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있다고 하더라도 보잘것없는 자존심일지도 모른다.그 생각을 하며 장하리는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괴고 두 손을 모아 이마로 가져갔다. 장하리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더니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서주혁은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짜증 나는 감정이 다시금 밀려왔다. 서주혁은 원래 감정을 잘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장하리의 앞에서는 항상 인내심을 잃었다.왜 울고 있는 걸까?울 만한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세상에는 그녀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서주혁의 마음은 확실히 차가웠다. 그는 담배를 피우려 했지만 자신이 있는 곳을 떠올리자 천천히 담배를 다시 내려놓았다.장하리는 여전히 울고 있었고 두 손을 꽉 쥐며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장하리는 자신이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를 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이틀 동안 그녀는 안에서 수없이 맞았다. 아프기는 했지만 그 아픔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그러나 서주혁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 상처가 마치 한 순간에 모두 찢기는 듯했고 통증은 몇 배로 커졌다. 그 고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그 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장하리는 그저 무감각하게 그의 뒤를 따랐고 그가 다양한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바깥의 푸른 하늘을 보게 되었다.그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조수석에 앉아 조용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손가락의 상처는 이미 곪아 있었지만 그녀는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서주혁은 곧바로 차를 운전하지 않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은 후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회사 회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린 서주혁 조수석에 있는 장하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장하리는 여전히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그와 함께 내리지 않았다.서주혁은 회
장하리는 포기하고 일어나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옷을 벗자 온몸이 사람들에게 맞아서 생긴 멍으로 가득했다. 입꼬리도 마찬가지였다. 거울 속의 여인은 너무 말라서 눈이 더욱 커 보였다.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서주혁은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 장하리는 그의 의도를 잘 알지 못했지만 그를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따뜻한 오트밀 한 그릇을 먹고 나서야 조금의 힘이 돌아왔다.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인터폰을 확인해보니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었다.“장하리 씨.” 관리인이 문밖에서 외쳤다. 장하리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 관리인의 손에는 작은 강아지가 들려 있었다.“장하리 씨, 이 강아지를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했어요. 지난번 누군가가 이 강아지를 연못에 버렸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구해냈어요. 주변에 다 물어봤지만 지금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방금 누군가가 이 강아지가 장하리 씨의 강아지일 수도 있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관리실에 두고 있었는데 너무 심하게 짖거든요. 장하리 씨 강아지가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장하리는 자리에 얼어붙어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회색 강아지를 관리인의 손에서 받았다. 아리는 몸을 움츠린 채 작은 신음 소리를 냈다. 장하리는 입술을 떨며 문을 닫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뒤를 돌아보고서야 서주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른 그녀는 급히 말했다. “주혁 씨, 아리를 봐...”말 끝을 흐린 장하리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아리의 등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지난번 온시아는 아리를 아래로 끌고 내려갔을 때 더럽다고 생각해 연못에 던져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온시아도 아리가 구해졌다는 사실은 몰랐다.서주혁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었다. 장하리는 그를 부를 때 눈빛이 반짝거렸다. 요즘 그녀의 눈빛은 늘 탁해 보였다. 이렇게 빛난 적이 없었다. 서주혁은 그녀의 빛나는 눈길에 가슴이 찔린 듯 아팠다. 담배가 타들어가면서 재가 바닥에 떨어졌다.장하리는 자신이 너무 감정에 휩싸였음을 알았다. 그녀는 처
서주혁은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 반짝이는 눈빛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그 충동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심지어 지금도 그의 몸은 여전히 흥분된 상태였다. 서주혁은 또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했지만 담뱃갑이 이미 비어 있었다. 요즘 담배를 정말 많이 피웠다.그는 등을 의자에 기대며 셔츠의 단추 두 개를 풀었다. 그렇게 해야만 숨을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그는 다시 액셀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갔다.한밤중, 장하리는 고열에 시달렸다. 그녀는 약을 찾아 두 알 먹고 침대에 누운 후 아리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간신히 손을 뻗어 침대 가장자리에서 낑낑거리는 아리를 달랬다. 의식이 약간 흐릿했고,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침대에는 여전히 서주혁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마치 그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장하리는 머리를 베개에 파묻고 그가 남긴 기운에 몸을 기댔다. 고열로 몸은 계속 뜨겁게 달아올랐다.장하리는 서주혁이 그녀를 데려다준 사진이 곧바로 서수연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을 몰랐다. 서수연은 오후에 명희정의 설득으로 병실에 얌전히 머물러 있었다. 이번 사건은 서수연이 자작극을 꾸민 것이었고, 그녀는 장하리 가족을 모두 없애고 싶어 했다.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서수연은 분노에 휩싸여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그래서 오빠가 그 여자 집에 몇 시간이나 있었다는 거야?”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수연은 손에 든 사진을 찢어버릴 듯한 기세로 온몸을 떨며 주먹을 꽉 쥐었고, 그로 인해 손바닥은 찢어져 피투성이가 되었다.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오빠가 이미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계속 나쁜 짓을 하면 오빠는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서수연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장하리가 다시 오빠를 유혹해
