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운과의 만남을 거부한 설기웅은 나미선과 함께 설인아를 돌보았다.그러나 설의종은 외출하였다. 그는 진세운이 대체 무엇을 알려주기 위해 만남을 주선한 것인지 궁금했기에 직접 차를 몰았다.차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승제에게서 연락이 왔다.“회장님, 당분간 진세운과 접촉하지 말아 주세요. 아직 증거 찾고 있어요.”“진세운이 몇 시간 전에 만났을 땐 딸아이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고 사과하더니 금방 갑자기 사실 단서가 있다고 연락이 왔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하는데.”그 말을 들은 반승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의심만 하고 있던 상태였다.그저 진세운을 스파이로 설정했을 때 모든 상황이 설명이 되는 것뿐이었다.진세운이 바로 그 나뭇잎인 것이다.만약 정말 진세운이라면 그의 배후 세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것이다.“회장님, 전에 BKS에 중요한 인물이 있다고 하셨죠. 귓불에 작은 붉은 점이 있는. 혹시 진세운과 만났을 때 본적 없으신가요?”“나도 주의해 보았지만 붉은 점은 없었다.”반승제는 한순간에 아연해졌다. 어떻게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혹시 진세운이 그 붉은 점을 가리거나 없앤 건가?“혹시 진세운을 의심하는 거냐? 사실 전에 그 녀석이 내 개인 의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만약 그 녀석에게 다른 속셈이 있었다면 내가 알아차렸어야 하지만 진세운은 원체 말을 잘하지 않는 데다가 말투도 온화하다.”이 사건에서 힘든 점은 모든 사람이 진세운을 굳게 믿는다는 것이다.온시환도, 설의종도 그를 굳게 믿고 있었다. 왜냐하면 진세운에게는 이 두 사람을 죽일 무수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손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반승제는 자신의 직감을 믿기로 했다.모든 일이 이토록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질 수는 없다. 그는 여전히 진세운이 의심스러웠다.“회장님, 그럼 만나되 안전에 주의해 주세요. 이번에 플로리아로 돌아가는 길에 유용한 단서를 얻었어요. 진세운은 제 의심 대상 1호예요.”전화를 끊은 설의종은 계속하여
그는 성혜인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피비린내가 사정없이 코를 찔렀다.잠든 그의 어깨를 붙잡고 코끝에서 피비린내가 납니다.이런 자극적이고 긴장되는 환경에서 뇌는 제 역할을 잘 못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진세운이 그녀를 위해 총을 온몸으로 막았기 때문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믿으려 했다.이성이 점차 잠식되고 있을 때, 반지를 돌리는 진세운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의 반복된 빠른 동작은 마치 성혜인의 뇌 스위치를 켠 듯했다.그녀의 의식이 전적으로 진세운의 손에 맡겨졌고 마치 귀신이 들린 듯 조용히 진세운을 따라다니게 되었다.진세운은 그녀의 손을 잡고 500미터의 거리를 헤엄쳐 뭍으로 올라갔다.그제야 진세운은 비로소 조용히 성혜인을 바라보았다.“이 느낌 기억해 둬요.”“네?”성혜인이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그를 올려다보았다.진세운이 성혜인의 귓가에 늘어뜨려진 잔머리를 정리해 주었다.성혜인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지만 심장 박동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선생님, 어깨는 괜찮으세요?”“괜찮아요.”“아, 다행이네요.”그의 뒤를 따르는 성혜인은 잠깐은 진세운의 어깨부상을 걱정하고, 또 잠깐은 반승제를 생각했다.하지만 성혜인은 그 사랑이 마치 손에 쥔 모래처럼 느껴졌다. 움켜쥘수록 서서히 흘러내리는 모래 말이다.손가락 사이로 사라지는 그 느낌은 성혜인더러 저항하고 싶게 했다.그녀가 걸음을 멈추자 진세운이 입을 열었다.“혜인 씨, 이리와요.”그의 뇌는 무언가에 의해 지배당하듯 바로 그를 향해 걸어갔다.그녀가 모르는 건 이 며칠간 진세운이 그녀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성혜인의 의지력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최면만으로는 부족했고 보조제로 약물을 첨가했다.그녀가 별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들이마신 공기 하나하나에 모두 약재가 들어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해독제를 먹었지만 그녀는 아니었다.하기에 잠을 아무리 자도 피곤하다 느낀 것이었다. 성혜인의 이성이 무너지기 직전이며 의식 저항도 점차 낮아지고
