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는 대답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H 국에서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왔는데 박사님은 왜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거죠?”사라는 가볍게 웃었지만 눈빛은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반승우처럼 의학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 얼마 되겠어요? H 국에서 보낸 사람들은 확실히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연구 기지 내부를 보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뛰어난 자들이죠. 그들 역시 한때는 천재였지만 여기서는 소처럼 일할 수밖에 없어요. 연구 기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은 천재 중의 천재에요. 이 몇 년간 H 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사람을 보내왔지만 살아서 나간 사람은 없었어요.”그녀는 계속 기다려왔다. 또 다른 협력자가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모두 실험에서 죽었다.오직 반승우만이 살아서 나갔지만 당시 약은 세 알뿐이었고 한 사람밖에 나갈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구금섬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했다.여석진은 아마 그녀의 몸을 그곳에 숨겼을 것이다. 그녀는 그 몸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그 몸의 기억이 완전히 손상된 것이 아니라면 그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어쨌든 해파리 도장은 여전히 밖에서 떠돌고 있고 BK 조직은 아직 지도자가 없을 것이다.비록 여석진은 구금섬의 배후자이지만 너무 자만했다.사라는 다시 손을 들어 이마를 짚더니 말했다. “서둘러야 해요. 오늘 당신이 한 일은 이미 소란을 일으켰어요.”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옆에 있는 약을 들고 중앙 홀로 갔다.그가 떠나고 사라는 입가의 담배를 내려놓더니 손에 쥐고 세심히 관찰했다.언제부터 흡연했는지 그녀도 몰랐다.몇 년간 머릿속에 뭔가 계속 걸려 있었지만 방금 진세운의 대화를 듣고 마치 새로운 힘이 주입된 것만 같았다.그녀는 드디어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바로 그녀가 필사적으로 보호하려 했던 딸이었다. 아무리 사람이 아닌 모습이 되더라도
그는 수도 없이 반승제와 시선을 마주치면서 이게 바로 자기가 기다려온 사람이라는 예감이 들었다.사라가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럴 수도 있지.”“박사님은 저 사람을 못 믿습니까?”“나는 모든 사람을 믿었지만 그들은 매번 나에게 실망을 안겨줬어.”8호는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한 손으로 무심하게 목에 걸린 비취 구슬을 만지기 시작했다.사라는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지만 계속 실망하지는 않을 거야. 우리는 나갈 것이고, 너도 너의 가족을 만날 거야.”8호는 눈빛이 밝아지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가족을 만날래요.”그는 가족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고,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할수록 머릿속의 기억은 혼란해졌다.하지만 그는 누군가가 자기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었고 이 구슬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 가족을 만나려 했다.그의 기억은 이미 지워졌다. 그래서 이곳으로 어떻게 왔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기지 내부에서 있었던 일만 생각날 뿐이다.사라는 또 손을 들어 그의 귀를 꼬집었다.“계속 여기 있으면 그들이 그 연결구를 발견할 거야.”“지금 돌아가도 그들은 알게 될 거예요. 박사님이 저를 데려다주세요.”이 강력한 무기는 사라가 만든 것이며, 모든 실험체의 몸은 수많은 실험을 거쳤다.사라는 자기가 무언가를 잊었고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느꼈다. 그건 어쩌면 한 사람, 그녀가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이 작은 집념 덕분에 그녀의 기억은 조금씩 이 육체의 기억을 압도했다. 그 당시 반승우도 집념으로 실험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다.그리고 앞에 있는 이 18세 소년도 집념 때문에 살아 있다.집념이란 정말 오묘한 것이다.센터 사람들이 8호 실험체를 찾느라 정신이 없을 때 사라가 핵심연구실에서 걸어 나왔는데, 손에 쥔 사슬에 묶여 있는 것이 바로 8호 실험체였다.사람들은 그제야 안도하며 즉시 실험체를 연구 상자에 가두었다.“이 실험체는 박사님의 말
