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는 게 두려웠다고?'그의 대답을 들은 강하랑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녀도 더는 연바다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말들은 그녀가 말해봤자 연바다가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까.그래서 속으로 몰래 어떻게 하면 이 남자 손에서 벗어나 도망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힘의 격차는 엄청났다. 그러니 그녀가 이렇게 잡힐 수 있었다.연바다가 지금 조금만 힘을 준다면 그녀는 움직이는 것도 물론이고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녀의 생각은 허황한 망상이었다.“날 못 믿는 거야?”그녀가
그동안의 설움이 밀려온 것인지 강하랑은 결국 북받치는 감정을 참아내지 못하고 짜디짠 바닷물 섞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하랑아, 난 그렇게 공평해지고 싶지 않아.”연바다는 손에 힘을 빼면서 다소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으며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는 시선을 떨군 채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내가 너한테 빚 진 거로 해줘. 그리고 나중에 우리 다시 돌아오자. 그리고 수술에 대한 것도 내가 다 미안해.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었어. 그러니까 나한테 반성하고 고칠 기회를 주라, 응?”예전이었다면 어쩌면 흥미가 생기지
‘정말 미쳤군!'보트 위에서 한 말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라는 것과 정말로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강하랑에 연바다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단하랑, 얼른 올라와!”그는 강하랑의 가느다란 팔을 꽈악 붙잡으며 바닷속에서 건져내려고 했다.넓디넓은 바다 위에 떠다니는 배가 두 사람이 타고 있던 보트가 전부였고, 심지어 항구 쪽에서 빛나는 불빛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멀리서 보면 그들은 마치 무리를 잃은 기러기처럼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강하랑의 하반신은 이미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고 출렁이는 바다에 몸도 같이
그가 잘해주듯 그녀도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괴롭지 않았다.만약 계속 이렇게 속고 있었다면, 그녀는 아마도 남은 평생 이렇게 그에게 속고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모든 일이 뜻대로 될 리가 없었다.연바다는 그녀의 말에 입술을 짓이기며 물었다.“그럼 왜 내 곁에서 도망치려고 한 건데? 내가 혹시...”어쩌면 자신이 그간 했던 행동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그는 하던 말을 멈추고 이내 애원했다.“그럼 내가 고칠게. 응? 하랑아, 네가 선 넘었다고 생각한 부분 내가 전부 고칠게. 말만 해, 내
더는 출렁이는 물결 없이 이곳은 아주 고요했다.달빛이 바다 위로 비쳐 바닷물은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그리고 보트 위에 있는 형체는 보트와 함께 정처 없이 떠내려가고 있었다.그 사람은 달빛의 빛을 받아 하나의 거대한 조각상이 된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이 세상에 더는 그에게 소중한 것이 없는 것 같고 마치 전설 속의 망부석처럼 우뚝 시선을 내리깐 채 한 방향만 빤히 보고 있었다.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저 자신이 처음부터 그녀에게 했던 행동과 말에 대해 후회하고 있을 뿐이
연성태는 손을 휘저었다.“난 괜찮네. 얼른 서해로 사람을 보내게. 바다 그 자식이 거기서 또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지만, 단 씨네 딸이랑 같이 바닷속에 빠졌다고 하네. 아직도 사람을 못 찾았다고 하더군!”“네?”오병욱의 안색도 따라 변했다.“바다속에 빠졌다고요? 그럼 두 사람은...”연바다가 사고 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엔 본인마저 연루되게 한 것이다.비록 연바다의 성정이 막무가내였고 연성태는 행여나 연씨 가문을 말아먹게 될까 봐 걱정되어 연바다를 내쫓은 것이다
영호시.단이혁의 연락을 받은 단원혁은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귀를 의심했다.‘바다에 빠졌다고?'‘설마 그럴 리가?'하지만 단이혁의 기나긴 침묵과 너무나도 진지한 어투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왜 빠지게 되었는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결과는 이러했다.그의 막내 여동생이 바다에 빠진 후로 찾지 못했다.“구체적인 상황은 어떤데?”강하랑은 집안의 첫째였기에 아무리 마음이 깊게 가라앉아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알아야 했다.갈라진 목소리로 단이혁은 단원혁에게 사사건건 알려주었다.사실 단이혁도
강하랑을 건져내기는커녕 강하랑의 옷자락도 발견하지 못했다.강하랑뿐만 아니라 연바다의 소식도 그러했다.사람의 형체를 발견하지 못했을뿐더러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는 것이 없었다.부두에선 그렇게 연속 3일간 사람을 수색했다. 72시간이란 골든 타임이 지나가면 이 수색도 끝나게 되는 것이다.각종 장비를 챙겨 입은 잠수원도 하나둘씩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늘 위로 달이 떴을 때 부두에 남은 사람은 단 씨네 형제 여섯 명과 지 씨네 형제 둘, 그리고 드넓은 바다를 계속 빤히 보고 있는 연유성만 남아 있었다.그들의 얼굴엔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