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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9화 아파할 자격조차 없어

사방에서 날카로운 총소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며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배현우는 폭발음이 가장 강한 곳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불길이 그의 주위를 따라 퍼져나가며 그는 마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반승제는 성혜인을 옆에 내려놓고 성큼성큼 걸어가 배현우의 어깨를 붙잡았다.

“넌 죽어도 상관없지만, 반승우가 죽는 건 원치 않아!”

하지만 배현우는 반승제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배를 걷어차려고 했다. 다행히 반승제는 매우 능숙하게 피했다. 배현우는 가슴을 심하게 떨며 손끝도 살짝 떨었다.

“반승제, 내가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배현우는 빨개진 눈으로 쏘아보며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반승우의 기억 말고도 반승제 네 기억도 있어! 넌 다섯 살부터 나무를 탔고 열다섯 살에 군대에 입대하여 공을 세웠지. 너랑 반승우의 다툼, 그리고 반승우가 겪은 일부 고통과 더 괴로운 기억은 이미 뇌가 알아서 차단했기 때문에 나는 이만큼밖에 볼 수 없어. 예전에 반승우가 항상 내가 연구 기지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격이라고 했을 때 난 믿지 않았었어. 난 나만의 이름이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 찾았는데 참 우습지. 내가 애써 찾은 기억은 네 것이었어!”

“무슨 말이야?”

“아직도 모르겠어? 누군가, 네 기억의 일부를 복제해서 반승우의 머릿속에 심어 놓은 거야. 난 배현우도 반승우도 아니고 반승제도 아니야. 그럼 나는 누구일까? 내가 진짜 누구인지 알려줄 사람은 없는 거야?! 난 누구도 아니고 존재의 의미도 모르겠어. 반승제 네가 살아 있는 한, 나는 위조품에 불과해! 심지어 위조품보다 더 못한 존재일 뿐이야. 난 너랑 성혜인을 죽여버리고 싶지만 내 머릿속 반승우의 기억은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못 하게 해. 더 우스운 건 성혜인에 대한 호감이 도대체 반승우 때문인지 아니면 너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난 아무도 아닌데 왜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견뎌야 해! 너희들이 죽었으면 좋겠어!”

고함을 다 지르고 나서도 가슴이 여전히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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