진세운이 가자 여석진은 제로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연결구가 없어서 반승제는 내려갈 수 없었고, 여석진의 방에 CCTV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기에 소리도 낼 수 없었다.그는 원래 이 약병에 담긴 액체를 여석진의 몸에 부으려고 했다. 하지만 제로가 있는 것을 봤으니 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제로는 그가 고른 사람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여석진은 나하늘과 관련된 사람을 대할 때 유례없이 열정을 보였다.그는 손을 쓰긴 했지만 당장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제로의 머리채를 잡은 채 그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통증을 느낀 제로는 즉시 약한 체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이를 보고 여석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그는 갑자기 나하늘을 지하실에 가뒀을 때와 같은 쾌감을 느꼈다. 그런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눈이 괜찮네. 내가 나하늘의 눈을 멀게 해 놓고 오랫동안 아쉬워했었지. 그때는 도려내서 보관하지 못했는데, 이 눈은 가능할 것 같아. 말해봐. 이름이 뭐야?”제로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여석진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여자의 눈물이다. 여자는 나하늘처럼 강인해야 하고, 1년에 수백 번 도망가서 그의 변태적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앞에 있는 이 여자는 눈이 예쁘지만 성격이 너무 연약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사정없다.찰싹! 찰싹! 제로는 뺨을 열 몇 대 얻어맞고 얼굴이 부었지만 눈은 여전히 맑았다.여석진은 일어나서 구두 신은 발로 그녀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나하늘 외의 여자에게 그는 마음이 약해진 적이 없었다. 그에게 여자는 아무렇게나 굴욕을 줄 수 있는 짐승 같은 존재다.나하늘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그녀의 눈을 멀게 했다.‘여자는 천하고 당해도 싸다. 그때 나와 함께했다면 그 모든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잖아?’여석진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후련함을 느꼈다. 연구기지에서 누구도 함부로 때리고 욕할 수 없었던 그가 끝내 사람을 시원
반승제는 진작에 핵심 연구실로 돌아왔고, 가져갔던 약품도 다시 가져왔다.그는 제로가 거기 있는 것을 보고 여석진이 곧 죽을 것임을 알았다.아니나 다를까 다시 여석진의 소식을 접한 것이 30분 뒤였는데, 방에 불이 났고 여석진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다.반승제는 즉시 사라를 찾아가 이 결과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다.“불길이 타오르기 전에 그는 이미 눈이 멀었으니 불길이 천천히 자신을 에워싸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박사님, 우리 함께 탈출할 계획을 말씀해 보세요.”들어온 지 오래돼서 임신한 몸으로 밖에서 기다리는 성혜인이 무척 걱정할 것이다.그리고 연구기지를 빨리 파괴해야 H국에서 내린 지명수배도 하루빨리 해제할 수 있다.사라가 앞에 놓인 시약들을 보며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반승제를 바라보았다.“방금 땅이 흔들리는 것을 못 느꼈어요?”반승제는 정말 느끼지 못했다.사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갑자기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기지가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이전에는 지진이 일어나 이곳의 모든 것이 파괴되길 바랐어요.”하지만 정말 지진이 일어나면 이곳의 대부분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방금 땅이 흔들리자 그녀는 좀 불안했다. 그녀는 원래 이것에 민감했다.“박사님, 이곳에 지진이 일어날까 봐 걱정되세요?”“네, 하지만 기지는 100여 년 동안 지진이 없이 무사히 존재했어요. 반승제 씨, 밖에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죠? 우리가 이곳을 떠나는 순간 밖에서 지원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목표가 너무 커서 산목숨으로 떠나기 힘들 거예요.”게다가 사라가 사라지면 연구기지에서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잡으려 할 것이다.사라는 오늘에야 철저히 정신을 차렸다. 이전에는 그저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준비를 했을 뿐이고, 왜 떠나야 하는지 몰랐다.이제는 안다. 나가서 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어떤 신분인지 모른다. 가장 결정적인 이 정보가 줄곧 생각나지 않았다.조직
