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벅차올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주혁이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묵묵히 참아냈다.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그를 향해 웃어 보이려 했지만, 웃어지지 않았다.“주혁 씨...”그녀는 여전히 묻고 싶었다. 단 1초라도 자신이 마음에 든 적은 없었는지.하지만 서주혁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그는 서주연에게로 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장하리는 경찰들 곁에 서서 차가운 수갑이 채워져 있는 자기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말보다 행동이 장하리를 더 아프게 했다.경찰서를 나온 서주혁은 서수연의 손을 잡고 자동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비행기 표를 끊었으니 당장 출발해. 다신 돌아오지 말고.”서수연은 자신이 한 일이 서주혁의 한계를 벗어났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의 이 잘난 오빠는 다른 사람에게 모락당하는 것을 제일 참지 못했다.하지만 서수연은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결국 장하리는 감방에 들어갔고 장하리의 어머니와 그 역겨운 아버지는 여전히 함께 고통받고 있으니까.서수연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알겠어요. 오빠.”서주혁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기사더러 운전하라고 했다.장하리가 너무 빠르게 감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SM 쪽에서 소식을 들은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3일 뒤였다.한서진이 아무리 장하리에게 연락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고 안달이 난 한서진이 실종 신고를 할 뻔했을 때 경찰 쪽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처음에 한서진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장하리가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소식. 심지어 일부러란다.장하리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는 바로 운전하여 경찰서로 향했다.하지만 경찰서에서 면회하지 못하게 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은 서주혁과 온시환이 떠난 이후로 줄곧 몸조리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매일 밤 꿈에서 반승제를 만났고 정신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하여 장하리에게 생긴 일을 전해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두통을 느꼈다.
10분을 더 기다렸으나 장하리는 나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성혜인은 자리를 떠났다.차에 다시 올라타자 차의 온기가 화를 조금 가라앉히게 했다.성혜인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한서진을 불러냈다.하지만 한서진 역시 장하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알지 못했고 그저 서수연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대표님, 그런데 저는 장하리가 사고를 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그날 밤 목격자 몇 명을 찾았는데 운전자가 고의로 사람을 3번이나 깔아뭉갰다고 해요.”장하리가 어떤 어떻게 이런 잔인한 수단으로 사람을 죽일 수가 있을까?성혜인의 낯빛이 흐려졌다. 장하리가 누군가 때문에 죄를 뒤집어썼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하지만 누가 장하리를 이렇게 기꺼이 감방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지?“대표님, 또 한 가지 일이 있습니다. 전에 업계 내에 돌아다니던 녹음본이 있는데, 하리 씨와 서수연의 녹음본입니다. 그런데 녹음본을 들어보면 서수연이 하리 씨 의붓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녹음본으로 인해 서수연은 크게 망신을 당했고 하리 씨도 서씨 가문 사람들이 데려갔기 때문에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서씨 가문에서 무언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면 저는 단서를 찾아낼 수 없으니까요.”성혜인은 바로 서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음성만 들렸다. 서씨 가문에서 의도적으로 외부와 서시연의 연계를 차단하는 것이 분명했다. 분명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성혜인이 입술을 짓씹으며 곁에 있는 설우현을 바라보았다.“오빠, 저 서주혁 씨한테 갈 거니까 데려다주세요.”설우현도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일이 서주혁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지금 장하리가 신경 쓰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곁을 떠났다. 그녀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를 잃었고 그렇다면 그녀가 신경 쓰는 한 사람은 서주혁뿐이었다.만약 그녀가 정말 다른 사람을 위해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심지어 서수연같이 난폭한 사람 때문에 죄를 뒤집어쓴