가드레일이 부서진 다리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어떤 사람은 경찰에 신고했고 기자들이 여럿 몰려와 현장 보도를 시작했다.이 시각, 성혜인은 이미 새 차에 탔고 두 사람의 옷은 모두 젖은 상태였다.진세운은 깨끗한 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머리를 닦았는데, 이때 성혜인은 마치 말을 잘 듣는 꼭두각시처럼 순순히 머리를 내주었다.전 같았더라면 그녀는 사람을 밀어내고 스스로 머릿결을 닦고 정리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성혜인의 머릿속 깊은 곳에는 끊임없이 누군가 최면을 걸었다.‘해치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의 말을 들어봐.’성혜인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진세운은 그녀의 속눈썹 한올 한올을 모두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한참 후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혹시 승제를 찾는 이유가 사랑해서예요?”눈을 뜬 성혜인이 망설임 없이 그의 깊은 눈과 눈을 마주쳤다.그의 눈은 마치 깊은 바다처럼 사람을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네, 그렇죠. 승제 씨를 사랑해요. 세상에서 제일.”“만약 승제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면요?”“누구요? 설씨 집안 그 가짜 딸이랑요? 선생님, 진짜 딸이 누군지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데려왔다면서요. 지금 바로 전화해서 회장님께 알려줘요.”“혜인 씨, 오늘 밤에 총 두 대의 차에 사고가 났어요. 하나는 혜인 씨와 제가 타고 있던 차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진짜 딸이 타고 있던 차예요. 저는 이미 번호판을 회장님께 알려드렸고 친자확인증까지 첨부했어요. 회장님께서 지금 그 교통사고 현장에 있을 거예요. 친 딸이 참혹하게 죽은 것을 보고 설인아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요. 게다가 이 모든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의 친아들일 텐데.”성혜인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진세운을 빤히 10초간 바라보았다.진세운이 피식 웃더니 손끝으로 그녀의 오똑한 코끝을 톡 쳤다.“왜요? 혜인 씨도 설기웅이 벌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성혜인은 그의 행동이 갈수록 무례해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진세운은 성혜인을 길들이는 중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과일 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딸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뿐이었다.그러나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온몸은 뻣뻣하게 굳어진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여보세요?”핸드폰으로 애타게 불렀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무언가에 의해 신호가 끊어진 것 같았다.설의종은 즉시 자신의 차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혔던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길을 따라 쭉 운전하자 곧바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장소에 이르게 되었다.현장에는 이미 행인들이 구경하고 있었고 주위는 기자들로 시끌벅적했다.차량 두 대가 부딪혀 불꽃이 치솟는 바람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상태는 알 수 없었다.설의종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동공 풀린 눈으로 차에서 내린 그는 자신의 발 옆에 웬 사진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사진 속에는 그가 아주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선 환경이 펼쳐졌고 여자는 웃음을 짜내는 듯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설의종은 뭔가가 심장을 가격한 듯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다.사진 속의 여자는 그가 사랑하던 그 사람이다.이성을 잃은 설의종은 불타는 차를 향해 달려가려고 애를 썼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고 차는 곧 다시 폭발했다.현재 그의 머릿속에는 방금 통화했던 여자아이의 쾌활한 목소리뿐이었다.“아버지, 어떤 과일을 드시겠어요?”“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서...”“지금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설의종은 하늘로 치솟는 불길을 보며 마치 그 속으로 빨려가는 듯 온몸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뭔가 말을 하고 싶어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한참 후, 그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진세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진 선생, 내 딸이...”전화를 받은 사람은 진세운이 아니라 성혜인이었다.“진 선생님 지금 병원에 계세요.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총까지 맞았거든요. 무슨 일 있으세요?
