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날카로운 총소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며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배현우는 폭발음이 가장 강한 곳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불길이 그의 주위를 따라 퍼져나가며 그는 마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을 옆에 내려놓고 성큼성큼 걸어가 배현우의 어깨를 붙잡았다.“넌 죽어도 상관없지만, 반승우가 죽는 건 원치 않아!”하지만 배현우는 반승제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배를 걷어차려고 했다. 다행히 반승제는 매우 능숙하게 피했다. 배현우는 가슴을 심하게 떨며 손끝도 살짝 떨었다.“반승제, 내가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배현우는 빨개진 눈으로 쏘아보며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반승우의 기억 말고도 반승제 네 기억도 있어! 넌 다섯 살부터 나무를 탔고 열다섯 살에 군대에 입대하여 공을 세웠지. 너랑 반승우의 다툼, 그리고 반승우가 겪은 일부 고통과 더 괴로운 기억은 이미 뇌가 알아서 차단했기 때문에 나는 이만큼밖에 볼 수 없어. 예전에 반승우가 항상 내가 연구 기지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격이라고 했을 때 난 믿지 않았었어. 난 나만의 이름이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 찾았는데 참 우습지. 내가 애써 찾은 기억은 네 것이었어!”“무슨 말이야?”“아직도 모르겠어? 누군가, 네 기억의 일부를 복제해서 반승우의 머릿속에 심어 놓은 거야. 난 배현우도 반승우도 아니고 반승제도 아니야. 그럼 나는 누구일까? 내가 진짜 누구인지 알려줄 사람은 없는 거야?! 난 누구도 아니고 존재의 의미도 모르겠어. 반승제 네가 살아 있는 한, 나는 위조품에 불과해! 심지어 위조품보다 더 못한 존재일 뿐이야. 난 너랑 성혜인을 죽여버리고 싶지만 내 머릿속 반승우의 기억은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못 하게 해. 더 우스운 건 성혜인에 대한 호감이 도대체 반승우 때문인지 아니면 너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난 아무도 아닌데 왜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견뎌야 해! 너희들이 죽었으면 좋겠어!”고함을 다 지르고 나서도 가슴이 여전히 떨렸다.
애써 찾은 진실이 너무 가슴 아파서 반승제와 성혜인을 죽이고 싶어도 주저하게 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배현우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성혜인을 다시 품에 안은 반승제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주위에서는 총소리가 계속 들려왔는데, 이는 구씨 가문과 K 세력의 짓이었다. K는 이번에 무슨 이유로 자극을 받았는지 많은 사람을 구금도에 불러들였다.반승제는 성혜인을 껴안고 뒤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뒤를 따르라고 말한 뒤, 노예찬이 알려준 비밀 통로를 향해 재빨리 걸어갔다.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모른다. 공기 속에는 피 냄새가 진동했다.목적지에 도착한 후, 구지한이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지하도 안으로 들어갔다.밖에서는 폭발이 계속되었지만 더 이상 그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았다.이 지하도가 구금섬의 해변까지 이어져 있으며 밖에서 설기웅과 원진이 사람들을 데리고 해변의 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노예찬이 말해줬다.오늘 밤에는 혼란스러운 싸움이 벌어질 것이지만 설기웅과 원진이 있으니 K의 세력은 제한을 받을 것이다.반승제와 사람들은 지하도 입구에서 헐떡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체력이 아무리 좋다한들 남아나지 않을 터였다.반승제는 손을 들어 성혜인의 뺨을 쓰다듬었다.“여기서 10분만 쉬어.”그러자 7, 8명은 즉시 바닥에 앉았다. 구지한도 이마에 땀을 흘리며 벽에 기대고 있었다. 깊은 지하도를 바라보면서 구지한이 불확실한 어조로 말했다.“이 통로를 지나면 바깥세상이야?”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구지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어 심장이 있는 위치를 만졌다. 그의 절박함이 최고의 보답을 해주었으니 이제 정말로 바깥세상에 나가볼 기회가 생겼다.이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아마도 구씨 가문에서 걸려 온 전화 같았다.지금 가주 인장이 반승제에게 있으니 구씨 가문에서는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겠지. 게다가 오늘 밤 구지한을 못 찾았으니 가주 인장의 행방에 관
