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태는 손을 휘저었다.“난 괜찮네. 얼른 서해로 사람을 보내게. 바다 그 자식이 거기서 또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지만, 단 씨네 딸이랑 같이 바닷속에 빠졌다고 하네. 아직도 사람을 못 찾았다고 하더군!”“네?”오병욱의 안색도 따라 변했다.“바다속에 빠졌다고요? 그럼 두 사람은...”연바다가 사고 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엔 본인마저 연루되게 한 것이다.비록 연바다의 성정이 막무가내였고 연성태는 행여나 연씨 가문을 말아먹게 될까 봐 걱정되어 연바다를 내쫓은 것이다
영호시.단이혁의 연락을 받은 단원혁은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귀를 의심했다.‘바다에 빠졌다고?'‘설마 그럴 리가?'하지만 단이혁의 기나긴 침묵과 너무나도 진지한 어투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왜 빠지게 되었는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결과는 이러했다.그의 막내 여동생이 바다에 빠진 후로 찾지 못했다.“구체적인 상황은 어떤데?”강하랑은 집안의 첫째였기에 아무리 마음이 깊게 가라앉아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알아야 했다.갈라진 목소리로 단이혁은 단원혁에게 사사건건 알려주었다.사실 단이혁도
강하랑을 건져내기는커녕 강하랑의 옷자락도 발견하지 못했다.강하랑뿐만 아니라 연바다의 소식도 그러했다.사람의 형체를 발견하지 못했을뿐더러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는 것이 없었다.부두에선 그렇게 연속 3일간 사람을 수색했다. 72시간이란 골든 타임이 지나가면 이 수색도 끝나게 되는 것이다.각종 장비를 챙겨 입은 잠수원도 하나둘씩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늘 위로 달이 떴을 때 부두에 남은 사람은 단 씨네 형제 여섯 명과 지 씨네 형제 둘, 그리고 드넓은 바다를 계속 빤히 보고 있는 연유성만 남아 있었다.그들의 얼굴엔 이미
지승우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흘 동안 바닷속을 수색했지만, 사람을 찾지 못했다. 만약 정말로 살아있다면 바다 근처에서라도 사람을 찾았을 거로 생각했다.그는 비록 강하랑이 무사하길 바랐지만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뻔히 보이는 결과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연유성은 그가 한 말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연유성은 칠흑 같은 두 눈으로 다시 한번 넓디넓은 바다를 보았다. 달빛 아래서 물고기가 펄떡 뛰어오르고 있는 것이 선명
핸드폰 화면 속에서도 초췌해 보이는 연성태의 모습에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어떻게 되긴요. 할아버지께서 더 잘 아시는 거 아닌가요?”오병욱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부 연성태에게 보고하고 있었다.그런데 영상통화로 다시 상황을 묻는 것을 보니 다들 기적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았고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아쉽게도 그는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연성태가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연유성은 핸드폰 화면에 나오고 있는 실망 가득한 모습의 연성태를 보았다. 그
연성태도 연바다가 이토록 쉽게 세상에서 사라질 거라곤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도 계속 찾아보길 바랐다.인근 어느 마을이라던가, 작은 무인도라던가, 또 아니면 인적이 드문 병원이라던가 말이다...어쨌든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하여라. 서해 쪽 사람들에겐 내가 미리 말해두마. 앞으로 너한테 맡기겠다고. 오병욱도 잠시 네 곁에 붙여주마. 오병욱이 거기 있는 사람들과 대부분 일면식이 있으니 오병욱한테 소개받으면 될 거다. 네가 나중에 익숙해지면 다시 돌아오라고 하마.”연성태는 그럼에도 행여나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괴롭힘
만약 강하랑이 그의 옆에 있었더라면 분명히 이 아름다운 야경을 좋아했을 것이다.하늘에 뜬 별과 달, 그리고 일출과 일몰, 전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연유성은 순간 강하랑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시절이 어렴풋이 떠올랐다.그때는 아무런 오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그는 껌딱지처럼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강하랑을 좋아했다. 그때의 강하랑은 항상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그의 보폭을 따라가려 했으니까.더운 여름날 방학만 되면 강하랑은 연씨 가문 본가에서 지냈고 번마다 그와 몰래 옥상으로 올라가 작은 의자에 앉아 밤하늘의 별과 달
4년 후.금호상 영화제가 서해시에서 열렸다.지난 4년 동안 사람들은 서해시에 갑자기 무슨 좋은 바람이 불어 많은 제작사가 생겼는지 수군댔었다.항구 쪽 지원은 둘째 치고 한주시에 있던 XR 엔터에서는 갑자기 지사를 만들어 서해시로 옮겼고 영호시에 있던 MRC에서도 지사를 서해시에 지었다.그뿐만 아니라 Z세대를 위한 e스포츠 라이브 플랫폼으로 유명한 기업 GW에서도 서해시에 기반을 두고 e스포츠 클럽 기지를 설립했고 관련 테마파크는 이미 서해시의 관광 산업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었다.그 덕에 e스포츠와 연관이 있는 게임 회사에서
강하랑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비록 현지에 있었지만 서양의 유화가 색감이 진하고 화려한 것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거 같다. 사진으로도 이미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그래서 인터넷 영상을 따라 하나하나 연습하기 시작했다.첫눈이 내릴 때, 강하랑의 조금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 완성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다음 여행도 시작되었다.추위를 두려워하는 강하랑은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북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가서 전에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이 마을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강하랑은 초등학교에 머무는 동안, 다 함께 아껴 쓰고 절약하며 지내느라 한 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이 여행에서도 같은 습관을 유지했다.그녀는 이 생활의 정취가 짙은 이 작은 마을이, 생활 리듬이 느리면서도 물가가 수도권 도시를 능가할 정도로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정말 믿기 어려웠다.강하랑은 이곳에 한 달만 머물렀다.햇살이 따스한 날, 아파트의 작은 창가에 누워 맞은편 초등학교의 어린이날 예술 공연을 다 보고 나서야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 여행