서주혁의 회사를 떠날 때 성혜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장하리를 만나고 싶었으나 만나지 못했고, 지금은 유족들도 보상을 받은 후이고 이 사고는 서주혁에 의해 완전히 해결되어 있었다.게다가 장하리도 그에게 협조하여 항소를 전혀 하지 않고 있으니 성혜인으로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차에 다시 올라탄 그녀의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설우현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고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네이처빌리지로 가볼래?”네이처 빌리지는 반승제의 별장이었다.반승제가 지금 없으니 아마 비서인 심인우가 관리하고 있을 것이었다.성혜인은 피곤하고 힘들었다. 장하리 일이 이대로 끝나는 것은 더 슬프고 괴로웠다.하지만 법률이 정한 일에 외부인이 강제로 개입할 수는 없었다.하물며 모든 사람이 이미 결과를 받아들인 후였다.성혜인은 천천히 주먹을 꽉 쥐었다. 이는 그녀의 잘못이기도 했다. 장하리를 진흙탕에서 끌어냈지만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애초에 그녀가 어떻게 말했던가.그때 장하리는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일말의 감정에 집착하고 있었고, 성혜인은 그녀에게 다른 것으로 대체할 것을 건의했다.모두가 알다시피 그 대체품은 서주혁이었다.하지만 성혜인은 이를 알지 못했다.그리고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성혜인이 미간을 꾹꾹 누르며 대답했다.“네이처 빌리지로 가요, 오빠.”그녀는 너무 피곤했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눈꺼풀은 이미 눈을 가리고 있었다.네이처 빌리지에 도착하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자 심인우가 일찍부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놀란 얼굴로 성혜인을 반겼다. 반승제가 출국한 이래 그는 오랫동안 이 낯익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홀을 바라보았다.여전히 조금도 변하지 않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딘가에서 강아지와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겨울이와 흰둥이였다.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심인우는 주방장에게 저녁 식사를 만들라고 분부했다.베개를 안은 성혜인은 잠이 쏟아졌는데
한서진은 서주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싫지도 않았다.똑똑하고 무뚝뚝한 상인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틀린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대표님 아리 저에게 주세요. 하리 씨가 저에게 맡겼습니다.”서주혁이 아리를 안은 채 한서진을 몇 번 훑어보았다.“그쪽이 어떻게 하리 씨 하리 집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까?”한 남자가 여자 집 열쇠를 소지하고 있고 게다가 둘 다 싱글이라는 점에서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한서진은 순간 실소를 터뜨리곤 대답했다.“대표님께서 무슨 자격으로 저에게 물어보는지 모르겠습니다.”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인 듯 냉랭해졌다.서주혁은 아리를 껴안은 채 가차 없이 말을 내뱉었다.“나가세요.”한서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입구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경호원히 달려오는 소리였다.서주혁과 강하게 맞선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한서진 쪽이었다.결국 한서진이 자리를 비켰고 아파트 밖에서 기다렸다. 이때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우산을 챙기지 않았으므로 그는 어쩔 수 없이 차로 돌아갔다.30분 후 몇 사람이 아파트 단지에서 나왔고 단지 입구의 불빛은 비 오는 밤에 더 몽롱하게 느껴졌다.서주혁은 검은 우산을 쓰고 한 손으로는 아리를 안은 채 한정판 고급 차를 향해 걸어갔다.그의 키가 너무 컸으므로 경호원 몇 명 중에서도 눈에 띄었고 그의 트렌치코트는 비정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서주혁은 차 앞으로 가서 아리를 먼저 차에 태웠고 그제야 우산을 걷어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경호원이 공손히 받아 든 후 앞으로 가서 운전석에 앉았다.서주혁이 차에 올라탔고 문이 닫히며 빗속의 흙냄새를 차단했다. 차 안의 온도는 매우 높았고 아리는 가죽 의자에 엎드려 누웠다.배불리 먹었기에 아리는 점점 잠에 들었다.서주혁은 아리를 품에 안고 손끝으로 배를 만지작거렸다.강아지는 따뜻하고 말랑했고 곧 잠에 들었다.조금 바보 같았다.앞좌석의 운전자가 물었다.“대표님 바로 집에 가시는 겁니까?”예전이었
