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보살은 아니다.만약 될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정희연과 그 딸처럼 우매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기를 바랐다.그녀가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기적으로 살아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의 여동생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한 무리의 납치범에게 바친 작은 진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단원혁이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강하랑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내가 정말로 이기적으로 살았다면 그건 내가 아닐 거야.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그 작은 진심
아이는 강하랑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강하랑을 볼 때마다 배시시 웃으며 꼭 예전에도 자주 본 것처럼 좋아했다.강하랑도 그 아이를 좋아했다.처음 병원에서 봤을 때는 피부가 쭈글쭈글해 꼭 갓 태어난 원숭이 같았지만 두 달이 지나니 너무도 귀여웠다.포동포동한 볼과 조금 불그스레한 뽀얀 속살. 아직 치아가 자라나지 않아 입을 벌리며 웃을 때 너무도 귀여워 마음이 다 사르르 녹아버릴 지경이었다.강하랑은 아이를 혐오하는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온 오후 아이의 곁에 누워 소중하게 지켜보고 있었다.설령 아이가 잠들어 버렸다고 해도
정희월은 이런 북적이는 분위기를 아주 오랜만에 느끼고 있었다.함께 북적이며 모여서 식사를 했던 기억은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이런 장면은 아주아주 오래전 정희연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가 어린 소녀였을 때 한 번 있었던 것 같았다.그때의 늘솜가는 영호에 단 하나뿐이었고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와 정하성을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었다.그때는 연말에 외식하는 가족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그 시절 새해가 되기 이틀 전부터는 시장에 가도 사람이 없었고 대부분 식당도 전부 문을
강하랑은 단이혁의 별장에서 일주일간 지내고 있었다.그 기간 인터넷의 상황을 살펴보기도 했다.HN은 이미 연유성의 계획이 성공하여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각 부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연성태가 사망한 당일에만 영향을 받았을 뿐 빠르게 분쟁도 사라졌다.그리고 많은 범죄 사실이 드러난 연바다는 아직도 실종된 상태였다.강하랑의 핸드폰도 며칠 전과 똑같았다.그때 연바다가 자신이 죽으면 울어줄 거냐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았다.그녀는 가끔 나쁜 쪽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정말로 연바다가 죽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상대는 당연히 그녀의 의미를 알아들었다.한참 뒤 그는 문자를 보냈다.[Y: 그럼 옛친구랑 밥 한 끼 먹는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뭐가 어찌 되었든 그래도 같이 자란 정이 있는데, 설령 앞으로도 서로의 전남편 전처로 살아간다고 해도 난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건 나도 인정해요. 만약 조금이라도 내게 희망이 생긴다면 난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하지만 하랑 씨, 만약 하랑 씨가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다면 난 아마 여전히 하랑 씨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
연유성은 서해에 몇 년째 살고 있었던지라 언제든 외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게다가 연바다가 지금 지명수배 상태였고 심각하게 다치었기에 지금 외출한다면 그건 아주 어리석은 짓이었다.강하랑과 만나자고 약속을 잡은 건 그녀가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강하랑에게 거절당하고 나니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아직 100%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외출은 자제하는 것이 나았다.그의 약속을 거절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녀가 보낸 문자로 이미 이유를 알아채고 있었다.그는 간단히 ‘알겠다'라고 대답한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제 탓이라는 건가요?”연유성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어차피 그에겐 연씨 가문은 더는 집이 아니었으니까.원래부터 그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욱 그러했다.만약 어릴 때 조금이라도 상황을 빨리 파악했더라면 눈앞에 있는 여자가 시키는 대로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를 그렇게도 증오하면서 대체 왜 그를 낳은 것일까?배 속에 있을 때 그가 연약해 보여 배 속에 있는 다른 아이한테 상대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면 왜 그를 포기하지 않은 것
온서애의 미친 듯한 발언에 회사 직원들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고 동정 어린 눈빛으로 연유성을 바라봤다.‘우리 대표님 너무 불쌍해...’연유성에게 죽을 뻔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던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폭발 현장에서 실려 나왔을 때는 정말 죽은 줄 안 사람이 여럿 되었다.그런데도 온서애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녀는 범죄자를 변호하면서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다. 제정신이라면 이럴 수가 없을 것이다.직원들과 달리 저주받은 장본인은 아주 무덤덤했다. 얼굴에 감정 없는 미소가 걸려 있는 것을 봐서는 온서애의 말에 신경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