가주 인장을 받은 구지한은 바로 자리를 떠났다.반승제는 성혜인을 바닥에 눕힌 뒤, 손끝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혼수상태에 빠진 성혜인은 꿈속에서조차 불안에 떠는 듯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그런 성혜인을 보며 반승제는 가슴이 아팠다.그녀의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람을 먼저 보호해야 했다.그는 성혜인의 품에 머리를 묻으며 슬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다.구금섬에 들어오게 된 첫날부터 그는 한시도 쉬지 않고 배후의 장로를 알아내도록 구지한을 설득했다.그는 성혜인과 함께 이곳에 들어온 것을 후회했다.배현우의 일은 그 역시 예상치 못했고 그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었다. 아무리 그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지한아, 10분만 기다릴게. 안 오면 먼저 갈 거야.”“알겠어.”구지한은 성큼성큼 발을 내딛고 있었다. 밖은 온통 연기투성이였고 그의 뒷모습은 점차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반승제는 휴대전화로 10분 타이머를 맞추었다.구지한에게 함께 떠나겠다고 약속했으니 어겨서는 안 되었다.그는 성혜인을 꼭 안은 채 벽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어느새 7분이 흘렀다. 그러나 구지한은 보이지 않았다.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 불안해졌다.또 2분의 시간이 흘렀지만 구지한은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반승제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눈도 깜짝 않고 지켜보았다.그러나 반승제가 어찌 알겠는가. 감히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밖으로 나가려던 구지한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졌다는 것을.희뿌연 하늘을 힘없이 바라보는 구지한의 얼굴에 무언가 떨어졌다.아, 빗방울이구나.그는 반승제와 만나기로 했던 곳을 향해 기어가려 했다. 그러나 젖 먹던 힘까지 다해도 고작 1미터를 기어갔을 뿐이다.눈을 거의 감을 무렵, 누군가 곁으로 다가왔다. 곧이어 누군가 그의 옆에 우뚝 멈춰 섰다.멈춰 선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눈마저 침침했다.이때,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걸을 수 있겠어
미스터 K가 손을 가볍게 들더니 옆 사람에게 물었다.“노예찬은?”“의부에게 불려 갔습니다. 구금섬이 혼란스러워졌으니 분명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것입니다. 그분이 십장로에 대한 벌은...”인정사정없기로 소문난 인간이니 절대 노예찬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반승제와 성혜인을 도운 것으로도 모자라 섬을 그 지경으로 만들다니.미스터 K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노예찬 상황 좀 알아봐.”“네.”반드시 노예찬을 멈추게 해야 한다. 반승제와 성혜인이 정말 도망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지금 그는 이미 두 사람에 대한 위치추적을 놓친 상태였다. 아랫사람을 시켜 배현우의 위치를 알아보도록 했으나 배현우의 곁에 성혜인은 있지 않았다.원래의 약속대로라면 배현우가 성혜인을 데려가도록 해야 했다.그러나 노예찬이 끼어들고 다른 세력도 함께 침투하면서 통제하기 어려워졌다.그 남자가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그가 이런 생각을 하던 찰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를 받으니 건너편에서 남성의 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노예찬이 지하도의 위치를 반승제한테 알려줬다. 출구는 바다 수면과 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니 사고가 나기 쉬워.”미스터 K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씩 웃었다.전화 건너편은 노예찬의 의부였다. 그가 하는 말을 보아하니 노예찬이 한 짓을 알고 있는 듯했다.목숨을 건질 지하도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 버렸으니 이제 구금섬의 비밀이 탄로 난 셈이다.“노예찬은 어떻습니까?”“벌받고 있다.”어떤 벌인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50대 중반의 남성이 전화를 끊자 곁의 하인이 보고했다.“십 장로께서 기절하셨습니다. 계속할까요?”벌로 정해진 매를 모두 맞고 나면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계속해.”남성의 목소리에 온기라고는 전혀 없다. 얼굴은 냉담하기만 하다.“본인이 선택한 것이니 벌은 달게 받아야지.”하인은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성은 한편의 감시실로 들어가 구금섬 내부 곳곳