진세운이 임수아를 찾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반승제가 그녀에게 대역을 맡긴 적이 있다는 건 그만큼 성혜인과 닮았다는 뜻이고 심지어 자라온 환경까지 아주 흡사했다. 둘 다 서천군에서 자라며 그림을 배웠기에 설의종이 사람을 시켜 조사한들 절대 거짓말인 걸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설의종이 받은 그 사진은 진세운이 사람을 시켜 찍은 사진이다. 임수아가 반승제에 의해 쫓겨나던 날 누군가 일부러 그녀에게 연락해 부잣집 아가씨라는 신분을 귀띔해 줬다.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수 있다는 얘기에 주저없이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다. 당시 막 반승제를 만났던 임수아는 부자들이 사는 세상을 맛보게 되었고 그 후 반승제를 되찾고 싶다는 욕망이 커질수록 성혜인을 무너뜨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눈이 멀었다.이에 진세운은 일부러 성혜인을 방불케 하는 메이크업을 시켜줬다. 특히나 눈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중점을 뒀다.허영심으로 가득 찬 임수아의 눈에서는 지혜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을 거치자 이런 단점은 순식간에 보완됐고 스스로 신분을 바꾸려는 절박한 야망을 갖고 있어 그런지 표정 연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그녀는 손쉽게 현재의 정체성을 버렸고 부잣집 아가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진세운이 뭐라고 하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믿었다.그를 따라 플로리아로 온 임수아는 이곳의 번화함을 본 후 진세운을 점점 더 신뢰하게 되었다.그러나 임수아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이미 죽을 운명이자 언제든지 버려질 카드가 됐다는 것을.임수아는 아주 평범했다. 다만 의도치 않게 반승제에 의해 상류사회의 맛을 보게 되었고 진세운은 그 맛에 흠뻑 빠진 임수아를 끝까지 철저하게 이용할 생각이었다.이것이 바로 진세운의 수단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데에 도가 텄고, 이용당하는 사람은 줄곧 희망만 품고 있다가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다.아마 임수아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곧 상류층의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더군다나
한편, 설의종은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다.의사들은 그에게 수액을 주입하려고 분주하게 준비하기 시작했으나 바늘이 꽂히자마자 설의종은 의식을 되찾았다.그는 바늘을 뽑더니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설씨 가문은 이제 막 설의종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설기웅과 나미선은 부랴부랴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문 앞에 이르자 정원 밖에서 차 한 대가 오더니 곧이어 설의종이 차에서 내렸다.설기웅은 강한 감정에 억눌린 듯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게 되었다.“여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얼굴은 또 왜 이렇게 초췌한 거예요?”나미선은 여느 때처럼 그가 벗은 정장을 정리하려고 앞으로 다가갔지만, 설의종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의 온 신경은 설기웅에게 집중되어 있었다.설기웅은 현관에 서서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어조를 보였다.“아버지.”그러나 다음 순간, 설의종은 현관 입구에 놓인 꽃병을 들더니 망설임 없이 설기웅을 향해 던졌다.방심하고 있던 설기웅은 피할 겨를도 없이 정면으로 맞았고 이마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나미선은 겁에 질린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설기웅을 감싸안았다.“여보,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요? 기웅이가 뭘 잘못했어요?”나미선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설기웅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었다.그러나 설기웅은 꼼짝하지 않은 채 집요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 또한 자신이 무슨 천리에 어긋나는 짓을 해서 아버지가 이토록 화를 내는지 알고 싶었다.설기웅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설의종이 소파 쪽으로 걸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고 눈빛은 칼날처럼 예리했다.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설기웅은 아버지로부터 이토록 미움을 산적이 없었다.그래서인지 마음이 더욱 아팠다.설의종은 소파에 앉자마자 혐오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오늘 밤에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얘기해 봐.”설기웅은 자신이 설인아를 도운 걸 숨기고 싶었