“죽여도 돼요.”“그럼 죽입시다.”그는 이 말을 할 때 오늘 날씨가 참 좋다고 말하듯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었다.사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럼 부하들에게 시작하라고 하세요.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5개 배지의 숫자와 부호를 확보했어요. 반승제 씨와 부하들은 나머지 15개만 찾으면 됩니다. 이 숫자들은 유용한 것도 있고 쓸모없는 것도 있는데, 구체적인 것은 부호를 봐야 알 수 있어요. 부호와 숫자는 모두 배지의 측면에 있는데 육안으로는 볼 수 없고 확대경을 사용해야 해요. 회장들은 배지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고, 확대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해요.”“19명의 배지 번호를 모두 손에 넣은 후, 마지막에 진세운을 어떻게 처리할지 같이 고민해 보죠. 그자의 배지는 먼저 놔두고 손대지 마세요. 잘못 건드리면 반승제 씨가 기지 내에 있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릴 거예요. 그자는 미치광이라 무슨 짓이든 하기 때문에 괜히 경솔하게 행동하면 다음 계획만 더 힘들어질 수 있어요.”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나가서 부하들을 연락했다.그와 최용호의 대화는 여전히 위쪽 통풍구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최용호는 플로리아에서 줄곧 여유로운 모습이었는데, 설기웅이 잡혀 와서 그렇게 된 것을 본 뒤로 줄곧 마음이 불편했다.“반승제 씨, 우리가 기웅이를 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반승제가 입을 삐죽거렸다.“교배에 실패하지 않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에 설씨 집안 아이를 남길 일은 없을 거예요.”‘X발!’최용호는 욕을 거의 하지 않는데 지금 욕이 나올 것 같다.말이 그렇지, 그 기계에 확실히 교배 실패라고 나왔지만 만에 하나 성공하면? 설기웅은 이 안에서 순결을 잃게 된다.사실 요 며칠 반승제는 통풍관을 통해 설기웅이 있는 실험실로 갔었다. 그와 같이 갇힌 여인은 그가 마음에 드는 듯 의식이 없는 그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었다.먹여주는 동작이 좀 거칠긴 했지만, 줄곧 실험 상자 안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전혀
3일 만에 진세운이 가지고 있는 배지를 제외한 다른 숫자를 모두 손에 넣었다.사라는 부호에 근거해 유용한 몇 개 숫자를 골라냈고, 결국 가장 중요한 숫자는 진세운의 배지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배지가 있어야 마지막 세 개 숫자를 확정할 수 있었다.세 자리 숫자는 수많은 배열 방식이 있는데, 도어락 비밀번호 오류는 한 번밖에 허용되지 않고 두 번 오류가 발생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더 견고한 감옥일 것이다.“박사님, 그자의 몸에 있는 것은 저에게 맡기세요.”반승제는 앞에 있는 어지러운 숫자들을 차분하게 바라보며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제가 찾아올게요.”사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가 쌓아둔 약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솔직히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숫자를 다 모을 줄은 몰랐어요. 저는 그동안 무척 노력해서 겨우 5개밖에 모으지 못했는데. 어쩐지 이번에는 나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8호를 데리고.”그녀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막연한 말투로 말했다.반승제가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정말 유용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혼자서 진행한다면 몇 년을 더 고생해야 할지 모른다.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진세운이 최근 센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는 것이다.특히 여석진이 사고를 당한 후 그는 마음이 은근히 불안했다.이제 그는 기지 내의 모든 약품을 사용할 수 있었고 이전에 가지 못했던 곳에도 갈 수 있었다.그는 등을 기댄 채 어두운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이때 진백운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그를 보자마자 환한 표정을 지었다.“세운아, 이거 봐.”그는 어디서 구했는지 새 잎사귀를 들고 한창 흥미진진하게 표본을 만들고 있었다.진세운은 잎사귀를 모으는 일에 관심이 없는 데다 짜증까지 나서 그의 손을 쳐 버렸다.진백운은 또 사람을 짜증 나게 한 것 같다는 생각에 입꼬리를 늘어뜨렸다.그는 진세운의 가슴에 달린 배지를 보더니 참지 못하고 손으로 툭 건드렸다.진세운은 잔뜩 경계하며 즉시 그의 손을 잡았다.“뭐 하는
