계를 벗어났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의 이 잘난 오빠는 다른 사람에게 모락당하는 것을 제일 참지 못했다.하지만 서수연은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결국 장하리는 감방에 들어갔고 장하리의 어머니와 그 역겨운 아버지는 여전히 함께 고통받고 있으니까.서수연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알겠어요. 오빠.”서주혁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기사더러 운전하라고 했다.장하리가 너무 빠르게 감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SM 쪽에서 소식을 들은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3일 뒤였다.한서진이 아무리 장하리에게 연락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고 안달이 난 한서진이 실종 신고를 할 뻔했을 때 경찰 쪽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처음에 한서진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장하리가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소식. 심지어 일부러란다.장하리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는 바로 운전하여 경찰서로 향했다.하지만 경찰서에서 면회하지 못하게 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은 서주혁과 온시환이 떠난 이후로 줄곧 몸조리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매일 밤 꿈에서 반승제를 만났고 정신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하여 장하리에게 생긴 일을 전해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두통을 느꼈다.
10분을 더 기다렸으나 장하리는 나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성혜인은 자리를 떠났다.차에 다시 올라타자 차의 온기가 화를 조금 가라앉히게 했다.성혜인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한서진을 불러냈다.하지만 한서진 역시 장하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알지 못했고 그저 서수연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대표님, 그런데 저는 장하리가 사고를 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그날 밤 목격자 몇 명을 찾았는데 운전자가 고의로 사람을 3번이나 깔아뭉갰다고 해요.”장하리가 어떤 어떻게 이런 잔인한 수단으로 사람을 죽일 수가 있을까?성혜인의 낯빛이 흐려졌다. 장하리가 누군가 때문에 죄를 뒤집어썼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하지만 누가 장하리를 이렇게 기꺼이 감방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지?“대표님, 또 한 가지 일이 있습니다. 전에 업계 내에 돌아다니던 녹음본이 있는데, 하리 씨와 서수연의 녹음본입니다. 그런데 녹음본을 들어보면 서수연이 하리 씨 의붓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녹음본으로 인해 서수연은 크게 망신을 당했고 하리 씨도 서씨 가문 사람들이 데려갔기 때문에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서씨 가문에서 무언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면 저는 단서를 찾아낼 수 없으니까요.”성혜인은 바로 서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음성만 들렸다. 서씨 가문에서 의도적으로 외부와 서시연의 연계를 차단하는 것이 분명했다. 분명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성혜인이 입술을 짓씹으며 곁에 있는 설우현을 바라보았다.“오빠, 저 서주혁 씨한테 갈 거니까 데려다주세요.”설우현도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일이 서주혁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지금 장하리가 신경 쓰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곁을 떠났다. 그녀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를 잃었고 그렇다면 그녀가 신경 쓰는 한 사람은 서주혁뿐이었다.만약 그녀가 정말 다른 사람을 위해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심지어 서수연같이 난폭한 사람 때문에 죄를 뒤집어쓴
서주혁의 회사를 떠날 때 성혜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장하리를 만나고 싶었으나 만나지 못했고, 지금은 유족들도 보상을 받은 후이고 이 사고는 서주혁에 의해 완전히 해결되어 있었다.게다가 장하리도 그에게 협조하여 항소를 전혀 하지 않고 있으니 성혜인으로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차에 다시 올라탄 그녀의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설우현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고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네이처빌리지로 가볼래?”네이처 빌리지는 반승제의 별장이었다.반승제가 지금 없으니 아마 비서인 심인우가 관리하고 있을 것이었다.성혜인은 피곤하고 힘들었다. 장하리 일이 이대로 끝나는 것은 더 슬프고 괴로웠다.하지만 법률이 정한 일에 외부인이 강제로 개입할 수는 없었다.하물며 모든 사람이 이미 결과를 받아들인 후였다.성혜인은 천천히 주먹을 꽉 쥐었다. 이는 그녀의 잘못이기도 했다. 장하리를 진흙탕에서 끌어냈지만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애초에 그녀가 어떻게 말했던가.