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창을 보던 연바다는 가소롭게만 느껴졌다.그는 시체 더미에서 뒹굴던 자신이 개미와 다를 바 없는 인간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자신을 비웃었다.심지어 하등 나약하기 그지없는 개미였다.순간 머릿속에 개가 개를 문다는 말이 떠올랐다.비록 수준 떨어지는 말이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 아주 걸맞은 말이었다.자신을 비웃고 난 뒤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들이 자신을 욕해도 상관은 없었다.여하간에 그가 그간 해왔던 짓들은 이 나라의 법에 따르면 전부 범죄였으니 말이다.그런데 그들은 강하랑까지 욕하고 있지 않은가?하찮은 인간들이 강하
연바다는 이미 지명수배가 되었으니 더는 시내를 활보하지 못할 것이었다. 만약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하면 상금이 몇천만 원이 걸려 있었던지라 누구든 신고하려 할 것이다.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프러포즈도 이미 단씨 가문 공식계정으로 전부 해명했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그녀도 자신을 향한 비난의 댓글을 보았었다.뭐 끼리끼리 논다는 둥, 그녀도 분명 범죄를 저질렀을 거라는 둥 시끄럽게 떠들어 댔지만, 정보 찾기에 능한 네티즌들은 빠르게 그녀가 예전에 연유성과 결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고 그녀도 피해
예전에 쓰던 핸드폰을 다시 손에 넣었을 때 강하랑은 사실 버리고 싶었다.연바다를 향한 증오의 마음은 진심이었다.그 4년이란 시간 중 첫 1년은 병원에서 몽롱하게 보냈지만 남은 3년 동안엔 대부분 자유롭고 즐겁게 보냈다.시어스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도시였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연바다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구해다 주었다.이 세상에서 물질적인 요구를 만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 사람보다 훨씬 잘살고 있다는 것이었다.거기에다 주위에 있던 친구들도 그녀를 존중해 주거나 앨런처럼 그녀를 데리고 놀러 다니
누구나 보살은 아니다.만약 될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정희연과 그 딸처럼 우매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기를 바랐다.그녀가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기적으로 살아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의 여동생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한 무리의 납치범에게 바친 작은 진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단원혁이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강하랑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내가 정말로 이기적으로 살았다면 그건 내가 아닐 거야.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그 작은 진심
아이는 강하랑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강하랑을 볼 때마다 배시시 웃으며 꼭 예전에도 자주 본 것처럼 좋아했다.강하랑도 그 아이를 좋아했다.처음 병원에서 봤을 때는 피부가 쭈글쭈글해 꼭 갓 태어난 원숭이 같았지만 두 달이 지나니 너무도 귀여웠다.포동포동한 볼과 조금 불그스레한 뽀얀 속살. 아직 치아가 자라나지 않아 입을 벌리며 웃을 때 너무도 귀여워 마음이 다 사르르 녹아버릴 지경이었다.강하랑은 아이를 혐오하는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온 오후 아이의 곁에 누워 소중하게 지켜보고 있었다.설령 아이가 잠들어 버렸다고 해도
정희월은 이런 북적이는 분위기를 아주 오랜만에 느끼고 있었다.함께 북적이며 모여서 식사를 했던 기억은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이런 장면은 아주아주 오래전 정희연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가 어린 소녀였을 때 한 번 있었던 것 같았다.그때의 늘솜가는 영호에 단 하나뿐이었고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와 정하성을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었다.그때는 연말에 외식하는 가족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그 시절 새해가 되기 이틀 전부터는 시장에 가도 사람이 없었고 대부분 식당도 전부 문을
강하랑은 단이혁의 별장에서 일주일간 지내고 있었다.그 기간 인터넷의 상황을 살펴보기도 했다.HN은 이미 연유성의 계획이 성공하여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각 부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연성태가 사망한 당일에만 영향을 받았을 뿐 빠르게 분쟁도 사라졌다.그리고 많은 범죄 사실이 드러난 연바다는 아직도 실종된 상태였다.강하랑의 핸드폰도 며칠 전과 똑같았다.그때 연바다가 자신이 죽으면 울어줄 거냐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았다.그녀는 가끔 나쁜 쪽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정말로 연바다가 죽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상대는 당연히 그녀의 의미를 알아들었다.한참 뒤 그는 문자를 보냈다.[Y: 그럼 옛친구랑 밥 한 끼 먹는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뭐가 어찌 되었든 그래도 같이 자란 정이 있는데, 설령 앞으로도 서로의 전남편 전처로 살아간다고 해도 난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건 나도 인정해요. 만약 조금이라도 내게 희망이 생긴다면 난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하지만 하랑 씨, 만약 하랑 씨가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다면 난 아마 여전히 하랑 씨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