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연이 받은 재산은 꽤 많았다. 가장 적게 받은 사람은 오히려 정희월이다. 재벌가에 시집간 그녀보다는 정희연에게 더 줘야 한다는 정수환과 주영숙의 사심이 보이는 선택이다.삼남매 중에서 가장 많이 받은 사람 정하성이다. 하지만 그가 받은 재산과 앞으로 할 고생은 정비례했다. 그는 자존심을 굽히고 혁이들에게 자문하면서까지 늘솜가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만약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늘솜가는 진작 뒤떨어져서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 많이 주는 것은 집안을 위해서도 당연했다.강하랑에게 주는 것은 그동안 못 해준
강하랑은 계약서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용기 내어 말했다.“시우 오빠의 말을 들어줬다면 제 말도 들어주세요, 할아버지. 저는 늘솜가 본점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요.”그녀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남정에도 관심 가진 적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늘솜가에는 당연히 관심 가질 리가 없었다.요리에 대한 열정도 별로 없었다. 재능이 있다고 해도 그녀는 가족에게 밥해주는 데만 쓰고 싶었다. 가업을 물려받는 건 너무나도 큰 일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지 특출난 곳 없는 평범한 사람 말이다. 지금의
“이게 뭐 하는 짓이야!”뜨거운 죽이 코앞에 엎어진 것을 보고 장이나는 손이 다 벌벌 떨렸다.“난 분명히 네 얘기 한 거 아니라고 했잖아! 식탁 앞에서 연예인 얘기도 못 하게 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그 망해가는 연예인이 되기라도 해?!”강하랑은 차가운 눈빛으로 장이나를 노려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내 친구를 욕보이면서 무사할 거로 생각했어요? 그 죽이 얼굴에 떨어졌어야 했는데, 운이 참 좋네요. 내가 죽을 거의 다 비운 걸 감사히 생각해요.”만약 장이나가 강하랑이 밥 먹을 때 수작을 부렸다면 죽은 무조건 그녀의
정희월은 여전히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인상과 다르게 내뱉은 말은 아주 차가웠다.“우리 홍우는 목숨이 걸린 일이었어. 그러니 이나의 얼굴보다는 중요하겠지.”“...”정희연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혹시 단홍우가 대문 밖으로 나갔다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에게 납치당하거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강에 빠지거나... 가능한 사고는 아주 많았다. 그리고 모두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하지만 이 일은 결국 ‘애가 멀쩡하잖아.’라는 가벼운 말 한마디로 끝났다. 사과 한마디 없이 말이다. 그러니 당
“나도 마침 너랑 할 얘기가 있었다.”사실 정하성은 진작 식사를 끝냈다. 그저 갑작스러운 상황에 시선이 끌려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누가 잘못한 일인지는 한눈에 봐도 알렸다. 하지만 그는 잘 모르는 일이기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얘기가 끝나고 강하랑을 따로 불러내기만 기다렸다.강하랑이 먼저 말을 꺼낼 줄은 그도 상상치 못했다. 조금 전 한 말에서 단이혁과 온마음이 어떤 사이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미처 묻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그래도 언젠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외가 친척으로서 급하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고
인간이란 자고로 욕심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정하성도 잠깐 고민하다가 또다시 물었다.“사랑아, 네 재능을 이대로 낭비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을까? 네 외할아버지가 너에게 본점을 물려준 것도 재능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해서일 거야.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도 생기고-”“저는 진짜 필요 없어요, 삼촌.”정하성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하랑이 말머리를 잘랐다.때로는 솔직한 말이 가장 아픈 법이다. 솔직한 말은 너무나도 쉽게 희망을 깨버리기 때문이다.강하랑은 단씨 집안사람이다. 그러니 늘솜가에 가서 눈치 볼 필요는 하나도
강하랑의 안색은 곧바로 창백해졌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을 새도 없이 정희월부터 진정시키면서 말했다.“당황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금방 차키 가지고 올게요.”“사랑이 넌 여기 있어. 내가 차키를 가져와서 바래다줄게.”정시우는 이미 발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조금 전 정희월은 누군가의 전화를 받자마자 안색이 확 변하더니 부랴부랴 강하랑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정시우는 그냥 묵묵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정희월이 강하랑에게 한 얘기를 듣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차키부터 찾았다.
지승현은 약속대로 2분 뒤에 도착했다. 전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했던 그는 위층에서 금방 내려올 수 있었다.현장에 도착해서 강하랑이 벌써 채혈할 준비를 끝낸 것을 보고 지승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더욱 꽉 잡은 채 입을 열었다.“제가 한다고 했잖아요.”강하랑은 차가운 주삿바늘이 혈관을 찌르는 것을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채혈은 그다지 아프지 않아서 딱히 걱정되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지승현에게 말했다.“괜찮아요, 단무 고모인 제가 먼저 하는 게 맞아요. 승