서주혁은 혼인신고서를 잘 보관해 둔 후 아리에게 먹이를 줄 것을 당부했다.그는 아리를 위해 특별히 영양사를 청했다. 집에는 아리 말고도 다른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장하리에게 보내고 싶었으나 거절당한 그 강아지였다. 마침 아리를 데려왔으니 친구가 생긴 셈이다.차를 타고 회사로 가는 길에 명희정이 전화를 걸어왔다.“주혁아, 수연이는 어디로 보냈니?”서주혁은 가족들과의 상의 없이 서수연을 보내버렸다. 핸드폰 번호도 없애버렸기에 그 말고는 서수연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정신과의사한테 보냈어요. 전문적인 선생님께서 돌봐주고 계세요.”“주혁아, 비록 우리가 어화둥둥 키우긴 했지만 그래도 네 친동생인데.”서주혁의 얼굴이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수연이 치어죽인 여자애 고작 19살이에요. 막 대학교에 들어간 새내기였다고요. 오빠는 10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 일로 부모가 40세에 시험관으로 겨우 낳은 아이였어요. 그런데 서수연이 세 번이나 짓뭉개서 죽여버렸어요. 원래대로라면 서수연은 감방에 있어야 했어요. 이런 가정에 돈이 자식들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서주혁은 상대하기도 싫어 바로 전화를 끊고 싶어졌다.이에 명희정이 멋쩍게 화제를 돌렸다.“참, 요즘 네 나이대에 맞는 아이들을 찾아두었으니 틈틈이 만나보려무나.”“됐어요.”“너도 이 나이가 되었는데 사람 좀 만나야지. 네 할아버지께서 그저께 너한테 물어보기까지 했잖아.”“엄마, 저 이미 혼인신고 했어요.”명희정의 심장이 바닥까지 쿵 떨어졌다.”“혼인신고를 했다고? 누구? 어느 집안 애니?”“나중에 다시 알려드릴게요.”명희정은 서주혁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계면쩍게 전화를 끊었다.서주혁은 핸드폰을 한쪽에 던져두고 등을 뒤로 기대었다.괜히 성가시고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가족의 연락에도 대답해 주기가 싫어졌다....하룻밤을 휴식하니 정신이 좀 들었고 성혜인은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강민지의 집안일에 관해 묻지 않았
강민지는 이제 전화를 끊고 성혜인과 채팅으로 대화를 나눴다.다행인 것은 성혜인이 그녀에게 강씨 가문에 관한 일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녀 역시 알지 못했다.성혜인은 이제 설우현의 말에 납득했다. 친구들이 도움을 청한다면 무조건 도울 것이고 침묵을 선택한다면 제삼자로서 도울 수는 없었다.모두 자신의 선택의 결과를 모두 예측할 수 있는 어른들이었다.그녀는 강민지의 마지막 메시지에 답장한 후 소파에 기대어 쉬었다.집안의 온도는 쾌적했고 겨울이는 곁에서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혜인은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하지만 설우현이 어찌나 조심스러워하던지 성혜인더러 동물조차 가까이하지 못하게 했다.하여 성혜인도 어쩔 수 없이 둘째 오빠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강아지들과 거리를 두었다.흰둥이는 여전히 도도했고 덤덤했다.겨울이는 흰둥이를 높은 서열로 인식하고 배를 보이며 꼬리를 흔들었다.성혜인은 베개를 안고 창가에 앉았다. 땅에는 캐시미어 카펫이 깔려 있었다.이 며칠 동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고 밖에서는 큰 눈송이가 휘날렸다. 그녀는 더 이상 반승제의 소식을 묻고 싶지 않았다. 물을 때마다 듣는 소식은 항상 실망스러웠기 때문에.이제 설까지 한 달이 남았다. 그녀는 머리를 베개에 묻고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H국 국경에서는 원진이 배 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주변에서는 총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있다. 이번 화물은 생각보다 운송이 어려웠다.감히 원진을 건드리다니, 범인들은 살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다 죽여.”그가 총알을 장전하려고 하는 찰나, 발밑에 큰 진동이 울렸다.“부르릉, 부르릉”두 번의 폭발 이후 배는 바로 박살 났고 원진은 그대로 바닷속으로 떨어졌다.의식을 차리자 가슴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다.“움직이지 마요.”누군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며 말을 덧붙였다.“겨우 지혈했어요. 함부로 움직이면 상처가 벌어질 거예요.”원진은 그 사람의 손을 홱 뿌리치고 벽을 짚
