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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4화 그 무기력함, 그 상실감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온시환의 얼굴이 핏기 없이 창백해졌다. 그럼에도 온시환은 믿어지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반승제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돌아가서 차에 있어. 윗사람들이 곧 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백 할아버지께서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줄거야. 그럼 다음에 보자.”

다음을 기약함에도 그 다음이 언제일지 아무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온시환은 온몸이 굳어 그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 있었다.

떠나던 반승제가 멀리에서 한마디 보탰다.

“나중에 휴대폰 잘 봐봐. 혹시 도청 장치 같은 것이 또 붙어있는지. 진세운 그 자식 생각보다 똑똑한 녀석이야.”

온시환은 여전히 아무 말하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보이지 않는 두려운 힘이 자신을 먹어 치우는 듯했다. 마치 자신이 거미줄에 걸린 나방같이 느껴졌다.

자신이 거미줄에 걸린 줄도 모르고 발버둥 치는 멍청한 나방 말이다.

그는 거미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갖지 못한 채 거미가 군침을 흘리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만 있다.

그 무기력함, 그 상실감은 누구도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반승제가 기선으로 돌아왔을 때 원진은 여전히 의자에 누워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무표정의 얼굴이었는데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은 그가 또 화를 낼까 두려워 모두 자리를 피해 있었다.

반승제가 그에게 다가가 의자 다리를 툭 건드렸다.

“다시 보내줘요.”

눈을 천천히 뜬 원진이 입을 열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혹시 당신 집 앞마당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당씨 집안 아가씨 모시고 식사하러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갑자기 느긋해진 거죠? 당신이 전에 눈을 멀게 했던 놈 종적을 알게 되니 아가씨가 위험할까 봐 두려워진 거예요? 그래서 돌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죠?”

원진이 천천히 똑바로 앉더니 반승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새X가 어디에 있는지 안단 말이요?”

그 사람은 원진의 둘째 형이며, 유일하게 포탄에서 운 좋게 탈출했던 사람이다.

둘째 형은 임시로 다른 임무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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