그때 장하리는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일말의 감정에 집착하고 있었고, 성혜인은 그녀에게 다른 것으로 대체할 것을 건의했다.모두가 알다시피 그 대체품은 서주혁이었다.하지만 성혜인은 이를 알지 못했다.그리고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성혜인이 미간을 꾹꾹 누르며 대답했다.“네이처 빌리지로 가요, 오빠.”그녀는 너무 피곤했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눈꺼풀은 이미 눈을 가리고 있었다.네이처 빌리지에 도착하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자 심인우가 일찍부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놀란 얼굴로 성혜인을 반겼다. 반승제가 출국한 이래 그는 오랫동안 이 낯익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홀을 바라보았다.여전히 조금도 변하지 않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딘가에서 강아지와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겨울이와 흰둥이였다.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심인우는 주방장에게 저녁 식사를 만들라고 분부했다.베개를 안은 성혜인은 잠이 쏟아졌는데
한서진은 서주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싫지도 않았다.똑똑하고 무뚝뚝한 상인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틀린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대표님 아리 저에게 주세요. 하리 씨가 저에게 맡겼습니다.”서주혁이 아리를 안은 채 한서진을 몇 번 훑어보았다.“그쪽이 어떻게 하리 씨 하리 집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까?”한 남자가 여자 집 열쇠를 소지하고 있고 게다가 둘 다 싱글이라는 점에서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한서진은 순간 실소를 터뜨리곤 대답했다.“대표님께서 무슨 자격으로 저에게 물어보는지 모르겠습니다.”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인 듯 냉랭해졌다.서주혁은 아리를 껴안은 채 가차 없이 말을 내뱉었다.“나가세요.”한서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입구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경호원히 달려오는 소리였다.서주혁과 강하게 맞선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한서진 쪽이었다.결국 한서진이 자리를 비켰고 아파트 밖에서 기다렸다. 이때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우산을 챙기지 않았으므로 그는 어쩔 수 없이 차로 돌아갔다.30분 후 몇 사람이 아파트 단지에서 나왔고 단지 입구의 불빛은 비 오는 밤에 더 몽롱하게 느껴졌다.서주혁은 검은 우산을 쓰고 한 손으로는 아리를 안은 채 한정판 고급 차를 향해 걸어갔다.그의 키가 너무 컸으므로 경호원 몇 명 중에서도 눈에 띄었고 그의 트렌치코트는 비정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서주혁은 차 앞으로 가서 아리를 먼저 차에 태웠고 그제야 우산을 걷어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경호원이 공손히 받아 든 후 앞으로 가서 운전석에 앉았다.서주혁이 차에 올라탔고 문이 닫히며 빗속의 흙냄새를 차단했다. 차 안의 온도는 매우 높았고 아리는 가죽 의자에 엎드려 누웠다.배불리 먹었기에 아리는 점점 잠에 들었다.서주혁은 아리를 품에 안고 손끝으로 배를 만지작거렸다.강아지는 따뜻하고 말랑했고 곧 잠에 들었다.조금 바보 같았다.앞좌석의 운전자가 물었다.“대표님 바로 집에 가시는 겁니까?”예전이었
서주혁은 혼인신고서를 잘 보관해 둔 후 아리에게 먹이를 줄 것을 당부했다.그는 아리를 위해 특별히 영양사를 청했다. 집에는 아리 말고도 다른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장하리에게 보내고 싶었으나 거절당한 그 강아지였다. 마침 아리를 데려왔으니 친구가 생긴 셈이다.차를 타고 회사로 가는 길에 명희정이 전화를 걸어왔다.“주혁아, 수연이는 어디로 보냈니?”서주혁은 가족들과의 상의 없이 서수연을 보내버렸다. 핸드폰 번호도 없애버렸기에 그 말고는 서수연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정신과의사한테 보냈어요. 전문적인 선생님께서 돌봐주고 계세요.”“주혁아, 비록 우리가 어화둥둥 키우긴 했지만 그래도 네 친동생인데.”서주혁의 얼굴이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수연이 치어죽인 여자애 고작 19살이에요. 막 대학교에 들어간 새내기였다고요. 오빠는 10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 일로 부모가 40세에 시험관으로 겨우 낳은 아이였어요. 그런데 서수연이 세 번이나 짓뭉개서 죽여버렸어요. 원래대로라면 서수연은 감방에 있어야 했어요. 이런 가정에 돈이 자식들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서주혁은 상대하기도 싫어 바로 전화를 끊고 싶어졌다.이에 명희정이 멋쩍게 화제를 돌렸다.“참, 요즘 네 나이대에 맞는 아이들을 찾아두었으니 틈틈이 만나보려무나.”“됐어요.”“너도 이 나이가 되었는데 사람 좀 만나야지. 네 할아버지께서 그저께 너한테 물어보기까지 했잖아.”“엄마, 저 이미 혼인신고 했어요.”명희정의 심장이 바닥까지 쿵 떨어졌다.”“혼인신고를 했다고? 누구? 어느 집안 애니?”“나중에 다시 알려드릴게요.”명희정은 서주혁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계면쩍게 전화를 끊었다.서주혁은 핸드폰을 한쪽에 던져두고 등을 뒤로 기대었다.괜히 성가시고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가족의 연락에도 대답해 주기가 싫어졌다....하룻밤을 휴식하니 정신이 좀 들었고 성혜인은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강민지의 집안일에 관해 묻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