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해도 오만하기 짝이 없던 연성태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을 보고, 단원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가 정신 차리고 대답하기도 전에 연성태는 먼저 떠나버렸다.“형, 저 말 무슨 뜻일까요?”단이혁이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단원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점점 멀어지는 연성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생각할 필요 없어. 연씨 가문에서 개입하기로 한 이상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까. 우리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이나 열심히 하자.”말을 마친 단원혁은 잠깐 숨을 돌리다가 계속해서 물었다.“사랑이 쪽
처음 보는 ‘연유성’의 눈빛에 강하랑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강세미가 돌아오고 그녀를 따돌리기 시작한 다음에도 먼저 피하거나 정색하기만 했기 때문이다.‘내가 기억을 잃은 새로 사람이 이렇게나 변할 수 있다고? 이 사람 진짜 유성이가 맞아?’강하랑은 창백한 안색으로 가만히 서서 넋이 나간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원래 하려고 했던 말도 결국 끝까지 하지 못했다.자신의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을 뒤늦게 인식한 연바다는 어두운 표정을 거두고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하랑아, 왜 밖에 나왔어? 너 아직은 가만히 있어야 해, 진 교수가
“왜 그래, 유성아? 내가 뭘 잘못 말했어?”상처 때문에 강하랑은 욕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낮은 소리로 욕을 읊조리다가 그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기가 죽었다.연바다는 강하랑의 표정을 지켜보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잘못 말한 건 없어. 그저 조금 놀라서 말이야. 하랑이,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그 순간, 연바다는 강하랑이 무언가를 떠올린 게 아닌가 싶었다.혹은 애초부터 연기한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무고한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보아낼 수 없었다.그녀의 눈을 마주하면 강하랑은 바보처
진정석에게 이건 도박이었다.연바다에게 자기의 이용가치를 걸고 하는 도박이다. 그리고 강하랑이 연바다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도 말이다.아무 때나 버릴 수 있는 애완동물은 완전히 낯선 사람보다는 나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왜 그렇게 힘을 써서 구해주었을까.강하랑 몸의 상처는 꽤 심각했다. 이런 외진 시골에서, 심지어 의료 기술이 뒤떨어진 곳에서 전문의를 개인 의사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가성비가 높은 일이었다.만약 연바다가 강하랑의 상처를 치료해줄 마음이 있다면 진정석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진정석의 말이 끝나
분위기는 약간 굳어버렸다.진정석은 연바다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아내고 얘기했다.“강하랑 씨는 몸이 좋지 않으니 요리는 저한테 맡기세요.”강하랑은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연바다를 쳐다보았다.“그래도 진 선생님은 손님인데 어떻게 요리를 하게 할 수 있겠어요. 제 몸의 상처도 꽤 많이 나았으니 정 안되면 간단하게 먼저 채소를 썰어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동의를 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연바다에게 하는 말이었다.하지만 연바다의 얼굴만 봐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하랑은 미간을 찌푸렸다.“
강하랑은 요 며칠 상처 회복을 위해 쉬면서 깊이 생각해보았다. 세상의 많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들은 확실히 행운아였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 모아놓은 돈이 있었고 많은 사람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물론 타인의 악의도 겪어야 했다.하지만 강하랑은 여전히 자기가 행운아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연유성과 이곳에 떨어져 온몸에 상처가 가득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그냥 살아만 있으면, 움직일 수 있으면 괜찮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강하랑은 연유성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몰랐다. 이런 곳에서 남은 생을 편
강하랑은 그 돈이 정말 아까웠다.여기서 며칠이나 살았다고.한 달도 안되는데 이렇게 이사를 가다니. 그럼 나머지 돈은 회수도 못 하는 것이 아닌가.돈 많은 호구도 아니고. “왜 웃어요! 우리가 지금 돈이 부족한 건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낭비하지는 말아야죠.”강하랑이 당당하게 얘기하며 진정석을 쏘아보았다.진정석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강하랑 씨. 제 잘못입니다.”그렇게 말하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걸 보니 재밌어하는 것 같았다.진정석은 조금 알 것 같았다. 연바다가 왜 그렇게 시간과 정력을 들여서 강하랑
거세게 두드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웃이 찾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연바다는 진정석과 눈을 마주하고 표정이 조금 굳었다.요즘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뒤에서 수작질이 적지 않았다.단씨 가문의 사람들은 연바다를 조사해내지 못했지만 진정석을 실마리로 단서를 찾고 있었다.지금 SNS의 전파 속도도 빨랐다. 진정석은 자기와 관련된 글을 몇 개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평범한 옷차림의 진정석은 병원의 사진과 달라서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보고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숨기만 하는 것도 방법은 아니었다. 아무리 숨으려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