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흡-”강하랑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만약 남자가 바로 그녀의 앞에 있던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을 것이다.남자의 앞이니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겨우 웃음을 참은 강하랑은 이내 눈웃음을 지었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주는 장미도 좋아하고, 너랑 같이 이 나라를 떠나도 좋아. 그리고 버려지게 될까 봐 걱정해야 하는 것도 나야. 유성아,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그러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버려지는 것도 당연히 이 역할 놀이에 질린 내가 강하랑을 버리
노크 소리는 점점 더 다급하게 들려왔고 테이블 위에 있던 핸드폰도 끊임없이 울려댔다.연바다는 젓가락을 내려놓는 것도 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했다.강하랑도 멍하니 있지 않고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가서 문 열어볼게.”“아니, 넌 방에 들어가 있어.”이미 핸드폰을 손에 든 연바다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그저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빤히 본 후 통화 거부 버튼을 누르고 그대로 현관으로 걸음을 옮겨 문을 열려고 했다.강하랑은 비록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연바다의 안색
일그러진 그의 표정이 마치 진정석에게 ‘이미 밥 먹는 시간을 방해했으니 더는 귀찮게 굴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진정석은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밥그릇을 지키면서 으르렁대는 강아지의 모습과 어딘가 철저히 닮아 있었다.진정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바다는 이미 몸을 틀어 방으로 들어갔다. 문도 닫지 않은 채 말이다.여하간에 이 층엔 방이 연바다와 강하랑이 묶고 있는 방 하나뿐이었다. 진정석과 호텔 직원 외에 올라올 사람도 없었기에 문을 닫지 않아도 괜찮았다.진정석은 방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았
단이혁이 XR엔터의 대표가 아닌 일반인이라고 해도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안 좋게 보이기 마련이다. 더구나 상대가 누구든 일단 욕부터 하고 보는 요즘 여론 때문에 얼굴이 알려진 공인은 특히 조심해야 했다.갑질, 얼굴이 알려진 공인은 유난히 조심해야 하는 두 글자이다. 네티즌의 억측이 난무하는 인터넷에서는 사진 한 장으로도 갑질을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때가 되면 XR엔터뿐만 아니라, 단씨 가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물론 단세혁 등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단유혁은 발 빠르게 단이혁을 말렸다. 단이혁도 금
압도적인 아우라에 지배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 그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사장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소식이 연바다에게 전해졌을 때는 이미 두세 사람의 입을 거친 다음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소란이 일어났다는 일은 그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책임자의 연락을 받고서도 그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현관에 놓았던 장미를 더욱 눈에 띄는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우아하게 물을 채워넣기도 했다. 이어폰에서는 호텔 책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였다.고급 호텔의 사장들은 돈줄이 여러
“대답해요!”안 그래도 인내심이 바닥났던 단이혁은 멈칫거리는 지배인 때문에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러자 지배인은 몸을 벌벌 떨면서 말했다.“하, 한 번도 본 적 없는 건 아닙니다... 그, 그분이 어젯밤...”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지배인의 모습에 단유혁마저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는 단이혁의 뒤에 서서 한없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 어쨌다는 거예요! 말 똑바로 못 해요?”단이혁은 단유혁보다 훨씬 부드럽지만 약간의 협박이 섞인 말투로 한쪽에서 말을 보탰다.“아무래도 아는 게 있나 본데, 우리 천천히 얘기
“이건, 이 도시락은 어떻게 한 거예요?”단유혁은 지배인의 설명에서 허점을 제대로 찾아냈다. 그의 기분도 단이혁과 비슷했다. 강하랑이 연바다와 함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선물한 장미꽃다발까지 받았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강하랑이 장미꽃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도 알았다. 단이혁 등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의 장미꽃다발이나 다 받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연바다는 그녀를 납치한 미친 범죄자였으니까.단유혁의 질문에 무언가 생각난 지배인은 금방 말을 보탰다.
“형, 그냥 이렇게 나가도 돼요?”호텔 밖에서 단유혁은 단이혁을 따라가며 물었다. 차가운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말투에는 언짢음이 잔뜩 서려 있었다.그들이 오매불망 찾는 사람은 바로 이 호텔에 있다. 하지만 결국 얼굴 한 번 못 봤다니, 어떻게 마음 편이 떠날 수 있겠는가? 보살이 오더라도 마음 편이 떠나지는 못할 것이다.단유혁이 불쾌함을 대놓고 드러낼 정도면 단이혁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도시락통을 꽉 든 채로 고개를 돌려 호텔을 바라봤다. 그리고 단유혁과 마찬가지로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장소를 알아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