아래층으로 내려온 설인아는 무릎을 꿇고 있는 설기웅과 창백한 얼굴의 나미선을 보고선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아버지.”그녀의 부름에도 설의종의 시선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 싸늘함이 몸을 꿰뚫는 느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굴러온 돌 주제에 아버지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네가 설씨 가문으로 잘못 들어온 바람에 내 딸이 어린 시절을 빼앗겼어.”설의종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방금 본 불길로 가득 차 있었다. 설인아가 설기웅을 시켜 자신의 딸을 살해했다는 생각만으로 설씨 가문 전체를 엎어버리고 싶었다.단지 딸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랄 뿐, 더 이상 그 어떤 것에도 미련이 없었다.설인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겠어요.”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는 설기웅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오빠, 아버지 밖에서 무슨 충격이라도 받으셨나 봐. 나 너무 무서워. 엉엉...”말이 끝나자마자 설의종은 친자 확인서를 던졌다.“너랑 나의 친자 확인서다. 넌 내 딸이 아니잖아. 다 알고 있으면서 순진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걸 보니 정말 역겹구나.”설인아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지만, 끝까지 모르는 척 하기로 결심했다.“몰랐어요. 전 정말 몰랐다고요. 아버지, 제가 어떻게 친딸이 아닐 수가 있겠어요? 지금 누군가에게 속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승제 오빠가 그런 거죠? 전에 있었던 일로 지금 저한테 복수하는 게 확실해요. 어머니,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저 진짜 너무 무서워요.”소파에 앉아 있던 나미선은 무의식적으로 설인아를 달래려고 움직였으나 곧바로 설의종의 기세에 눌려 끝내 자리에 앉아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여보, 인아 말이 맞아요. 밖에서 헛소문이라도 들은 게 아니에요? 친자 확인은 충분히 조작했을 수도 있죠.”“내가 직접 했고, 내가 보는 앞에서 결과가 나왔는데 이게 가짜라고요?”담담한 말투와는 달리
설의종은 이 모든 것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일이라는 걸 몰랐다. 늘 그렇듯 진세운은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정보의 격차를 만들어 사실을 왜곡했다.설의종이 알고 있는 건 딸이 자신을 찾으러 온다는 사실뿐이었다.설인아에게 속은 설기웅은 자신이 성혜인과 그녀의 중요한 사람들을 처리한 줄 알았다.오직 설인아만이 성혜인이 진짜 딸인 걸 추측해 냈지만 그녀는 설씨 가문에서 쫓겨나더라도 성혜인이 이런 부귀영화를 누리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이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그리고 성혜인. 그녀는 오늘 밤에 일어난 모든 일이 설기웅의 계획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진세운과 설씨 가문의 아가씨를 제거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걸 예상했지만 그 아가씨가 본인이라는 건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그렇게 그들은 서로 다른 정보를 얻었고, 서로 소통할 리가 없는 이러한 관계에서는 정보 격차로 인해 원한이 생긴다.정말 완벽한 계획이다....설기웅은 부하들이 친자 확인서를 가져올 때까지 한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친자 불일치]그는 머리에 총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친자 확인서를 바라봤다.설의종은 일찌감치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 다만 한순간에 10년이 늙은 듯 얼굴이 초췌했고 평소 늘 꼿꼿하던 허리마저도 잔뜩 휘어졌다.갑자기 불안해진 설인아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듯 필사적으로 설기웅의 팔을 붙잡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엉엉... 내가 친자식이 아니라니...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대로 집에서 쫓겨나는 건가? 오빠, 나 도와줄 거지? 이대로 쫓겨나기 싫단 말이야.”그녀는 울부짖으며 기어가 나미선의 다리를 끌어안았다.“어머니, 절 누구보다도 많이 사랑해 줬잖아요. 제발요. 이렇게 빌 테니까 한 번만 도와줘요. 설마 그 사랑이 다 가짜였던 거예요? 나만 진심이었던 거 아니죠? 엉엉...”강아지도 20년 넘게 기르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나미선은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