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정희월이 아무리 결혼해 단씨 가문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딸이라며 당연히 재산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정희연은 비록 불만이 가득해도 일단 꾹 참고 있었다.정수환은 계속 말을 이었다.“이건 하성이네 것이다. 그리고 이건 막내 희연이네 것이다.”3개의 서류 봉투는 각자 주인의 손에 들어갔다. 정수환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이내 마지막 서류 봉투를 누군가에게 건넸다.“그리고 이건, 사랑이 네 것이다. 네가 그동안 밖에서 고생 많이 하고 산 것을 알고 있단다. 그래서 나랑 네 외할머니의
정희연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하지만 정수환은 그녀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원래는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겠구나. 지난 20년 동안 우리 집안은 너희 모녀한테 어떻게 해줬지? 하성이네는 또 어떻게 해줬지? 반대로 사랑이가 우리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해줘야 하지? 이 돈을 지금의 네 위치에서 계산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사랑이가 어쩌다 머나먼 한주 땅에 혼자 남겨졌는지 잊지 마. 사람이 양심은 없어도 주제는 알아야지!”정희연은 입만 벙긋거릴 뿐 아무 말도 못 했다.
정희연이 받은 재산은 꽤 많았다. 가장 적게 받은 사람은 오히려 정희월이다. 재벌가에 시집간 그녀보다는 정희연에게 더 줘야 한다는 정수환과 주영숙의 사심이 보이는 선택이다.삼남매 중에서 가장 많이 받은 사람 정하성이다. 하지만 그가 받은 재산과 앞으로 할 고생은 정비례했다. 그는 자존심을 굽히고 혁이들에게 자문하면서까지 늘솜가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만약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늘솜가는 진작 뒤떨어져서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 많이 주는 것은 집안을 위해서도 당연했다.강하랑에게 주는 것은 그동안 못 해준
강하랑은 계약서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용기 내어 말했다.“시우 오빠의 말을 들어줬다면 제 말도 들어주세요, 할아버지. 저는 늘솜가 본점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요.”그녀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남정에도 관심 가진 적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늘솜가에는 당연히 관심 가질 리가 없었다.요리에 대한 열정도 별로 없었다. 재능이 있다고 해도 그녀는 가족에게 밥해주는 데만 쓰고 싶었다. 가업을 물려받는 건 너무나도 큰 일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지 특출난 곳 없는 평범한 사람 말이다. 지금의
“이게 뭐 하는 짓이야!”뜨거운 죽이 코앞에 엎어진 것을 보고 장이나는 손이 다 벌벌 떨렸다.“난 분명히 네 얘기 한 거 아니라고 했잖아! 식탁 앞에서 연예인 얘기도 못 하게 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그 망해가는 연예인이 되기라도 해?!”강하랑은 차가운 눈빛으로 장이나를 노려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내 친구를 욕보이면서 무사할 거로 생각했어요? 그 죽이 얼굴에 떨어졌어야 했는데, 운이 참 좋네요. 내가 죽을 거의 다 비운 걸 감사히 생각해요.”만약 장이나가 강하랑이 밥 먹을 때 수작을 부렸다면 죽은 무조건 그녀의
정희월은 여전히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인상과 다르게 내뱉은 말은 아주 차가웠다.“우리 홍우는 목숨이 걸린 일이었어. 그러니 이나의 얼굴보다는 중요하겠지.”“...”정희연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혹시 단홍우가 대문 밖으로 나갔다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에게 납치당하거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강에 빠지거나... 가능한 사고는 아주 많았다. 그리고 모두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하지만 이 일은 결국 ‘애가 멀쩡하잖아.’라는 가벼운 말 한마디로 끝났다. 사과 한마디 없이 말이다. 그러니 당
“나도 마침 너랑 할 얘기가 있었다.”사실 정하성은 진작 식사를 끝냈다. 그저 갑작스러운 상황에 시선이 끌려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누가 잘못한 일인지는 한눈에 봐도 알렸다. 하지만 그는 잘 모르는 일이기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얘기가 끝나고 강하랑을 따로 불러내기만 기다렸다.강하랑이 먼저 말을 꺼낼 줄은 그도 상상치 못했다. 조금 전 한 말에서 단이혁과 온마음이 어떤 사이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미처 묻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그래도 언젠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외가 친척으로서 급하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고
인간이란 자고로 욕심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정하성도 잠깐 고민하다가 또다시 물었다.“사랑아, 네 재능을 이대로 낭비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을까? 네 외할아버지가 너에게 본점을 물려준 것도 재능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해서일 거야.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도 생기고-”“저는 진짜 필요 없어요, 삼촌.”정하성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하랑이 말머리를 잘랐다.때로는 솔직한 말이 가장 아픈 법이다. 솔직한 말은 너무나도 쉽게 희망을 깨버리기 때문이다.강하랑은 단씨 집안사람이다. 그러니 늘솜가에 가서 눈치 볼 필요는 하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