장하리는 서주혁이 보낸 차량 번호를 보고 난 뒤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라서 단 한 글자만 보냈다. [네.]그가 자신의 고통을 끝낼 건지, 아니면 전처럼 계속 괴롭힐 건지 확실히 알려주기를 바랐다. 장하리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카드를 바라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한편, 서주혁은 물을 들고 들아와 명희정이 전화를 끊는 모습을 보았다. 서주혁은 휴대폰을 가져와서 대충 확인해 봤다. 정말로 할아버지에게 전화한 기록이 있었다.서수연은 그의 휴대폰을 사용해 20초도 채 되지 않아 문자를 보내고 기록을 삭제했다. 서주혁은 여동생이 이미 미쳐버린 상태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명희정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쉬었다. “주혁아, 오늘 밤에도 야근이니?” “네.” “걱정시켜서 미안하구나. 난 괜찮아.” 말을 마친 명희정은 서수연을 바라보았다. “수연아, 이제 그만 돌아가. 몸 잘 챙기고 오늘 같은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 “엄마, 죄송해요.” 지금 서수연은 매우 얌전해 보였고, 정말 반성하는 듯했다. 이 모습을 보며 서주혁도 안도했다.“오빠, 그럼 나 먼저 갈게요.” 서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수연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집을 나설 때 서수연은 일부러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썼다. 그리고 곧바로 장하리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차 안은 불이 꺼져 있어서 매우 어두웠다. 이 차는 서주혁이 예전에도 몰았던 서씨 집안의 차로 서수연이 방금 장하리에게 보낸 차량 번호와 같았다. 서수연이 막 차를 세우자 장하리가 패딩을 입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서수연은 핸들을 꽉 잡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오늘 밤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장하리는 뒤로 가서 뒷좌석 문을 열려고 했다. 그녀는 이미 자동차 번호판을 확인했고 서주혁이 전에 몰았던 차 번호판이었다. 뒷좌석 문이 잠겨 있어서 장하리는 부득이하게 조수석으로 갔다. 문
“결혼해 줄게.”얼마나 듣기 좋은 한 마디인가.하지만 이 말을 한 곳이 차디찬 경찰서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자유를 대가로 하지 않았다면 장하리는 기쁨에 겨워 울었을지도 모르겠다.교통사고로 다른 사람을 치어 죽인 사람이 어떻게 감옥살이를 1년 만 할 수 있을까?하지만 서주혁이 1년이라고 했으니 그 말인즉슨 돈으로 눌러 감형을 받겠다는 말이었다.고작 1년이다. 1년만 희생하면 서주혁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장하리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의 몸이 더 차가웠기 때문에 장하리는 벽의 냉기조차 느끼지 못했다.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주혁의 한마디에 다시 삼켰다.“나랑 결혼하고 싶던 거 아니었어?”다 알고 있었구나. 모든 걸 기억하고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다 모른 척 무시했던 것이었구나.장하리는 확실히 서주혁을 좋아했다.하지만 서주혁은 장하리와 다른 사람이었다.장하리의 세상에는 따뜻함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 온기를 얻으려고 하곤 했다. 어머니가 잘해주지 않고 오히려 욕설을 퍼부어도 필사적으로 어머니를 만족시키고 사랑받으려고 했다.이런 그녀의 심리는 일종의 병이라 느껴질 정도로 강박적이었다.가족은 그녀에게 기대지 못하는 썩은 벽일 뿐이었다. 하지만 장하리는 이 벽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늘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왔다.그러나 서주혁은 달랐다. 약육강식이 세계에서 자라온 그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에게 기대는 걸 싫어했다. 그에게 감정 같은 건 필요 없었다.그는 가난하고 열악한 가정에서 자라온 여자아이의 열등감을 깨닫지 못했고 심지어 장하리가 우스워 보이기까지 했다.만약 그가 썩은 벽에 기댔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그는 분명 총을 꺼내어 몇 방 쏘았을 것이다.이렇게 그는 장하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장하리는 미움받는 것에 익숙했고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법을 몰랐다.열다섯 살에 방우찬을 만나 그에게 기대면서 의붓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견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다른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가슴이 벅차올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주혁이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묵묵히 참아냈다.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그를 향해 웃어 보이려 했지만, 웃어지지 않았다.“주혁 씨...”그녀는 여전히 묻고 싶었다. 단 1초라도 자신이 마음에 든 적은 없었는지.하지만 서주혁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그는 서주연에게로 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장하리는 경찰들 곁에 서서 차가운 수갑이 채워져 있는 자기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말보다 행동이 장하리를 더 아프게 했다.경찰서를 나온 서주혁은 서수연의 손을 잡고 자동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비행기 표를 끊었으니 당장 출발해. 다신 돌아오지 말고.”서수연은 자신이 한 일이 서주혁의 한계를 벗어났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의 이 잘난 오빠는 다른 사람에게 모락당하는 것을 제일 참지 못했다.하지만 서수연은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결국 장하리는 감방에 들어갔고 장하리의 어머니와 그 역겨운 아버지는 여전히 함께 고통받고 있으니까.서수연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알겠어요. 오빠.”서주혁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기사더러 운전하라고 했다.장하리가 너무 빠르게 감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SM 쪽에서 소식을 들은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3일 뒤였다.한서진이 아무리 장하리에게 연락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고 안달이 난 한서진이 실종 신고를 할 뻔했을 때 경찰 쪽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처음에 한서진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장하리가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소식. 심지어 일부러란다.장하리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는 바로 운전하여 경찰서로 향했다.하지만 경찰서에서 면회하지 못하게 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은 서주혁과 온시환이 떠난 이후로 줄곧 몸조리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매일 밤 꿈에서 반승제를 만났고 정신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하여 장하리에게 생긴 일을 전해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두통을 느꼈다.
