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좋은 말로 지승현을 설득하여 사람을 먼저 풀어주게 하고 나서 그와 담판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사진을 본 순간, 그녀는 손이 덜덜 떨리게 되었고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어떻게...'당혹감에 강하랑은 순간 머릿속이 정지되었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한 시간 전까지 자기와 영상통화를 하며 장난치던 사람이 이런 모습이니 말이다.머리가 어질어질하는 느낌에 고개마저 들 수 없는 것 같았다.핸드폰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린 강하랑은 한참이나 제대로
입술을 틀어 문 그녀는 다시 몸을 틀어 차로 돌아가 뒤적거리며 작은 단도를 하나 꺼냈다.밤바람은 아주 차가웠기에 그녀는 얇은 겉옷을 하나 걸쳤고 소매 안에 단도를 숨겼다.다시 지승현을 찾으러 가는 길에서 그녀는 또 연바다와 연유성, 그리고 단이혁에게 문자를 보내 간략하게 지금 상황을 알렸다.시계가 새벽 한 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각이었기에 그녀는 그들이 지금 문자를 볼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만약 오늘 그녀가 앨런과 함께 돌아가지 못한다면, 다음 날 아침 그들은 무조건 그녀가 남긴 문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생각
[저 지금 지승현 씨가 말한 건물 밑에까지 왔어요. 그러니 내려오세요. 그리고 앨런의 안전을 확보해주세요. 괜찮다면 제가 두 눈으로 직접 앨런이 무사히 떠나는 것을 보고 싶네요.]강하랑의 서늘한 목소리가 텅 빈 복도에 울려 더욱 서늘하게 들렸다.상대는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기다려요.]강하랑은 불안했다.입술을 틀어 문 그녀는 고개를 들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복도를 보았고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을 넣게 되었다.하늘에 떠 있던 달은 어느새 까만 구름에 가려졌고 원래 컴컴하던 복도는 더더욱 음산한 기운을 내고
지승현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자기보다 키가 작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하랑 씨, 난 그냥 데리고 온다고 했지 다가가서 보라고 한 적은 없어요.”강하랑은 더는 감정을 공제할 수 없었다.그녀는 버둥거리며 지승현에게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애를 썼고 그를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하지만 그다지 큰 타격을 주진 못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원래부터 몸이 허약했기에 그녀의 발길질은 지승현에게 그저 간지러운 수준이었다.“이거 놔요!”만약 소용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면, 강하랑은 아마 그를 깨물기도 했을 것이다.‘미친놈!'‘X새끼!'‘
지승현의 눈빛이 서늘해졌다.“하랑 씨,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컴컴한 복도에선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달빛 아래 그녀의 가느다란 목에서 서늘한 빛을 내는 칼을 발견할 수 있었다.만약 그녀의 앞에 있는 남자의 시력이 조금 더 좋았다면 아마 날카로운 칼끝에 묻은 그녀의 피를 발견했을 것이다.그녀의 얼굴엔 장난기라곤 하나 없었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지승현 씨, 거기서도 잘 보일 거라고 믿어요. 전 지금 내 목숨으로 도박을 걸고 있어요.”강하랑은 평온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굳이 의심할 것도 없이 그들을 찾아온 것은 분명했다.그러니 더는 앨런을 인질로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하랑 씨가 원하는 대로 저 파란 눈 외국인을 풀어줄게요. 대신 나랑 같이 가기로 한 거 약속 지켜야 해요.”여전히 강하랑의 손에 시선 고정하고 있었던 그는 그녀가 안심하고 있는 틈을 타 물었다.“하랑 씨, 손에 든 거 이젠 내려놓으세요. 그러다가 다치면 어떡해요.”강하랑은 그의 말대로 하지 않았다.“난 앨런이 안전한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볼 거예요.”그녀는 살짝 턱을 올리며 요구를 추가했다.“지승현 씨랑 나
그녀의 입을 막아버린 지승현이 그녀를 끌고 어둠 속으로 들어갈 때 강하랑은 자기를 보고 있는 연유성의 시선을 분명하게 느꼈다.하지만 찰나의 순간뿐이었다.만약 연유성이 빨리 찾아오거나 지승현이 1분만 좀 더 늦게 움직였더라면 세 사람은 아마 만났을 것이다.그녀도 왠지 모르겠지만 연유성이 자기를 봤다고 생각했고 그가 반드시 그녀를 데리고 나가리라 믿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발 늦었다.그녀를 끌고 가는 남자는 여전히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설령 그녀가 계속 있는 힘을 다 끌어내 그의 손을 깨물어 피가 흥
여하간에 지금 강하랑에겐 파란 머리 외국인이 그녀의 친구였으니 말이다.이런 늦은 시각에도 직접 달려와 구하러 온 것을 보면 앨런은 강하랑에게 꽤 소중한 존재라는 소리였다.지승현의 이런 행동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꼴과 다를 바 없었다. 오늘 병원 앞에서 강하랑의 오빠인 단이혁한테 했던 행동만 생각하면 무조건 단이혁의 미움을 샀으리라 생각했다.지승우는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했다.그렇게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 하고 있던 와중에 옆에 있던 연유성은 이미 복도에 있는 표식을 외워둔 상태였다.심지어 잊지 않고 지승우의 말에 대답도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