진백운은 오후 내내 바깥을 배회하다가 방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쳤다.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는 이 사람이 지난번에도 자신과 부딪혔던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최근 사망한 사람들을 모두 조사한 결과, 그중 여섯 명이 아시아인이었다. 과거에는 연구 기지에서 아시아인을 거의 볼 수 없었으나 이번 달에만 여섯 명이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진백운은 이 사실을 진세운에게 알려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한 번 부딪히고 난 후, 진백운은 무언가를 흡입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반승제가 사용한 약은 워낙 강력하여 며칠 동안 혼미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승제는 진백운이 실험실에서 자라며 온갖 약물에 면역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진백운은 몇 초 동안 어지러움에 시달리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반승제의 팔을 꽉 붙잡았다. 반승제는 그를 발로 차서 내동댕이쳐버리고,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 틈으로 재빠르게 사라졌다.진백운은 바닥에 쓰러져 통증이 전해지는 가슴을 문질렀다. 그는 곧 다시 일어나 눈가가 붉어진 채 진세운을 찾아갔다.“방금 어떤 남자가 나에게 약을 사용했어. 몇 초 동안 혼미했지만, 그 사람은 내가 실험실 케이지 안에서 자라 모든 약물에 면역이 되어 있다는 걸 몰랐을 거야.”진세운의 눈동자가 살짝 빛나더니,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다른 일은 조사해 봤어?”“응, 세운아. 최근에 사망한 아시아인이 너무 많아. 연구 기지는 항상 서양인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아시아인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 달에만 여섯 명의 아시아인이 사망했어. 정말 이상해.”진세운은 이내 반승제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소리로 웃었다. 진백운은 그가 왜 웃는지 몰라 호기심에 물었다.“혹시 기쁜 일이라도 있어?”진세운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그래, 조금 기쁘네. 아주 재미있는 일을 찾았거든.”그의 기분이 좋아진 것을 본 진백운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걸까?사라는 즉시 중앙 홀로 갔고, 그곳의 모니터에서는 다른 구역의 상황이 송출되고 있었다.다른 구역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연이어 죽어가고 있었으며, 그 광경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홀에 있던 연구원들은 공포에 휩싸여 서로 묻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야? 저 사람 도대체 뭐 하는 거야?”“그 자식이 모든 실험체를 방출했어! 젠장, 우리는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너무 많은 나쁜 짓을 했어. 모두 죽을 거야.”“개조된 실험체들이 우리를 다 죽일 거야.”진세운은 턱을 괴고, 화면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본래 이 감시실을 관리해야 할 배민희는 손과 발이 묶인 채 바닥에 앉아 있었고, 진백운은 그녀 앞에 서서 손에 날카로운 단검을 들고 있었다.진백운은 진세운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하려는 일이라면 무조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배민희는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진세운은 단순히 실험체를 방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실험체들이 광분하게 만드는 약물까지 미리 주입했다.이 실험체들은 가장 강력한 8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들의 잔인함과 능력은 매우 공포스러웠다.이 살인 병기들의 눈에 연구원들을 적으로 보일 것이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죽이려 들 것이다.진세운이 정녕 미친 것일까. 이렇게 되면 기지는 모두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이때, 바닥이 또다시 흔들렸고, 진세운도 이를 느끼며 배민희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내가 기지를 파괴하지 않더라도 이 기지는 곧 파괴될 거예요. 느끼지 못하셨나요? 최근에 갇힌 동물들이 매우 흥분해 있었잖아요. 그들은 지진이 올 것을 예감하고 있었어요.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백 년 만의 대지진일 거예요. 시점이 정말 적절하군요. 어차피 나도 그들이 살아서 나가길 원하지 않으니까요.”배민희의 눈빛은 싸늘했지만 그녀는 입이 막혀 말할 수 없었다. 아니면 그녀는 진세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