하루에 열 번 이상 도망친 적도 있었다. 남성은 마치 놀리듯이 그녀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처음에는 열몇 번을, 그 이후에는 일곱, 여덟 번, 그 이후에는 대여섯 번, 나중에는 하루에 두 번 정도 시도했다.그리고 이제 탈출을 시도하지 않은 지 1년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남성의 목적이었다.나하늘은 남성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상대하지 않았다.남성이 입을 열었다.“딸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그의 말에 여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한쪽에 늘어뜨린 그녀의 손이 움직이더니 시선은 어디론가 곧게 향했다.남성의 목소리는 마치 뼛속 깊은 곳에서 전해지듯 뇌리에 울려 퍼졌다.“어... 어디 있는데요?”이 며칠간 그녀가 한 말이라고는 반승제의 사람에게 외친 꺼지라는 한마디뿐이었다.그녀는 목이 쉰 듯 힘겹게 말했다.“널 보러 왔었고 데려가려고도 했었지. 그런데 제 몸도 보전하기 어려웠어.”나하늘이 눈을 내리깔고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제 딸을... 놔주세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하실 전체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주변에 있던 기구들마저 모두 사라진 듯했다.스크린을 어루만지던 남성의 손이 우뚝 멈추더니 험상궂은 얼굴을 했다.“가상하네. 이 와중에도 딸 걱정.”나하늘은 아무 말 없이 등을 뒤로 기대었다.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다.놓아줄지 안 놓아줄지, 그 누가 알겠는가....반승제는 성혜인을 안고 한 시간 가까이 걸었다. 그 사이에 성혜인은 잠에서 깼다.성혜인은 깨어나자마자 기침했다.반승제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자기 옷 끝으로 입술을 다정하게 닦아주었다.“힘들어?”성혜인은 말없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보였다.반승제가 발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내 탓 하는 중이야?”“아니요.”“혜인아, 난 너랑 아이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머님은 내가 나중에 꼭 구해낼게.”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그의 몸에서 피비린내와 화약 연기 냄새가 진
만일 피한답시고 움직였다면 바로 총알에 맞았을 것이다.반승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발밑으로 멀지 않은 곳의 해변을 제외하고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총을 쏜 사람이 어디에 숨었는지 찾기 힘든 것으로 보아 저격수임이 틀림없었다.게다가 한 명이 아니었다. 저격수가 많았기에 그의 위치를 정확히 겨냥할 수 있었다.이때 헬리콥터의 굉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아마 상대방이 협상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가만히 서 있는 반승제의 귀에 미스터 K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혜인은 두고 가.”미스터 K의 본심은 이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구금섬에서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한 것은 바로 성혜인과 반승제 두 사람을 영원히 이곳에 가두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변고가 하도 많았으므로 이제 작은 놀이 정도로 여길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오히려 다른 변고가 더 생길까 걱정되었다.그러나 그 사람은 성혜인이 살아있기를 원했으며 성혜인이 자신에게로 왔으면 했다.미스터 K가 그와 협력하기로 결정했으니 약속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성혜인이 그곳에 가면 분명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반승제는 오늘 밤 이곳에서 반드시 죽을 것이고.반승제가 죽는다는 것은 미스터 K에게도 좋은 일이었다.미스터 K는 반승제의 죽음이 목적이었으므로 헬리콥터 옆에 담담히 서 있었다.조금 전의 사격과 더불어 헬리콥터의 굉음이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반승제의 품에 안겨있는 성혜인은 바로 미스터 K의 잔꾀를 읽어냈다.“승제 씨, 당신을 두고 가려는 심산인 거예요.”“응.”반승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는 성혜인을 더 꽉 안았다.성혜인이 반승제의 품에 기댄 채 입을 열었다.“절 넘기면 승제 씨는 목숨을 잃을 거예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쪽에선 내가 살아있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성혜인이 주위를 훑어보며 담담히 말했다.“이 지하도의 끝은 바다예요. 승제 씨, 지금 남은 무기가 있어요?”구금섬에서 난투극이 있었으므로 무기가 없을 리가
