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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그녀야말로 망가진 사람이다

장하리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에 전해지는 고통을 애써 참으며 잔을 꽉 쥐고 있었다.

서수연은 그녀의 옆에서 끊임없이 욕을 하기도 하고 속삭이기도 하며 자신이 당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장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서수연이 그녀에게 죽으라고 욕했을 때만 반문했다.

“정말로 죽으면 돼요?”

사실 장하리는 지금 사는 것에 지쳐 있었다. 삶은 늘 어두웠고,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 만약 이 목숨이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냥 내놓을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서수연은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죽을 생각하지 마. 네가 당할 일은 아직 많으니까!”

장하리는 서수연이 또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음을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다 명희정이 찾아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뺨을 몇 번이나 때린 후, 비로소 서수연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장하리는 서수연과 노임향이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그녀는 그들이 정말로 비슷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서수연은 장하리의 휴대폰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했다. 사실 대부분은 서수연이 자신이 당한 일을 고백하며 혼자 흥분해서 지껄인 말이었다. 장하리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장하리가 서수연을 궁지에 몰아넣어 자백을 강요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녹음 파일은 장하리의 휴대전화에서 유출되었기에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장하리는 또다시 변명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노임향이 그녀에게 누명을 씌웠을 때와 똑같았다.

아무도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이렇게까지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한 여자가 자신의 순결을 이용해 계획을 꾸밀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장하리는 몇 번이나 뺨을 맞고 나서야 자신은 이런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인생은 노임향과 서수연에 의해 망가질 것이다. 그녀야말로 진짜로 망가진 사람이었다.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누구에게도 동정조차 받지 못했다.

경찰서에 끌려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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