10분을 더 기다렸으나 장하리는 나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성혜인은 자리를 떠났다.차에 다시 올라타자 차의 온기가 화를 조금 가라앉히게 했다.성혜인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한서진을 불러냈다.하지만 한서진 역시 장하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알지 못했고 그저 서수연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대표님, 그런데 저는 장하리가 사고를 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그날 밤 목격자 몇 명을 찾았는데 운전자가 고의로 사람을 3번이나 깔아뭉갰다고 해요.”장하리가 어떤 어떻게 이런 잔인한 수단으로 사람을 죽일 수가 있을까?성혜인의 낯빛이 흐려졌다. 장하리가 누군가 때문에 죄를 뒤집어썼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하지만 누가 장하리를 이렇게 기꺼이 감방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지?“대표님, 또 한 가지 일이 있습니다. 전에 업계 내에 돌아다니던 녹음본이 있는데, 하리 씨와 서수연의 녹음본입니다. 그런데 녹음본을 들어보면 서수연이 하리 씨 의붓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녹음본으로 인해 서수연은 크게 망신을 당했고 하리 씨도 서씨 가문 사람들이 데려갔기 때문에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서씨 가문에서 무언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면 저는 단서를 찾아낼 수 없으니까요.”성혜인은 바로 서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음성만 들렸다. 서씨 가문에서 의도적으로 외부와 서시연의 연계를 차단하는 것이 분명했다. 분명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성혜인이 입술을 짓씹으며 곁에 있는 설우현을 바라보았다.“오빠, 저 서주혁 씨한테 갈 거니까 데려다주세요.”설우현도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일이 서주혁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지금 장하리가 신경 쓰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곁을 떠났다. 그녀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를 잃었고 그렇다면 그녀가 신경 쓰는 한 사람은 서주혁뿐이었다.만약 그녀가 정말 다른 사람을 위해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심지어 서수연같이 난폭한 사람 때문에 죄를 뒤집어쓴
서주혁의 회사를 떠날 때 성혜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장하리를 만나고 싶었으나 만나지 못했고, 지금은 유족들도 보상을 받은 후이고 이 사고는 서주혁에 의해 완전히 해결되어 있었다.게다가 장하리도 그에게 협조하여 항소를 전혀 하지 않고 있으니 성혜인으로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차에 다시 올라탄 그녀의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설우현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고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네이처빌리지로 가볼래?”네이처 빌리지는 반승제의 별장이었다.반승제가 지금 없으니 아마 비서인 심인우가 관리하고 있을 것이었다.성혜인은 피곤하고 힘들었다. 장하리 일이 이대로 끝나는 것은 더 슬프고 괴로웠다.하지만 법률이 정한 일에 외부인이 강제로 개입할 수는 없었다.하물며 모든 사람이 이미 결과를 받아들인 후였다.성혜인은 천천히 주먹을 꽉 쥐었다. 이는 그녀의 잘못이기도 했다. 장하리를 진흙탕에서 끌어냈지만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애초에 그녀가 어떻게 말했던가.그때 장하리는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일말의 감정에 집착하고 있었고, 성혜인은 그녀에게 다른 것으로 대체할 것을 건의했다.모두가 알다시피 그 대체품은 서주혁이었다.하지만 성혜인은 이를 알지 못했다.그리고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성혜인이 미간을 꾹꾹 누르며 대답했다.“네이처 빌리지로 가요, 오빠.”그녀는 너무 피곤했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눈꺼풀은 이미 눈을 가리고 있었다.네이처 빌리지에 도착하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자 심인우가 일찍부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놀란 얼굴로 성혜인을 반겼다. 반승제가 출국한 이래 그는 오랫동안 이 낯익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홀을 바라보았다.여전히 조금도 변하지 않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딘가에서 강아지와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겨울이와 흰둥이였다.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심인우는 주방장에게 저녁 식사를 만들라고 분부했다.베개를 안은 성혜인은 잠이 쏟아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