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의 서러움 가득한 얼굴에는 곧바로 놀라움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붉어진 눈을 크게 뜨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핸드폰을 바라봤다. 작게 벌린 입에서는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목소리가 나왔다.“벌써... 2023년이 됐다고?”“너는 언제라고 생각했는데?”연바다는 핸드폰을 거두더니 연유성과 비슷한 말투로 물었다. 시선은 계속 강하랑의 예쁜 얼굴에 향해 있었다. 그녀의 놀라움을 구경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연기는 아닌지 확인하는 것 같기도 했다.미간을 찌푸린 강하랑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지금은 분명히 20
싸늘한 강바람이 부는 크루즈에서 연바다는 꼿꼿하게 서 있었다.“내가 확신이 섰다면 진 교수한테 부탁하지도 않았겠죠. 아니면 내가 했던 일을 또 할 만큼 심심해 보이던가요?”연바다와 함께 크루즈에 탄 의사는 다름 아닌 진씨 가문의 장남이자, 진정훈의 큰형인 진정석이었다. 대대로 의학을 공부하는 진씨 가문에서 장남인 그도 당연히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진정훈보다는 실력이 떨어져서 병원에서의 서열도 약간 떨어졌다.하지만 진씨 가문에서 실력이 가장 뒤떨어지는 의사라고 해도 밖에서는 훌륭하게 평가받는다. 한주에서 연바다가 인정하는 젊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오만하기 짝이 없던 연성태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을 보고, 단원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가 정신 차리고 대답하기도 전에 연성태는 먼저 떠나버렸다.“형, 저 말 무슨 뜻일까요?”단이혁이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단원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점점 멀어지는 연성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생각할 필요 없어. 연씨 가문에서 개입하기로 한 이상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까. 우리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이나 열심히 하자.”말을 마친 단원혁은 잠깐 숨을 돌리다가 계속해서 물었다.“사랑이 쪽
처음 보는 ‘연유성’의 눈빛에 강하랑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강세미가 돌아오고 그녀를 따돌리기 시작한 다음에도 먼저 피하거나 정색하기만 했기 때문이다.‘내가 기억을 잃은 새로 사람이 이렇게나 변할 수 있다고? 이 사람 진짜 유성이가 맞아?’강하랑은 창백한 안색으로 가만히 서서 넋이 나간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원래 하려고 했던 말도 결국 끝까지 하지 못했다.자신의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을 뒤늦게 인식한 연바다는 어두운 표정을 거두고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하랑아, 왜 밖에 나왔어? 너 아직은 가만히 있어야 해, 진 교수가
“왜 그래, 유성아? 내가 뭘 잘못 말했어?”상처 때문에 강하랑은 욕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낮은 소리로 욕을 읊조리다가 그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기가 죽었다.연바다는 강하랑의 표정을 지켜보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잘못 말한 건 없어. 그저 조금 놀라서 말이야. 하랑이,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그 순간, 연바다는 강하랑이 무언가를 떠올린 게 아닌가 싶었다.혹은 애초부터 연기한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무고한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보아낼 수 없었다.그녀의 눈을 마주하면 강하랑은 바보처
진정석에게 이건 도박이었다.연바다에게 자기의 이용가치를 걸고 하는 도박이다. 그리고 강하랑이 연바다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도 말이다.아무 때나 버릴 수 있는 애완동물은 완전히 낯선 사람보다는 나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왜 그렇게 힘을 써서 구해주었을까.강하랑 몸의 상처는 꽤 심각했다. 이런 외진 시골에서, 심지어 의료 기술이 뒤떨어진 곳에서 전문의를 개인 의사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가성비가 높은 일이었다.만약 연바다가 강하랑의 상처를 치료해줄 마음이 있다면 진정석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진정석의 말이 끝나
분위기는 약간 굳어버렸다.진정석은 연바다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아내고 얘기했다.“강하랑 씨는 몸이 좋지 않으니 요리는 저한테 맡기세요.”강하랑은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연바다를 쳐다보았다.“그래도 진 선생님은 손님인데 어떻게 요리를 하게 할 수 있겠어요. 제 몸의 상처도 꽤 많이 나았으니 정 안되면 간단하게 먼저 채소를 썰어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동의를 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연바다에게 하는 말이었다.하지만 연바다의 얼굴만 봐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하랑은 미간을 찌푸렸다.“
강하랑은 요 며칠 상처 회복을 위해 쉬면서 깊이 생각해보았다. 세상의 많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들은 확실히 행운아였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 모아놓은 돈이 있었고 많은 사람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물론 타인의 악의도 겪어야 했다.하지만 강하랑은 여전히 자기가 행운아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연유성과 이곳에 떨어져 온몸에 상처가 가득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그냥 살아만 있으면, 움직일 수 있으면 괜찮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강하랑은 연유성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몰랐다. 이런 곳에서 남은 생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