파도가 덮쳐오자 성혜인은 무의식적으로 반승제를 꼭 끌어안았다.그러나 반승제는 그보다 먼저 품에 끌어안고 함께 파도에 말려들어 갔다.구금섬은 고립된 섬으로서 백 리 이내에 어떠한 섬도 없었으므로 쉽게 소용돌이를 일으켰다.바다에 뛰어든 지 1초 만에 성혜인은 자신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엄청난 흡입력을 느꼈다.반승제는 그녀를 힘껏 안은 채 해안으로 밀어 올리려 애썼다.10분 동안 소용돌이와의 사투가 계속되었고 성혜인은 반승제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오늘 밤 그는 내섬에서의 모든 것을 계획했고 이행하느라 충분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까지 도망치는 데 성공했고 완벽하게 설기웅과 원진에게 그들의 위치를 알렸다.이제 미스터 K의 세력은 발이 묶였다. 두 사람이 바다에서 안전히 나오기만 하면 이번 구금섬에서의 힘들었던 여정 역시 끝나게 된다.이때 큰 파도가 덮쳐와 성혜인을 잡아 삼켰다.그러나 반승제는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혜인아!”성혜인이 잡았던 손을 놓았으나 반승제는 끝까지 마지막 힘을 다해 해안으로 밀어냈다.해안으로 올라간 성혜인이 다시 그의 손을 잡아 끌어당기려 할 때, 더 세찬 파도가 용솟음치더니 반승제를 집어삼켰다.“승제 씨!”성혜인이 바다 깊은 곳으로 몇 미터 달려가자 뒤에서 누군가 재빨리 뛰어들어 그녀를 잡아당겼다.“더 들어가면 위험해.”바닷물은 검은색이었다. 멀리 내다보니 끝없는 망망대해였다.힘이 얼마 남지 않았던 성혜인은 누군가에게 갑자기 끌어당겨지자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뒤를 돌아보니 설우현이었다.설우현은 그녀를 안아 들고 얼른 해안가로 달려갔다.“설... 설우현 씨, 승제 씨가 파도에 휩쓸려 갔어요.”구금섬에서 하도 많은 일을 겪었기에 갑자기 오빠라고 부르기 어려웠다.설우현은 무전기로 누군가와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구금섬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설우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재빨리 성혜인의 귀를 막아주었다.“혜인아, 너무 걱정하지 마. 승제 씨 구하러 간
해파리 도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곧 미스터 B와 미스터 K의 수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해파리 도장은 열명의 장로들이 줄곧 찾던 물건이기도 했지만 노예찬이 손에 넣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손이 닿으면 따뜻하고 독특한 글자까지 새겨져 있는 것을 보니 짝퉁이 아니라 진짜였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사라졌던 해파리 도장이 돌아오다니.남성은 해파리 도장을 받더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뭐, 벌을 달게 받고 싶다니 그렇게 해줘.”그 옛날 그 녀석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데려왔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두었다면 아마 고아들 사이에서 싸우다 죽었을 것이다.노예찬은 최근 몇 년 동안 말도 잘 들었고 구금섬을 잘 관리해 왔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냉담하고 무자비한 그의 성격으로 볼 때 가장 만족스러운 후계자였다.그러나 그 후계자가 하마터면 구금섬을 파괴할 뻔했고 지금도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 밤이 지나고 섬이 여전히 존재할지조차 미지수였다.이 섬은 그 사람들이 원하던 것이었다. 만일 그들이 나중에 노예찬을 찾겠다 하면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게다가 그가 같은 조직 내부 사람인 미스터 B와 미스터 K에게 손을 댄 것부터가 이미 큰일이었다.“하지만 고문이 계속되면 정말 죽을지도...”“본인 선택이야. 나한테 예비 후계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걔 아니어도 후계자 할 사람은 많아.”그의 말은 낯선 사람이 들어도 마음이 아플 만큼 차가웠다.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를 이만큼 키웠더라도 정이 들 터인데.그러나 그는 노예찬을 모르는 사람인 듯 취급했다.보고한 수하는 더 이상 말을 얹지 않고 고문실에 알렸다.또 한 번 시작된 새로운 고문은 꼬박 세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고문이 끝난 뒤 노예찬은 만신창이가 되었다.노예찬은 자리에서 일어설 힘도 없어 밖으로 기어 나갈 뿐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미터도 기어가지 못하고 맥없이 엎드렸다.고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느낌조차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