“동현아.”김상아가 황급히 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끌고 나왔다.“우리 집엔 왜 왔니?”동현의 시선은 여전히 침대 위에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남자의 부상은 심각했다. 자기 집에 있는 형보다 훨씬 심해 보였다. 하지만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끔찍하리만치 잘생겨서 눈을 뜬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상아 누나, 이 형은 누구예요?”사실 상아 누나와도 5년 만에 만난 것이었다. 김상아는 동현이 6살 되던 해에 해외로 나갔고 마을에서 유일하게 유학한 대학생이었으며 외국에서 석사도 따냈으므로 마을의 영광이었다.“내 친구야. 동현아. 형이 우리 집에 있는 거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우리 사이의 비밀이야. 알겠지?”동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형이 상아 누나 남자 친구예요?”김상아의 볼이 발그레해졌다.“아직은 잘 몰라.”동현이 웃으며 대답했다.“누나가 형 좋아하는구나! 알겠어요. 함부로 말 안 할게요.”“왜 온 건지 아직 말 안 했어.”“우리 집에 있던 형 상처가 벌어졌어요. 빨리 가서 봐주세요!”김상아가 동현을 문밖으로 밀어내며 대답했다.“알겠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얼른 나갈게.”김상아는 문을 닫고 안방으로 돌아왔다.안방에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남성의 얼굴을 잘 볼 수 있었다.그를 아는 사람이 이곳에 있었다면 그가 반승제임을 모두 알 것이다.김성아가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검사했다.열은 이미 내렸으므로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곧이어 그녀는 반승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를 싣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정말 심장이 쿵쾅대고 짜릿했다.연구기지의 스크린에 반승제의 얼굴이 비쳤을 때, 그녀는 첫눈에 그에게 반해버렸다.그가 8번 실험체와 싸우게 되었을 때 그녀는 줄곧 먼발치에서 묵묵히 지켜보았다.지진이 닥치자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반승제는 그녀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고 당황했지만 밀어낼 겨를도 없었다.산사태가 덮쳐 두 사람이 멀리 떠내려갔지만 다행히 김상
원진은 똑똑하고 영민했다. 그는 김상아를 몇 번 훑어보다가 가볍게 시선을 돌렸다.“혹시 휴대전화 있어요? 친구한테 연락하고 싶은데.”김상아는 연구기지에 들어갈 때부터 외부와 연계가 아예 차단 되었다. 그러니 휴대전화도 있을 리가 만무했다.곁에 있던 동현이 제 머리를 콩콩 쳤다.“아빠한테 있는데 고기 잡으러 갔어요. 내일 아침이 되어야 돌아올 거예요.”원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고맙다.”동현이 겸연쩍게 머리를 만지작거렸다.“괜찮아요. 형 배 안 고파요? 집에 생선 죽도 있어요! 가져다드릴게요.”원진이 또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친근하게 지낼 줄 몰랐기에 두 마디를 하고는 바로 눈을 감았다.상처를 소독한 김상아가 자리를 떠나려 할 때 동현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누나, 집에 있는 잘생긴 형한테도 생선 죽 주지 않을래요?”김상아는 무의식적으로 원진을 힐끗 보고는 나지막이 대답했다.“동현이. 누나가 다른 사람 앞에서 형 말하지 말랬지? 그 사람은 잊은 셈 쳐.”동현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김상아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떠났다.원진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는 데에 능숙했다.낯선 곳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이 위험하지 않은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었다.이 의사는 분명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보기에 연약해 보이지만 어딘가 이상했다.동현은 원진의 의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생선 죽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형, 드셔요.”“방금 의사 선생님 집에 사람이 있다고? 아는 사람이니?”동현은 겨우 열한 살이고 아직 어린애였기에 숨길 줄 몰랐다.김상아와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기 센 원진에게 밀려 저도 모르게 우물쭈물하게 되었다.“아니... 아니요.”“모르는 사람이라고?”원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자 동현이 대답했다.“네. 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잘생겼어요. 형처럼 잘생겼어요. 상아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제 더 묻지 마세요. 상아 누나가 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