강하랑은 설이 끝난 후 도망쳤다.그전에는 단이혁의 회사에서 잠시 일을 했다.솔직히 말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외모는 정말로 훌륭했다.예쁜 여자들은 하얀 피부에 다리가 길쭉하고, 잘생긴 남자들은 몸매가 엄청 좋았다.정말로 선택해야 한다면, 강하랑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것이다.자신의 플레이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몸매 좋은 남자들이 강하랑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예쁜 여동생들이 그녀를 볼 때마다 인사하면서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는 정말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그녀는 돈도 많고
이것은 그녀가 예전에 행복했을 때와 다름없는 미소였다.예전 같았으면, 단유혁은 한숨을 돌리고는 강하랑을 따라 산책하고, 사진 찍고, 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최근에는, 그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오빠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강하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기울이고, 차 문 앞에 기대어 말했다. "오빠, 나는 어떤 사람의 죽음 때문에 조금 슬펐던 건 인정하지만, 예쁘고 똑똑한 여동생이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죽고 살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줘, 알겠지?"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은 선행으
“하랑이는 추후 어떤 계획 있어?”단유혁은 질문을 피하며,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그는 강하랑의 시선을 따라 멀지 않은 해변을 바라보았다.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며 배구를 치는 아이들과 얇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인생은 곧 걸어가는 과정에서의 수행이기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평화로운 햇살 아래에서 뛰어놀고 즐기는 것이다.이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그는 시선을 거두어 다시 강하랑에
“하지만 너 이 며칠 동안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어.”단유혁은 정희월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차를 몰고 가며 강하랑을 한 번 흘겨본 후 농담처럼 말했다.별장에서의 어조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다.“아이구.” 강하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무리 말해도 난 과다 출혈로 다친 환자야.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이 말은 당연히 둘러대는 말이었다.연바다에게 끌려갔을 때, 그녀의 팔 부상은 완벽하게 처치되어 있었고 이후에도 상처가 부딪혀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병원과 별장에서
정희월이 원래 긴장을 풀었던 마음이 다시 조여졌다.그녀는 강하랑을 달래며 말했다. “하랑아, 너 왜 그런 걸 묻니? 그 장면은 보기 좋지 않아. 만약 집에서 지루하다면 오빠에게 데리고 나가서 놀거나 나와 함께 정원에 가서 꽃을 심자.”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정희월은 직접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스에서 온서애를 실어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연씨 가문의 온서애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산의 상황은 더 위험했을 것이다.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지
강하랑은 단시혁이 돌아온 후 바로 퇴원을 했다.병원 창밖의 풍경이 좋기는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은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공기에서도 그녀가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다.단시혁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동생의 기분이 좋지 않고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사가 몸에 큰 이상이 없고 입원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니 집에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강하랑을 데리고 서해시에 있는 단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이곳에는 사람이 많아 그녀를 돌보기가 편했다.게다가 곧 설날이 다가와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보내는
강하랑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귀에는 전자 기기의 소리가 들려왔다.공기 중에는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고 그녀는 한참을 안정시키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옆을 보았다.창밖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느리게 돌아가는 머리를 서서히 회전시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그녀가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죽었다.그가 케인에게 묻히는 것을 그녀는 지켜보았다.이후로는 더 이상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가고 강제로 감금시키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